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3회차-186화 (186/278)

제 186화

정복해야 한다

신력의 탑에는 신의 힘의 일부를 얻을 수 있는 열매가 있다고 알려졌다.

-그 탑을 점령하면 전지전능한 힘을 얻을 수 있는 열매가 있다던데?

-강함의 한계에 달한 무능한 나라도 그 열매를 손에 넣게 된다면 바뀌는 거야!

-신의 열매라…….

그 소문은 일대에 퍼져 다양한 종족에게 도전심을 불어넣었고.

그로 인해 수많은 자들이 탑에 침입했다.

신에 필적한 힘을 얻고 싶은 욕망은 그들에게 목숨조차 걸 무모함의 동기를 선사했다.

그러나 수백년동안 그 탑에 진입한 이들 중에 다시 탑에서 나온 자들은 단 한명도 없다고 전해진다.

그들은 지금 모두 탑안에 시체가 되어 고인물처럼 썩고 있겠지.

그 시각 신력의 탑 100층.

인간과 괴물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수란 종족은 생김새가 괴상하고, 추악한 성욕으로 빚어진 생물들이란 주홍글씨를 쓰고 있다.

그래서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다.

그런 그들은 파괴적으로 변했고.

누구에게나 평등한 신이란 존재 외에 다른 종족들에게는 모두 경멸하는 성향을 가지게 됐다.

그래서 끊임없이 인간을 살육했다.

노약자와 여성 그리고 어린 아이 가릴 것 없이 죽였고 그 시체를 신에게 재물로 바쳤다.

그렇게 하면 신에게만큼은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사랑에 목말라있던 그들에게 사랑을 준 신이 있었고.

그 신이 죽기 전에 반인반수들에게 열매 하나를 주며 유언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

“천년 후에 그가 나타날 것이다. 이 신력의 열매를 반드시 그에게 넘겨야 하느니라.”

반인반수들은 그 유언을 가슴에 새긴 채 탑을 만들어 그 열매를 지키고 있었다.

그렇게 신력의 열매를 지킨 지 890년 째….

앞으로 110년이란 세월만이 남았다.

그러던 그때.

[신력의 탑 100층에 침입자가 발생하였습니다.]

시스템의 음성에 반인반수 이멜다는 감고 있던 눈을 지그시 떴다.

“단 하루만에 여기까지 오다니….”

수십만의 생물들이 이 탑에 침입했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곳 백층에 도달한 자가 없었다.

근데 놀랍게도 군대를 거느린 인간 하나가 여기까지 침입한 것이다.

그것도 단 하루만에 말이다.

이멜다는 단전에 있는 모든 힘을 끌어올렸다. 인간이라고 무시해선 안 된다.

침입자는 단 하루만에 여기까지 등반한 초월적인 인간.

‘..내 마력으로는 불안하다.’

그렇게 생각한 이멜다는.

[스위치가 작동되었습니다.]

[긴급상황! 시스템 ‘레드’ 발생.]

[작동까지 남은 시간은 3분입니다.]

[3분 후 신력의 탑에 존재하는 모든 폭탄이 작동합니다.]

‘이 신력의 열매를 몇백 년 동안 수호했다. 그런 내 노고가 들어간 열매를 누군가에게 빼앗기느니 탑 전체를 무너뜨리겠다.’

절대 넘길 수 없다.

그것도 인간이란 추악한 생물에게!

“남은 시간은 3분이라고?”

이멜다의 시야로 한 인간이 보였다.

순간.

속이 뒤틀리는 증오심이 느껴졌다.

“인간 따위가 감히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 칭찬은 해주마. 그러나 네가 얻고 싶은 것은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시스템 레드 발동까지 남은 시간은 2분입니다.]

시스템이 알려오는 소리와 동시에 이멜다는 단전에 끌어올린 모든 힘을 전신에 순환시켰다.

단 2분.

그 2분은 무조건 버틸 수 있다. 버티면 된다.

“…보니까 너와 대화할 시간도 없겠군.”

인간의 말소리와 검집에서 검이 뽑히는 검명이 동시에 들려왔다.

‘버틴다!’

이멜다는 이를 꽉 물고 전의를 다졌다.

그런데 그 순간 이멜다의 시야가 암전되듯 시커멓게 변했다.

‘대체 이게 무슨!’

시야가 잡히지 않자.

이멜다의 낯빛은 당황으로 번져갔다.

그러던 그 순간 이멜다의 등살이 찢겨지는 격통이 밀려왔다.

“커헉.”

하체가 뜨거운 피로 적셔지는 느낌과 함께 시야가 다시 잡히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멜다의 시야로 보이는 것은 부르르, 떨고 있는 자신의 등이였다.

“어, 어떻게 된 거지?”

핏물을 쏟아내며 독백했다.

“너와 내 시야를 바꾼거야.”

그 궁금증을 풀어주기라도 하듯 인간이 답했다.

“…시야를 바꾸다니?”

인간은 감고 있던 눈을 뜨며 말을 덧붙였다.

“네 시야와 내 시야를 바꿔치기 한 거라고. 내가 눈을 감은 상태로.”

시야를 바꿨다고?

대체 그건 어떤 술법인가!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 네 놈이 눈을 감은 채로 나와 시야를 바꿨다고? 그래서 내 시야가 사라진 거였군. 머리까지 비상한 놈이구나.

이제야 이해한 이멜다는 자신의 시야가 돌아온 이멜다는 고개를 내려다봤다.

초록색 검신이 자신의 배를 꿰뚫고 삐져나와있었다.

푸욱!

인간이 검신을 빼내자 이멜다는 배에 구멍이 난 채로 바닥에 그대로 고꾸라져버렸다.

“이, 이럴 수가…!”

이제 더는 움직일 힘조차 없다.

아둥바둥 애써 일어나려 해도 힘이 들어가지 않은 몸뚱이에서는, 통증만 밀려올 뿐이었다.

뒤에서 걸어가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게 니네가 지키던 그 열매구나? 잘 가져갈게.”

“이, 이… 이 노오오옴! 크억.”

이멜다는 이미 과한 출혈로 인해 의식이 흐려지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려고 했지만 고개에 힘조차 들어가질 않는다. 상체도 움직여지지 않았다.

척추뼈가 부서진 것 같았다.

무력감이 느껴졌다.

‘수백 년을 바쳐 지켜낸 열매를 인간에게 빼았기게 되다니….’

죽기 전에는 인생의 모든 것이 스쳐간다고 했었나.

그의 머릿속으로 그 신이 따뜻하게 웃어주던 그 얼굴이 슬프게 떠올랐다.

‘신이시여.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였습니다. 저를 용서하소서.’

눈빛이 점점 꺼져가는 이멜다가 힘겹게 물었다.

“네 놈 이름이라도 알자.”

죽기 전에 이름이라도 알고 싶었다.

“어차피 넌 죽을 테니까 그 정도는 알려줄 수 있지. 그냥 바람의 군왕이라고 알고 죽으면 돼.”

바람의 군왕? 역시 평범한 인간이 아니였군. 넌 나라 하나는 점령한 왕인가.

“죽어서도 잊지 않겠다.”

이멜다는 한 맺힌 목소리로 말하고 눈을 감았다.

[신력의 탑을 클리어하였습니다.]

이로서 반인반수들이 890년을 지켜낸 탑이 한 인간에 의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것도 단 하루 만에.

헌터 커뮤니티에서 게시글 하나가 올라왔다.

-신력의 탑 근처에 있다가 폭발 소리와 함께 탑이 무너지는 것을 봤습니다. 인증 사진이요.

그 게시글에는 무너진 탑의 잔해가 쌓여있는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이거 합성 아님?

-신력의 탑이 무너졌다고?

-믿을 수가 없네. 저 탑이 공략된 거임?

실시간으로 달리는 수많은 댓글들은 모두 놀랐다는 반응이었다.

-공략된 게 맞는 것 같아요. 폭발하는 소리를 듣고 가 보니까 누가 그 탑쪽에서 걸어오는 걸 봤어요.

게시자의 추가 증언에 댓글창은 난리가 났다.

-얼굴 봤음?

-박태석 아님? 그 탑을 공략할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은 태석좌 밖에 없다.

-와... 존나 소름돋네. 신력의 탑이 공략될 줄은..

-지금 중국 증발하고 있는데.. 그 사실만큼이나 놀랐다.

그들의 댓글을 핸드폰으로 훑던 박태석의 미간에 힘줄이 솟았다.

-죄, 죄송합니다. 헌터님. 헌터법상 알려드릴 수가 없겠습니다. 너그러히 이해를 좀…….

헌터트레이션 실장 이수관에게 그 반지를 구입한 사람의 이름을 듣고 싶었으나 그는 알려주지 않았다.

의아했다.

분명 태석에게만큼은 뭐든지 퍼줄 것처럼 굴던 그가 사실 태석에게는 별 문제도 안 되는 ‘헌터법’이란 명분을 내세워 그 구매자를 익명 처리한 것.

-아까 페라리에서 내린 남성분을 봤는데 이번에 S급 헌터가 된 분이었습니다.

결국 발렛에게 물어 그 구매자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이시운이란 이름.

변수 하나로 인해 일 하나가 꼬여버렸다.

그럼.. 그 탑을 공략한 사람은?

태석은 상념에서 깨어나 롤스로이스의 뒷좌석에 몸을 기댄 채였다.

그는 열린 창문을 통해 보이는 바깥 광경에 시선을 돌렸다.

“어머! 박태석 헌터님 맞으시죠?”

차가 신호 대기하던 찰나에 박태석을 알아본 여성이 신기해하며 다가왔다.

“아, 맞습니다. 안녕하세요!”

“저 진짜 팬이거든요? 사진 한 장만 찍어주시면…….”

“당연히 찍어드려야죠.”

태석은 표정을 풀고 웃으며 얼굴을 내밀어 그녀와 사진을 찍어주었다.

국민 헌터 박태석은 대한민국 최종병기로 연예인 그 이상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다.

“기사님. 식사 하셔야죠?”

태석이 운전을 하던 김기사에게 물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래도 고생하시는데 식사는 거르면 안 되죠.”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서요.”

“배고프시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아, 예.”

김 기사는 대답을 하고 운전을 하다가 다시 사이드미러로 슬쩍 눈을 옮겼다.

박태석은 말 없이 바깥을 바라보고 있다.

십년 간의 운전 경력직을 마치고 이번에 박태석의 전용 기사로 일임된 김 기사는 고위층의 인물들을 수없이 봐왔다.

그런 그에게 박태석은 신기했다.

그가 가까이서 본 태석은 최고의 위치에 올랐음에도 거들먹거리지도 않고 구린 짓을 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친절하기까지 하다.

잘난 인간들을 가까이서 수없이 봐온 김 기사는 태석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보통.. 저 정도 위치가 되면 거만해지는 법인데.’

저런 성향의 사람들도 세상에 있긴 있다.

그러나 그들의 진짜 실체는 겉과 달리 더러웠다.

그게 인간이란 동물이었다.

김 기사는 태석의 기사로 채용되었을 때의 계약서 조항을 떠올렸다.

-일을 하며 본 것이나 들은 모든 것은 절대로 발설하지 않는다. 이를 어길 시 그 어떤 처벌도 감수할 것을 약속한다.

물론 헌터라면 사생활 보호차원에서 그럴 수도 있지만.

고위급 헌터의 기사로 일해본 경험들이 있었지만 그런 조항이 든 계약은 해본 적이 없다.

그가 일을 하며 본 것은,

태석은 문제가 될 곳에 가지도 않았고, 운전하는 자신에게 전화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스텔스 모드까지 하며 전화했었다.

‘아주 철저해..’

사람을 많이 봐오고 겪어본 김 기사는 눈빛만으로도 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그의 시야로 핸드폰으로 향하고 있는 태석의 눈매가 들어왔다.

‘눈빛만 봐도 알아.. 박태석. 당신은 욕망을 숨기고 있는 사람이야.’

● * *

중화인민공화국에 나타난 괴생물체에 의해 숨이 멎은 중국인의 추정수만 약 1억명.

중국의 베이징부터 광저우, 난징, 하얼빈, 다렌 등 수많은 지역이 초토화 된 상태다.

중국의 주석은 이를 해결하려 군대를 총 동원했지만 괴물에게는 통하질 않았다.

주석은 급히 긴급대체회의를 갖고 세계정상면담을 열어 각국 대통령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중국의 지역을 돌며 살육을 하던 괴생물체가 항저우에서 움직임을 멈추었단 사실이다.

괴생물체의 눈꺼풀이 닫혔고 그대로 몸을 웅크리며 더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속보가 전해졌다.

마치 누군가의 명령을 기다리기라도 하듯이.

그런 순간을 놓치지 않고 중국 측에서 지대공, 공대지 미사일을 연달아 쏴댔지만 괴물의 껍질 하나 벗겨내지 못했다.

‘조만간 핵이라도 쏘겠군.’

시운은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오며 생각했다.

이터널 라이프 퀘스트도 있고, 능력을 숨겨야 했음에 개입하지 않은 상태다.

사실상 대한민국도 아니고 중국이란 나라가 멸망한다고 해도 뭐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아파트에 도착한 시운은 헤라클레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 시키신 일들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녀석에게 핸드폰까지 사주며 그 일을 시키고 있는 중인데 기특하게도 일을 잘 하고 있는 듯 하다.

말투도 점점 인간다워지고 있고.

녀석과 전화를 마쳤다.

“오늘 한 세 시간을 잤나?”

세 시간밖에 자질 못했는데도 전혀 피곤하지가 않다.

아마 헌터 시스템의 능력치 덕분일테다.

지금은 강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쉼없이 움직여야 한다.

세상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슴에 품은 상태니까.

-이곳을 무리하며 공략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아주 값진 걸 얻었거든요.

2회차 인생에서 박태석이 그녀 조차 공략하지 못한 그 던전을 공략한 후 인터뷰에서 한 말이었다.

‘그 던전을 내가 공략하고 내가 강해진다.’

시운은 그렇게 생각했다.

전 회차 인생에서 그 던전에 투입된 공격대 헌터들 수십 명이 그 던전에서 죽었다.

그 던전에서 빠져나온 헌터는 딱 세 명.

그 중 하나가 그녀였다.

S급 헌터인 그녀의 얼굴은 멀쩡했지만,

돌아온 생존자 둘의 얼굴은 처참했다.

마치… 그 던전에서 백 년이라도 흘렀던 것처럼 그 둘의 얼굴은 폭삭 늙어있었다.

아니.

늙은 정도가 아니라, 전신에 주름살이 가득 늘어난 노파가 돼서 왔다.

그 생존자 중 한 명의 인터뷰가 아직도 떠오른다.

-이제 저는 젊음을 잃었습니다. 절대 그 던전에 가시면 안 돼요. 케흑!

마지막에 피가 섞인 가래를 뱉으며 미친 듯이 기침을 했었나? 그랬었다.

그리고 그 생존자 둘은 며칠 지나지 않아 의문사로 죽고 말았다.

분명한 것은.

그 던전은 다른 던전과는 다르단 것이다.

시운은 천륜화의 동기화를 사용해서 포탈을 열었다.

거실에 생겨난 포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박태석에게 뺏기기 전에 내가 먼저 공략한다.’

그 던전으로 지금 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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