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3회차-189화 (189/278)

제 189화

신의 게임 (2)

신의 게임이 시작된다는 말과 함께 마법진에 있던 여섯명의 헌터들의 주위로 시야가 뒤틀렸고 풍경이 변했다.

공간이 변하면서 주위가 변했고 냄새와 공기도 다르게 느껴졌다. 방금과는 이질적으로 다른 상쾌한 내음.

그들의 주위로 나무가 깔린 평원의 광경이 드러났다.

그들의 피부에 따갑게 내리쬐는 햇빛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두 개의 해가 떠서 햇빛을 내뿜고 있다.

하필 왜 해가 두 개가 떠있을까?

뭔가 의아하다.

해를 똑바로 바라보자 눈부심에 의해 눈이 충혈될 것만 같던 아영은 눈을 한 번 감았다 뜨고 말했다.

“분명 1회차와는 달라요.”

그래. 다르다.

1회차 때는 이런 평원 같은 곳도 없었고 방금 그런 메시지따윈 없었다.

다섯 명의 헌터들이 낮게 한숨을 쉬었다.

“방금 신의 게임을 시작한다고 하지 않았었나?”

장준의 말에 박민성이 비웃었다.

“신의 게임? 지랄하고 있네. 이 던전의 주인이란 새끼가 우릴 가지고 장난을 치나 보네.”

그때였다.

[당신들은 이제부터 플레이어입니다.]

“플레이어? 좆까고 있네. 여기가 게임 속인줄 아나? 씨발 지랄 말고 기어나와 이 호로 새끼야! 아주 목을 전기톱으로 썰 듯이 썰어줄테니까!”

민성이 격하게 하늘을 응시하며 소리치자.

[플레이어로서의 참여를 하지 않을 시에는…….]

민성의 말에 반응하듯 울린 메시지가 울려 퍼지는 동시에 모든 헌터들의 얼굴이 일제히 구겨졌다.

“크읍!”

“숨이 안 쉬어져.”

목이 죄이는 느낌과 함게 머리가어지러웠다.

공기를 기관지에 삼길 때 턱 하고 이물질이 걸리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다.

최고령자 장준이 컥컥 대며 시뻘게진 얼굴로 쓰러졌다.

“씨이발.”

박민성이 하늘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분명 자칭 신이라고 칭하는 그 자식이 내 말에 이딴 식으로 반응한 것이리라.

“우리들은 신의 게임에 플레이어로서 참가하겠다!”

그때 아영은 호흡을 헐떡이며 외쳤다. 어쩔 수 없었다.

이 던전은 그가 관장하는 곳이다.

그러자.

[모두 동의하신 겁니까?]

“동의는 씨발…….”

민성이 이를 아득아들 갈자 신아영이 그를 보며 입술에 검지를 가져다 대고 조용히 하란 제스처를 취했다.

[동의하신 게 아닌 것 같은데요?]

감정없는 기계처럼 딱딱하게 말하던 시스템 목소리가 방금은 인간처럼 들려왔다.

그 뒤로 잠시 정적이 흘렀지만 그 정적에 안내자의 비웃음이 깔린 듯한 느낌이었다.

“하겠다고 해요!”

“그래! 일단….”

헌터들이 부추겼고 장준이 박민성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박민성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씨발. 플레이어고 나발이고…. 대신 지금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네놈이 있는 곳에 가면 그때는 배로 갚아줄게. 이 호로 새끼야!”

[확실히 동의한다는 의사입니까?]

쓸데없는 말은 덧붙이지 말라는 듯한 뉘앙스였다.

“씨이바알! 하겠다고!”

이를 콱 씹어 턱을 움찔거리며 민성이 소리를 내질렀다.

[모두 동의하였습니다.]

[이제 게임을 시작합니다.]

그 이후로 안내되는 메시지들에 헌터들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버렸다.

헌터들은 각기 플레이어 번호가 매겨지고 자신의 번호는 자신에게만 울렸다.

[총 플레이어의 수는 여덞명입니다.]

[게임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더는 메시지가 울리지 않았다.

“잠깐만. 플레이어가 총 여덞 명이라니?”

김민지가 의아해했다.

“그러게. 분명 일곱이여야 하잖아?”

척.척.척. 척. 척. 척.

장준은 자신을 포함해 헌터들을 손으로 지목하며 숫자를 셌다.

“우린 여섯 명. 따로 움직이고 있는 이시운까지는 합치면 분명 일곱이어야 하는데.”

그 말에 모두의 뇌리로 소름이 올라 돋는 느낌이었다.

“나머지 한 명은 이 던전에 또 진입한 침입자란 건가?”

민성의 물음에 신아영은 턱끝을 만졌다.

“그럴 확률은 희박해요.”

이 타임리스 던전은 공략허가권을 매입한 헌터들만 출입이 가능하다.

진입 방식을 선점제로 하였다.

선점제란 공략허가권을 매입한 헌터들만 출입할 수 있는 시스템 룰이었다.

“헌터가 아닐수도 있잖아?”

장준이 신아영에게 물었다가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헌터가 아닌 누가 이런 던전에 들어와 자살을 한단 말인가?

그건 아닐 듯 했다.

그때 아영의 고개가 전방으로 향했다.

아영의 시야로 우거진 숲의 나무 잎사귀들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여기에 무언가들이 움직이고 있어요. 우리도 움직여야 돼. 셋씩 두 팀으로 나눠서 움직인다.”

아영은 이중에서는 어린 나이지만 공대장이고 S급헌터이기에 반존대를 섞어 말하며 지시했다.

“확실한 건 이 던전에서 한 명은 죽는다는 거잖아.”

장준이 힘 빠지는 목소리로 답하자 민성은 장준의 어꺠를 두드려주었다.

“형은 너무 착해서 탈이야. 근데 분명 침입자가 하나 더 있단 말이잖아. 그니까 그 침입자는 혼자 움직일 거고….”

그 말에 아영의 눈이 뜨였다.

“맞아. 그 침입자를 죽게 만들면 돼.”

지금 이 게임이니 뭐니 하는 좆같은 것의 룰은 단 한명이 죽는다는 것이었다.

죽는 사람의 조건은 플레이어들 중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한 사람이라고 시스템이 말했다.

그럼 그 침입자를 죽게 하면 된다.

“…개좆같은 게임이고 나발이고 하기 싫지만 일단 그렇게 해야겠지.”

민성이 말하며 이를 갈았다.

자긍심을 가진 A급헌터인 그였지만, 어쨌든 이곳은 신이 관장하는 곳이다. 놈의 말에 따르지 않으면 이 던전을 타파할 수 없다.

“그럼 어떻게 나눠서 움직이게요?”

임진수가 물었다.

유독 그의 이마에 난 흉터가 강한 햇빛에 의해 도드라지게 보였다.

아영이 입을 열려던 그 순간 민성이 말했다.

“둘씩 움직여야 합니다. 여기서 점수라는 건 아마 몬스터들을 학살하는 양을 뜻하는 거일거야. 근데 던전의 출구도 찾아야지? 여기딱 봐도 엄청 넓어보이는데 룰이 중간에 멋대로 바뀌면 답이 없어요.”

그 말에 아영이 답한다.

“그래서 셋씩 두 팀으로 움직이자는 거예요.”

“아니요. 둘씩 움직입시다! 우린 A급들이에요. 둘씩 움직이면 침입자나 이시운에게 점수를 밀리진 않을 겁니다. 그보다 길을 찾아야죠. 던전의 출구를 확보하고 나서 셋 씩 움직이는 게 난 더 낫다고 보는데요.”

민성은 굳이 둘씩 움직이려고 하고 있었고 헌터들은 생각에 잠겨 있는 표정이었다.

“음….”

아영은 턱을 만지며 고민했다.

정해진 몬스터들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른다. 한정되어 있을수도 있다. 셋씩 두 팀으로 이동하면 안전할 테지만, 점수를 획득하는 편은 둘씩 움직이는 것이 이득인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민성의 말대로 다음층의 마법진을 찾는 것도 중요한 것이고.

그때 민성은 민지의 허리춤을 감싸며 말했다.

“전 민지랑 먼저 움직일게요. 다들 빨리 움직이는 게 좋을 겁니다.”

그리고서 민성은 민지를 데리고 전방으로 이동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헌터들은 민성의 선택이 이해가 갔다.

그들도 같은 길드원으로서 민지와 민성이 교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영은 장준을 바라봤다.

“난 장준 씨랑 이동합니다. 마법진은 내가 추후 찾아낼게요. 빨리 이동하도록 합시다!”

그 말에 장준은 신아영을 고맙다는 눈으로 바라봤다.

‘내가 나이가 젤 많고, 가장 전력이 약하기 때문에 나랑 움직이겠다는 거군. 넌 역시 나쁜 애는 아니야.’

신아영은 고개를 들어 눈을 가늘게 뜨고 두 개의 태양을 바라봤다.

그녀의 뇌리로 상념들이 스쳐갔다.

‘아까 석상에 나온 체스말 이야기와 두 개의 태양. 분명 뭔가와 관련이 있다.’

* *

박민성은 다섯 시간동안 오십 마리의 천수들을 헤치웠다.

천수.

마계의 몬스터인 마수보다는 약하지만 일반 몬스터보다는 월등히 강한 천계의 몬스터.

전투계열인 민성은 S급 독을 다루는 헌터로 유명했다.

민성은 나무를 향해 단도를 던졌다.

휘익-

날아간 단도가 나무속을 헤집고 들어가자 나무속에 몸을 감추고 있던 천수가 지면으로 떨어졌다.

“으그그!”

천수는 팔에 뽑힌 단도를 뽑아내고는 민성을 노려봤다.

“넌 곧 죽어.”

민성이 희게 웃자 노려보던 천수의 눈빛이 뒤틀리며 천수가 컥컥! 기침을 하며 토사물을 쏟아내며 괴롭다는 듯 바닥에 뒹굴었다.

민성은 다가가 천수의 입을 발로 밟아서 독을 토해내지 못하게 하고 잠시간 천수의 표정을 즐겁다는 듯 바라보고.

푸우욱!

날개뼈 사이의 등살에 단도를 깊숙이 쑤셨다.

손끝으로 검신이 내장을 휘비는 쾌락의 감각이 전해졌다.

뒤이어 천수 세 마리가 넝쿨 사이에서 튀어나왔다.

하나는 검은 날개를 가진 천수고 두 마리는 흰 날개를 가진 천수였다.

순식간에 천수 세 마리를 해치우고 죽은 천수들의 시체를 발로 헤집으면서 살핀다.

“이 새끼들 날개가 죄다 흰색 아니면 검은색이야.”

날개를 발로 툭툭 차며 민성이 말했다.

뭔가 이상했다.

“아까 석상에서 우리들은 체스말이라고 했었잖아. 설마?”

민지의 말에 민성은 탄성을 내뱉으며 천수의 머리통을 발로 으깨버렸다.

두개골의 뼛조각이 터져 나오면서 뇌수의 진물이 주르르 터져서 흘러나왔다.

“아우! 자기야. 징그러워.”

민지는 다른 길드원들이 없어서 편하게 애칭을 부르며 잠시 손으로 눈을 가렸다.

주위를 살피던 민성은 아까 그 천수를 생각하며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천수들 중 유일하게 섬뜩했던 천수. 기괴하게 한쪽 입꼬리만 비틀어 올리며 비웃는다는 듯 웃은 천수.

“그 띠꺼운 새끼도 죽였어야 했는데.”

그 천수를 놓친 것이 뭔가 아쉽다.

피로가 역력해보이는 민성을 본 민지는 그에게 잠시 쉬라고 말했고, 그 둘은 동굴 하나를 발견하고 들어갔다.

동굴 안은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만 우울하게 들려왔다.

조용했다. 개미새끼 한마리 없다.

민성은 동굴 끝까지 가보며 천수가 없는지 확인하고서 앉았다.

그때 민지는 민성의 손가락을 보더니 눈이 커졌다.

“잠깐. 그 반지는 뭐야?”

민성은 흠짓 하더니 손을 등뒤로 숨겼다.

“신경 꺼라. 나 좀 쉬자.”

“…이리 줘봐!”

민지는 민성에게 다가가 민성의 손을 억지로 빼내어 반지를 확인했다.

그 반지를 확인한 이민지의 낯빛이 서늘해졌다.

“아, 아이…. 이건 그냥 나가면 팔려고 챙긴거야. 오해야.”

민성은 민지의 등을 어루만지며 그녀를 달랬다.

“너….”

민지가 민성을 노려보자 민성은 손사레를 쳤다.

“수민이는 잊은지 오래라고! 오해야, 오해. 에휴. 진짜 걔랑 나랑은 그냥 썸이였어. 너와 나처럼 깊은 사이도 아니였다고.”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고?”

“일단 던전에서 나가는 것이 우선이니까 그때 이야기 하자.”

“휴.”

민지는 불만이 가득한 눈으로 민성을 바라봤다.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민성은 문득 떠오른 생각에 잠긴다.

영화관에서 이수민의 허리를 잡고 미친 듯이 삽입했는데 입을 틀어막은 수민의 입에서 소리가 나오던 그때를 떠올리니 지금 이런 순간에도 그게 설 것 같다.

‘씨발년. 그거 완전 요물이였는데.’

그때 고요하던 동굴 안에서 울리던 소리에 민성의 상념이 사라졌다.

[1위는 3번 플레이어. 3280점.]

[6위는 7번 플레이어. 101점.]

“뭐, 뭐?”

민성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은 7번이다.

근데 1위와의 점수 차이가 무려 30배가 나는 상황이다.

씨발. 저 3번 플레이어는 대체 누구지? 신아영? 이시운?

예상을 박 개듯이 깨버린 심각한 격차에 속이 탔다.

“내가 꼴지야... 34점.”

민지가 불안하게 말했다.

민성은 생각했다.

민지는 치유계열 헌터다.

그래서 민지에게 보조를 받으면서 점수는 자기만 독점하려고 만만한 민지를 데려온 것이다.

“자기야. 이러다 나 곧 죽는 거 아니야?”

새파랗게 질린 민지에게 민성이 다가가 그녀를 안아주었다.

“무서워….”

“걱정마. 넌 지금 죽을 테니까….”

“…뭐?”

놀란 민지가 민성을 밀어내려 했지만 자길 껴안은 민성의 완력이 너무 강했다.

그 순간 민지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민성의 어깨에 흘렀다.

“…미, 민성아 대체 왜...”

“왜냐고? 룰은 결국 꼴찌가 죽는다며. 그럼 네가 지금 죽어주면 안전빵으로 던전은 클리어하는 거 아니야?”

민지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단도에 섞인 독이었다.

민지는 말을 하려고 입을 벙긋거렸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 듯 눈물만 흘렸다. 그녀의 슬픈 눈을 민성은 아무렇지 않게 바라봤다.

“너무 억울하게 생각하지는 마. 굿바이.”

민성은 숨이 멎어버린 민지를 가만히 안은 채로 노래를 흥얼거렸다.

“죽을 수는 없잖아? 살려면 죽여야지.”

민성은 정적을 삼킨 동굴에서 독백했다. 그런 그의 광기를 살모사 한마리가 조용히 지켜봤다.

바로 그 시각.

들려오던 메시지에 시운의 귀가 쫑긋했다.

시스템은 게임이 종료됐다고 한다. 그 이유는 플레이어 한명의 사망이라고 전했다.

[레벨업을 하였습니다.]

[레벨업을 하였습니다.]

[레벨업을 하였습니다.]

[레벨업을 하였습니다.]

레벨업을 알리는 알람소리가 뒤이어 쏟아졌다.

시운의 뒤에 서서 그의 다음 명령만을 기다리는 망자들은 감정없는 눈으로 시운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제 끝난건가?”

주위로 보이는 천수들의 시체떼가 사라지고 피로 낭자한 평원의 광경이 일그러진다.

그리고 들려왔다.

[신의 게임의 1라운드가 종료되었습니다.]

“…1라운드?”

그렇다면 게임은 더 남아있다는 뜻인데.

[2라운드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남은 플레이어는 일곱명.]

사방의 경치가 변하면서 운동장 하나만한 스타디움으로 변했다.

마치 고대 기사들의 투기장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 시운의 주위로 아영과 헌터들이 보인다. 헌터들은 서로 술렁거렸다.

그때.

[2라운드 룰을 설명하겠습니다.]

[플레이어 중에서 두명만 죽이면 됩니다. 제한 시간은 5분.]

[생존자는 다음 라운드로 이용합니다.]

[참고로 손에 피를 묻힌 자에게는 특권이 주어질 예정입니다.]

그 메시지에 헌터들의 낯빛이 허탈함과 공포로 변했다.

시운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지었다.

니미. 이번엔 동료를 죽이라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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