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3회차-167화 (167/278)

제 167화

또 다른 회귀자에게 사기 치기 (2)

‘대화를 하자고..?’

한수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 그대로 굳은 채 시운을 똑바로 쳐다봤다.

이시운의 눈에서 흘러나오는 살기가 한수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날 이렇게 만든 게 당신 짓이야?”

한수가 물었다.

그 물음에 대답이라도 하듯 사자갈퀴가 시운 앞으로 걸어와 한쪽 무릎을 꿇었다.

‘몬스터가 아니라 소환수였다고?’

한수는 그 광경을 보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환수를 사용하는 헌터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환수들은 몬스터나, 동물 종류로 형태를 갖추고 있지 저런 인간형태의 환수가 있다는 것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상상 이상으로 강하단 뜻인가?’

한수의 긴장한 낯빛을 바라보던 시운이 한수가 들고 있던 검을 회수했다.

[흡혈의 검][레어]

공격력: 87

내구력: 120/120

특성: 피격할 시 높은 확률로 상대를 흡혈한다.

‘단번에 먹힐 줄이야.’

별거 없었다.

헤라클레스에게 한수의 무기를 빼앗으라고 미리 지시한 후에 저 검을 던져주고 흡혈 효과를 내게 해서 흡혈 효과를 입힌 적의 온 몸의 피를 석화시키는 흡혈귀의 역린을 사용한 것.

그게 다였다.

이제 거창하게 씨부릴 타이밍이다.

시운은 인벤토리에 흡혈의 검을 넣어둔 뒤 말했다.

“김한수. 당신에게 물을 것이 있다.”

“뭘 알고 싶은거죠? 나한테 이러는 이유가 뭡니까.”

“네가 회귀자란 것을 알고 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한수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 비밀을 아는 사람은 딱 두 명 뿐이다.

‘어떻게 알아낸거지? 저 자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다니..’

이시운은 상상이상으로 강한 듯 하다. 인간을 환수로 부리는 데다가 절대 알 수 없는 정보까지 들고 있다.

‘상대의 생각을 읽는 능력이라도 가지고 있다는 말이야?’

각성한 헌터라면 어쩌면 가능할 법도 하다. 세계 헌터들 중에 각성한 헌터는 손에 꼽을 정도로 몇 없다. 그 헌터들은 제각기 타 헌터와는 다른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드드드드!

그때 시운의 손아귀가 움직이자 한수의 목이 뻣뻣하게 조여왔다.

“윽!”

한수가 신음을 흘렸다. 그것을 본 시운은 생각했다.

‘통솔력 스탯을 찍으니 내가 시전한 흡혈귀의 역린의 강도 또한 조절할 수 있군.’

시운은 한수의 목과 전신을 압박하며 그의 입만 움직일 수 있게

조절했다.

“대체 나에게 이러는 이유가 뭐냐고!”

“닥쳐라. 넌 질문할 권리가 없다. 지금부터 내 질문에 너는 답만 한다.”

시운의 말에는 살기가 담겨있었다.

한수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상대의 생각을 읽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내가 거짓말을 해도 소용이 없겠지. 게다가 저 눈빛은 날 정말 죽일 눈빛이다.’

한수는 체념했다.

“알겠으니 진정하고 물어봐요.”

일단 살고 봐야 한다.

“넌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가진 것을 알고 있다.”

“……!”

한수는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정말 그 정보까지 새어나간 것인가?

‘아니다. 생각을 읽어내는 능력인 게 분명해. 그렇다면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해도 통하지 않겠지.’

놀란 한수를 보고 시운은 말을 이었다.

“역시 넌 너에 대한 미래는 예측하지 못하는군. 예측이 가능했다면 나한테 이렇게 당하진 않았겠지.”

“…당신 정체가 뭐야?”

그때였다.

시운의 눈이 부릅떠졌다. 순간 한수의 목과 머리가 찌그러질 듯 조여왔다.

“크억.”

“마지막으로 말한다. 넌 내 질문에 답할 의무만 있다. 한 번 더 내게 질문을 한다면 그대로 네 숨은 끊기는 줄 알아.”

“아, 알겠다.”

“네가 알고 있는 협회의 정보 모든 것을 말해라.”

.

.

.

한수를 적절히 고문하면서 시운은 놀라운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둠스데이라고?’

지금부터 정확히 6개월 후에 현계에 수많은 게이트가 열리는 날이란다.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괴수들에 의해 현게는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란다.

이시운이 추측한대로 김한수는 자신에 관련된 미래는 예측하지 못하는 듯 하다. 그리고 작은 줄기의 일들은 예지하지 못하고 큼직한 일들만 예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거짓말은 아닌 듯 했다. 바디시그널의 신호는 모두 진실이었다.

놀라운 것은 협회 측에 이 사실을 두 명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 둘은 그 날을 둠스데이라 부르며 그것을 우호한다는 입장이란 것이다.

“지금부터 정확히 6개월 후라고?”

시운의 물음에 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6개월이라면 시간이 얼마 없다.

그 날이 오게 되면 현계는 분명히 멸망할 것이다.

헌터들은 현계에서는 능력을 발휘할 수가 없고 현대의 군무기로는 그 괴수들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시운은 잠시 생각을 하느라 감았던 눈을 떴다.

“그렇다면 네게 보이는 내 미래는 어떻지?”

“또렷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당신은…….”

미래가 궁금해서 물었다. 한수의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내게 보이는 당신의 미래는 인간의 편에 서서 괴물들과 대적하고 있어.”

“…어디서?”

“현계에서.”

믿기지가 않는다. 미래에 내가 괴수들과 현계에서 싸운다고?

‘현계에서의 나는 탱크 하나 부시지 못할텐데.’

더 물어야겠다.

“현계에서 내가 힘을 발휘한다는 말이냐? 네게 떠오르는 내 미래 모든 것을 말해봐라.”

“난 타인의 미래를 자세히 예지할 수 없어. 내게 떠오르는 당신의 미래는 그것뿐이야.”

그 말을 끝으로 한수는 입을 다물었다.

일단 김한수에게서 캐낼 정보는 모두 캐내었다.

이 녀석이 2회차 인생을 사는 놈이란 것도 캐내었고.

한 가지 또 걸리는 것은 한수의 얼굴을 이번에 두 번째 봤다는 것이다.

‘초전생의 꿈에서 김한수가 등장했었는데.’

처음에는 김한수의 얼굴을 보고 낯이 익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런 것이다.

“…더 알고 싶은 것이 있나?”

한수가 친절히도 물었다. 목숨을 위협하며 질문을 하니 의외로 김한수는 쉽게쉽게 답해주고 있다.

“윤동석의 약점을 알고 있는 것은?”

“없다.”

한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여기서 죽을 수는 없어…! 전생은 억울하게 사고로 죽었지만 이번 생은 내 하나뿐인 어머니를 책임져야 한다.’

시운은 생각에 잠긴 한수를 똑바로 쳐다봐주며 말했다.

“오늘 있었던 일과 나에 대한 모든 것은 네 무덤까지 가지고 가라.”

“그렇게 하도록 하지.”

“네가 어디가서 내 이야기를 떠벌리고 다닌다면….”

“커억!”

한수의 얼굴이 핏빛이 되며 그가 켁켁 거렸다.

“죽는다. 네 몸에 내 표식을 새겨놨다. 그 표식은 네가 하는 말과 상황을 인지하고 구분한다. 만약 네가 어디서든 내 이야기를 꺼낸다면 그 표식이 반응할 것이고 곧바로 네 심장은 굳어버릴 것이고 넌 죽는거다.”

“아, 알겠다.”

한수의 눈에 담긴 두려움을 읽은 시운은 그의 몸을 찬찬히 풀어줬다.

‘일단 구라는 이렇게 쳐두고.’

시운의 시선이 내리깔고 있는 한수에게서 괴수의 사체로 옮겨갔다.

-쿠어어어!

‘뭐지?’

처절한 괴성 소리에 한수가 사체 쪽을 바라봤다. 갈기갈기 찢어진 사체가 꿈틀거리고 있다.

‘아직 죽지 않았다고?’

순간 한수가 시운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시운은 당황한 기색 없이 사체를 그대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 자가 괴수의 사체에 뭔가를 하고 있는거야.’

사체에서 검은 것이 일그러져 올라오더니 점점 인간의 형태로 변모했다.

터벅-터벅-

괴수의 사체는 사라졌고 뱀머리의 완드를 든 초록머리 여성이 말없이 시운 앞으로 걸어와 머리를 숙인다.

“음….”

시운은 그 여성을 훑고 있다. 여성은 초록 머리칼을 휘날리며 푸른 안광을 빛내고 있다.

그것을 본 한수는 경악에 질린 얼굴이었다.

‘이럴 수가! 죽은 괴수를 인간으로 재소환 시킨거다….’

시운을 보는 한수의 눈이 떨려왔다.

‘이건 인간의 수준이 아니다….’

등받이를 뒤로 해서 몸을 가린 사내를 김한수는 긴장하며 바라봤다. 한수의 시선에는 등받이에 가려진 사내의 팔만 보였다.

“어제 이시운이란 놈과 게이트에 들어갔더군?”

차분하지만 그 육성은 날카로웠다.

“그렇습니다.”

“그 놈은 협회장과 뭔가가 있는 놈이다. 그런 놈과 게이트에 들어갔고 너는 세 번째로 아주 늦게 나왔다더군?”

“…괴수의 사체를 회수하느라 늦었습니다.”

한수는 이 남자가 자신의 동선을 모조리 파악한 것에 놀람을 숨기고 차분히 대답했다.

“사체를 회수하느라 늦은 것 치고는 좀 이상한데?”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놈과 단 둘이 게이트에서 아주 늦게 나온 것이.”

그 말에 한수는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입을 닫았다.

‘이실직고 했다가는 내 심장이 멈추고 만다.’

그가 분명 말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발설하면 내 심장이 멈춰버릴 것이라고. 그는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자. 그런 그가 한 말이라면 허세는 아닐 것이다.

“말을 하려다 마는군?”

“아, 아닙니다.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절대 발설하지 않았습니다.”

“발설하지 않았다고? 그건 안 물었는데….”

한수의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끼고 잠시 후.

뒤편에 방문이 열리고 들어온 사내들이 한수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

그때.

끼익- 등받이가 돌아가며 앉아있던 남자가 모습을 비췄다.

“난 거짓말을 싫어해. 알지?”

시운은 한국협회 본부 사옥에서

나오는 길이다.

-여깄습니다. 제가 던전 안에서 김한수에게 들었던 증언입니다.

그 말과 함께 며칠 전 던전에서 헌터시스템으로 녹화한 영상을 협회장에게 넘기고 오는 길.

‘곽대익은 그림자들과 적의 관계다. 게다가 내 힘으로는 그 일들을 막을 수가 없어.’

그렇게 생각하고 영상을 제공한 것이다.

옆에선 도로 위를 차들이 쌩쌩 지나가고 앞에는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내게 보이는 당신의 미래는 인간의 편에 서서 괴물들과 대적하고 있어.

며칠 전 김한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잠깐. 그러고 보니….’

강춘식을 만나러 바로 갔을 때 무심코 찼던 깡통이 몇 백미터를 날아갔던 것이 떠올랐다.

거기다가 이터널 라이프 퀘스트창이 현계에서 떠오른 것도 의아했다.

설마?

시운은 걸음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맹인의 감각.’

순간! 시운의 눈이 번쩍 뜨였다.

-어디 갈건데? 또 남친 만나러 가냐?

-아빠! 나 저거 사줘.

-와! 저기가 협회 건물이야? 높다….

사방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귓가로 또렷히 들려왔다.

아주 사소한 소음까지도.

‘된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현계인 이곳에서 스킬 맹인의 감각이 발동되고 있다.

‘상태창.’

그러자 시운 앞으로 상태창이 빼곡이 떠올랐다.

턱끝이 떨려왔다.

‘어떻게 가능한거지?’

분명 이곳은 현계.

근데 헌터시스템이 가동하고 있다.

그때였다.

드르륵!

주머니 속에 넣은 핸드폰이 춤을 췄다.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네, 협회장님.”

-다시 올라와.

“알겠습니다.”

다시 오라는 협회장의 지시를 듣고 시운은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협회장실에 들어왔다.

“무슨 일로 다시 부르셨습니까.”

시운을 보는 곽대익의 시선은 오묘했다. 그리고 그가 입을 뗐다.

“죽었다더군.”

“누가 말입니까?”

“김한수. 집에서 유서 하나 남기고 자살했다던데.”

시운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눈으로 대익을 바라봤다.

“발견된 유서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더군. 망상장애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더는 못 살겠다. 라고….”

“그건….”

김한수가 갑자기 자살을 할 이유는 없다. 분명 그의 눈빛은 살고 싶어서 모든 것을 토로한다는 눈빛이었다.

“분명 음모입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아….”

시운의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분명 그를 해칠 생각은 없었다. 근데 그렇게 된 것이 뭔가 나 때문이란 생각에 자괴감이 일었다.

“음모라면 누구의 짓인지는 대강 예상은 가는데….”

“그럼 진위를 밝혀서 조사하고 처벌받게 해야합니다.”

대익이 고개를 저었다.

“…조사해도 소용 없을거야. 아무런 것도 남기지 않았을 테니까.”

대익은 마치 그 수법을 잘 안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다면 김한수가 말했던 그 날에 대한 대처는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김한수라는 사람의 죽음은 안 된 일이다. 하지만 더 큰 일이 남아있다. 아깐 묻지 못한 질문이었다.

“명백한 증거가 없으면 나도 함부로 움직이지는 못해.”

대익은 윤동석을 겨냥하듯 말했다. 그 말을 듣자 시운은 머릿속이 엉키는 듯 했다.

그때 대익이 말했다.

“자네가 지금 하나 해줘야 할 것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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