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3회차-198화 (198/278)

제 198화

거신

타임리스 던전에서 획득한 악신의 상자는 지금껏 얻었던 보상과는 다르다는 것을 말해주기라도 하듯 최상급 결계가 씌여져 있었다.

그 결계를 해제해야만 상자를 열 수 있는데 하필이면 결계가 최상급 결계라 결계를 해제시키는 최상급 이도열쇠가 필요했다.

다행히도 헌터트레이션에서 최상급 이도열쇠를 구매할 수 있었다.

이도의 열쇠에서 이도란 결계에 씌어진 마력을 다른 차원으로 보낸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자그마치 1억을 주고 구매한 최상급 이도열쇠로 악신의 상자의 결계를 해제했다.

[악신의 상자를 봉인한 결계가 해제되었습니다.]

그리고 상자를 열었을 때는 현란한 빛이 쏟아져 눈을 차갑게 간지럽혔다.

놀라운 것은 빛에도 온도가 있는 듯 쏟아지는 빛에 눈과 얼굴이 차가운 느낌이었다.

두 손바닥만한 상자에서 열린 빛을 통해 튀어나온 것들이 시운의 거실에 쏟아졌고 뿜어졌던 빛은 흐려지더니 이윽고 멎었다.

[블랙 고스트 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블랙 고스트 슈트아머를 획득하였습니다.]

[블랙 고스트 플랫을 획득하였습니다.]

[블랙 고스트 헤드캡을 획득하였습니다.]

‘블랙 고스트?’

직역하면 검은 유령이다. 검은 유령이라.

획득한 장비들은 슈트와 신발 그리고 투구였다.

모두 검은색이다.

장비들을 능력을 살펴보니 현재 장착하고 있는 장비들보다 방어력이 월등히 높았고, 부가 옵션은 체력과 민첩성을 올려주는 것이 붙어있었다.

“부합된 스킬은 없는건가?”

블랙 고스트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스킬은 붙어있지 않았지만.

[블랙 고스트 슈트아머를 착용하였습니다.]

[블랙 고스트 플랫을 착용하였습니다.]

[블랙 고스트 헤드캡을 착용하였습니다.]

[민첩성 스탯이 130 증가합니다.]

[체력 스탯이 100 증가합니다.]

체력과 민첩이 백 단위로 오르자 심장에 온기가 거세게 느껴지는 기분과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부합된 스킬은 없지만 이 만으로도 엄청난 옵션이다.’

그 찰나였다.

[블랙 고스트 세트의 효과가 발동됩니다.]

“세트 효과? 세트 효과까지 있단 말이냐.”

두근두근!

심장이 북 치듯이 뛰었다.

과연 뭘까.

[세트 효과 ‘고스트 어페어’를 발동합니다.]

“…고스트 어페어?”

[필자와 필자의 마력이 공유된 모든 것들의 기운을 숨깁니다.]

“내 마력과 공유된 모든 기운을 숨긴다? 이건…….”

재림시키는 모든 소환수들의 기운을 숨길 수 있단 말 같았다.

게다가 착용하고 있는 시운까지도 말이다.

‘감지계열의 적들을 만났을 때 아주 용이하겠어. 게다가…….’

소환수들을 보다 걱정없이 현계에 드러내게 할 수 있게 된다.

그때 또 하나의 알람이 울렸다.

[세트 효과 스킬 ‘고스트 서치’를 획득하였습니다.]

“효과가 또 있군. 고스트 서치?”

스킬창을 떠올려 설명을 보니 자신의 마력과 공유된 것의 능력을 살펴볼 수 있는 것 같다.

곧바로 메두사를 소환했다.

검은매를 사용하면 이 아파트는 부서지고 만다. 메두사가 딱이다.

“……….”

메두사가 시운을 빤히 바라본다.

무슨 일이냐는 듯한 눈빛이다.

‘고스트 서치.’

속으로 되뇌이자 메두사의 머리 위로 활자가 떠올랐다.

[메두사][LV.4][일반 등급][칭호:여왕]

레벨과 이름, 그리고 등급과 칭호가 떠오른다. 환수들을 다루는 시운에게는 용이한 스킬이었다.

가만 보자. 레벨이 4다. 그렇다면 메두사는 진급을 언제 하는 거지?

설마 레벨 5때?

“왜 부른 것이……”

말을 하려던 메두사를 소환 해제 시켰다.

그때였다.

[또다른 세트 효과를 발동합니다.]

이번엔 뭐지?

[악신의 힘을 모두 갖춘 당신에게 재물이 내려집니다.]

[그 재물은 당신이 악신의 힘을 더욱 끌어낼 수 있는 것입니다.]

[나이트메어를 소환합니다.]

그와 함께 왼손에서 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시운은 왼손바닥을 폈다.

그 손바닥으로 일렁이던 검은 형태의 빛들이 굳어져 형태를 만들어냈다.

[나이트메어를 획득하였습니다.]

‘단도다.’

방어구와 장신구로 끝이 아니었다.

세트효과로 새롭게 소환된 장비는 무기였다.

30센티 정도 되는 검신은 블랙 고스트라는 효과로 얻은 것 답게 완전 검했다. 솟은 칼날의 끝은 굉장히 뾰족했고 오묘한 기품이 흐르는 단도였다.

손으로 나이트메어의 그립감이 착 감겨져 온다.

가볍지만 묵직한 기운이 느껴진다.

[나이트메어][레전더리]

선택된 악신들만 사용할 수 있다는 악의 마력이 깃든 단검.

공격력: 1200

효과: 피격당한 상대의 내구력과 방어력을 모두 무시한다.

부합된 스킬- [악권]

“오오….”

공격력은 아클레우스 소드보다는 낮았지만 효과가 아주 매력적이었다. 상대의 방어력을 모두 무시한다.

그렇다면…… 적의 내구도가 높을수록 아주 용이하게 쓸 수 있는 무기란 것이다.

게다가 스킬도 하나 부합되어 있다.

[악권][특성 스킬]

근력의 열 배에 해당하는 힘을 정권에 불어넣는다.

재사용 시간: 4시간.

“열 배라니? 이거 꽤나 대박인데?”

나이트메어를 오른손으로 쥐면 다른 손은 빈손이 된다.

그 빈손을 검에 못지 않는 무기로 만들어주는 신박한 스킬이다.

이 세트의 장비들은 다른 장비보다 가볍게 느껴졌다.

블랙고스트 세트는 여태껏 착용했던 장비 세트와는 격이 달랐다.

한 차원 더 강해졌다는 생각에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그 순간이였다!

[이터널 라이프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그렇다.

이터널 라이프 퀘스트는 일주일 이란 시간을 대한민국에서 보내라는 퀘스트였다.

[기여도가 상승합니다.]

[이제 마지막 퀘스트 '해방'이 남아있습니다.]

[이 퀘스트는 추후 개방됩니다.]

“…해방?”

이제 이터널라이프 퀘스트는 단 한 개만 남았단다. 그런데 퀘스트의 이름이 해방이다.

저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 *

타임리스 던전을 공략했다는 소식으로 언론이 불탈만도 했지만 생각보다 그러진 못했다.

바로 중국의 괴생물체 문제가 현재 언론에서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신! 다시 광저우에서 행보를 멈추다.

-중국의 총 사망자수는 추측 불가.

-거신에게서 발생한 물질에 감염된 확진자수 2500 돌파.

-확진자들 전원 격리 조치했으나 이상한 반응 보이고 있어…

중국의 광저우에서 행동을 개시했던 괴생물체를 ‘거신’이라 칭하며 보도된 괴물은 다시 광저우의 한복판에서 모든 움직임을 멈춘 상태였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일까?

아니면 원기를 회복하는 것일까.

이계 전문가들은 하나씩 그들만의 추측을 내놓았으나 확신하진 못했다.

저 거신은 이계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종족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사망자수가 천문학적인 수를 기록했다. 그뿐만이 아니고 거신이 뿜어내는 물질에 감염되어 생체반응을 보이는 중국인들도 늘어갔다.

서진핑은 중국의 도시들을 모두 통제시키며 광저우에서 최대한 대피하라는 대피령을 내렸고 핵 미사일 발포를 공포했다.

현대 인간의 최강의 무기인 핵은 막강한 파괴력을 갖췄으나, 리스크도 컸다.

핵 미사일을 사용하면 중국은 오랜 침체기가 올 것이고 그 핵에서 방출된 방사능으로 인해 2차 피해를 겪을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의 주석 서진핑은 핵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군대는 물론이고 헌터들조차 어찌할 수 없는 저 거신이 중국인들의 씨를 모조리 말려버릴 것이였으니까.

인류 최후의 무기인 핵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 중 가장 신속하다고 판단된 방법은 핵 탄투 스커드 미사일로 폭격을 가하는 것이었다.

“투하한다!”

목표물을 정확히 조준한 폭격기 안 파일럿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5..

4..

3..

2..

1..

“투하.”

모든 허가가 이미 떨어졌고 고도의 상공에서 투하된 스커드 핵 미사일은 몸을 웅크린 채 정착한 거신에게 그대로 폭격되었다.

땅이 터지는 소리가 섬뜩하게 들려왔고 대지에서 생성된 막대한 연기는 버섯처럼 위로 떠올랐다.

“거신이 괴멸되었다!”

그 교신에 중국 작전사령본부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파일럿도 긴장으로 인해 경직된 몸이 좀 풀리는 듯 했다.

그러던 그때 파일럿의 눈이 빠질만큼 커졌다.

“자, 잠깐! 이상하다!”

교신을 보내던 파일럿의 눈으로 보이는 레이더 속에는 분명 사라졌던 거신의 형태가 다시 보인 것이었다.

“괴, 괴멸되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레이더로 포착한 거신의 형태는 전과 달랐다.

중국의 소도시만하던 거신의 크기는 족히 두 배로 불어나 있었다.

순간 숨이 콱 막힐 정도로 섬뜩함이 밀려온 그 순간.

“위, 위험하다! 긴급히 대피해야 할 것 같다.”

파일럿은 재빨리 레버를 당겼지만 그의 망막으로 비춰지던 것은 전투기의 기체가 파괴돼 뿜어지는 불길이었다.

* *

-기, 긴급속보입니다! 중국 광저우의 거신에게 핵을 투하했지만 괴멸시키지 못하고 투하한 파일럿이 사망했다는 소식입니다.

시운은 핸드폰으로 실시간 송출되는 뉴스를 보며 입이 벌어졌다.

“뭐, 뭐야?”

떨며 속보를 전하던 아나운서의 장면이 넘어가고 위성으로 송출되는 폐허가 된 광저우의 아득한 광경이 보였다.

놀랍게도.

거신은 본래의 형태와 달라져 있었다.

마치 진화했다랄까.

‘핵을 맞고도 죽기는커녕 더 거대해졌다? 설마.. 방사능과 열을 흡수하는 건가?’

그게 저 거신의 원동력이라면 소름끼치는 것이었다.

심지어 날개까지 돋아난 거신은 그 거대한 육신으로 상공을 비행하며 공습해오는 전투기들을 괴멸시키고 있었다.

‘저게 우리나라에 넘어온다면 종말이다.’

시운은 직감할 수 있었다.

지금껏 상대했던 그 어떤 던전 보스보다도 강력한 존재란 것을.

‘젠장.. 어떻게 해야하지.’

시운은 곧바로 협회장에게 전화를 걸고 협회 건물로 향했다.

곽대익은 심란한 얼굴로 시가를 연달아 빨고 있었다.

“회의에 회의를 거듭해도 저걸 해결할 방도를 찾지 못했다. 미국의 군력으로도 저거 못 막아.”

그 말에 시운은 잠시 눈을 감았다.

“저게 우리나라로 떨어진다 생각하니 소름이 돋네. 젠장할! 헌터들이 현계에서도 능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었다면.”

그러나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과 우호관계인 이계의 왕들에게 부탁해 용병단을 지원해달라고 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용병들은 헌터들보다 약하다. 그리고 그 용병들이 과연 거신을 막아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이계 놈들로는 못 막을거야.”

이 바닥에서 숱한 경험을 겪은 곽대익은 그렇게 직감했다.

“뾰족한 방법이라도 있나?”

대익이 시운에게 물었다. 사실 기대는 하지 않는다는 듯 툭 던진 질문이었다.

“음….”

“자네는 뭐든 기발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나. 자네의 머리로도 뾰족한 방도는 안 떠오르지?”

“협회장님.”

“얘기하게.”

낮아진 시운의 음성에 협회장도 진지하게 답했다.

“제가 항상 협회장님의 뒤치다거리를 해오지 않았습니까. 이제 정당하게 제게도 보상을 해주셔야 겠습니다.”

“갑자기 뭔 개소리야? 지금 이딴 시국에 돈이라도 달라 이 말이야?”

“헬기 한 대만 준비해주십시오.”

“..뭐?”

대익이 크게 반문했다. 헬기를 준비해달라니. 그게 갑자기 무슨 미친소리인가 싶은 눈으로 시운을 바라봤다.

“그게 무슨 미친 소리야? 설마 자네가 중국의 그 거신을 어떻게 하겠다 이 말은 아니겠지?”

“그 설마가 맞습니다. 제가 처리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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