제 162화
클럽 암컷의 지배자
강남의 한 클럽으로 향했다.평일이 아닌 주말이라 클럽의 대기줄은 역시 빡빡했다.
기다렸다가 클럽의 계단으로 내려갔다.
‘사람 많네.’
클럽의 스테이지는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야한 옷을 입은 여자들과 눈빛이 풀린 남자들이 서로의 살에 맞닿은 채 복잡하게 춤을 추고 있다.
마치 좀비들처럼.
[이터널 라이프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다음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클럽의 시끄러운 소리에도 시운은 그 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
[이터널 라이프-절제2][퀘스트]
당신에게 다가오는 여자가 아닌 당신이 직접 여자를 유혹하라.
패널티 제한: 3시간.
퀘스트창을 본 시운은 주위를 둘러봤다.
여자들도 많고 남자들도 많다. 시끄러운 일렉 음악소리가 이상하게 온 몸을 흔들게 만든다.
‘어차피 스트레스도 풀겸 퀘스트 보상도 받을겸 일석이조다.’
이제는 퀘스트에 의문을 갖지 않고 그대로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중간 중간에 시운에게 눈빛을 보내는 여자들이 보였다.
뇌쇄적인 눈빛이랄까.
한 여자가 시운과 눈이 마주치자 윙크를 한다.
쑥스러웠지만 시운 또한 윙크로 답장을 날려줬다.
‘오랜만에 오니까 신나네.’
색색의 조명이 인파들을 휘젓는 가운데 한 여자가 시운에게 다가왔다.
천천히 다가와서 엉덩이를 시운의 하체 쪽으로 밀착시키며 양팔을 흔들어 춤을 춘다.
‘나에게 다가오는 여자가 아니라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
청바지를 입은 여자의 몸매는 진짜 죽여줬다. 그런 여성이 야한 티를 입고 시운의 가슴팍에 등까지 밀착시킨다.
‘퀘스트의 다른 패널티가 있을지 모른다. 퀘스트 명칭은 절제였으니까.’
시운의 남성이 절로 솟아 여성의 치마에 맞물렸다. 그녀의 엉덩이의 촉감이 남성으로 느껴진다.
그녀는 한 번 돌아보며 씨익 웃더니.
시운의 눈이 커졌다.
남성으로 그녀의 엉덩이가 꽉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완전 적극적이네.’
그녀가 뒤를 돌아보며 시운의 어깨에 양팔을 올렸다.
얼굴이 웬만한 연예인만큼 이뻤다. 그녀가 시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입술을 내밀고 키스를 하려 다가왔다.
“죄송합니다.”
시운은 그녀를 조심스레 밀쳐내자 그녀의 미간에 힘줄이 섰다.
그녀는 다시 한 번 뒤돌아 시운에게 부비부비를 시도했으나 시운은 그녀의 등을 밀어내고 자리를 옮겼다.
‘절제의 퀘스트다.’
사실 시운도 남자인지라 흔들리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당장의 쾌락보다 중요한 것이 퀘스트니까.
스테이지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갔다.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손으로 비집고 들어가야 했다.
갈색 단발에 셔츠 단추를 세 개를 푼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그 사이로 탱탱한 가슴골이 보일 듯 말 듯 출렁인다.
그때 강춘식의 육성이 뇌리로 스쳐갔다.
-클럽에서 여자를 꼬실 때는 말이야. 함부로 어깨에 손을 올리거나 하면 안 돼. 여자들은 아무리 잘생기고 마음에 드는 남자가 그래도 방어기제를 펼친단 말야.
‘그 다음에 뭐라고 했었지?’
-일단 여성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 돼. 아주 자연스럽게!
일단 춤을 추는 척 하면서 그녀의 어깨에 니 어깨를 스치듯 해봐. 그럼 그녀가 너를 볼 거잖아? 그럼 네가 클럽 안에 있다는 인식은 심어주는 거야. 그리고 다가가는 거지!
춘식이 백태가 튀어나올 정도로 설명을 열심히 해주고 해줬던 지라 시운은 기억할 수 있었다.
셔츠녀에게 다가갔다.
조금 밀착시켜서 은근스레 그녀의 어깨에 자신의 어깨를 툭 부딪혔다.
“?”
그녀가 슬쩍 뒤돌아본다.
시운은 그녀를 바로 바라보지 않고 신경 안 쓰는 척 그녀의 시선을 흘렸다.
셔츠녀가 다시 춤을 추고 있다.
중간에 여성 한 명이 시운에게 다가왔지만 거절하고 셔츠녀를 관찰했다.
‘저 여자로 한다.’
그때 키가 크고 말끔한 남성이 셔츠녀에게 다가가서 그녀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남자의 어깨를 손으로 치웠다.
‘오… 강춘식이 했던 말이 딱 맞아 떨어지는구나.’
사람들의 눈은 대부분 풀려있었으나 몸에는 힘이 실려있었다.
마치 스킨십의 끝을 시도하러 온 남녀들 같았다.
계속해서 셔츠녀를 쳐다보다가 슬쩍 그녀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자연스레 가슴팍을 그녀의 날개뼈에 맞닿게 했다.
셔츠녀가 또 돌아봤다.
시운이 해맑에 씨익 웃어줬다.
그러자 셔츠녀는 다시 고개를 돌려 춤을 췄다.
‘나의 존재도 알렸고 어필도 성공했고. 그 다음에는….’
손을 뻗어 슬쩍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시운의 손도 쳐내지 않았다. 허리를 감은 손을 당겨서 시운 쪽으로 오게 하자 여성은 그대로 끌려왔다.
그녀의 리듬에 맞춰 춤을 췄다. 몸을 밀착시킨 채로.
그녀는 리듬을 리드미컬하게 타며 신나게 클럽의 사운드에 맞춰 몸을 휘저었다.
-여기까지 왔다면! 오케이. 자연스레 말을 걸어야지. 와꾸가 되든 안 되든 남들과는 다른 멘트를 쳐봐! 유용한 멘트 말이야!
시운이 슬쩍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올해 키가 어떻게 돼요?”
그러자 여성이 동그랗게 눈을 뜨고 시운을 보더니 피식 웃는다.
“올해 키가 어떻게 된다니요? 풉.”
그러더니 그녀가 시운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올해 키 165살이에요.”
그녀 또한 센스가 있었다.
둘은 서로의 시선을 마주보며 피식 웃었다.
그녀는 도도하게 생겼지만 하얀 치아가 드러나게 웃자 이상하게 귀여웠다.
좀 더 그녀와 스킨십을 통해 친해진 후.
“…술은 먹고 왔어요?”
시운이 물었다.
그녀가 고개를 귀엽게 끄덕끄덕 한다.
도중에 다른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오려 했다.
‘새끼가 어딜.’
시운은 그대로 그녀의 허리를 당긴 뒤에 남자를 빤히 바라본다.
남자는 시운의 날이 선 시선을 보고서 머쓱하게 시선을 피했다.
그 모습을 본 그녀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좀 더 대화를 하며 우리는 친해졌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부담 없고 뻔한 질문들이 아니면서 이야기를 끌고 나가니 그녀도 어느새 시운과 친밀감을 느낀 듯 시운의 양 허리를 껴안았다. 그녀의 물컹거리는 가슴의 촉감이 몸에 전해져 느껴진다.
‘이쯤되면 퀘스트 완료를 했다는 소리가 뜰텐데.’
그때였다.
띠링!
[이터널 라이프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다음 퀘스트를 발동할 수 있습니다.]
[이터널 라이프 절제-3][퀘스트]
그녀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라.
패널티: 그녀의 거절.
시운은 허공에 선명히 뜬 퀘스트창을 확인한 후 그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는 시운과 눈이 맞을 때마다 예쁘게 웃어주었다.
도중에 웨이브가 예쁜 다른 여성이 시운의 허리를 스르르 더듬자 그녀가 정색하며 여성을 툭, 밀어냈다.
여성은 짜증난단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나 밖에 담배 좀 사러 편의점 들릴 건데 같이 나가자. 너 여기 혼자 두는 것도 싫고 네가 맘에 들어서.”
시운이 속삭이자 셔츠녀는 대충 고민한다는 듯 대답이 없었다.
다시 귓속말을 조져준다.
“편의점 같이 가주면 바나나 우유 사줄게.”
시운의 말에 그녀가 풉, 웃는다.
썩어빠진 개드립이었지만 시운을 귀엽게 봐준 그녀는 오히려 시운의 손을 깍지를 껴서 잡더니 클럽의 출구로 이끌었다.
그녀는 클럽에 보관한 가방을 챙기고서 시운과 함께 계단을 올라갔다.
‘저 새끼 여자랑 나가면 텔 가겠지? 존나 부럽네.’
‘아, 셔츠로 보이는 가슴골 존나 섹시하네.’
‘부럽다, 씨벌. 나도 오늘 하나 낚고 나간다.’
도중에 몇몇 남자들의 부러움이 섞인 시선을 받았다.
시운은 그녀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아까부터 쌀쌀한 바람이 살결에 느껴지는 듯 했다.
“편의점 저쪽에 있어.”
그녀가 편의점의 위치를 안다는 듯이 수신호로 위치를 가리켰다.
그때였다.
[이터널 라이프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다음 메인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이터널 라이프 절제][메인 퀘스트]
그녀와 이십 분간 대화 후 그녀를 보내라.
실패 조건: 시간 내에 그녀의 이탈 또는 그녀와 시간이 지나도 당신이 계속 있을 시.
‘절제란 말이 붙은 게 이런 이유였군.’
여자는 꼬시긴 했는데 다른 건 하지 말고 절제하라는 퀘스트다.
좀 좆같지만 굳이 원나잇을 또 하고 싶지는 않은 시운이였기에 그녀를 자연스레 편의점으로 끌고 갔다.
‘지금은 1시 5분이니까 25분까지만 잡아두고….’
편의점에서 그녀의 담배까지 사주고 맥주 두 캔을 들고 와서 편의점 앞 테이블에 앉았다.
“같이 또 들어가자. 춤추고 싶어.”
그녀는 아직 흥이 가시질 않았다는 듯 예쁘게 춤을 추듯 앉아서 몸을 흔든다.
“좀만 대화하고 나가자. 클럽은 너무 시끄러워서 이명왔어.”
“아, 그래?”
그녀와 시운은 캔맥주를 부딪히며 목구멍으로 맥주를 훌짝홀짝 넘겼다.
근데 아무리 봐도 진짜 매력적으로 생긴 여자였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고 퀘스트만 아니었다면 시운도 분명 잠자리까지 혹했을 만큼 매력적이다.
“너 학생이야?”
그녀가 물었다.
시운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백수? 일해?”
시운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다음은 무슨 일 하냐고 묻겠지.
“무슨 일 하는데? 물어봐도 돼?”
역시나였다.
“헌터야.”
“뭐?”
그녀의 눈이 확 커졌다.
“진짜?”
시운은 팔짱을 껴고 고개를 끄덕거려줬다.
“대박 신기해. 헌터가 클럽에도 오는구나. 진짜 헌터 맞아?”
시운은 자연스레 지갑에서 헌터면허증을 꺼내 살랑살랑 흔들어 줬다.
“와. 진짜구나. 개멋있네.”
시운은 그녀와 일상적인 대화를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시계 좀 볼까.’
시운은 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은 이십분이 흘러가 있었다.
앞으로 5분만. 5분만 더 붙잡고 있으면 끝난다.
그때였다.
그녀가 자연스레 시운의 허벅지를 더듬더니 시운에게 얼굴을 내밀었다.
“키스해주던가.”
시운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자 그녀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더 다가왔다.
술에 좀 취한 듯 했다. 클럽에서 노는 여자고 술도 좀 취해서 그런가? 참 쉽게 군다.
‘참아야 돼.’
시운은 그녀의 입술에 쪽 하고 뽀뽀까지만 하고 얼굴을 뗐는데 그녀가 시운의 뒷통수를 잡아 당겼다.
“으음….”
그녀의 혀가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촉촉한 혀의 감각이 혀와 맞물리자 남성이 자꾸만 반응을 했다.
시운은 눈을 감고 자연스레 고개를 돌려 혀를 굴려주었다.
‘좋네. 키스도 경험을 쌓는 건 나쁘지 않지. 다만….’
키스를 하는 와중에도 남은 시간을 초로 세고 있었다.
그녀의 혀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여자치고 혀가 좀 굵다. 굵은 그녀의 혀맛이 진득하니 나쁘지 않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보건 말건 둘은 테이블에서 찐한 스킨십을 나누었다.
“으으음….”
그녀가 야릇한 신음을 흘리더니 얼굴을 뗀다.
“나 있잖아. 솔직하게 가식 없는 편이거든?”
그녀가 그윽하게 시운을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
“너 맘에 들어. 난 맘에 안 드는 남자하고는 죽어도 클럽에서 말조차 안 섞어. 근데 좀 피곤하지 않아?”
그녀가 어딘가로 가고 싶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면서 시운의 어깨에 몸을 기대었다.
‘참아야 된다.’
성욕에 대한 절제의 길은 참으로 힘든 것이었다.
그때였다.
“방 잡고 좀 쉬러 갈래? 누워있고 싶은데.. 피곤해서.”
그녀가 물었다. 키스 한번으로 확 달아올랐다는 눈빛이다. 아마 그 부분은 젖었겠지.
시운은 곧바로 시간을 확인했다.
“폰 그만 보고!”
그녀가 시운의 폰을 낚아챘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30초.
“그… 그 있잖아.”
시운이 말문을 떼자 여성의 귀를 쫑긋 세웠다.
“응?”
“그러니까….”
말을 길게 늘어뜨리며 시간을 끈다.
10초.
9초.
7초.
5초….
1초.
땡!
“나 갑자기 집에 들어가 봐야 해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
시운이 말을 하자 그녀가 인상을 찡그렸다.
“…뭔 일인데?”
“협회에서 호출이 급하게 들어왔다. 빨리 가야겠어.”
“뭐? 협회? 이 시간에? 아니, 야!”
시운이 곧바로 일어섰다.
빨리 일어나야 한다.
“넌 클럽에서 좀 더 놀고 가.”
“야! 아무리 헌터라도 그렇지 이 시간에 호출이 와? 그렇게 급한거야?”
“급해. 비상이야. 나 가볼게.”
시운은 그대로 테이블 위에 택시비 하라고 지폐 몇장을 올려주고 등을 돌려 손을 흔들었다.
곧바로 택시를 탔다.
택시 창문 사이로 그녀가 멍한 눈으로 시운이 승차한 택시를 째려봤다.
‘아 괜시리 미안하네. 본의아니게 원나잇 런탠드를 해버렸군.’
부웅! 택시의 액셀이 밟히는 소리와 함께.
[이터널 라이프 메인퀘스트 절제를 완료하였습니다.]
‘휴… 클리어했군.’
나이트클럽 때만 해도 여성에게 말을 거는 것이 쑥쓰러웠는데 계속 해보니 이젠 낯뜨거움이 없었다.
이렇게 연애를 하는 법을 배워가는 걸까? 특히 좋아하는 그녀에게 말조차 제대로 못하는 부분은 개선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때.
[퀘스트 완료로 인해 보상이 주어집니다.]
[칭호 시스템이 개방되었습니다.]
‘…칭호 시스템?’
예상한 게 맞다면 이 칭호 시스템이 뭔지 감이 잡히는 것도 같았다.
[뒤이어 보상이 주어집니다.]
‘보상이 두 개라고?’
[새로운 칭호 ‘암컷의 지배자’를 획득하였습니다.]
‘암컷의 지배자?’
칭호의 명칭이 좀 그랬다.
뒤이어 칭호의 설명란이 떠올랐다.
*칭호: 암컷의 지배자
수차례 암컷들을 유혹하는데 성공한 당신은 암컷에게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효과: 암컷의 몬스터와 전투 시 모든 능력치가 35% 상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