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3회차-208화 (208/278)

제 208화

일생일대의 출격

바로 그 시각.

전세계 언론으로 중국의 시진핑의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는 것이 방영되고 있었다.

그 담화문의 내용은 놀라운 것이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대한민국과 조약을 맺도록 하겠습니다.”

그 내용은 중국 뿐만이 아니라 전세게도 경악할만한 것이었다.

시진핑은 구겨지려 하는 얼굴을 애써 피며 담담하게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 *

전세계는 중국의 입장발표로 인해 난리가 난 상황이다.

그 상황 속에서 유독 화두로 떠오른 것은 그가 던진 “대한민국의 헌터”라는 말이었다.

한국의 헌터 커뮤니티.

-중국 대통령이 말한 한국 헌터가 누구임?

-박태석 아님?

-아니 말이 됨? 인간적으로 핵도 못 뚫은 괴물을 한국의 헌터가 뚫는다는 게????

놀라워 하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동시에 담겨져 있었다.

시진핑의 말을 토대로 보자면.

한국의 헌터 하나를 광저우에 있는 거신에게 출격시켜 괴멸시킨다는 것이다.

그 댓가로 중국은 한국에게 무한한 지원을 약속했다.

자존심이 막강한 중국이 대한민국에게 완전히 고개를 숙이는 일이라 놀랍기도 했지만.

-ㅋㅋㅋ 그냥 헌터 하나를 카미카제로 쓰는거네.

-현계에서 헌터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면 내가 손가락 다 자르고 장을 지짐.

-박태석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헌터 커뮤니티에 글들을 게시한 헌터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 속에서 한 댓글이 눈에 띄였다.

-박태석이 아니라 얼마 전에 S급 헌터가 된 그 헌터를 말하는 거 아님? 능력이 네크로맨서라던데.

RE: 설마...

RE: 맞을수도.. 군대를 소환한다잖아.. 그 설마로 인해 현계에서 군대를 딱 소환하면 거신하고 맞다이 가능 아님?

RE: ㄷㄷ 하루만에 F급으로 승격했다고 해서 놀라긴 했음...

RE: 어떤 군대를 소환한다는 걸까? 검하고 활 들고 싸우는 뭐 그런 인간들일까?

RE: ㄴㄴ 인간이 아니라 악마란 소문이 있음.

RE: ㅁㅊ... 설마..

“그래, 그 설마가 맞다.”

시운은 핸드폰으로 커뮤니티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이제 정말 거신을 처리하는 일은 확정이 났다.

“하, 씨발. SSS급이라던데.”

다만 그 거신의 마력수치가 SSS급이란다.

그 수치는 전대전문의 마력수치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시운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해져 있다.

-주군!

-주군이시여!

-주군! 저희들이 있는데 겁을 먹으시는 건 아니겠지요?

-으아아아아!

발 밑에서 망자들이 괴성을 질러대는 것이 들려오는 듯 하다.

조용히 좀 해라. 새끼들아.

속으로 되뇌니 귀청을 후리듯한 망자들의 잡음이 멎었다.

‘할 수 있다. 지금 내게는 비장의 무기들이 너무도 많다.’

간극의 융합. 그리고 헌터트레이션에서 구입한 울트라레어급 활과 광폭으로 증가한 민첩성.

그리고 든든한 망자 지원군들까지.

“일단 협회장하고 당장 쇼부를 봐야한다.”

곧바로 집 밖을 나섰다.

* *

“3일 뒤다.”

한껏 낮아지고 진중한 목소리는 대익이 시운에게 전한 것이었다.

시운은 자신의 어깨에 올려진 대익의 손에서 무게가 느껴졌다.

“할 수 있겠지?”

“어려울 건 없습니다.”

“좋아. 중국이란 나라의 위기는 곧 우리에게 기회로 다가왔다.”

대익의 눈빛이 칼날처럼 예리해졌다.

“협회장님.”

“얘기해.”

“이번 일을 끝으로 저는 협회장님의 손에서 떠납니다.”

시운의 말에 대익의 눈이 커졌다.

둘의 시선이 만나 묘하게 불탔다.

“내 손에서 떠나겠다?”

“사냥개 노릇을 그만하겠다는 말이지요.”

대익은 무표정을 유지했다. 그러나 그 표정 속에서도 불안하게 표정은 뒤틀리고 있었다.

대익에게 단 한 번도 이런 헌터는 없었다.

오랜기간동안 협회장을 도맡아 일하면서 본인의 손에서 이런 당돌한 말은 이번 생 처음으로 들어보는 것이었다.

“그럴 수는 없지. 누구 마음대로? 나한테 받아먹은 것도 있는데.”

“그 돈은 응당한 댓가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협회장님이 원하시는 일들을 다 해왔구요. 이번 거신을 처리하는 일까지 말입니다.”

“그 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대익의 말에 시운은 피식 웃었다.

‘내 앞에서 날 보고 웃다니. 많이 컸네. 이시운.’

일년 반 전에 자신을 보고 기침조차 조심히 하던 이시운의 얼굴이 대익의 기억으로 스쳐갔다.

“전 협회장님의 사냥개가 되어 뒷조사를 하고 무언가를 처리하고, 협회장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그만할 생각입니다. 이번 거신 일을 끝으로 말이죠.”

순간 대익의 눈에 살기가 뒤덮였다.

그러나 시운은 그 시선을 똑바로 바라보며 한 치도 피하지 않았다.

“S급 헌터가 됐다고 기세등등 해진 건가? 근데.. 알고 있나. 날 반했던 헌터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토사구팽처럼 쓰이다 값어치가 없어지니 잡아먹혔지요.”

“많이 컸구나.”

“많이 컸지요. 저를 잡아 먹으려고 하신다면 사냥개가 주인을 물어뜯는 일이 일어날 겁니다.”

“....뭐?”

협회창실의 침묵이 이어졌다.

공기가 묵직하게 흐르는 듯한 느낌이 일었다.

대익이 시가를 꺼내 입에 물고 이시운을 노려봤다.

“협회장님이 전 대통령을 암살하라고 지시한 것을 전 알고 있습니다.”

“뭐, 뭐?”

분노로 뒤덮였던 대익의 낯빛이 당황으로 번져갔다.

“이 일은 협회장님이 저를 더 이상 사냥개로 부려먹지 않는다면 외부로 알려지지 않을 겁니다.”

이시운은 이미 더이상 그 F급 햇병아리가 아니었다.

S급 헌터의 전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기밀을 알고 있다.

‘대체 어떻게 그 사실을 알고 있는거지?’

대익은 순간 시운을 죽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시운의 능력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중요한 건 그가 현계에서 악마의 군대까지 소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누구한테 그런 소리를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떠보려고 하지 마시죠. 사실임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으니까요.”

이시운의 눈빛은 한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포커페이스가 무너진 대익의 얼굴은 이미 누가봐도 당황을 머금은 안색으로 굳은 채였다.

그때 이시운의 뒤로 검은 그림자들이 솟아올랐다.

그들의 눈이 대익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익이 압도될 정도였다.

“거신 퇴치. 그 외에는 저는 이 시간 이후로 협회장님의 어떤 명령도 듣질 않겠습니다.”

대익은 시운의 뒤에 존재하는 망자들을 시선을 받으며 조용히 입술을 비집어 씹었다.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구나.’

* *

“엄마, 엄마!”

이시연이 쇼파에 앉아 티비를 보던 중 소리를 지르며 엄마를 불렀다.

“왜 그래?”

“저, 저걸 봐...”

시연이 경악한 얼굴로 티비를 가리키며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고 있었다.

“왜 그래? 얘가.”

시연의 어머니는 저녁 준비를 위해 두르던 앞치마를 휘날리며 티비 앞으로 걸어왔다.

“왜? 또 중국이 뭔 일이 났대?”

물어오던 그녀의 두 동공이 떨리기 시작했다.

티비 속에는 뉴스특보라고 적힌 글자와 함께 이시운의 얼굴이 대문짝하게 송출되고 있었다.

“뭐, 뭐야? 저게 대체 무슨 소리야?”

-우리나라와 중국의 협상을 끝으로 핵심인 광저우의 거신을 퇴치시킬 헌터가 밝혀졌습니다. 이름은 이시운. 헌터자격시험 만점으로 패스한 엘리트인 그는 S급 헌터로……….

“저게 무슨 소리래? 우리 아들을 뭐 어쩐다는 거야?!”

“어, 엄마……. 시운이가 중국의 그 괴물에게 파견된대.”

“뭐?”

그녀는 털썩 주저앉으며 멍한 눈으로 티비를 바라봤다.

“이, 이게 무슨 일이야……. 엄마. 내가 말릴게.”

이시연은 급하게 시운에게 전화를 걸었다.

* *

“……반드시 돌아올게.”

-시, 시운아! 야. 미쳤어? 못 한다고 해! 난 하나뿐인 내 동생을 잃고 싶지 않아!

“난 오랫동안 누나 동생으로서 창피한 모습반 보여왔어. 근데 이젠 다를거야.”

-무슨 소리야! 넌 내게 언제나 자랑스러운 동생이였다고.

“반드시 무사히 돌아올 거니까 엄마하고 아빠에겐 말씀 잘 드려줘.”

-시운아!

뚝.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오랜 대화로 안심시켜줄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이렇게 해둬야 내가 그 거신을 반드시 죽여버리고 돌아올 동기가 확실해지니까.’

걱정하고 있을 가족들을 위해 더더욱 돌아가야 한다는 동기는 시운의 집념을 강하게 만들었다.

타타타타타-!

협회 사옥의 옥상에서 아파치 헬기의 프로펠러가 요란하게 돌기 시작했다.

이시운은 헬기 안으로 탑승했다.

운전석에서 고글을 쓴 운전사가 슬쩍 뒤돌아본다.

“이제 출발하시죠.”

이시운이 비장하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종사가 출발을 하지 않고 옥상의 문쪽으로 힐끗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왜 출발하지 않는거죠?”

“아직 올 사람이 한 명 더 있습니다.”

“그게 누굽니까?”

“저기 오네요.”

시운의 고개가 문쪽으로 향했다.

열리는 문 사이로 남자 한명이 헬기를 향해 걸어왔다.

그 남자의 다듬어진 턱수염과 차가운 눈매가 눈에 들어왔다.

“조대호?”

저 녀석이 왜 나타난 거지?

그는 S급 헌터이자 마제의 신궁이라는 별호를 가진 조대호였다.

“일단 가면서 설명할게요. 출발합시다!”

그는 헬기 안으로 들어와 앉고서 말했고, 헬기는 서서히 이륙하기 시작했다.

점점 협회 옥상은 자그마하게 보였고, 지상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헬기는 도약한 상태였다.

“움직이는 것은 저 혼자가 아니였나요?”

시운이 물었다.

“당황했죠? 협회장님이 급하게 계획을 수정했어요.”

“수정한 계획? 말해보세요.”

“시운 씨 잘 들어요. 도착지점에 도달하면 그때부터 제가 시운 씨의 모습을 담을 거예요.”

“녹화를 한단 말인가요?”

“녹화가 아니고 라이브 송출이에요. 그리고 송출되는 영상은 전 세계인들에게 라이브로 방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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