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3회차-211화 (211/278)

제 211화

위대한 헌터 (2)

“시체들이 왜 다 사라진 거죠?”

조대호는 수만의 감염자 시체들이 단번에 바닥으로 흡수 되듯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이시운에게 물었다.

시운은 대답하지 않고 옆을 바라봤다.

판빙빙 군대 틈 속에 섞여있던 감염자가 슬픈 눈을 한 채로 이시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중에 꼭 성불시켜줄게.”

이시운은 감염자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 감염자의 감정이 공유라도 되듯 시운의 가슴이 미어왔다.

대륙을 침몰한 거신에 의해 감염병이 걸렸고, 목숨을 잃었던 감염자의 생이 눈 앞에 보이는 듯 했다.

‘세상을 구할 때까지만 도움을 다오.’

그렇게 속으로 말했다.

이시운은 주로 망자들을 군대로 사용한다.

망자들은 명계. 즉 현생에서 용서받을 수 없는 큰 죄를 짓고 지옥에 떨어진 인간들을 군단으로 재림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생명체를 죽이고 재림 시켜서 자신의 군대로 사용하는 것은 비윤리적인 일이다.

그래서 죄를 짓고 지옥에 있던 망자들을 사용한 것이다.

“……너희들도 때가 되면 모두 성불 시켜줄 것이다. 대신 그때까지는 날 도와야 한다.”

그 말에 시운을 바라보는 망자들의 눈에 여러 가지 감정이 비췄다.

한편 그 광경을 보던 조대호는 안색이 시퍼러진 채였다.

‘이것들을 성불 시켜준다고? 그 말이 가능하단 말인가?’

조대호의 눈에는 이미 이시운은 인간의 존재를 한참이나 뛰어넘은 존재로 느껴졌다.

망자들을 지휘하며 전방으로 더 걸었다.

거신이 있다고 알려진 목표지점까지는 이제 5 킬로미터 앞.

“이제 그 지점까지 5키로 남았어요.”

대호의 말에 이시운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한데요? 협회측에 보고된 내용은 없습니까.”

“아, 그러고 보니….”

이상하다는 말의 뜻을 조대호도 이제야 인지할 수 있었다.

거신과의 지점까지 5키로 미터 앞까지 도달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소도시만한 크기의 거신이 육안으로 보여야 정상인데 그 형체가 보이질 않는다.

“대호 씨의 그 능력으로 협회측과의 교신을 해보시죠.”

“…알고 있었어요? 내 능력을?”

“그런 걸 따질 시간이 없어요.”

조대호는 또 한 번 소름으로 등 뒤의 땀줄기가 흐르는 것을 느꼈다.

이시운은 자신만의 그 능력을 알고 있는 듯 했다.

그 능력을 아는 사람은 협회측의 곽대익뿐인데.

‘설마 내 각성 능력까지 읽어내는 능력까지 갖췄단 말이야?’

이시운.

이 남자의 정체는 대체 뭘까?

“빨리요.”

이시운이 재촉했다.

일단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타이밍은 아니다.

조대호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떴다.

“전파를 통해 협회측에서 메시지를 받았어요. 거신의 형태가 변했다고 하네요.”

“형태가 변했다라. 그 내용이 답니까?”

“형태가 변한 것이 관측 되었고 거신의 형태가 위성에서도 잡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분명 이 근처에 있다.’

전신의 솜털까지 서게 만드는 묘한 기운이 분명 느껴졌다.

이 기운에 대한 느낌은 그 어떤 던전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괴이한 감각이었다.

곧바로 카이칸과 현무, 메두사, 데스나이트, 검은매를 소환했다.

소환된 다섯 명은 이시운의 명령 없이도 곧바로 전투태세를 갖췄다.

그들도 본능적으로 이상한 기운이 느껴짐을 감지한 것이다.

“……이것들도 군대입니까?”

조대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시운은 끄덕였다.

대호의 눈에 그들의 형태가 들어왔다.

다른 망자들과는 크기와 형태가 다른, 그리고 격이 다른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그들을 보고 본능적으로 뒤로 두 발자국 물러났다.

그때 메두사가 얼굴을 구기며 조대호에게 다가갔다.

“뭐? 이것들? 다시 한 번 혀를 놀려봐.”

“아,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지금 이거 전세계에 생방송으로 송출되고 있어요.”

“근데 어쩌라고? 목에 허연 살점이 딱 뜯기 좋게 생긴 놈아.”

“시운 씨!”

대호는 시운에게 말려달라는 눈치를 보냈다.

“메두사. 아군이야. 그만 둬.”

시운의 말에 메두사는 조대호를 위아래로 흘겨보고 시선을 거뒀다.

“분명... 느껴지는데. 녀석의 기운이.”

그때였다.

전방에 있던 망자들 수십 명의 목이 순식간에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눈깜짝할 새였다.

‘어느 틈에!’

이시운은 곧바로 아공간에서 헌터트레이션에 구매한 아디온의 활을 소환했다.

뒤이어 시운 앞에 섰던 망자들의 육체가 도미노처럼 찢어졌고 그 틈으로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퉤엣-!

이시운은 그쪽으로 화살을 쏘아올리자 푸른 선을 그리며 날아가던 화살이 뭔가에 박히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으어어억!”

괴롭단 듯한 비명소리는 양 팔이 잘려나간 채 떨고 있는 메두사의 입에서 난 소리였다.

“시, 시운 씨! 부탁합니다.”

조대호는 형체도 잡히지 않는 무언가에 위기감을 느끼고 뒤로 멀찌감치 물러났다.

“현무!”

이시운이 외치자 현무가 왼손에 들린 스태프를 메두사를 향해 휘저었다.

그러자 메두사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피가 멈췄고 그녀에게서 팔이 새로 돋아나기 시작했다.

타타탕!

허공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데스나이트가 튕겨져 나갔고, 카이칸이 뒤로 밀려났다.

그리고 그 틈으로 인간의 두 배 크기인 생명체가 형태를 드러냈다.

“그게 진짜 네 모습이냐?”

이시운이 생명체를 향해 물었다.

등에 날개가 펼쳐진 채 표정없는 얼굴로 이시운을 바라보던 생명체는 오른손에 들린 검을 가만히 움켜잡았다.

그 검에 망자들의 피와 살점이 묻혀있었다.

생명체 머리 위로 글자가 홀로그램화 되어 떠올랐다.

[?????]

‘물음표?’

헌터의 능력으로도 이름을 알 수 없는 듯 했다.

“주, 죽여버리겠어!”

회복을 마친 메두사가 이를 갈며 생명체를 노려봤다.

녀석은 그저 가만히 이시운을 응시했다.

그 응시하던 안광은 단연 인간의 눈이 아님을 나타내듯 보랏빛이었다.

“다들 뒤로 물러나! 그리고 내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지 아무도 끼어들지 마라.”

처처처척!

그 말에 망자들이 뒤로 일제히 물러났다.

“왜 끼지 말란거야! 저 자식 때문에 난 처음으로 뼈가 잘리는 고통을 느꼈다고!”

메두사는 이를 아득아득 갈면서도 시운의 말은 듣겠다는 듯 뒤로 물러났다.

-우오오오….

생명체가 알 수 없는 언어로 소리를 냈다.

-아니구나…….

그런데 그 언어가 점점 들리기 시작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인간이 아니구나.

“인간이 아니라고?”

대호는 시운의 입에서 인간의 언어와는 다른 언어가 나오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저 인간은 대체 뭐야? 인간이 맞아?’

-그렇다고 신도 아닌 존재…….

“분명 날 공격할 틈이 있었는데.”

그렇다. 저 거신은 이시운을 노릴 기회가 분명 있었다.

그러나 의아하게도 시운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것에 이상함을 느껴 시운도 군대를 물린 것이다.

-내 언어를 알아듣고 구사할 줄 알다니…….

“거, 새끼. 말 존나 질질 끄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시운은 그 말을 하면서도 본능적으로 이 놈과 전력을 붙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치솟았다.

왜인지는 알 수 없었다.

시운보다 한참은 큰 키로 시운을 내려다보는 날개가 달린 거신은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우오오오-!

그때 그의 팔에 들린 기괴한 형태의 검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치 인격이라도 갖춘 검처럼.

“한 번 붙어보자.”

퉤엣-!

아디온의 활시위를 당겨 화살을 쏘았다.

그 화살은 굉음을 뿜으며 거신에게 날아갔다.

타타타타!

거신은 음속에 맞먹는 스피드로 좌측으로 몸을 움직이며 화살을 피해냈다.

그 틈에 나이트메어를 꺼낸 이시운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거신을 향해 질주했다.

파장창-!

검과 검이 맞부딪히자 요란한 금속음과 함께 주위에 있던 망자들의 몸이 떨릴 정도의 충격이 일었다.

그 틈에 있던 조대호는 다리에 힘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이번 건만 해결하면 이시운... 저 녀석에 대해 반드시 알아봐야겠다.’

* *

중국을 괴멸시킬 위기까지 몰고간 거신과 인간의 싸움이 생중계되고 있다.

세상은 왈칵 뒤집힌 상태였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나라들의 커뮤니티와 언론은 이시운과 거신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도배된 상태였다.

바로 그 시각.

한국헌터협회 본사의 회의실.

곽대익과 협회측 관계자, 임원들의 시선이 모두 대형스크린에 꽂혀있다.

그들의 표정은 모두 똑같았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이었다.

“……저거 일천지옥에서 만 명의 악마들의 사체로 빚어졌다는 그 괴물 맞아?”

곽대익이 정수호에게 물었다.

정수호.

한국에서 이계학 역사에 가장 빠듯한 지식을 갖춘 학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저 모습은 이계학 고대 그 전의 시대에 기록 되어있던 증오의 군주 크리스토퍼의 모습 같습니다.”

“크리스토퍼?”

“태초에 이계 문명이 탄생하기 전 모든 신들과 대적했던 군주입니다...”

“..모든 신들과 대적했던 군주라고?”

회의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의문의 표정을 지었다.

모든 신들과 대적했던 군주라고?

그렇다면 대체 얼마나 강력한 존재일까.

“..지금으로부터 세기로 세기도 힘들 정도로 엄청난 과거에 존재했던 놈이 어떻게 저렇게 나타날 수가 있는거지?”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수호는 설명하기 난감하단 듯한 표정을 지었다.

“협회장님. 제가 봤을 때는 형상만 바꾸는 것 같습니다.”

지켜보던 박태석이 말했다.

“형상만 바꾼다니?”

“크리스토퍼라는 증오의 군주와 일천지옥의 악마들의 사체로 빚어진 괴수. 그 두 존재는 연관성이 없어요. 한마디로 형상만 그렇게 변화시키는 것 같은데요?”

박태석의 말에 대익은 정수호를 바라봤다.

“……이론으로는 설명하기가 불가능합니다. 박 헌터님의 말이 차라리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그도 같은 견해를 표출했다.

“분명 SS급인 마력수치가 SSS급으로 상승했고, 동시에 형태도 변화했습니다. 그 뜻은…….”

박태석의 말에 대익의 눈이 커졌다.

“마력수치가 더 상승하면 이제 다른 형태로 변한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항상 여유롭던 표정으로 유명한 박태석도 지금만큼은 얼굴에 긴장이 역력했다.

“좋아!”

“그렇지!”

그때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스크린에서 터져나온 장면을 보고서.

* *

자신의 목덜미에 피가 한웅큼 베어있는 상태로 이시운은 거신을 노려봤다.

“…칼 맛이 어때?”

정확하게 이시운의 나이트메어의 검신은 거신의 왼쪽 가슴에 깊숙이 박힌 상태였다.

그러나.

시운을 묘하게 바라보는 거신의 표정에는 미동조차 없었다.

푸욱!

검신을 빼어내자 거신의 꿰뚫린 살점에서 피가 철철 솟구쳐 땅에 흘러내렸다.

“전혀 아파하질 않는 모습이네.”

시운 또한 전신에 깊은 생채기를 입은 상태였다.

거신은 멎은 움직임으로 이시운을 바라봤다.

-……궁금하구나.

“뭐가 말이냐?”

-네 진짜 모습이 말이다.

나의 진짜 모습?

“알 수 없는 개소리를 하는군.”

의문이 들었으나 그런 의문에 빠져있을 틈이 없다.

‘가속.’

[민첩성이 40% 증가합니다.]

이시운은 나이트메어를 쥔 손에 힘을 꽉 불어넣었다.

“이제 테스트는 끝났냐? 네 진짜 힘을 드러내라. 나도 이제부터 전력으로 싸워주지.”

시운은 거신과 싸우면서 느꼈다.

녀석은 진심으로 전투에 임하지 않고 있단 것을.

그때였다.

거신이 뒤로 물러나더니 허공에 손을 들었다.

순간!

거신의 형태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신의 머리 위로 물음표로 보였던 홀로그램 글자가 바뀌기 시작했다.

[마신 아베크로스]

“마신 아베크로스? 그게 진짜 네 놈 정체인가.”

파지지지직-!

거신의 손이 뻗은 허공이 요란하게 찢기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다.

마치 게이트와 같은 그 구멍은 점점 커지더니.

그 구멍에서 수많은 괴수들이 쏟아졌다.

“……!”

“……!”

웬만해선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는 망자들이 놀라 떨기 시작했다.

크오오오오-!

캬아아아아-!

그오오오오-!

‘마수들이다.’

게이트에서 쏟아진 괴수들의 머리 위로 보이는 글자를 통해 그들이 마수임을 알 수 있었다.

“저것들은 마수예요.”

“예? 마수라고요?”

조대호는 그 말을 듣고 경악했다.

마수.

이계의 괴물과는 차원이 다른 마족의 군대를 일컫는다.

마수들은 몬스터들 중에서도 가장 잔인하고 강력한 존재로 알려져 있다.

‘이젠.. 끝났어.’

마족의 군대 마수라니.

조대호는 자신의 묘자리가 이제 이곳임을 직감했다. 아무리 이시운이라도 마족의 군대를 상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거신이 소환한 마수 군대는 무려 십만은 돼보였다.

그들은 마계의 전장을 누비고 마계를 지배했던 흉측한 마수들이었다.

-받아내봐라.

거신은 마수들의 최전방에 선 채 이시운에게 말했다.

시운은 옅게 웃으며 손아귀에 마력을 집중했다.

그 순간!

망자들 뒤편으로 또다른 군대가 솟아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조대호는 또 한 번 경악하기 시작했다.

‘아까.... 그 감염자들이다!’

시운과 접전을 치뤘던 감염자들이 되살아나 거신을 보며 괴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이로서 이시운의 군대의 수는 불어났다.

“아아아아악!”

“그오오오오!”

언데드 군대가 거신을 향해 괴성을 내질렀다. 그 괴성은 단순히 포효가 아니었다.

“야, 거신아. 이 군대들은 너 때문에 모조리 죽었던 중국인들이다. 네가 죽이고 네가 부려먹었던 사람들이라고.”

-……….

“네가 죽이고 소환하고 부려먹었던 사람들은 너를 향해 죽일 듯한 증오심을 품은 상태다. 증오심은 사람을 망가뜨릴 수도 있지만 , 강하게 만들어주는 원초적인 감정이리도 하지.”

거신의 기분은 묘할 것이다.

자신이 죽이거나, 퍼트렸던 전염병으로 통솔하던 존재들이 이젠 자신의 적이 되었다니.

“대호 씨.”

“…예?”

“포기하지 마요. 내가 그쪽 살아나가게 해줄 테니까.”

그렇게 말하던 그때였다.

이시운의 앞으로 다가온 망자 한 명.

“……넌?”

그 망자는 다른 망자들보다 머리 하나는 크고 확실하게 묘한 기운을 뿜어내던 그 녀석이었다.

그 망자가 무언가를 원하는 눈빛을 보내왔다.

그리고 알람 소리가 들려왔다.

[타이탄의 군주 아콘이 자신의 힘을 해방시키길 원하고 있습니다. 허락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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