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5화
SSS급 특성 스킬
“아…….”
그 말을 들은 유동현은 순간 기도가 막힌 느낌이 들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S급 헌터의 페라리 뒤태를 멍하니 바라봤다.
명문 길드 ’사신‘이란 이름을 꺼내고도 이런 대우를 받아본 적은 처음이다.
‘우리 사신 길드 전체의 전력보다 강하다고?’
다른 헌터가 그렇게 말했으면 우스운 객기라고 치부하며 픽 웃어줬을 테지만 저 이시운은 달랐다.
2년도 안 되어 S급에 도달한 헌터이며 헌터자격시험은 만점으로 통과.
거기다가 말도 안 되는 신체능력과 군대를 소환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췄다고 들었다.
‘우리 사신에는 S급을 둘이나 데리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전체의 전력보다 강하다니…….
‘설마?’
군대를 소환한다는 그 군대의 일원들이 S급 헌터 하나와 맞먹는단 말인가?
‘그렇다면 인재를 넘어서 괴물. 괴물이다…….’
* *
이시운은 페라리를 몰며 생각했다.
‘대한민국 명문 3대 길드 중 하나의 스카웃을 이런 식으로 걷어 차버린다면 다른 길드는 엄두도 못내서 더는 귀찮게 굴지 않겠지.’
그런 생각이었다.
언론에 대고 길드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하는 방법도 있다.
허나 나중에 길드의 도움이 필요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유동현에 의해 방금 그 일은 여러 길드의 관계자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퍼질 것이다.
좀 매몰찰 필요가 있었다.
부르르릉!
액셀을 더 세게 밟았다.
페라리의 엔진음이 경쾌하게 솟으며 다른 차들을 추월한다.
앞서 가던 앞차들도 시운의 차를 보고는 모세의 기적이라도 일 듯 길을 비켜준다.
지금은 신아영을 만나러 가는 길.
그렇게 차를 몰고 여의도의 한강뷰가 훤히 보이는 카페에 도착해 신아영을 만날 수 있었다.
* *
“저번에는 무심하게 굴어서 미안했어요. 그리고…….”
아영은 다음 말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듯 입을 삐죽였다.
시운은 알고 있다.
그녀는 고맙다는 말을 뱉기 힘들어하는 성향이란 것을.
후룹-
괜시리 그녀가 아메리카노를 입에 넣는다.
“고맙다는 말을 하려는 거죠?”
“아, 뭐….”
아영은 속내를 들켰다는 듯 눈을 크게 깜빡이더니 시운의 시선을 피했다.
차가운 줄만 알았는데 이런 면은 귀엽다.
“덕분에 그 던전을 수월하게 공략할 수 있었어요. 감사하단 말을 하려고 만나자고 한 거예요. 그리고…….”
그녀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시운에게 내밀었다.
‘이건..?’
고급 천에 덮여진 둥그런 것이었다.
“이건 뭐죠?”
“감사의 의미로 드리는 거예요. 사실 고맙단 말 한마디로 퉁치기는 좀 그래서….”
딱 봐도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
시운은 물건을 덮은 분홍색 천을 걷어냈다.
그러자 시운의 눈으로 설명창이 드러났다.
[간극의 거울]
고대 마녀 엘리베이트가 애용하던 거울이다.
설명: 5분동안 거울을 바라볼 시 응시한 자의 성향을 토대로 SSS급 특성 스킬을 부여한다.
횟수: (1/1)
‘SSS급 특성 스킬을 부여한다고?’
이건 엄청나다. 이런 귀한 것을 감사의 표시로 준다고?
대체 그 던전이 신아영에게 어떤 의미이기에.
“…그 거울은 평범한 거울이 아니예요.”
“그런 것 같군요.”
신아영은 이시운이 이미 이 거울의 특성을 꿰뚫었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제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가장 귀한 것라고 보면 돼요.”
“그런 귀한 것을 제게 줄 정도로 제게 고맙다는 말이 되네요?”
시운의 물음에 아영의 얼굴이 붉어졌다.
“……제가 사랑하던 사람이 주신 소중한 거울입니다. 그리고 그분이 말했어요. 이것을 은혜를 베푼 사람에게 주라고.”
“감사히 받도록 하죠.”
시운은 간극의 거울을 챙기는 척 하면서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아영 씨.”
“네, 네?”
아영이 갑자기 화들짝 놀란다.
“받았으니 나도 하나를 주도록 하죠.”
“괜찮아요. 뭘 바라고 준게 아니니까.”
“정보를 하나 알려드리려고 해요. 이것을 듣지 않으면 당신은 죽게 될 겁니다.”
“…?”
그 말을 듣자 아영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
진지한 낯빛에서 나오는 시운의 두 눈에서 알 수 없는 기운은 몸을 얼어붙게 할 정도였다.
시운은 핸드폰을 날짜를 확인했다.
‘1회차와 2회차에서 신아영은 오늘로부터 한 달 뒤 제주도의 호텔에서 간살을 당했었다.’
누가 그랬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었다. 수사는 미궁으로 빠졌었다.
“내가 죽게 된다니 무슨 말이죠?”
“잘 들어요. 내 말을 믿던, 아니던 상관없어요. 당신은 한 달 뒤 제주도에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설마?”
“제주도에서 누군가에게 죽을 거예요.”
“대체 누가 날 죽인단 말인지.”
아영은 S급 헌터다.
현계에서도 누구에게 쉽게 당할 여자는 아니다. 게다가 일반인 따위가 S급 헌터를 죽였다 치자.
그 일반인은 ‘국가전력훼손죄’ 까지 추가되어 징역에서 평생을 썩을 것이다.
“그건 나도 모릅니다. 하나 이야기 해줄 수 있는 건 제주도에 가지 않는 게 좋을겁니다.”
* *
신아영은 눈 앞에 있는 이시운을 보며 한참을 고민했다.
‘이 사람에겐 주어도 될거야.’
이시운. 타임리스 던전을 공략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을뿐더러.
아영을 조카처럼 예뻐해주는 장준도 그가 구출했다.
짐이 되는 그를 충분히 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근데 그러지 않았지.’
알아본 바로는 이시운은 헌터가 된 이후로 꾸준하게 소아암 어린이들에게 기부도 해왔다고 들었다.
이런 남자라면 줘도 되지 않을까.
“감사히 받도록 하죠.”
그는 거절없이 간극의 거울을 받아들였다.
‘호의를 받았으면 베풀 줄도 알아야 한다고 엄마가 그랬었지.’
아영은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이시운의 얼굴에서 빛이 나는 듯 했다.
그녀가 본 헌터 중 가장 잘생겼다.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그때였다.
“아영 씨.”
순간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들고 있던 아메리카노를 쏟을 뻔 했다.
“네, 네?”
아영은 헛기침을 했다.
이시운이 아무리 대단해도 그런 감정을 캐치하는 능력은 없겠지.
뭐. 시치미 떼면 그만인 거잖아?
“받았으니 나도 하나를 주도록 하죠.”
거절할 거야.
또 내가 여기서 받는 건 아니니까.
“괜찮아요. 뭘 바라고 준게 아니니까.”
“……듣지 않으면 당신은 죽게 될 겁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내가 죽는다니?
“…… 당신은 한달 뒤 제주도에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순간 신아영은 방금 넘어간 아메리카노를 뱉을 뻔 했다.
‘대체 어떻게 안거야?’
정확히 한 달 뒤 제주도로 혼자 여행을 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민정의 소원대로 제주도의 앞바다에 그녀의 유골을 뿌려주고 올 생각이었는데.
“…설마?”
아영은 뒷말을 멈췄다.
설마. 이시운은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이라도 갖추고 있단 말이야?
그런 능력이 있었던 헌터가 있다고는 알고 있다.
신아영은 이시운이 의문의 존재들을 소환하고 다루는 것을 보았다.
그때 속으로 느꼈던 그 섬뜩함의 기운은 아직도 느껴지는 듯 하다.
‘이 남자라면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게 이상한 것도 아니야.’
“대체 누가 날 죽인단 말인지.”
시운은 그건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 남자의 말을 무시해선 좋을 게 없어. 아쉽지만 엄마. 엄마의 소망은 나중에 이뤄줄게.’
시운의 말 한마디로 미래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 *
이계에는 5군주가 존재한다.
1군주부터 5군주까지.
그리고 그 군주 위에 군림한 대군주까지 말이다.
그들은 이계인들 중 최강이라 꼽히는 자들로 왕을 떠나서 각자 맡은 구역을 수호하는 신이라 불릴 정도라 알려졌다.
그 중에 5군주 현왕 베른.
동방의 전설의 수호신 현무의 힘을 이어받았다고 알려진 베른은 마왕조차 뚫기 힘든 현무의 등으로 만든 방패와 현무의 무한한 생명력을 다룬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힘을 너무 과시했고,
타 군주들을 모조리 몰살시키고 대군주가 되기 위해 반모를 꾀하다 적발되어 지옥의 감옥 ‘아니스’에 1인 수감 되었다.
“씨발. 인간을 찢는 맛을 본지도 너무 오래 됐다. 그립구나. 피맛이.”
마력의 쇠사슬에 손과 발이 묶인 채로 그는 전방을 바라봤다.
핏빛 대지와 불구덩이만이 타오르는 이곳 아니스는 절망 그 자체다.
이곳에서 평생을 썩다 죽어야 한다니.
“……?”
그때 전방에서 악마들의 괴성이 비산하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악마들이 울부짖는 소리였다.”
이곳을 지키는 악마들의 목이 찢기는 듯한 단말마가 분명했다.
“누구냐?”
그런 베른 앞에 초록빛 검을 든 한 남자가 다가왔다.
“…너를 좀 보러 왔다.”
“인간이 어떻게 여기에 온 거지?”
베른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곳 아니스는 신의 허락을 받은 자가 아니라면 인간은 출입하지 못한다. 출입했다간 마족과 동급인 악마들에게 처참히 찢길 테니까.
“신의 선택을 받은 자인가?”
“아닌데.”
“그럼 여기는 어떻게 들어온 거지?”
베른의 시선이 남자의 검신으로 내려갔다.
그 검신에는 피가 가득 베어있었다.
“설마 그 악마들을 뚫고 혼자서 왔단 말인가.”
“널 보러 모조리 죽이고 여기에 왔지. 네가 베른이란 놈이지?”
타앙!
남자의 검이 네 번 움직이자 손발을 묶었던 쇠사슬이 끊어졌다.
마력을 억제하는 쇠사슬이 끊어지니 힘이 다시 돌아오는 감각이 생생하다.
베른은 사악하게 웃었다.
“네가 뭐 때문에 날 보러 왔다고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넌 실수한 거다.”
베른의 머리 옆으로 일그러진 공간에서 방패가 흘러나왔다. 베른은 그 방패를 두르며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널 죽이고 다시 살리려고 왔지. 덤벼라.”
“미친 새끼. 내가 어떤 놈인줄 아냐? 죽일거면 내가 묶여있을 때 죽였어야 했다.”
베른은 미친 듯이 웃으며 남자에게로 돌진했다.
남자의 검이 베른의 방패를 두드렸다.
타앙!
그러나 방패에는 자상 정도만 남을 뿐이었다.
“이 방패는 동방의 신 중 하나인 현무의 등으로 만든 방패다.”
베른은 가만히 남자를 바라보며 속으로 놀랐다.
‘…그래도 이 방패에 검상을 남기다니. 대단한 놈이군.’
마족조차도 이 방패에 생채기 하나 내지 못했건만.
남자의 검이 사방에서 쏟아졌다.
베른은 도약하여 몸을 회전하며 방패로 그 검격들을 방패로 모두 튕겨낸다.
“네 체력이 떨어질 때 네 목을 앗아가겠다. 난 군주급 인물이라고.”
“…알고 있어. 너 힐의 대가라며?”
남자의 무기가 순간 바뀌었다.
순간!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칼이 휘날린 남자의 손 밑으로 들린 것은 단검이었다.
“미친놈이군. 그깟 작은 검으로 내 방패를 뚫을 수 있다 생각하나.”
* *
[나이트메어를 장착하였습니다.]
시운은 손으로 들린 나이트메어를 쥔 감각을 그대로 느꼈다.
‘나이트메어는 내구력과 방어력에 상관없이 대미지를 입히지.’
마침 시험해볼 것도 있다.
쿠웅!
현무의 방패가 베른을 완전히 막아섰다. 아마 저 방패로 공격도 할 모양이다.
타탓!
시운의 인영이 베른의 방패로 순식간에 쇄도했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놀라던 베른은 더욱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빠지지직-!
자신의 방패에서 쩌저적.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이, 이럴 수가?”
들고 있던 현무의 방패를 찢고 파고든 단검이 베른의 목을 찔렀다.
“악신의 정권.”
보이던 빈틈으로 꽂아든 시운의 주먹에 베른의 턱이 들리며 그의 강냉이 세 개가 위로 떠올랐다.
“커헉!”
쿠웅!
“아으…… 으…….”
베른은 턱뼈가 부서진 듯 말을 잘 하지 못했다.
그러나 베른은 피식 웃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베른의 날아간 이빨이 다시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의 부서진 방패도 원래대로 복구가 되었다.
“이게 현무의 힘이다. 계속 해봐라.”
“역시. 난 너의 그 능력을 빼앗으려고 온 거야.”
순간!
시운의 뒤편으로 생겨난 망자들과 데스나이트 메두사가 데른을 노려봤다.
“군대인가?”
베른은 방패로 온 몸을 두른 채 이번에는 창을 소환했다.
완벽하게 방어하며 공격할 자세를 취했다.
“…너 인간의 수준이 아니구나.”
망자들이 베른을 향해 으르렁 거리며 시운을 흘깃거렸다. 당장에 명령만 주면 저것의 목을 찢어버리겠다고.
“워.워. 다들 기다려.”
시운은 그것을 시험하기 위해 속으로 시동어를 외쳤다.
‘간극의 융합.’
간극의 거울을 통해 얻은 특성 스킬이었다.
그 스킬은 바로 시전자가 소환한 존재 둘을 융합시키는 것이었다.
“뭐, 뭐야! 씨팔. 몸이 왜 이래?”
메두사가 데스나이트에게로 몸이 빨려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욕지기를 했다.
“…주, 주군이여! 이게 대체!”
어느새 메두사와 몸을 완전히 접촉한 데스나이트가 난처해하는 소리였다.
시운은 그 둘을 보며 말했다.
“죽는 거 아니니까 가만히 있어라.”
그 모습을 본 베른은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뭐, 뭐하는 새끼야? 저거.”
베른의 눈에는 이시운이 인간도 신도 아닌 미친놈으로 보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