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3회차-190화 (190/278)

제 190화

신의 게임 (3)

제한시간은 5분.

그 안에 두명을 죽여라.

단.

손에 피를 묻힌 자에게는 특권이 쥐어진단다.

시운의 시야로 암묵하고 있는 헌터들이 들어왔다.

'혼란스러울테지.'

그러나 룰대로 게임할거야.

이곳은 신이란 놈이 멋대로 주무르고 만들어내는 던전이니까.

신력의 열매를 지금 사용할 수도 없다. 지속시간이 짧기 때문에 중요한 순간에 소모해야 한다.

신이란 놈은 왜 우리를 가지고 게임을 하는걸까?

시운은 아클레우스 소드를 들었다.

혹시나 자신에게 덤벼들 생각을 하는 헌터는 처리해야 한다.

'사실 망자들만 소환해도 절대 내가 지지 않는다.'

시운에게는 든든한 동료들을 재림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

단 신아영이 강하다. 그건 조심해야 할 부분인 듯 하다.

헌터들이 서로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그들은 서로를 견제하는 듯 거리를 벌린 채였다.

그때 신아영이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잠깐. 우린 지금 여섯명잖아. 근데 아까 플레이어는 일곱이라고 했어. 그렇다면 여기에 그 침입자가 있다는 소리잖아?”

그 말에 헌터들이 술렁였다.

그 말을 듣던 시운은 곧바로 이 스타디움 곳곳을 눈으로 살폈다.

'있다.'

300미터 전방에서 무언가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너무 궁금했었던 그 플레이어의 정체다.

“저깄어요!”

임진수가 한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곳으로 모두의 고개가 돌아갔다.

“누구지?”

“잘 안 보여.”

헌터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제한시간은 5분이라고 하였다.

일단 한명은 침입자를 먼저 죽이는 것이 가장 적절한 판단이라고 생각한 듯 하고 그것에게로 모두가 다가갔다.

턱.

여섯명의 헌터들의 걸음이 일제히 멈췄고.

그들의 시선이 웅크리고 있던 소녀에게로 향했다.

“당신도 플레이어지?”

신아영이 묻자 소녀는 고개를 파묻은 채 대답을 하지 않았다.

“뭔가 이상한데? 이런 소녀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다는 거지?”

장준이 의아하게 말했다.

“제한시간은 5분이에요! 말을 걸 시간이 없어요.”

민성이 말을 하면서 단도를 소녀에게 내밀었다.

그때 신아영이 민성을 저지했다.

“왜 막는 건데요?”

“가녀린 소녀잖아.”

그렇게 차갑던 신아영도 고개를 파묻고 있는 소녀에게 동정심이 느껴졌는지 자세를 낮춰 소녀의 눈높이에 맞추고 소녀를 바라봤다.

소녀의 몸 어디에도 무기는 없었다.

“고개 좀 들어봐. 넌 여기 어떻게 올라온 거지?”

아영의 물음에 소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얼굴은 그저 소녀였다.

소녀의 순수한 눈망울에 아영은 적의가 사라지는 듯 했다.

“당장 죽여야 한다니까?”

민성이 단도를 치켜들고 다가가려고 하자 장준이 그를 말렸다.

“아, 씨발 형은 또 왜 말리는 건데?”

“잠깐 기다려봐.”

장준은 신아영을 믿어보기로 했다.

어쨌든 그녀는 이 던전의 1회차를 경험한 헌터였으니까.

“저는 이 던전의 비밀들을 알고 있어요.”

그 말에 신아영의 눈에 빛이 났다.

“그럼 말해봐.”

“당장은 알려드릴 수 없어요.”

민성은 장준을 힘으로 밀쳐내고 소녀의 정수리에 단도를 겨눴다.

“당장은 알려드릴 수 없다고? 어디서 약을 팔고 있어? 비밀을 알고 있다면 당장 입 밖으로 내뱉는 게 좋을거야. 내 단도에 묻은 이 독은 장기를 파먹는 3천가지의 독성물질이 섞여 있거든. 아주 괴로울걸?”

신아영이 민성을 한심하게 쳐다봤다.

“민성 씨! 그렇게 얘기하면 얘가 겁을 먹잖아요?”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다고요. 너무 물러터진 거 아닙니까? 공대장님?”

아영은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얘기해줄 수 없겠니? 그래야 모두가 같이 여기서 살아 돌아가지.”

그때 민성의 눈이 번뜩 뜨였다.

소녀의 발목에 분명 자상이 있다.

'설마 이 년...'

민성은 전 라운드에서 그 천수놈이 도망가려는 것을 베려다가 발목을 베었었다. 웃음만으로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사람을 능욕하듯한 미소를 내보였던 그 천수놈이 분명하다.

민성은 소녀의 자상에 대해 헌터들에게 설명했다.

“이곳에 오다가 생긴 자상이겠죠. 다른 곳을 봐요.”

신아영이 손으로 지목한 소녀의 몸에는 발목뿐만이 아니라 팔목, 등까지 자상이 있었다.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고요. 시간이 없다니까요?”

“날개가 없잖아요. 이 소녀는….”

아영의 말에 민성은 할 말이 없어서 순간 입을 닫았다.

그러나 솔직히 저 소녀가 방금 그 천수가 맞던 아니던 죽여야 한다.

“이 소녀를 어떻게 믿어요? 얘도 우리와 같은 플레이언데.”

잠자코 보고만 있던 정유리가 말했다. 그 말에 모두가 맞다는 듯 고개를 주억인다.

“곧 룰이 바뀔 거예요. 제한시간은 바뀔 거구요.”

소녀의 말과 동시에.

[플레이어들에게 자비로움을 베풀고자 제한시간을 변경합니다.]

[제한시간은 5분에서 세 시간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그 안에 반드시 두 명의 영혼을 거둬가야 합니다.]

[피를 묻힌 자에게 특권이 주어집니다.]

그 메시지에 헌터들이 술렁였다.

소녀의 말이 맞은 것이다.

아영은 언제든 소녀를 베어버릴 생각으로 검집에 두던 손을 내렸다.

“네 말이 맞았네. 근데 왜 우리에게 비밀을 알려줄 수가 없단거지? 너 혼자 나가고 싶은 생각에서야?”

아영의 물음에 소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 다 알려주면 당신들은 절 죽일테니까요.”

지켜보고 있던 시운은 소녀의 바디시그널을 살폈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슬퍼보이는 눈이지만 표정이 없는 듯 하다.

“이 라운드들을 다 통과할 방법은 없어?”

시운의 물음에 소녀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역시나 쉽게 풀리는 문제는 아닌 듯 하다.

시운은 마른침을 삼켰다.

'힘을 사용해서 당장 두 명을 죽일 수는 있다. 그러나….'

나머지 헌터와 신아영이 합세를 해서 시운을 죽이려 할 것이고.

신아영의 전력은 확실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그녀는 무엇보다 S급 헌터다.

그녀와 일대일로는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지만 나머지 A급들까지 가세하면 위험할 수도 있다.

그리고 라운드를 넘어가면 시운만 적이 될 상황에 처해질 것이고.

'저 소녀에게서 답을 들을수도 없을테지.'

사람을 살육하는 모습을 보여준 남자에게 저 소녀는 입을 열지 않을 것이다. 저 소녀에게는 겁박이 통하지 않는 느낌이고.

무엇보다 동료이자 사람인 헌터들을 죽이고 싶지는 않은 시운이었다.

방금보다 표정이 풀어진 민성이 소녀에게 다가갔다.

“지금 라운드를 탈출할 방법이 잇냐?”

“이 라운드는 룰대로 해야 해요.”

“씨발.”

그런 민성의 뒷모습을 노려보던 임진수는 조용히 검을 뽑았다.

'어차피 죽여야 한다면 박민성 니 새끼를 죽여야겠지.'

진수의 뇌리로 이수민이 생각났다. 그는 그녀를 열렬히 사랑했지만, 박민성 저 개새끼의 현란한 가스라이팅에 넘어가 수민은 저놈에게로 넘어가버렸다.

근데 더욱 열받는 것은 아까 던전에서 수민이 죽었을 때 저놈은 그다지 슬퍼하지 않았단 것이다.

그녀가 얼마나 심성이 고운 여잔데.

진수의 몸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차창!

검과 단도가 부딪히는 소리였다.

날아온 진수의 검 기척을 느끼고 민첩하게 단도를 뽑아 돌아 막은 민성은 역시 탑 A급 전투계열헌터 다웠다.

“네가 얼마나 발정난 개새끼인지 난 알고 있었다고. 누군가 죽어야 한다면 너를 죽이겠다.”

진수가 맞닿은 검신 사이로 민성을 노려보며 말하자 민성이 피식 웃었다.

“얼씨구. 너 이 새끼 네가 못나서 이수민을 내게 뺏긴 걸 내 탓으로 생각하는 거냐. 찌질하게 여기서 그걸 분출하는 거고?”

민성은 곧바로 팩폭을 꽂자 진수가 수치스럽다는 듯 얼굴이 붉어졌다. 둘은 숨기고 있던 앙금을 지금에서야 드러내는 듯 했다.

“씨, 씨발놈아. 그냥 죽어! 너같은 새낀 죽어야 돼.”

헌터들은 놀랐으나 그들을 만류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룰은 두 명의 사상자가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십분간 둘은 치열하게 싸웠다.

A급 헌터들답게 현란한 스킬과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마치 용과 호랑이과 싸우는 그림 같았다.

퍼퍼퍽!

민성은 진수의 종아리를 채찍처럼 차고 복부에 미들킥을 꽂고 곧바로 그의 가슴팍을 밀어서 그와 거리를 벌려놓고 신아영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아영 씨! 사무실에서 목걸이 하나 잃어버린 적 있죠? 그거 이 새끼가 가져간 거였어요! 지금와서야 말하는건데 임진수 저 좆만한 새끼 그거 훔쳐놓고 나한테 뭐라고 자랑했는지 알아요?”

그 말에 신아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너랑 나 일대일로 끝내자. 비열하게 이간질까지 하려고 하지 말고!”

임진수가 숨을 몰아쉬며 소리쳤지만 민성이 개의치 않고 소리친다.

“그거 아영 씨의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일한 유품이라면서요? 근데 저 새끼가 그거 훔쳐가고 나랑 담배 필 때 하는 말이 아영 씨의 채취를 매일 맡으며 자위를 한다는 짐승같은 말을 했었다고요! 이건 진짜 우리 엄마를 걸고 맹세해요! 사실이에요!”

진수는 아영을 바라보며 절대 아니라고 했다.

여기서 가장 강한 전력인 S급 신아영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물론 박민성은 속으로 생각했다.

'사실 그건 내가 훔쳐간 거긴 한데 살려면 어쩔 수 없잖아?'

그러나 신아영은 그 말에 동요되지 않는다는 듯 말없이 그들을 지켜볼 뿐이었다.

민성이 급하게 장준을 쳐다봤다.

“준이 형! 형 내가 형 급할 때 급전으로 돈 빌려준 거 잊었어?”

그 말에 장준이 흠칫했다.

“형! 씨발 사람이 도움을 받았으면 이럴 때 갚아야 하는 거 아니야? 그때 형이 얼마나 힘들어 했어?”

장준이 임진수를 슬픈 눈으로 바라봤다.

“미안하다. 진수야.”

장준은 그때가 생각나니 몸이 움직여졌다.

장준은 진수의 두 팔을 뒤에서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아, 아저씨. 아무리 그래도 나도 아저씨하고 정이 나눈게 있는데. 이러면 안 됩니다.. 저 놈이 어떤 놈인데!”

“미안해.”

방금 전투로 힘이 빠진 진수는 장준의 팔을 뿌리치지 못했고 민성은 옅게 웃으며 단도를 내밀고 달려갔다.

쌔애앵!

그 순간 민성의 단도가 손에서 빠져 저 멀리 날아갔다.

“뭐, 뭐야?”

쌩둥맞게 강한 압력과 함께 바람이라도 불 듯 자신의 단도가 날아간 것을 보고 민성이 당황해 했다.

시운은 뛰어가 민성을 말렸다.

“잠깐 멈춰봐요.”

“이시운 씨? 당신이 왜 여기서 개입합니까. 어차피 룰은 둘 중 하나가 죽어야 한다구요. 당신에게는 정말 감정이 없습니다.”

어라? 이 새끼 봐라?

아까 던전에서는 나보고 띠겁게 굴 때는 언제고 지금은 굉장히 예의바르게 말하네?

이시운은 이미 전 라운드에서 뱀의 시야를 공유해서 민성이 한 짓을 알고 있는 상태다.

시운은 윈드니스로 바람을 컨트롤 해서 민성의 목덜미에서 피가 나오게 했다.

민성도 느껴지지 못할만큼 아주 작은 힘으로.

“이거 놓으시라니까요?”

“잠깐만요. 드릴 말씀이 있어요.”

시운은 그렇게 말하고 민성의 목덜미에 손을 일부러 스쳤다.

시운의 검지손가락에 민성의 피가 묻었다.

'피를 묻힌 자에게 특권이 있다더니. 역시 그 뜻은 살인이였나.'

시운은 이 둘이 싸우고 있을 때 검으로 자신의 살을 베어 피를 손에 묻혀보았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도출된 결론은 그것이었나.

그때 정유리가 그들 사이로 들어가 그들을 번갈아봤다.

“아직 우리에게 시간은 조금 남아있어요. 찬찬히 생각해봐요. 다 살아서 나갈 방법이 있을수도.”

그녀의 말은 거기서 끊겨버렸다. 말하던 그녀의 얼굴은 공중에 떠올라 회전하더니 땅에 툭 떨어졌다.

“아아….”

“아, 아영 씨?”

기겁한 헌터들의 시선이 신아영에게 쏠렸다.

아영은 정유리의 피가 묻은 검을 거두지 않고 진수를 감정없는 눈으로 바라봤다. 피칠갑을 한 그녀의 얼굴은 악귀같았다.

그 눈빛을 본 장준은 압박을 풀고 진수에게서 멀어졌다.

푸우욱!

총알같이 쇄도한 아영의 칼날에 진수는 검붉은 피를 툭툭 흘리며 고꾸라졌다.

[2번 플레이어에게 특권이 주어집니다!]

안내음이 청명하게 울려왔다.

그러건 말건 복부를 꿰뚫은 검신을 빼낸 아영은 진수가 숨이 멎어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봤다.

그러던 그녀의 입술이 열렸다.

“난 여기서 반드시 살아야 해. 반드시 되갚아줘야 할 게 있으니까.”

그 말과 함께 라운드가 끝났다는 메시지가 들려왔다. 장준과 민성은 아영의 잔혹함에 조용히 떨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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