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3회차-169화 (169/278)

제 169화

복수를 복수하다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동안 시운은 B급 던전을 눈에 보이는 족족 예약하고 쓸어버렸다. 게이트를 클리어 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수익보다 값진 것은 경험치였다.

폭풍같은 레벨업을 하고 현계에 돌아온 시운은 강남의 시가 30억 정도의 아파트 한 채를 어머니에게 선물했다.

“저, 정말 우리 아들이 나한테 이런 집을 사준거야? 엄마는 실감이 안나….”

아파트의 넓은 내부를 둘러보던 어머니가 울먹이며 말했다.

엄마의 눈은 감격에 떨리고 있다.

두 팔을 벌려 꼭 안아드렸다.

“엄마. 앞으로 내가 지금껏 못했던 아들 노릇 다 할게.”

시운은 삼생에 걸친 그 진심을 다해 말했다.

그리고 고급 세단 한 대를 아버지께 선물했다.

“여태껏 우리 먹여살리느라 일만 하며 살아오신 아버지…! 어디가서 기죽지 마시고, 이제 아들 덕 좀 보고 사세요.”.

“시운아. 아버지는 이런 좋은 차까지는 필요 없어.”

아버지는 그렇게 말했지만 시운은 웃으며 차키를 꾸욱 쥐어드렸다.

고사리같은 손아귀에 쥐어진 차키를 본 아버지는 손을 떨며 시운을 장성하게 큰 아들처럼 바라봤다. 시운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눈에 담았다.

‘이제 친척들에게 아들 자랑 많이 하시면서 기죽지 마세요. 앞으로 엄마, 아빠 인생은 내가 책임질게.’

이제 명절마다 멸시를 하던 친척들은 찍소리도 못하고 우리 부모님이 아들 자랑을 늘어놓는 소리를 죽치고 들어야 할 것이다.

지금 B급 던전을 휘젓고 다니며 획득한 돈 되는 물건들로 인해 계좌는 탄탄한 상태다.

게다가 협회장에게서 현찰 30억이라는 돈까지 선입금된 상태다.

앞으로도 협회장에게서 분할식으로 돈이 꾸준히 들어올 예정이지만.

시운은 일생에 꿈도 꾸지 못했던 돈을 쥐고 있으니 세상이 쉬워 보이면서도 허무했고, 실감이 나질 않았다.

‘이번 생은 성공했다. 이젠 그런 내 인생을 지키기 위해 움직여야 된다.’

아직 할 일은 태산이다.

멸망을 막아야 한다.

세상이 멸하면 넘치는 재물도 종이쪼가리로 변하고 만다.

아들로서 해드릴 효도를 했다는 생각에 삼생에 걸쳐 쌓여있던 울분이 개운하게 씻긴 기분이다.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아닌 세 번째 인생만에 해드린 첫 효도였다.

그리고 현계에 머무르는 동안 클럽에서 알게 된 희정과 일주일간 데이트를 즐겼다.

다른 연인들처럼 달달하고, 풋풋한 그런 데이트 말이다.

그렇게 데이트 일주일 째 되는 날.

희정과 헤어지자 귓가로 선명한 알람음이 들려왔다.

[이터널 라이프 퀘스트 ‘청춘’을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보너스 스탯을 획득하였습니다.]

[이터널 라이프 기여도를 30 달성하였습니다.]

[이터널 라이프의 총 기여도를 달성하기까지 남은 기여도는 50입니다.]

상태창을 떠올렸다.

레벨:178

근력 <379> 민첩 <226>

체력 <175> 지혜 <93> 지능 <33>

열정 28

살기 23

통솔력 12

여유 스탯: 54+30

그동안 B급 헌터던전을 모조리 공략하면서 160이던 레벨이 178까지 끌어올린 상태.

방금 퀘스트의 보상으로 보너스 스탯을 30이나 받았다.

잔여 스탯은 84.

이 스탯은 헌터에게는 어마어마한 스탯이다.

저 스탯을 골고루 분배하면 더욱 강해질 것이다.

강해진다는 기분에 벌써부터 기운이 기분 좋게 솟는다.

통송력 스탯에 48을 과감히 투자해서 통솔력 스탯을 3의 배수가 딱 맞아떨어지게 60으로 맞췄다..

지금 이 시점에서 통솔력 스탯은 투자할 가치가 충분했다.

새로 획득한 신 스킬들을 비롯해 모든 스킬들의 강도와 범위를 컨트롤 할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소환수들을 더욱 강력하게 해주며, 최대제한 소환수의 머릿수까지 늘려주기 때문이다.

체력 스탯에 5를 분배하고, 민첩에 14를 분배한 뒤에 근력에 17을 분배했다.

레벨:178

근력 <396> 민첩 <240>

체력 <180> 지혜 <93> 지능 <33>

열정 28

살기 23

통솔력 60

여유 스탯: 0

체력과 민첩 스탯의 끝자리가 0으로 깔끔하게 떨어져있다.

분배 작업은 끝났다.

‘이제 다음으로 할 일은 미끼를 던지고 기다리는 일.’

까다로운 일이 하나 남아있다.

분배를 마친 시운은 이계로 향하는 포탈을 만들어냈다.

주저없이 그 포탈로 몸을 실었다.

몸을 싣는 시운의 발걸음에는 힘이 가득 실려있었다.

나츠류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황야 위로 솟아오른 마천의 탑의 외관은 일본풍 성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저곳이다.’

그 탑을 바라보는 그의 뇌리로 이정석과 대의를 품자고 약속했던 순간과 그가 최후를 맞이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많은 감정들이 가슴으로 스쳐간다.

그런 그의 눈빛이 번뜩였다.

‘지금 이 순간 저 안에 이정석을 죽인 그놈이 있다.’

우회 프로그램을 사용해 단말기로 접속했던 헌터 커뮤니티에 작성자가 이시운이라 쓰여진 글을 보았었다.

-오늘 14시 15분. 마천의 탑 같이 사냥가실 분 모집.

그렇게 남긴 글을 보고 온 것이다.

‘은혜는 두 배로 복수는 네 배로.’

나츠류는 입술을 비집어 씹으며 탑 안으로 진입했다.

먼지가 자욱한 탑 안은 피냄새로 가득했다.

사방으로 망자의 사체가 가득하다.

주변을 살피며 걷던 나츠류의 걸음이 멈췄다.

‘…뱀?’

살모사 한 마리가 나츠류를 보더니 똬리를 틀어 머리를 꽂꽂히 세워 달려든다.

그는 역수로 쥔 단검을 그대로 찍었다.

단검에 꿰뚫린 살모사의 머리가 뭉개진다.

‘이곳에 뱀이 있을 리가 없는데.’

그가 알기로 이곳은 2천년이란 역사가 담겨진 탑이다.

그 시대에 살았던 망자들만 나타난다고 들었으며 뱀이 서식할 환경도 아니다.

의문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탑을 한층 한층 오르는 동안 볼 수 있었던 것은 잔인하게 죽은 망자의 사체들 뿐이었다.

이윽고 도달한 탑의 최상층부.

‘들린다..’

감각에 특화된 나츠류에게 인기척이 피부로 느껴졌다.

그는 비장한 얼굴로 최상부층의 끝을 향해 경보했다.

턱.

그때 나츠류의 눈빛에 살기가 짙어졌다.

적색투구를 쓴 남자의 낯익은 뒤태가 보였다.

그토록 찾았던 그놈이 분명했다.

쌍으로 쥔 단검을 치켜세우며 그대로 땅을 박찼다.

‘단숨에 찢어주마.’

쇄도하자 그놈의 뒤태가 점점 가까워졌다.

역수로 쥔 단검을 놈에게 뻗었다.

그 순간.

치칙-!

무언가 부딪히는 느낌이 들면서 동시에 몸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방금 뭐였지?’

마치 강철같이 단단한 벽 같았다.

자세를 잡고 고개를 들자 그놈 주위를 감싸던 거대한 방패가 사라졌다.

“기다리고 있었다.”

놈은 돌아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저저적-!

나츠류의 오른발 주위로 땅이 갈라졌다.

파악!

오른발을 박차고 번개같이 놈에게 쇄도했다.

차앙!

그때 검집에서 검이 뽑히는 검명이 명쾌히 들려왔다.

‘뒈져라.’

나츠류가 단검을 놈에게 뻗었다.

순간 놈의 장검이 쇄도했고 단검과 부딪혔다.

파캉!

나츠류는 놈의 목덜미를 향해 반대쪽에 든 단검을 내지른다. 놈이 귀신같이 단검을 흘려낸다. 파지직! 순간 나츠류의 얼굴에서 칼날이 찢기는 고통이 일었다.

‘바람?’

나츠류는 도법으로 사용해 뒤로 물러났다.

그는 뜨거운 느낌이 드는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문질렀다. 문지른 손에는 피가 흠뻑 베여있다.

‘바람의 성질을 다룰 줄 아는 놈이었나.’

아무래도 상관없다. 무조건 죽인다.

죽일 수 있다.

나츠류의 다리에서 번개가 발산되자 더욱 신속해졌다.

놈을 향해 단검을 민첩하게 휘둘렀다.

‘…!’

무려 열합의 공격을 놈은 가볍게 쳐냈다. 나츠류는 왼손에 쥔 단검을 던졌다. 놈이 허리를 틀어 피해냈다. 날아간 단검이 꽂힌 벽이 그대로 터졌다. 나츠류는 중심을 낮춰 놈의 하체를 향해 단검을 휘저었다.

타앙! 탕!

놈이 단검을 모두 쳐낸다.

순간 놈의 빈틈이 보였다. 나츠류는 왼손으로 장을 만들어 놈의 어깨를 향해 날렸다.

퍼엉!

발산한 장이 터지는 굉음이 들렸다.

‘제안분신법.’

순간 생겨난 나츠류의 신형 세 개가 놈과의 거리를 단숨에 좁히고 단검을 내지른다.

‘세 명의 공격도 막아낼 수 있나 보자.’

여유롭게 지켜보던 나츠류의 눈이 순간 뜨였다.

‘다 막아내고 있다니!’

놈은 세 명의 분신이 여러 궤적으로 찔러대는 여섯 개의 단검을 모조리 검 하나로 받아내고 있다.

나츠류의 시선이 놈의 이마로 향했다.

놈의 이마에는 살점을 비집고 뜨여있는 눈이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저 눈으로 내 분신들을 모조리 꿰뚫고 있는거다..’

그때였다.

살점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분신의 분리된 머리가 허공에 떠올랐다. 남은 분신 하나가 양손에 단검을 동시에 뻗었다.

놈은 검으로 그것을 받아낸다. 순간 멈춰있는 놈에게 빈틈이 보인다. 남은 분신 하나가 벽을 박차고 몸을 회전시켜 궤도를 바꿔 쇄도한다. 퍼억! 놈은 그 상태서 발을 움직이자 하강하던 분신이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그 모습을 본 나츠류는 느꼈다.

‘저 놈 그때와는 다르다..’

자신보다 전력이 한참 낮을 거라 생각한 것이 오산이었다.

나츠류는 단전의 힘을 모조리 끌어올렸다. 그의 전신에 검은 핏줄이 솟아났다.

“언제까지 놀아줘야 되냐?”

이시운. 저놈이 남은 분신의 복부에 쑤신 검을 빼내며 말했다.

나츠류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죽인다.. 파훼멸살법.’

그 순간이었다.

나츠류가 있던 땅에서 솟아나온 검기가 땅을 가르며 시운에게 쇄도한다.

파카카캉! 탑 전체가 뒤틀릴 정도의 지진이 일었다.

놈은 검으로 검기를 쳐내 막아내려 했지만 버티지 못하고 뒤로 나뒹굴었다. 주위 벽과 천장은 요동치며 부숴졌다.

“내 동료를 죽인 댓가다. 죽어라.”

순식간에 천장으로 이동한 나츠류는 손아귀에 쥔 파장을 시운의 얼굴을 향해 내리찍었다.

그 순간!

“…!”

얼굴이 일그러진 것은 나츠류였다..

나츠류의 찢겨진 도복 사이로 피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그의 손은 표적이 사라진 빈땅에 깊숙히 박혀있을 뿐이다.

‘방금도 바람이었다.’

박힌 손을 빼어내고 뒤를 돌아봤다.

놈이 없다. 사방에도 없다.

‘분명 발걸음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는데?’

긴장한 얼굴로 성급히 주위를 둘러보고 있던 그때였다.

“어딜 훑는거냐? 여기다.”

나츠류는 순간 고개를 꺾어 위를 바라봤다.

놈은 박쥐처럼 천장에 발을 붙이고 거꾸로 매달려 내려다보고 있다.

“그것도 능력인가?”

묻는 나츠류는 순간 시운의 주위로 바람이 일고 있단 것을 느꼈다.

“설마 바람을 이용해서 매달린 거냐?”

“맞다, 새끼야.”

검을 겨눈 시운의 신형이 그대로 나츠류에게 떨어졌다. 나츠류는 두 손아귀로 장을 일으켜 검을 향해 뻗는다.

“커억!”

나츠류의 입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뒤에서 먼가가 날 찔렀다.’

시운의 검을 양손으로 잡은 나츠류의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그의 눈으로 사자갈퀴를 덮어쓴 남자의 눈과 마주쳤다.

사자갈퀴가 뻗은 창은 나츠류의 복부를 꿰뚫은 상태였다.

“…다른 기척은 분명 느껴지지 않았는데.”

나츠류의 감지 능력은 A급 이상이다.

분명 그의 감지 레이더에는 이시운 외에는 잡히는 것이 없었다.

“내가 불러낸 거다.”

그 의문을 풀어주듯 시운이 말했다.

나츠류는 고통스런 얼굴로 시운을 바라봤다.

검을 거둔 그는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다.

‘저 놈은 얼마 전에 봤던 그놈이 아니다….’

푸슉!

사자갈퀴가 창을 뽑아내자 나츠류는 바닥에 늘어졌다.

그에게서 흘러나온 피가 땅 주변으로 퍼졌다.

그때 나츠류의 한쪽 눈이 치켜떠졌다.

뒤이어 생겨난 두 개의 신형이 감정 없는 눈으로 나츠류를 보고 있다. 그것을 보자 등골이 오싹하게 서렸다.

“…그땐 힘을 숨겼던 것인가?”

나츠류는 그들을 훑으며 힘겹게 물었다.

“엄연히 말하면 강해진 거지.”

“어떻게 그 단기간에 이렇게 강해질 수 있는거냐. 네 놈은 분명 나보다 한참은 약한 놈이었는데….”

“시끄럽고.”

시운은 뱀 형태의 완드를 든 여성을 바라봤다.

“이 녀석 움직이지 못하게 좀 묶어.”

여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나츠류는 차가운 가죽같은 것이 닿아 전신을 휘감는 것을 느꼈다.

‘…뱀?’

거대한 아나콘다가 꾸불꾸불 움직여 그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렇다면 아까 탑에서 보았던 그것도 이것이었나.’

그의 머릿속으로 탑에서 보았던 살모사가 떠올랐다.

나츠류는 감지 능력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시운의 곁에서 서있는 세 명은 분신도, 일반적인 소환수도 아니란 것을.

그때였다.

검은 투구로 얼굴을 덮어쓴 남자가 나츠류를 향해 걸어와 거검을 들어올렸다.

“야, 야! 데스나이트! 죽이면 안 된다고.”

시운의 외침에 남자는 시운을 슬쩍 보더니 거검을 거두고 물러났다.

“넌 살인본능인지 다혈질인지 여튼 그 성깔 좀 죽여라.”

시운이 남자에게 꾸짖자 남자는 풀이 죽은 듯 고개를 떨군다.

그 광경을 본 나츠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믿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저런 놈이 F급 헌터라니….’

그때 시운이 걸어와 나츠류를 내려다봤다.

“잘 들어라. 널 놔주진 않을거다.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세 가지라는 그 이유가 뭐냐?.”

“친절하게 알려주지. 일단 첫 번째. 널 풀어주면 피곤하게 또 나를 죽이러 올 것이니까. 두 번째. 널 숨이 붙어있는 채로 데려가야 할 곳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이유는….”

시운은 무릎을 숙여 나츠류와 눈높이를 맞춘 뒤 입꼬리를 올려 차갑게 웃었다.

“난 원래 쪽바리들은 극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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