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1화
S급 헌터의 탄생
베이징 한복판에서 떠오른 게이트.
그것을 열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생명체로 인해 베이징 한복판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24시간.
그 시간만에 베이징을 포함 그 주변 도시까지 피해는 번졌고, 추정 사망자수만 300만명이 달하는 상태였다.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괴생물체는 한곳에 머무르지 않았고 계속해서 진군하듯 움직였다.
지대공 미사일, 공대지 미사일부터 탱크, 총기 등등의 현대식 무기는 통하지 않았다.
괴생물체의 육신으로 뿜어지는 베리어는 반경 1키로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소음조차 없이 삼켰다.
세계협회도 난리가 났고,
한국협회에도 비상이 걸렸다.
각종 언론의 보도들이 빗발쳤고,
48시간 후.
천만명에 달하는 중국인들이 죽어갔다.
언론, 뉴스, 유튜브부터 각종 커뮤니티까지 모두 그것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중국 이제 멸망하는 거냐?
-와..저게 뭐냐. 이제 우리 죽는건가?
-지구 종말?
-군대로도 통제가 안 된대.
-헌터들! 헌터들은 뭐하고 있나요?
-헌터들이 힘이 되겠어요? 현계에서는 힘이 제한적인데?
시운은 티비 속에 시선을 박고 있었다.
-김정기 기자! 중국 베이징에 나타난 생물체가 계속해서 이동 중이란 건가요?
사색이 된 아나운서의 물음에.
-그런 것으로 파악됩니다. 현재 추정 사망자 수만 천만명입니다. 생물체를 둘러싼 원형의 막 같은 것에 미사일이 집어 삼켜지고 있습니다!
“...대체 저게 뭐냐.”
괴생물체의 모습이 송출되고 있다.
정말 기이하게 생긴 것이었다.
다리는 수십 개는 돼보이는데 마치 외계인 같은 생김새를 하고 있다.
참고로 헌터들은 힘을 발휘할 수가 없다.
시운은 마른침을 삼키며 고민에 빠졌다.
현재 현계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헌터는 나뿐이다. S급 이상 각성한 헌터들은 현계에서도 초월능력을 다룰 수 있지만 그들의 일부 힘은 현계에서는 제한되어 있다.
저 괴생물체가 만약 지금 대한민국에 떨어졌다면 시운은 곧바로 움직였을테지만.
시운이 지금 중국으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서 저 괴생물체를 막는다면?
시운만이 가진 힘이 전세계에 노출되는 셈이다.
김유빈을 포함한 그림자들의 타겟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예상했던 날짜와 다르잖아. 이제 어쩔거야?”
유석이 걱정스레 물어왔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혹여나 저 중국으로 날아가서 저 괴생물체와 마주한다고 해도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그러던 그 순간.
[이터널 라이프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뭐?
시운은 유석의 눈을 피해 방안으로 들어가 이터널 라이프 퀘스트창을 확인해보았다.
[이터널 라이프][연계 퀘스트]
자신의 나라만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움직여라.
완료 조건: 10일간 한국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죽치고 기다리란 말이야?
마치 시운에게 메시지라도 주듯 이터널 라이프 퀘스트의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저 괴생물체는 계속해서 이동하고 있다.
아마 저것이 북한쪽으로 넘어온다면 결국 대한민국까지 내려올 것이다.
이터널 라이프의 퀘스트의 기여도는 이제 몇 안 남은 상태.
이것을 모두 완료해야 한다.
모두 완료한다면 카인에게 대항할 새로운 힘을 얻을지도 모른다.
‘아.. 근데 오늘 날짜가?’
날짜를 확인했다.
바로 그 일이 있기 두달 전이다.
그 일이라는 것은 코로나 감염사태.
시운의 1회차와 2회차 인생에서도 동일한 일이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것은 중국의 우한이란 곳에서 시작되어 전세계에 퍼져 수많은 생명을 거둬가고, 최초 경제공황 사태를 발발하게 했다.
그 일은 그럼 일어나지 않게 되는 건가?
그건 그렇고 이젠 더욱 강해져야 한다.
미루고 미뤄왔던 그 힘을 얻어야겠다.
* *
한국헌터협회 본사.
협회는 지금 비상사태로 난리가 난 상황이다.
건물 안 모든 협회 직원들이 경직된 얼굴로 바삐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다.
시운은 그들을 비켜가며 한 곳에 도착했다.
-헌터승급심사실.
“이시운 씨?”
“네.”
심사단 전원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시운에게 시선을 주었다.
‘되게 어리네.’
‘지금 중국이 망한다고 난리인데 이런 상황에 승급심사를 본다고?’
탁탁!
그 중 심사관의 리더로 보이는 박재현이 서류뭉텅이를 테이블에 치며 물었다.
“F급인데 S급까지 한 번에 승격하려고 심사를 보러 왔다고요?”
“그렇습니다.”
박재현은 물어놓고도 믿기지가 않아서 다시금 물었다.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싶지만.
헌터법에 의거하면 F급에서 S급으로 승격하는 심사들을 그 날 하루만에 다 볼 수는 있게 되어있다.
문제는 그런 인간도 없었고, 그럴 엄두를 내는 머저리가 없었단 것이다.
엄격한 심사를 위해서 천장에 설치된 카메라가 회전해 시운 쪽으로 머리를 향했다.
심사관 하나가 일어나서 심사관들 사이로 무언가를 덮어놓은 덮개를 열었다.
그러자 청록빛이 감도는 원형 구슬이 빛을 발하였다.
저것은 바로 헌터들의 능력을 감정하는 도구인 슬레이터다.
그 옆에는 헌터를 다른 장소로 이동하게 해주는 크레이어가 있다.
“..그쪽 F급에서 합격하면 바로 D급으로 바로 승급할 수 있는 증표를 가지고 있네요?”
“제 목표는 S랭크입니다.”
그 말에 여성 심사관이 정색을 했다.
“저기 혹시 술 먹은 상태 아니죠?”
“술을 먹고 승급심사를 보러 오겠습니까?”
“음…. 심사를 보다가 사망하여도 저희는 책임이 없다는 사항은 읽어보고 오셨고?”
“물론이죠.”
“허허….”
심사관들 대부분이 탐탁치 않단 표정이다. 이 시험들을 오늘 하루만에 다 치룬다고 한다니.
그것은 사실 문제는 아니었다.
정확한 문제는 저 F랭크 헌터가 무리한 승급심사를 치르다 죽을 수도 있단느 것.
그 속에서 재현의 눈이 빛났다.
‘이시운. 저 친구를 알아. 협회장과 자주 만나는 사이이고.. 헌터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좀 난 친구로 알고 있는데?’
그때였다.
사방의 공기가 달라지는 느낌과 함께 크레이어가 작동해 시운을 비추기 시작했다.
“특별히 다른 할 말이 있나요?”
심사관이 물었다.
시운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
.
.
“아아….”
여성 심사관의 입에서 나오는 경악이 담긴 소리였다.
정확히 한 시간.
한 시간 만에 심사관들의 표정은 모두 그 전과는 다르게 바뀌어 있었다.
크레이어가 안내한 던전. 그 네 개의 던전들을 모조리 처리하고 돌아온 이시운을 보고서 말이다.
“괘, 괜찮아요?”
재현이 물었다.
“딱히 다친 곳은 없습니다. 생각보다 별 거 없더군요.”
심사관의 눈들이 이시운의 전신을 훑었다.
이시운의 몸은 생채기 하나 없는 듯 했다.
“잠깐만. 이거 편법이라도 쓴 건 아니죠?”
심사관이 시운에게 물었다.
물으면서도 그는 그 물음이 실언이었다는 걸 알았는지.
“아, 미안합니다. 그럴 수가 없지, 참.”
이렇게 수습하며 말했다.
크레이어는 절대 오작동을 일으킬 물건이 아니다.
하물며.
이시운의 손에 들린 네 개의 구슬은 각각의 던전들을 모조리 깨부숴야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분명했다.
“이게 대체 말이나 되나? 한 시간 지났는데...”
심사관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김재현은 특히나 이시운을 보며 소름이 끼쳤다.
시운이 헌터로 데뷔한 기간은 정말 일년 남짓이다.
그 시간 안에 강해진다고 해봐야 한계가 있을 것인데.
이시운이 해결한 던전들은 절대 쉬운 던전들이 아니었다.
수많은 헌터들이 도전했다가 시페가 되어 던전에 파묻힌 횟수가 허다하다.
“믿기지가 않네.. 이거 진행을 더 해야하나?”
심사관으로 근무한 지 십 년. 그 짬밥을 먹은 재현도 믿기지가 않는다는 듯이 독백했다.
“이제 S급 심사 하셔야죠.”
이시운이 당당히 말했다.
그의 말에 심사관 모두가 입을 다물고 서로를 바라보며 눈치를 보았다.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는 눈치들이다.
마지막 관문인 S급 심사가 남았다. 이 심사마저 통과한다면…… 정말 역사 최초로 F급에서 S급으로 하루만에 승급한 헌터가 탄생하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
‘진짜... 가능할까?’
김재현이 의문을 가졌다.
S급 헌터는 A급 헌터와 차원이 다르다.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S급 헌터는 다섯 명 뿐이다.
그들은 A급 헌터와는 완전히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S급에 도달한 자들이다.
“측정하시죠.”
시운이 긴장감은 하나도 없다는 듯 말했다.
그의 패기에 심사관들이 놀라 헛웃음을 지었고,
그 중앙에 있던 슬레이터가 빛을 뿜으며 작동하기 시작했다.
.
.
.
[정확한 측정이 불가합니다!]
“…뭐?”
“방금 들으셨어요? 위원님?”
슬레이터는 인공지능으로 헌터의 마나 및 전력을 측정한다.
그런 슬레이터가 측정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감정없이 내뱉음에 심사관들이 모두 뜨악했다.
“이거 왜 이래?”
“측정이 불가능하다니…. 오작동인가!”
오작동이 있을 수가 없다.
그걸 알면서도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그러던 그때였다.
[정확한 능력 측정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헌터 이시운 님의 최소의 측정수치는 S급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최대수치는 판정이 불가합니다.]
[최종 능력 감정 결과는 합격입니다.]
“…뭐?!”
재현의 눈이 커졌다.
결과는 합격이 떠버렸다.
최소 수치가 S급 이상이고 최대수치를 판정할 수 없다니?
이런 일은 협회가 생겨난 이후로 단 한 번도 없었다.
슬레이터는 오작동을 일으킬 수 없는 구슬이며 인공지능이지만, 아주 엄격하다는 것을 심사관들은 잘 알고 있기에 당황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자네 시력이 13.0에 헌터시험 만점 출신에 생존 서바이벌 우승 출신 맞아?”
놀라 시운의 신상서류를 다시 보던 심사관 하나가 반말로 물어왔다.
“맞습니다.”
“엄청난 커리어네…. 역대급인데?”
여 심사관이 안경을 매만지며 고개를 빼고 물었다.
“자, 자네는…… 지금 이 상황이 안 놀라워?”
“예상하고 왔습니다. 이제 모두 끝난거죠? 수고하셨습니다.”
시운의 말에 심사관들 모두가 벙찐 얼굴이었다.
김재현은 이시운을 한참을 바라봤다.
‘승급심사가 애들 장난도 아니고... 하루만에 이게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놀란 심사관들이 말을 잇지 못하고 있지만 시운은 그런 심사관들을 태연히 훑어보고 있다.
몇 분간 무거운 정적이 흘러갔다.
“이제 전 S급 헌터로 등록이 되는 거죠?”
시운이 정적을 깼다.
“그렇습니다….”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데... 일단 말씀은 드릴게요. 대한민국 여섯 번째 S랭크 헌터가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추, 축하드립니다.”
심사관들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축하를 전했다.
동시에 심사관들은 앞에 있는 청년이 이젠 F급 헌터가 아닌 S급 헌터라는 것을 실감하고 태도를 바꿨다.
시운은 그들을 여유롭게 바라보며 고개를 꾸벅 숙인다.
재현이 물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어났구만. 저.. 헌터님! 그러면 신상 보호요청은 하실 생각입니까.”
신상 보호요청.
S랭크로 기재된 헌터들의 신상을 협회 측에서 보호해주는 것을 뜻한다.
“아니요. 그건 필요 없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이로서 오늘은 단 하루만에 장난같이도 대한민국 여섯 번째 S랭크 헌터가 탄생한 날이 되었다.
* *
헌터 커뮤니티는 물론 협회, 그리고 모든 길드가 난리가 났다.
바로.
단 하루만에 F급에서 S급으로 승격한 이시운. 그의 랭크가 등록된 정보를 보고 말이다.
막강한 자원인 S랭크 헌터가 탄생했다는 것.
대한민국엔 경사 같은 일이었다.
[대한민국에서 5년만에 S급 헌터가 탄생!]
대한민국의 경제까지 움직일 일이다.
중국이 대재앙을 맞아 세계혼란이 일어났음에도, 이시운으로 인해 한국 전체가 떠들썩해지기 시작한 바로 그 시각.
서울역으로 향하고 있던 강혜령은 걸음을 멈추고 스크린에 눈을 뒀다.
“뭐, 뭐야? 이, 이시운?”
그녀의 입이 벌어졌다.
그녀의 눈으로 들어온 서울역의 대형 스크린 속에는.
[대한민국의 여섯 번째 S랭크 헌터 탄생!]
이시운의 얼굴과 S급 헌터가 탄생했다는 활자가 생생히 떠오르고 있었으니까.
혜령의 등줄기에 서늘한 땀줄기가 흘렀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