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8화
세계 종말의 시작
이시운의 눈이 커질대로 커져서 더는 뜨여지지 못할 정도로 커졌다.
-이계를 잇는 초대형 게이트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합니다!
속보였다.
그 속보는 인천에 존재하는 이계로 향하는 초대형 게이트에서 기이한 현상이 흘러나오고 있단 내용이다.
-우리나라 인천 뿐만이 아닙니다. 미국과 일본의 게이트마저도…….
세계에 존재하는 3대 초대형 게이트에서 기이 현상이 일어났다고 한다.
‘…왜지?’
저 게이트는 생겨난 이후로 단 한 번도 이상 현상을 나타낸 적이 없다.
뭔가 모를 알 수 없는 섬뜩함이 온 몸에 차올랐다.
티비의 뉴스속보에 시선을 두며 분석을 했다.
‘저 게이트는 카인이 만들어낸 게이트다.’
오만가지 생각이 총알처럼 뇌리로 스쳐간다.
그리고 티비 속 영상이 스르르- 전환되며 인천의 게이트를 실시간으로 담아내는 영상으로 전환되었다.
-@#!##%$%##!@#@#……….
게이트에서 흘러나오는 괴기 스러운 목소리가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알아 들을 수 없는 소리.
그러나.
‘저건 분명 뜻을 담은 언어다.’
분명 시운의 직감으로는 저 소리는 무언가의 언어 같았다.
-가기오스 레게타…….
점점.
그 알아들을 수 없던 언어는 소리를 내는 음으로 들려왔고.
-대한민국의 바람의 군왕이여……. …………할텐가?
그 언어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변형되어 들려왔다.
‘날 부르는 건가?’
분명 바람의 군왕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촬영하는 기자와 아나운서 들에게는 그 언어가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오직 시운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
‘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카인. 그 놈이.’
그때였다.
[…차원의 균열자가 당신을 부르고 있습니다.]
들려온 시스템 알람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당신의 힘을 알고 싶어합니다.]
[그는 당신의 잠재력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람의 군왕. 너를 시험하도록 하겠다. 세계의 대 균열이 일어날 것이다. 힘대로 막아봐라.
‘세상의 대 균열? 설마.’
저 게이트들의 마력으로 온 세상에 대형 게이트들이 생성된다는 말인가.
그리고 그때.
[이터널 라이프 퀘스트 ‘해방’의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이터널 라이프의 마지막 퀘스트 해방이 충족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시운 앞으로 홀로그램창이 서서히 떠올랐다.
(1/1)
(0/1)
(0/1)
세 개의 숫자였다.
저것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나머지 두 개는 0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남은 두 가지가 뭔지는 모른다.
그러나 저 두 가지도 모두 충족시켜야 마지막 이터널 라이프 퀘스트가 완료되고 그로 인한 힘이 해방될 것이리라.
[조건을 충족하였으므로 당신에게 군왕의 눈을 선사합니다.]
‘…군왕의 눈?’
시운의 검은 눈동자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시운의 눈 앞으로 세계의 지도가 펼쳐졌고.
지도 속에서 그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으로서 예지한 것이다.
시운의 눈이 번뜩 뜨였다.
‘이제 시작이다! 내 손으로 종말을 막아내겠다.’
* *
이계를 잇는 세계의 3대 게이트의 문이 닫히고 그 게이트는 사라졌다.
그 현상으로 전 세계는 혼란에 빠졌고.
이계에 넘어간 헌터들은 갇힌 상황이 되었다.
이시운은 차원의 포탈을 열어 차례차례 그들을 현계로 이동시켜주었다.
“정말 고맙습니다. 헌터님.”
“역시 듣던대로 이런 힘까지 있으셨군요. 평생 이 은혜 잊지 않을게요.”
“감사합니다! 평생 이계에 갇혀 가족들도 못 보고 살게 될 줄 알았습니다. 평생 헌터님께 감사하면서 살겠습니다.”
“형님으로 모시고 싶어요.”
그들은 이시운에게 감사하단 말을 했다.
그리고 그들의 증언으로 인해 이시운의 이 능력까지 세상에 알려지게 됐고.
대한민국의 국민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이시운이란 헌터에게 신뢰를 내비췄다.
이제 이시운이란 헌터의 입지는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라 할지라도 모르는 자가 없을 정도로 탄탄해진 후였다.
이시운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그리고 전 세계를 경악에 빠트린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전 세계 곳곳에서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시운은 군왕의 눈을 통해 예지한 대한민국의 강원도에 열린 게이트에 그 누구보다 빠르게 출입해 던전 브레이크를 막고 게이트를 처리했다.
끝이 아니었다.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뒤이어 열린 서울의 대형게이트는 박태석과 사신, 에로스 길드가 처리했다.
헌터들은 현게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게이트에 출입하면 그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게이트가 열리고 던전 브레이크가 걸려 괴수들이 쏟아지기 전에 게이트를 발견하고 곧바로 헌터 인원들을 그 게이트에 출격시켜야 했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 점차 생겨난 게이트는 던전 브레이크 현상을 일으키며 괴수들을 쏟아냈고.
그 여파로 헌터의 전력이 약하다고 판단되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영국 등의 나라는 게이트에서 쏟아진 괴수들에 의해 영토가 지도에서 반 이상이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현대식 군무기들은 괴수들에게 통하지 않았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일국이 괴수들에 의해 한 순간에 역사에서 사라져가고 있었고.
전 세계는 경악에 빠져갔다.
괴수들에 의해 형체도 알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사람들의 사체를 보고 공포심을 느껴 자살 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기 시작했고.
주식시장은 당연히 대공황을 맞이했다.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가 말한 지구의 종말은 2012년이 아닌……… 2022년이었어!
그렇게 믿고 이제 세상의 종말에 대한 공포가 세상을 뒤덮어가고 있을 때.
게이트에서 쏟아진 괴수들은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대통령 박문수는 그 누구보다 이시운에게 의지했다.
세계가 차례대로 멸망해가고 있다.
자국인 대한민국과 국민들만큼은 지키려면 이시운의 힘이 필요하단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헌터님. …제발 우리 대한민국을 지켜주십시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로서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대통령이 고개까지 숙였다.
대한민국에 열린 게이트들은 모두 처리한 상태다.
하지만 세계가 게이트에 의해 불타고 있었다.
“대통령님.”
“네! 헌터님.”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뭐든, 무엇이든 말씀하세요.”
“지금 당장 전용기가 한 대 필요합니다.”
박 대통령은 이시운의 말 한마디에 이유도 묻지 않고 그에게 전용기를 마련해주었다.
이시운은 그 전용기를 타고 미국으로 날아갔다.
-각하! 대한민국 헌터 이시운 씨가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뭐? 이시운 헌터님이 오신다고?”
미국 대통령 댄 워커는 이시운을 증오하는 마음 따윈 버린 지 오래였다.
그는 이시운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마중나갔다.
“헌터님! 잘 오셨습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댄 워커가 존중의 눈빛을 보내오며 전용기에서 내리는 이시운을 향해 말했다.
“보스턴과 뉴욕. 이 두 군데에 게이트가 열릴 겁니다. 그래서 도움을 주러 왔습니다.”
“…게이트가 열리는 위치까지 예측하실 수 있는 겁니까?”
“그런 건 지금 따질 상황이 아닙니다. 빨리 보스턴에 A급 이상 헌터들을 최대한 많이 투입 시키세요.”
“아, 알겠습니다.”
이시운이 미국으로 날아온 이유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미국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의 경제는 박살이 나고 만다.
다른 나라보다 미국의 괴멸을 막아야 했다.
* *
“꺄아아아악!”
“다들 도망가요!”
“게, 게이트에서 괴물들이 쏟아진다!”
품격있고 고급스러운 뉴욕의 풍경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현재 뉴욕은 차원을 찢고 허공에서 게이트가 토해낸 괴수들에 의해 불바다가 되어가고 있었다.
뉴욕은 물론이고 미국을 상징하는 자유의 여신상이 불에 타들어갔다.
그리고.
자유의 여신상이 들고 있는 횃불이 땅에 낙하해 박살났다.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온 마수들은 불을 뿜어냈다.
그 불은 지상의 모든 것들을 재로 만들어갔다.
“던전 브레이크가 바로 걸리다니.”
콰콰콰쾅!
불길에 휩쌓인 빌딩이 무너졌고 그 잔해가 지상으로 튀었다.
곧바로 도착한 이시운은 건물 잔해에 깔릴 뻔한 아이를 안고 튀어나가면서 망자들을 소환했다.
우오오오오-!
“저것들을 처리해라.”
망자들은 이시운의 말 한마디에 허공에서 낙하하는 마수들에게 무섭게 도약했다.
“…괜찮니?”
이시운은 품에 안고 있는 금발의 여자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는 두려운 눈으로 이시운을 바라보면서 어렵게 고개를 끄덕였다.
“데, 델리아!!!”
반대편에서 질겁을 한 여성이 아이를 부르며 달려왔다.
아마 아이의 엄마인 듯 하다.
아이는 울며 그녀에게 달려가 안겼다.
델리아는 아이를 안은 채 아이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면서 흐느꼈다.
그리고 이시운을 바라봤다.
“고, 고맙습니다. 이시운 헌터님이시죠?”
“…빨리 여기서 모두 빠져나가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제 딸을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뉴욕 시민들이 혼비백산하며 그곳에서 빠져나갔다.
쿠쿠쿠쿵-!
마수들의 불길에 의해 건물들이 녹아서 도미노처럼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마수들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마수들 속에서 유독 섬뜩한 기운을 뿜어내는 녀석이 이시운을 향해 날아왔다.
-찾았다. 바람의 군왕……….
마수는 이시운을 향해 아가리를 크게 벌렸다.
벌려진 아가리 속에서 대기를 그대로 녹여버릴 듯한 고온의 화염이 일었다.
파아아아아-!
그 화염의 브레스가 이시운에게 무섭게 쏟아졌다.
차차차차-!
뉴욕의 지상 모든 것들을 녹여버릴 화염이 거대한 먼지와 연기를 만들어냈다.
[.......]
마수는 조용히 연기가 걷혀가는 것을 기다렸다.
연기가 거친 그 사이로 이시운이 군왕의 방패를 사용한 채 마수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이게 끝이냐?”
시운의 도발에 마수가 더욱 공격적으로 돌진해왔다.
“언데드들이여. 일어나라.”
이시운의 육성이 흘러나오자 땅속에서 언데드들이 손을 뻗어 지면을 짚고 일어나더니 마수를 향해 일제히 달려갔다.
언데드들은 인간 정도의 크기였지만.
괴력과 근성은 인간이 아니었다.
언데들은 빌딩의 벽을 짚고 무식하고 빠르게 올라갔다.
그리고 공중에 솟은 채 브레스를 남발하는 마수에게 날아갔다.
언데드들이 마수의 몸 이곳저곳에 달라붙어 마수의 육신을 미친 듯이 물어뜯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아…!]
마수는 몸부림 치며 몸을 마구 비틀었고 언데드들이 지상으로 떨어졌지만.
언데드들은 내장과 피를 쏟아내면서도 다시 마수에게 달라붙어 이빨로 마수의 피부를 뜯고 또 듣었다.
언데드들의 가장 무서운 점은 저런 집념이었다.
* *
뉴욕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 마수들의 사체가 더는 움직이질 않는다.
이시운의 기색은 지쳐있었다.
‘…마수들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세계에 게이트들이 무자비하게 열려가고 있고.
마수들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 몸으로 체감이 되니 머릿속이 하얬다.
고개를 들어 허공을 바라보니 잿빛 먼지들이 하늘을 불안하게 뒤덮고 있다.
코를 통해 쾌쾌하고 무겁게 탁한 냄새가 느껴진다.
‘……막아낼 수 있을까?’
아직은 힘이 부족하다.
그런 의문과 생각이 교차해 들던 그때.
타이탄의 군주 아콘이 이시운에게 다가와 비장한 눈빛을 번뜩였다.
“주군!”
“이야기 해봐.”
평소 말이 거의 없는 아콘이 부른다는 것은 중요한 말을 한다는 것이다.
녀석의 입에서 무슨 말이 흘러나올까?
“바람의 군왕에 대해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르는 것들을 알고 있다고?”
“그렇습니다.”
“설명 해봐.”
바람의 군왕이란 존재에 대해 안 그래도 궁금하던 찰나였다.
이시운은 마수들의 사체를 추출하고 재림시키며 동시에 윈드니스로 거대한 바람을 불러내며 뉴욕을 뒤삼킨 불길을 멎게 했다.
“……천신전쟁에서 인간의 편에 써서 신들과 대적했다고 알려진 바람의 군왕은 한 인물이 아닙니다.”
“뭐? 한 인물이 아니라니?”
“그것은 계승 되어지는 명칭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초대 바람의 군왕이 있고 2대 바람의 군왕이 있고 뭐 그렇다는 건가?”
아콘이 고개를 끄덕이려던 그때.
[정보를 인식합니다.]
[바람의 군왕의 힘 일부가 해방되려 합니다.]
‘뭐지? 갑자기? 정보를 인식하고 바람의 군왕의 힘이 해방되려 한다고?’
곰곰이 생각하던 이시운의 뇌리로 생각 하나가 스쳐갔다.
저번 인천 게이트에 대한 속보를 들을 때.
바람의 군왕에 대해 괴수가 이야기 하자 군왕의 눈이 뜨였고.
아콘에게 바람의 군왕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힘의 일부가 해방된다는 메시지가 들려왔다.
‘...그렇다면 바람의 군왕에 대해 알아갈수록 온전한 힘 모두를 해방시킬 수 있단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죽은 자를 살려내고 군대로 부리며 대지를 뒤덮을 바람까지 사용한다. 근데 이 힘이 이게 끝이 아니라고?
바람의 군왕의 힘은 대체 어디까지 일까.
“아콘!”
“말씀하십시오.”
“계속 얘기해봐. 네가 바람의 군왕에 대해 아는 그 모든 것들을 죄다!”
아콘이 바람의 군왕에 대해 어떻게 이렇게 잘 알고 있는 걸까 라는 의문점이 들긴 했지만.
지금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바람의 군왕은 바람의 능력으로 소환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소환체들에게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고 전해집니다.”
그때.
[바람의 군왕에 대한 힘 일부가 해방됩니다.]
[스킬 “바람의 신호”를 획득하였습니다.]
곧바로 스킬 설명창을 훑어보았다.
[스킬][바람의 신호]
소환체들을 지정해 자신의 목소리를 보낼 수 있고 그들의 목소리를 거리와 상관 없이 들을 수 있다.
‘텔레파시 같은 건가!’
잘 써먹으면 아주 유용한 스킬이었다.
이것은 군대를 통솔하는 데 아주 쓸모있게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콘이 그게 끝이 아니라는 듯 운을 뗐다.
시운의 눈이 빛났다.
“빨리 얘기해봐. 아는 것 모조리 말이다.”
정보를 얻으면 또 다른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하니 아콘을 채근하게 되었다.
“……군왕은 창조 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