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3회차-173화 (173/278)

제 173화

지옥의 신 하데스 (2)

수백의 귀들이 시운의 명령이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다.

“아직이다.. 기다려라.”

말한 시운은 상태창을 생성했다.

<잔여 150 스탯:>

몇 개월간 폭풍같이 던전을 누비며 모아둔 스탯이었다.

모조리 통솔력 스탯에 때려박았다.

[통솔력 스탯에 150을 분배합니다.]

[통솔력 스탯의 증가로 소환된 아군의 개체들의 힘이 강해집니다.]

그때 헤라클레스의 외형이 변하면서 그의 눈에 힘이 실렸다.

[헤라클레스가 인간의 신 헤라클레스로 진화합니다.]

메두사의 머릿결에 이글거리던 뱀들이 더욱 커졌다.

[메두사가 석화의 메두사로 진화합니다.]

데스나이트의 마갑에 문양이 생겨났고, 그가 쥔 마혈도의 외형에서 붉은 기운이 타올랐다.

[데스나이트왕이 파멸의 군주 데스나이트로 진화합니다.]

[통솔력 스탯 증가로 인해 소환된 개체들의 충성심이 강해집니다.]

“왕이시여! 당신을 위해 죽겠습니다!”

[망자들의 힘이 강해집니다.]

뒤이어 검은 몸이던 망자들의 육신에 살이 돋아나 인간의 신체를 이루었다.

[통솔력 증가로 인해 스킬 윈드니스의 파괴력이 강해집니다.]

[통솔력 증가로 인해 스킬 군왕의 방패가 더욱 단단해집니다.]

무엇이든 압도할 수 있는 힘을 얻은 느낌이다!

시운은 하데스를 향해 검의 날을 뻗었다.

“다들 제대로 저 새끼 한 번 잡아보자!!!!!”

쿠쿠쿠쿠쿵!

“왕의 명을 받듭니다!”

수백의 망자들이 하데스를 향해 떼로 달려들었다. 엄청난 진동과 먼지가 자욱하도록 강렬하게 그곳을 뒤덮는다!

* *

하데스의 안광이 점점 흐려졌다.

그의 시야로 한 인간이 들어오고 있었다. 인간!

인간 주제에 신인 내게 덤비고 있다. 그런데 인간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강하다.

하등하고 나약한 인간 따위가!

숨이 점점 벅차오른다.

비록 제우스에게 패하고 명계로 떨어져 이곳을 다스리게 되었지만 인간 따위에게 이토록 고전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파파파파팟!

칼날같은 바람이 파고든다. 또 저 바람이다.

파아앙!

육신을 감싸던 방패 하나로 막아냈다. 하지만 그 충격은 내장이 뒤틀릴 정도다.

‘이...내가 저런 핏덩어리 인간 놈에게...!’

방금 그 충격은 제우스의 번개창을 맞을 때만큼은 아니여도 그와 필적한 통증을 선사했다.

좌측에서 헤라클레스의 창이 쇄도한다.

파아앙!

창을 주먹으로 쳐냈지만 깊은 생채기가 날 정도로 묵직하다.

“이름값은 하는구나? 신이라는 이름값 말이야.”

이름값을 한다고?

저 빌어먹을 인간놈이 저렇게 말한다.

부우웅!

하데스의 몸이 움직이자 열명의 망자들의 몸이 터져 내장이 튀어올랐다.

그러나…… 점점 힘이 떨어지고 있다.

[죽음의 신인 내게 감히 대적하며 주둥이를 그렇게 놀리다니.]

내공을 담은 육성으로 전했지만 저 인간놈은 그대로 날 바라본다.

태생의 신들의 벌레로 태어난 인간이 감히!

어느새 하데스를 둘러싸며 보호하던 다섯의 방패 중 네 개가 파괴되고 하나의 방패만 작동하는 상태다.

이 방패로 군대를 끌고 온 저 놈의 공격들을 모조리 막아내고 있다.

[.... 정말 날 이겨먹을 생각인가?]

“이기는 게 아니라 죽일 생각인데?”

가소롭게 말을 뱉고는 인간놈이 날아들었다. 그 속도는 하데스가 알고 있는 최강의 천사 가브리엘과 필적할 정도였다.

파아아앙!

인간놈의 검과 하데스의 주먹이 맞부딪혔다!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 것이지?’

그 검을 받아낸 팔이 찢어질 듯 뻐근하다. 힘 또한 신과 필적한 놈이다.

슈우웅!

하데스의 방패가 인간에게 쇄도했다.

그 방패를 피해낸 인간놈은 어느새 좌측 상공에서 날 향해 하강하고 있다. 빈땅에 처박힌 방패를 빼어내며 날아드는 검을 손으로 잡았다.

‘...이놈은 힘과 속도만 빠른게 아니다. 눈까지 신과 필적할 정도다.’

하데스의 뇌리로 두 명의 얼굴이 스쳐갔다.

제우스와 헌터라던 인간 하나.

제우스에게는 패했고.

그 헌터란 놈에게는 평생 고통을 겪을 만큼의 내상을 입었었다.

이번이 세 번째란 말인가...

명색의 저승의 신인 내가 이런 수모를 세 번째 겪는단 말인가!

꺼져가는 하데스의 안광에서 마지막 살기가 피어올랐다.

‘이것까지 부르게 만들 줄이야..’

[지옥의 신의 권능을 사용합니다.]

[파멸의 힘을 만들어냅니다.]

[수호신 스핑크스를 소환합니다.]

[…인간아. 넌 여기서 절대 살아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 *

‘저건..’

시운 앞을 가로막은 거대한 것은 스핑크스였다.

스핑크스.

고대 오리엔트 신화에 나오는 괴물.

저 신화 속에 나오는 괴물을 실제로 마주하게 되다니.

인간의 머리에 사자의 동체를 하고 있는 거대한 스핑크스는 감정없는 두 눈으로 시운을 응시했다.

무려 여섯 시간동안 하데스와 접전을 벌였다.

신답게 타 보스몬스터와는 차원이 달랐다.

‘체력이 얼마 남질 않았어..’

좌측에서 굉음이 쏟아지고 있다. 메두사와 헤라, 데스나이트가 하데스와 맞서고 있었다.

“시간을 좀 벌어줘!”

그들에게 말하던 찰나.

스핑크스의 앞발이 떨어졌다.

시야가 깨지는 느낌이 들었다.

‘군왕의 방패.’

파아앙!

소환된 두터운 방패가 스핑크스의 후속타를 막아내고 스핑크스를 튕겨냈다.

‘쿨타임 때문에 이제 군왕의 방패를 사용할 수가 없다.’

아직 남아있는 비장의 그것이 있다. 드디어 사용할 때가 온 건가?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 것에 자신도 놀랐던 것일까?

스핑크스가 잠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시운을 바라본다.

그때 시운의 시야로 검은 소매로 뻗어나온 사람의 손이 보였다.

“왕이시여.. 힘을 보태겠습니다.”

망자였다. 망자의 손에 청색 구체가 피어나 시운의 몸을 감쌌다.

[체력을 회복합니다.]

[스태미너를 회복합니다.]

“넌 힐러구나..”

망자치고 굉장히 쓸모가 있다.

“조심하십시오..왕이시여. 스핑크스의 몸은 신조차도 뚫을 수 없을 정도로 두텁다고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최초가 되겠네?”

시운의 물음에 망자가 시운을 의아하게 바라본다.

“저 사자인지 인간인지 혼종새끼를 최초로 토막낸 사람이 내가 되는 거 말이야.”

시운은 곧바로 속으로 되뇌였다.

‘신안.’

바람의 군왕으로 전직하고 얻은 스킬. 그 스킬을 사용한 것이다.

[스킬 신안을 발동합니다.]

[두 개의 시신경을 한 곳으로 모아 인간을 넘어서 신의 영역에 달하는 눈을 발휘합니다.]

[신안은 신들의 움직임을 통찰할 수 있습니다.]

[지속시간은 십 분입니다.]

순간!

시운의 망막으로 적색 선들이 휘날리는 것이 보였다.

‘저 선이 공격 루트다!’

역시였다. 적색 선 방향을 정확히 따라 스핑크스의 공격이 이어졌다.

쾅쾅쾅쾅!

육중한 스핑크스의 발은 명계의 빈땅을 요란하게 쑤셔댔다.

‘..다 보인다!’

스핑크스의 틈으로 파고든 시운은 아클레우스 소드를 미친 듯이 휘저었다.

타타타타탕!

신안으로 스핑크스의 공격들을 모조리 흘려내며 계속해서 검질을 가하자 스핑크스의 몸에 흠이 생기기 시작했다.

쿠오오오오!

스핑크스의 입에서 괴성이 쏟아져나왔다.

분노를 담은 괴성인가?

그때였다.

[수호신의 괴성으로 인해 청각이 마비됩니다.]

[수호신의 괴성으로 인해 시각이 마비됩니다.]

[신안의 발동이 무효화됩니다.]

순간 암전된 것처럼 시야가 잡히질 않았고, 아무 소리도 들려오질 않았다.

“좆까!!!! 맹인의 감각!”

[신체의 모든 감각이 깨어납니다.]

[신안이 다시 발동됩니다.]

스핑크스의 앞발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 보였다.

‘윈드니스 수치 10.’

[윈드니스의 최고수 힘을 발휘합니다.]

파파파파팟!

휘몰아치는 폭풍은 스핑크스의 턱을 향해 쏟아졌다.

둔탁한 육중음과 함께 스핑크스의 고개가 위로 들려졌다.

‘이 눈으로 보인다..’

스핑크스의 턱 밑으로 검고 둥그런 것이 보였다. 저것이 코어일 것이다!

콰악! 검을 그대로 쑤셔넣자 검신의 반이 스핑크스의 머리 안으로 박혔다.

스핑크스가 괴성을 지르며 몸을 떨었다.

그리고 스핑크스의 안광이 점점 흐려지며 눈꺼풀이 닫히기 시작했다.

“이제 그것을 사용해볼까?”

생존 서바이벌 때 얻어서 묵혀둔 그 귀중한 스킬 카드!

[특성 카드 ‘넌 내것이었어야 해’를 사용합니다.]

[카드가 지정된 대상을 정하는 중입니다.]

[대상은 수호신 스핑크스입니다.]

쿠오오오오!

죽어가던 스핑크스의 눈꺼풀이 다시 열렸다. 놈이 막대한 통증을 느끼는지 몸을 마구 흔들며 괴로워 하는 듯 하다.

그때였다.

[넌 내것이었어야 해를 발동합니다!]

슈슈슝!

카드 속에서 뻗어나간 구체들이 연쇄되어 스핑크스의 몸을 뒤덮었다.

그리고.

[수호신 스핑크스를 포획합니다.]

[카드 특성상 포획한 물체는 태초의 모습으로 변하게 됩니다.]

자잘한 빛이 번쩍이며 시야를 두드렸다.

감았던 눈꺼풀을 들어올렸을 때.

손아귀에 사자문양이 그려진 창이 들려있었다.

[장비의 정보를 확인합니다.]

[수호신의 격창] [레전더리]

천계의 수호신이 다루던 창.

[효과 스킬]

신들과의 교감: 수호신의 격창을 소지한 자에게 굴복한 신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신의 노래: 자신에게 굴복한 신들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굴복의 권능: 굴복하게 한 신의 능력 단 한가지를 빼앗아 계승합니다.

‘....엄청나긴 한데 이 새끼 태초의 모습이 창이였던 거야?’

처음으로 획득해보는 레전더리급 장비였다.

그러나 뜸을 들일 시간은 없다.

하데스!

저 놈을 죽여야 하니까.

.

.

.

[……으어어억.]

늘어진 하데스의 비명이 이어졌다.

콰앙!

건물만한 하데스의 몸채가 쓰러졌다.

하데스는 억지로 눈을 비집어 뜨며 시운을 노려봤다.

인간에게 신의 고통소리를 들려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수치감을 심어주겠지.

“하아... 총 아홉 시간이나 걸렸구나.”

시운이 하데스를 내려다봤다.

감히 인간이 신을 내려다본다는 것이 죽음보다 더한 수치감을 하데스에게 선사했지만,

더이상 움직일 여력은 없다.

[.....네 놈의 이름이 무엇이냐.]

죽기 전에 날 죽인 놈 이름이나 알자 이건가? 이름을 물어본다.

“바람의 군왕.”

저 악독한 놈에게 이름을 알려주면 좋을 것이 없기에 클래스 이름으로 답했다.

[..왕? 바람의 군왕이라는 놈이구나. 이제 되었다.. 알았으니 그만 끝내거라.]

신들은 무엇보다 명예를 중시하고 약속을 중시한다.

살려달라고 할 바에 죽이라고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했다.

“죽일 생각은 없고.”

시운이 고개를 숙여 쓰러진 하데스와 시선을 마주쳤다.

“쓸데없는 존심 부리지 말고 나에게 굴복해라.”

[내가 굴복할 것 같으냐?]

암. 그렇단 말이지?

예상했던 대답이다.

그렇다면 머리를 쓸 수 밖에.

“너 제우스 존나 싫어하지?”

[…이 노오오오옴이..!]

그 이름을 꺼내자 하데스가 단전을 쥐어짜 이를 간다.

역사로 알려진 내용은 하데스는 제우스를 증오할 수 밖에 없다. 제우스에 의해 이곳에 갇혀 사는 신세니까.

“나한테 굴복하면 네게 좋은 일이 생길거야.”

[쓸데없이 주둥이를 흔들지 말고 끝내라고 하였다.]

“야야. 나한테 굴복하면 네 소원을 들어줄게.”

시운의 꼬드김에 관심없다는 듯 하데스는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증오를 담은 눈으로 쳐다볼 뿐.

그때 시운의 그 말에 하데스의 눈이 번뜩 뜨였다.

“나한테 굴복하면 네가 그토록 증오하는 제우스에게 네가 복수하도록 힘 좀 써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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