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7화
길드를 창설하다 (2)
천생(天生) 길드.
시운이 한 시간 정도 생각하고 작명한 길드 이름이다.
딱 보면 조금 그럴 듯 해 보이기도 하지만.
천세정 때문에 인생을 살았었다 라는 뜻으로 천세정의 천을 하늘천 자로 바꾸고 뒤에 생을 붙인 것이다.
작명센스가 없어서 대충 지었단 소리다.
협회에 승인을 받은 이 천생 길드 건물의 1층은 헌터들 인사쪽 담당으로 쓰고.
2층. 3층. 4층은 길드에 소속된 헌터들을 위해 쓰일 것이고.
5층은 마스터인 시운이 독채로 쓰게 해놨다.
“시운아!”
낭랑한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정연희다.
“인테리어는 뭐.. 깔끔하네.”
건물 내부를 둘러보며 들어오는 이 목소리는 강혜령.
“형님! 식사는 언제 하죠?”
이 목소리는 유민수. 헤라클레스이지만 헌터 신분으로 속해 있는 녀석이다.
“……길드 창설 개업식 같은 건 안 해도 되겠어?”
장유석이 큰 박스 세 개를 들고 오면서 물었다.
“그런 걸 할 시간이 없어.”
다 아는 얼굴들이다.
이들을 천생 길드에 들어오라고 권유하였고 모두가 그렇게 모였다.
길드를 창설한 이유는 딱 한가지였다.
앞으로 열릴 게이트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협회장이 될 수 있었지만 협회장은 경영까지 도맡아야 한다.
그래서 배제하고.
길드 하나를 운영하면 헌터들을 지시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곧 열릴 전쟁은 이시운이 단독의 힘으로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 둘.. 셋..넷.. 다섯. 총 다섯 명이네?”
강혜령이 인원을 하나하나 세어보며 말했다.
시운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더 올거야.”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1층의 사무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좀 늦었죠?”
신아영이 살짝 미안하단 표정으로 머뭇거리며 들어온다.
“신아영 씨?”
S급 헌터의 등장에 연희와 혜령. 그리고 유석의 눈이 커졌다.
“……아영 씨. 부탁한 건?”
“당연히 잊지 않았죠.”
그 뒤로 남자 네 명과 여자 한 명이 뒤따라 들어왔다.
“반갑습니다.”
“저는 사신 길드의…….”
그들은 이시운에게 인사를 건네왔다.
길드마스터가 없어진 사신 길드에서 신아영이 데려온 A급 헌터들이었다.
시운이 방긋 웃었다.
“이제 좀 머릿수가 채워지는 기분이네.”
이미 빠르게 인테리어는 끝내놓은 상태다.
사실 건물의 인테리어라고는 별 거 없었다.
그저 심플하게.
이들은 시운과 함께 길드 건물들을 모두 둘러보았다.
그리고 하나하나 계약서의 서류에 계약을 마쳤다.
계약은 최대한 헌터들을 배려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마쳤다.
길드의 이익보다 시운을 도울 이 헌터들에게 조금이라도 돈이 된다면 그걸로 족하다.
이 길드를 창설한 목표는 결국 전쟁을 막기 위함이기도 하고.
“이제 직위를 좀 배분해야 할 시간인데.”
이시운의 말에 모두가 침을 꿀꺽 삼켰다.
“일단 여기서 가장 경험도 많고 능력적으로 우수한 신아영 씨가 부마스터가 되는 걸로.”
말을 한 뒤 시운은 길드원들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다들 뭐 불만 없지?”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S급 헌터가 부마스터가 되는 것은 상식적이기도 했고 딱히 불만을 가질 것은 없었다.
“……근데 이제부터 마스터라고 불러야 되나?”
장유석이 조심스레 운을 뗐다.
“뭐, 아무렇게나 불러. 그리고 이깟 직위로 내게 존대를 쓸 필요도 없고. 우린 다 동료야. 그런 개념으로 가자고.”
“근데…….”
신아영이 의문이 있다는 표정으로 말을 덧붙였다.
“상하관계는 있어야 길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까요?”
“다들 이익 따지지 않고 서로 동료라고 진심으로 생각한다면 길드가 돌아가는 데 문제가 없을 거예요.”
“음…….”
신아영이 침음을 흘리며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친목적으로 운영되는 길드도 있긴 하다.
그런 길드 중에서도 별 탈 없이 잘 돌아가는 길드도 분명 있긴 했다.
“시운아! 밖에 사람들이 몰려왔어.”
사람들이 몰려왔다는 연희의 말에 시운이 1층 밖으로 나가보았다.
그러자.
수십 명의 사람들이 시운을 보고 눈을 큼지막하게 뜨며 인사를 건네왔다.
“이시운 헌터님! 기다렸어요!”
“길드 면접 보러 왔습니다!”
“저는 A급 헌터로 이 길드에 들어오기 위해서 방금 길드 때려치우고 오는 길입니다!”
시운의 길드 창설 소식을 들은 수십 명의 헌터들이었다.
헌터들에게는 이미 이시운은 로망이었다.
단신으로 대형 길드급 규모와는 비교도 안 되는 괴물들을 소환해서 적들을 상대하는 이시운은 그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시운은 뭔가 쑥스러워서 뒷머리를 긁었다.
창설하자마자 길드원 모집공고를 띄우긴 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이도 몰릴 줄이야.
이건 예상에 없던 일인데.
출중한 길드원들이 많을수록 좋다.
그런데.
찾아온 그들 중 낯익은 두 명의 얼굴이 보였다.
유재성과 박하나였다.
시운은 전생의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헌터 커뮤니티에 대한 소식을 광적으로 집착하던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보자.
재성은 지금으로부터 3년 뒤 S급 헌터가 되어 ‘유성의 별’ 이라는 별명을 떨치게 된다.
마법계열 헌터인 그는 유성을 소환하는 상급 스킬 메테오를 각성시켜 하늘에서 별을 쏟아내어 단방에 몬스터들을 초토화 시킨다고 해서 그런 별명이 붙는다.
‘그리고 박하나는…….’
시운의 고개가 박하나로 돌아갔다.
하나는 그 시선에 쑥스럽다는 듯 살짝 입꼬리를 올린다.
박하나 또한 몇 년 후 힐러 중 최강으로 손꼽히는 헌터가 된다.
‘뭐.. 나중에 문제가 하나 발생하긴 하지만.’
그녀는 특유의 큰 가슴 때문에 그것을 보고 희롱하듯한 글을 올리는 네티즌들을 대량 고소하는 일이 벌어진다.
뭐. 그건 문제라기보다는 응당한 대처니까.
“저기. 유재성 씨.”
“어, 저를 아시는군요?”
시운이 알아보자 감동받았다는 듯 환하게 웃는 유재성이다.
‘얘가 특히 감자탕을 좋아했었지?’
전생의 기억으로 재성은 감자탕 때문에 여자친구와 헤어진다고 알고 있다.
감자탕에 미쳐서 하도 여자친구와 데이트코스를 감자탕집으로만 잡으니 헤어질 수 밖에.
시운은 재성에게 말했다.
“감자탕 좋아하죠? 우리 길드에서 말만 잘 들으면 일주일에 한 번은 감자탕으로 회식할게요.”
“그것도 어떻게 아셨어요? 영광이네요. 아..진짜 뼈를 묻겠습니다!”
재성의 낯빛이 더욱 환하게 칠해졌다. 반면 박하나는 시운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자 내심 서운하단 듯 했다.
“하나 씨는 에로스 길드에서 힐러로 활약 하셨었고?”
“아, 네! 맞아요.”
그제야 하나의 얼굴이 밝아진다.
시운은 이들에게 모두 건물 안으로 들어오라고 말했다.
* *
사교성과 친화력이 좋은 정연희는 인사팀장의 자리에 올렸고.
실전파인 강혜령은 게이트가 열리면 먼저 투입되는 선발대로 올렸다.
장유석은 헌터들을 관리하는 주임직에 맡겼고.
유민수에게는 아무것도 맡기지 않았다.
녀석은 머리가 좋은 편도 아니고 돌발행동의 위험성이 있는 녀석이다.
길드의 주 경영권은 부마스터인 신아영에게 넘겼다.
길드를 경영하고 있을 시간은 없으니까.
이터널 라이프 퀘스트가 끝나고 나서 이시운은 바람의 군왕의 힘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바람의 군왕은 주로 바람을 이용한다.
그 바람이 더욱 거세지면 공간을 찢고, 스파크를 일으켜 뇌격이 되며.
그 뇌격이 바람과 만나 음속이 되면 공간을 찢고 또다른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것이 선대 바람의 군왕이 가진 힘!
이시운은 길드원들이 보는 앞에서 포탈을 열었다.
열린 포탈을 보자 다들 놀란 눈이다.
“이제 지시한 대로 가보죠.”
* *
“빠, 빠르다…….”
“벌써 저 레벨업만 열 번 넘게 했어요.”
“이거 완전 버스 타는 거 아니예요?”
천생 길드원들은 뒤에 물러나서 시운이 망자부대를 이끌고 이계의 몬스터들을 타파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역시 이 길드에 들어오길 잘했어! 격이 다르네요.”
그 중 하나는 감격의 말을 쏟아낸다.
이들은 시운과 파티 시스템을 작동시킨 상태.
시운은 그 누구보다 빠르게 이계에 침략한 몬스터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자, 자! 이제 저 열린 게이트로 갈 겁니다.”
시운이 이계 한복판에 열린 게이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그 게이트를 처리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1분.
시운은 손 놓고 있음 됐다.
망자들이 압도적인 수로 게이트 속 괴수들을 쓸어버리니까.
“마스터님과 함께한 오늘 하루의 레벨업이 내가 여태껏 던전들을 굴러다니면서 레벨업한 것보다 높아요…….”
재성이 입을 떡 벌리며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고 모두가 공감하며 시운을 바라봤다.
그렇게 이틀을 길드원들을 데리고 이계에서 보이는 몬스터들은 죄다 죽여버렸다.
이틀이 지나자 길드원들은 이틀 전과는 완전 다를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가, 감사합니다! 마스터님. 저 벌써 레벨이…….”
시운은 그렇게 행동한 이유가 있었다.
길드원의 전력을 탄탄하게 만들어놔야 그날이 왔을 때 더욱 도움이 되니까다.
길드원들이 모두 건물에서 나간 후 천생 길드의 건물은 5층만 불이 켜져있었다.
처러럭-!
시운은 잠도 자지 않고 앉아, 책상 앞에 세계지도를 펼치고 군왕의 눈을 사용했다.
이내 시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군왕의 눈은 게이트가 열릴 장소를 미리 예지하여 볼 수 있다.
그러나.
세계지도에 특정 부위에만 그것이 보이는 게 아니라 세계지도 모두가 적색으로 반짝이는 것이었다.
‘이건... 특정 위치에만 열리는 것이 아니다.’
천문학적인 수의 마수들이 게이트가 생겨나고 그곳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세계 모든 곳에 출몰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것도 단 한 번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