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3회차-182화 (182/278)

제 182화

사이비 교주의 반지 (1)

대형스크린으로 비춰지는 그 녀석의 얼굴을 많은 인파들이 눈을 두고 있다.

“저 사람.. 하루만에 F에서 S급이 되었대.”

“그게 말이 돼?”

“그것보다 얼굴에 눈이 가. 진짜 차은우 뺨친다….”

“…이야. 저렇게 어린 친구가 우리나라 S급 헌터가 됐다니. 저 친구 어머니는 참.. 복 받았네.”

술렁이고 있는 사람들.

대형스크린으로 고개를 고정하던 헤령의 눈이 황망해졌다.

이시운. 니가 S급이 됐다고?

믿기지가 않았다. 그 짧은 기간만에 S랭크가 됐다는 것은 미친 소리지만 저 자식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이 드니 더 짜증나고.

강혜령은 최고. 엘리트 소리를 들으며 자라오며 살았다.

그런 그녀가 죽어라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는 남자가 저 녀석이다.

그리고.

괴리감과 질투란 감정이 휘몰아쳤지만 또다른 감정 하나도 뒤섞여있다.

대형스크린으로 떠오른 시운은 이제 연예인처럼 느껴졌다. 더 이상 친숙한 녀석의 얼굴처럼 느껴지질 않는다.

“씨발.”

알 수 없는 감정에 입에서 격한 말이 나왔다.

이제는 다가갈 수조차 없는 벽이 생겨버린거야?

입술을 질끈 씹었다.

터벅터벅.

더 걸어가자 서울역 광장이 눈에 들어왔다.

주위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중국 이야기와 이시운에 대한 주제로 하나같이 떠들고 있다.

“후.”

속이 답답해지고 머리가 아프다.

남자에 대한 트라우마를 잊게 해준 유일한 녀석이 하필이면 너무나 잘난 놈이다.

난 안 되는 걸까?

이런 감정이 솟아오를 때는 그것이 최고다.

담배.

독하게 피우던 담배에 손을 끊은지 몇 년이 지났지만. 지금 이 답답함을 날려줄 방법은 그것밖에 없단 생각이 든다.

편의점에서 담배 하나를 구입해서 밖으로 나왔다.

혜령은 미간을 찡그리며 담배 한모금을 깊게 빨아들였다.

“…….”

니코틴이 흉부 깊숙이 파고드는 느낌이 들었다. 몇 년만에 피는 담배인데도 신기하게 기침 한 번 나오질 않는다.

니코틴이 들어가자 답답하던 숨이 좀 트이는 느낌이 들고 전신이 이완된 느낌이 든다.

핸드폰을 들고 그 녀석의 기사를 열어봤다.

[화두에 오른 새로운 S랭크 헌터! 알고 보니…… 헌터자격시험 만점 출신?]

담배를 입에 물며 그 기사를 읽어내려간다.

그리고 후.

날숨으로 뱉은 니코틴의 연기가 공중으로 번진다. 연기를 뱉을 때 혜령의 얼굴은 살짝 일그러진다.

“와.. 골반 봐. 죽이는데?”

옆에서 담배를 피고 있던 무리 중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야. 얼굴도 존나 예뻐. 그리고 가슴 봐봐. 최소 D다. 저건, 진짜.”

“번호 한 번 따볼까?”

“침 넘어간다. 야, 야. 내가 딸래. 내가 픽했다.”

뒤에서 들려오는 시덥잖은 소리에 혜령의 얼굴은 더욱 찡그려졌다.

마치 벌레가 몸을 훑고 지나가는 더러운 기분이다.

“저기, 죄송한데요.”

“죄송하면 꺼져.”

“…예?”

“꺼지라고. 죄송하면, 병신아.”

혜령은 다가온 남자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말했다.

그녀의 포스에 당황한 남자가 머뭇거리자 뒤에 있던 남자 일행이 킥킥 거리며 웃는다.

다가온 남자는 눈을 껌벅였지만 이대로 포기하긴 아쉬웠는지 말을 더 붙인다.

“멀리서 봤는데 진짜 너무 제 스타일이셔가지고…….”

“처맞을래?”

“실례했습니다.”

남자는 말을 더 붙일 생각은 단숨에 접었다는 듯 곧바로 돌아서서 가버렸다.

벌레같은 새끼들.

화아악. 혜령은 필터까지 담배를 쭉 빨아당겼다. 그녀의 볼살이 음푹 패일 정도로.

툭! 바닥에 꽁초를 버리고 구두굽으로 꽁초를 찍고 비볐다.

[잠시 후. 부산행으로 향하는 KTX 열차가 도착합니다.]

그대로 기차에 몸을 실었다. 출발한 기차 속에서 창가로 비춰지는 풍경에 눈을 두더니 이내 눈을 감았다.

이시운.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

들은지 너무 오래된 그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왔으면 좋겠단 생각에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는 바쁜가 보다.

그렇겠지.

이제 S급 헌터란 신분으로 살아야 하니까.

몇 시간 후.

혜령은 부산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길드 건물로 향했다.

건물 앞에 도착하자 익숙한 벤츠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영엄팀장 정윤호의 차량이다.

이제 C급 헌터인 강혜령은 윤호의 눈에 띄었고 스카웃이 되어 길드와 계약을 하게 됐다.

그 길드가 바로 풍운 길드.

윤호가 차에서 내리더니 혜령을 보며 손을 든다.

“좀 늦었네?”

그는 혜령을 이제 편한 직원처럼 대하고 있다.

혜령은 그와 함께 건물 안으로 나란히 걸었다.

앞을 보고 복도를 걷던 윤호가 혜령을 바라봤다.

“혜령 씨 그거 들었어?”

“뭐요?”

“이시운이라는 친구 S급 헌터 됐다는 소식.”

혜령은 그 말에 멈칫했다.

여기서도 이젠 녀석의 이름이 나오는구나.

“하. 진짜 이게 말이 되냐고. 어떻게 F급에서 S급으로 한 번에 승급을 하냐? 완전 로또 네 번 연달아 당첨된 당첨자 소식 들은 기분이네…….”

윤호가 중얼거렸다.

“아는 녀석이에요.”

“뭐? 이시운을 안다고?”

순간.

윤호의 낯빛에 알게 모르게 화색이 도는 듯 했다.

“어떻게 아는 사인데? 친해?”

윤호의 올라간 목소리에 답하지 않고 혜령은 다시 걸었다. 그 걸음을 맞춰 윤호가 걸어가며 혜령을 계속 바라봤다.

“설마?”

정윤호가 입을 벌렸다.

그리고 빤히 헤령을 바라본다.

뭐, 썸이나 사겼던 사이라도 되냐는 눈이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 거 아니고 아는 동생이에요.”

쿵쿵쿵!

혜령의 구두굽이 지면에 부딪히는 소리게 더욱 세게 들려왔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길드 대표 이준호가 모니터 앞에서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안녕하세요!”

혜령의 인사에도 묵묵부답이다.

저 새끼. 대표라고 지금 내 인사도 씹는거야?

안 그래도 심정이 복잡한데 인사까지 씹혀야 하다니. 중국에 그 일이 터져서 저 자식도 정신이 없나?

“대표님! 소식 들으셨죠?”

윤호가 물었다.

그제서야 준호가 뒤를 돌아본다.

그의 얼굴은 잠을 못잔 듯 헬쑥했다.

“들었다. 하아…. 썅. 이게 말이나 되냐고! 진짜. 데려왔어야 했어.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절망에 빠진 듯한 육성이였다.

그 말에 윤호도 한숨을 푹 쉬더니 혜령을 바라봤다.

“혹시 이시운이라는 친구 혜령 씨가 좀 꼬셔서 우리 길드로 데려올 수는 없지? 만약 데려온다면 혜령 씨에게 진짜 인센티브 거하게 줄게.”

윤호가 물었다.

사실 묻는 윤호도 기대감이 없다는 듯 묻는 느낌이다.

“오늘은 저한테 그 녀석 이야기 묻지 마요!”

혜령이 소리치자 윤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윤호는 혜령의 성격을 이미 파악한 상태다.

사람을 다룰 줄 아는 윤호는 더 묻지 않고 눈치껏 혜령에게 커피를 하나 타주었다.

“…그 자식? 너 이시운을 알아?”

준호는 한참 말이 없다가 물었다.

“알면 왜요?”

“어떻게 아는데?”

“그냥 누나 동생 사이인데요.”

누나 동생 사이라는 말에 푹 꺼져가던 준호의 눈빛이 순간 살아났다.

“저기…… 그 친구 말이야.”

“저보고 방금 정 팀장님과 같은 질문 하실거면 저 그냥 집에 갈게요.”

준호는 그 친구에 대해 유독 예민하게 구는 혜령을 빤히 바라봤다.

윤호는 자리에 앉아 한숨을 푹 쉬었다.

“대표님. 진짜 소름 돋는게 뭔지 아세요?”

“더 돋을 소름도 없다.”

“그 친구 헌터생활 굴러먹은지 일 년 좀 넘었어요. 근데 그 기간 만에 S급을 찍은 거예요. 그렇다면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얼마나 강해질까요?”

그 말에 준호는 머리털이 솟는듯한 소름을 느꼈다.

그는 너무도 단기간에 S급 헌터가 됐다.

지금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S랭크 헌터들은 확실한 재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도 S급 랭크가 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최종병기 박태석만 제외하고.

근데…….

그 최종병기인 박태석이 S랭크가 된 기간보다도 이시운은 성장이 더 빠르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욱 소름이 끼쳐왔다.

‘분명 이시운은 머지 않아서 대한민국을 휘어잡을 거물이 될거야.’

그 뒤편에서 혜령도 자리에 앉아 똑같은 인물의 얼굴을 떠올리며 얕게 한숨을 쉬고 있었다.

이들은 중국이란 나라의 일보다 이시운이라는 헌터에 관심이 쏠려있는 듯 했다.

그들은 미국이 개입해 그 일을 곧 처리할 거라고 생각한 듯 하다.

* *

-야!! 시운아!

누나 이시연의 목소리가 수화기 넘어로 힘차게 들려왔다.

충분히 격앙된 목소리.

-시운아! 소식 들었어. 정말이야? 진짜야?

“진짜지. 나 바쁘니까 나중에 전화할게.”

-언제 집에 한 번 꼭 와! 맛있는 거 해줄게. 얼굴 한 번 보고 싶다!

뚝.

전화를 끊었다.

뒤이어 어머니 아버지의 전화가 잇따라 걸려왔다.

가족들에게서도 전화가 오니 확실히 S급이 됐다는 것이 체감이 드는 느낌이다.

시운은 독특한 인테리어에 적색의 고급스런 인테리어가 된 건물 앞에다가 차를 세우고 내렸다.

한 남자가 뛰어오더니 시운의 문을 열어주었다.

“이시운 헌터님이시죠?”

그는 시운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듯 깍듯하게 맞이하고 시운의 차키를 건네받아 발렛 역할을 했다.

정문에 서있던 경호원 둘은 시운의 얼굴을 보자마자 튀어나와 인사를 하고 시운을 안내했다.

S급 헌터가 되니 사람들의 대우조차 이렇 듯 달라진 상태다.

이곳은 헌터트레이션.

일명 고랭크 헌터들의 희귀품을 전시하고, 구매하고 파는 곳이었다.

A급 이상의 헌터만 출입이 허가가 가능한 곳.

S랭크가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 하나가 이곳이기도 했다.

‘꼭 그것을 사야 한다.’

1회차, 2회차 생을 통해 알게된 그 물건은 오직 이곳에만 있으며, 단 한 개 뿐이다.

명색이 빙결의 여검사라 불리는 그녀조차 실패한 그 던전을 깨부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것이 일단 필요한 시점이다.

직원에게 VIP실로 안내받은 시운은 헌터트레이션의 관리실장 이수관과 마주쳤다.

“아이고, 어서오십쇼. 헌터님! 저는 VIP 관리실장 이수관이라고 합니다.”

수관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시운을 바라봤다.

‘이 사람인가.. 완전 핏덩이네.’

지금 세상을 뒤집어놓은 헌터의 실물은 예상했던 것보다도 어렸다.

그러나.

나이 50줄 먹은 수관이라도 말을 놓을 수 없다. 상대는 S급 헌터이기에.

“아까 전화로 말씀하신 물건 보여드리겠습니다.”

수관은 곧바로 상자 하나를 가져왔다.

“확인해보시죠, 헌터님.”

수관의 말을 들은 시운은 눈으로 그 물건을 세심히 훑었다.

손바닥만한 마력결계 유리막 안으로 반지가 들어있다.

반지는 낡아 보였지만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고요히 뿜어내고 있었다. 저주가 깃든 반지답게 그 기운은 숨부터 단전까지 막히는 감각을 선사했다.

‘확실히 확인해볼까.’

[신안을 발동합니다.]

[신의 눈을 개안합니다.]

순간!

반지의 안쪽에 묻은 지문에서 흘러나오는 흑색의 연기가 보인다.

분명! 그 반지가 맞다.

반지를 예리하게 보는 시운을 보던 수관은 말조차 붙이질 못했다.

‘이 헌터의 성격을 모른다.’

혹여나 반지를 관찰하는 그 순간 말을 걸었다가 심기가 불편해지게 만들면 안 된다.

이런 사소한 것까지 챙겨야 했다.

S급 헌터니까.

그의 입이 떨어질 때까지 수관은 묵묵히 기다렸다.

“사마천의 반지가 맞네요.”

시운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수관이 설명을 덧붙인다.

“네, 맞습니다. 바로 그 사이비 악랄한 1대 사이비교주 사마천의 유품이죠.”

“그 교단에서 보물처럼 여겨져 오는 반지죠.”

“잘 아시네요!”

수관은 화색을 띠며 답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근데.. 아티팩트라던지 최고급 물품들이 많은데 왜 하필 이거에 눈독을 들이는 거지?’

의아했다.

이 반지는 헌터의 능력치를 상승시켜주는 것도 없고 그저 낡은 반지에 불과하다.

특이점이라고는 어느 사이비 교단에서 무척이나 아낀다는 것이다.

“사고 싶습니다. 얼맙니까?”

“정말 구입할 생각이시라면…….”

수관은 가격을 말하기가 애매했다.

이 반지는 사실 헌터에게는 무용지물 같은 것이다. 그저 역사만 오래 돼서 돈이 많은 수집가들이나 어쩌다 눈독을 들일 반지지만,

이곳에 등록된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싸서 말하기도 미안할 정도니까.

“4억입니다.”

“당장 구입하겠습니다.”

“예? 정말 구입하시겠다고요?”

놀란 수관의 목소리가 커졌다. 시운은 고개를 한 번 더 끄덕여서 의사를 확실시 했다.

수관은 표정을 감췄지만 속으로 이딴 반지를 왜 아파트값이나 주고 사겠다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런데 그때 노크를 하고 직원이 들어왔다.

“뭐야!”

이수관은 직원을 노려보며 화를 냈다.

S급이나 되는 헌터와 거래를 진행 중인데 어딜 직원이 들어온단 말인가!

수관은 직원에게 당장 고함을 칠 준비를 하면서도 시운을 슬쩍 흘겼다.

“죄송합니다, 헌터님. 제가 직원 교육을 잘못시켜서. 당장 내보내겠습니다.”

“아, 아닙니다. 직원분께서 드릴 말씀이 있는 것 같은데 들으시고 편하게 진행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수관은 입꼬리를 올려 고개를 숙이고 다시 직원을 노려봤다.

직원도 곤란하다는 듯이 쭈뼛거리며 수관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뭐, 뭐! 그게 사실이야?!”

“그렇습니다. 이 반지를 지금 박태석 헌터님께서 찾고 계십니다.”

“아….”

멸룡의 귀재.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헌터 박태석이 지금 이 반지를 찾고 있다는 것에 당황했다.

그러던 그때 시운의 얼굴이 굳었다.

‘젠장. 내가 구입해야 한다.’

2회차 때보다 더 빨리 이 날이 오고야 말았다. 박태석이 이 반지를 찾는 날 말이다.

하필 그게 오늘이라니.

그의 손에 이 반지가 들어가게 놔둬선 안 된다.

시운은 수관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실장님! 헌터들 사이에서 급이 있고 그것에 따라 대우해주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순서는 지키셔야 할 겁니다. 반드시 저한테 파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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