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3회차-234화 (234/278)

제 234화

외전 #2 천신 전쟁

회귀한 인생을 살고있는 태훈은 우발적으로 손에 피를 묻히며 사람을 죽이게 됐다.

사람을 죽였다는 살인에 대한 죄책감.

그것에 엄마란 존재에 대한 분노와 환멸감까지 더해져 세상에 대한 반감이 생겼을 때 나타나 손을 내밀어준 카인이란 남자는 구원자인 줄 알았다.

그러나.

점점 그의 이상은 뒤틀린 것임을 깨닫고,

태훈이 갖고 있던 고유의 능력으로 그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시운을 만나게 됐고.

이시운. 그의 말 몇 마디에 죽어있던 세포가 깨어나는 기분을 느끼면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그 그리운 감정을 찾게 됐다.

그런 시운을 돕고 싶었다.

카인이란 남자의 곁을 맴돌면서 그가 모르게 흡수한 흑마력(黑魔力)의 내공은 태훈의 능력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디 데이.

시운과의 전화연결이 되지 않는다.

‘꼭 직접 줄 것도 있고 알려줄 것도 있는데.’

태훈은 시운을 찾기 위해 밖으로 나서 고개를 들었다.

하늘의 태양을 가린 게이트에서 끝없이 쏟아지고 있는 검은 마수들은 마치 세상의 종말을 알리듯 우주에서 떨어지는 검은 잿더미 같았다.

콰콰콰쾅!

여기저기서 건물이 붕괴되고 잔해가 무너져 지상에 처박히는 굉음이 터져나왔다.

마수들은 지상에 안착하자마자 움직여 보이는 인간들을 모조리 죽이며 도시를 초토화 시켜갔다.

쿠쿠쿠쿵-!

네 개의 날개를 가진 고대 드래곤 천마룡이 63빌딩을 부숴버리고도 성이 안 찼다는 듯 주위를 둘러보며 거세게 숨결을 몰아쉬며 포효하고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마치 무언가를 찾는 듯 했다.

‘저 천마룡은 너무 위험하다.’

놈의 시선이 닿지 않게 조용히 움직였다.

서울의 여의도 한복판은 인간이 아닌 마수들의 손에 점멸해가고 있었다. 회색 잿더미로 물든 사방은 종말을 앞둔 암울한 도시의 풍경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었다.

그때 태훈은 눈을 번뜩 떴다.

“막아야 돼!”

“물러서지 마!”

그의 앞에서 소리친 헌터들은 마수 케이사라의 갈퀴에 의해 육체가 두 동강이 난다.

케이사라는 동강난 사체를 갈퀴로 집어 다리부터 머리까지 씹어먹기 시작했다.

인간의 바삭바삭한 뼈와 부드러운 신경, 최상급 육질인 인간의 살점을 씹는 그 맛을 음미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태훈이 그 앞으로 다가가자 케이사라의 안광이 번뜩였다.

“너는 그 도망자가 아닌가?”

태훈 또한 케이사라를 기억했다.

케이사라.

3성급 위험 마수. 분류는 재해급이다.

“넌 인간으로 돌아간 것이냐?”

그 물음의 뜻은 피아식별을 위해 묻는 최종 질문이겠지.

파아악!

태훈은 아공간에서 바루스의 창을 소환하여 케이사라에게 휘두르는 것으로 답했다.

“몰상식한 선택을 했군.”

갈퀴로 태훈의 창을 받아내며 말한 케이사라의 옆구리에 차가 날아와 들이박았다.

십 미터까지 날아가 찌그러진 케이사라는 갈퀴질을 해서 차를 박살내고 던지며 몸을 일으켰다.

그때 태훈의 손이 움직이자 대교 위에 정차되어 있던 또다른 차 세 대가 움직여 케이사라의 몸을 두들겼다.

쾅! 쾅! 쾅!

세 대의 차에 몸이 깔려 척추뼈가 박살난 케이사라는 분한 눈빛으로 태훈을 노려봤다.

“인간의 편에 선 선택이 정녕 옳을 것 같으냐?”

“인간은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한 종족이다.”

태훈은 바루스의 창날로 케이사라의 머리를 찍어내려 녀석의 못난 주둥아리가 더는 열리지 않게 만들었다.

드드드드!

순간 태훈이 서 있던 마포대교가 휘청이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무언가가 대교를 지탱하는 다리를 후려쳐 부수고 있는 듯 했다.

‘아직 마포대교 위에는 헌터와 군인들이 많다.’

이 대교가 무너지면 저 사람들은 차디찬 한강의 물귀신이 되고 만다.

대교 밑 난간으로 가보니 해일이 몰아치는 한강물이 보였다.

그 속으로 거대한 해룡의 지느머리가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저 놈부터다.

“크아아악!”

“다, 다리가 무너지고 있어! 중심을 잡아!”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요! 좌측에 또 온다!”

우우우웅-!

대교는 순간 크게 기울어졌고 그 밑으로 사람이 떨어지자 해룡이 수중에서 튀어나와 거대한 아가리를 벌려 인간들을 삼키고 다시 한강으로 잠수했다.

태훈은 눈을 감고 전신의 감각을 뇌로 끌어올렸다.

회귀하고 얻은 능력!

바로 상상을 통해 만물의 움직임을 형상하고 실체화 하는 것.

감은 눈으로 방금 대교 위에서 주인을 잃고 마구잡이로 정차된 차들을 떠올린다.

그 자동차들이 움직이고, 그 움직이는 궤도까지 상상했다.

그리고 눈을 뜬 태훈이 손가락을 위로 튕기자 그 차들이 허공으로 떠오른다.

바루스의 창을 쥔 태훈은 대교의 난간을 밟고 한강을 향해 뛰어내린다.

그 순간 허공에 부양하고 있던 차 한 대가 미끄러지듯 날아왔고 태훈은 차의 썬루프 부분에 안착하고 강물을 내려다봤다.

쿠우웅! 쿵!

‘역시 지능이 달린 고대종답군.’

마계를 방문했던 태훈은 알고 있었다.

고대종 해룡은 지능을 갖춘 마수다. 그래서 자신에게 유리한 물속에서 나오지 않고 대교 기둥만을 두드리고 있는 듯 하다.

대교를 받친 기둥들이 진동을 뿜으며 울렸다.

그렇다면 저 놈을 나오게 하는 수 밖에.

파지지지직-!

바루스의 창날에 뇌격의 오러를 두르자 창끝이 스파크를 일으킨다.

그 창날을 강속으로 던진다. 푸른 광선을 그리며 날아간 창이 강속에 스며들자 물과 뇌격이 원소 반응을 일으키며 강대해진 뇌격이 한강 일대를 뒤집었다.

카아아아-!

결국 뇌격의 충격을 못 참았는지 수면을 뚫고 태훈을 향해 아가리를 벌리며 솟아오른 해룡.

뇌격의 파장으로 피부껍질이 새까맣게 탄 채 태훈을 노려본다.

태훈은 차를 조종해 해룡을 피해냈고 해룡은 허공의 빈 공기만을 삼킨 채 대교 위로 안착했다.

강에서 해룡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한 태훈은 능력을 사용해 한강 속에 잠겨있던 바루스의 창을 불러들였다.

물기가 묻은 창의 창대에서는 아직도 뇌격의 기운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카아아아아-!

해룡은 물기를 털어내고 앞에 세워진 차들을 신경질적으로 쳐내며 태훈에게 돌진해왔다.

‘심화상(心化上).’

태훈이 속으로 되뇌이자 대교 위에 정차되어 있던 차들의 창문이 깨지고 그 창문의 유리조각이 해룡의 몸에 쳐박혔다.

원래라면 해룡의 강철같은 가죽을 뚫지 못했을 테지만.

수종인 해룡은 뇌격계열에 피격을 당하고 나면 한동안 피부가 물처럼 연해진다.

인간 따위에게 당해 핏물을 철철 흘리는 이 상황이 열 받았는지 해룡은 분노로 일갈했다.

그때 해룡의 등 표면에 돌기가 돋아났고 안광은 적색으로 물들었다.

‘저 징조는!’

해룡의 변화한 저 형상이 무얼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광폭한 해룡은 자존심에 굉장히 민감한 종족이다.

저 형태를 취했다는 것은 자신의 하나뿐인 드래곤 코어를 바쳐 브레스를 날리겠단 의지다.

순간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이 든다. 해룡이 드래곤 코어를 바쳐 브레스를 뿜어낸다면,

이곳 여의도는 물론이고 그 반경 40km 까지 초토화 시킬 것이다.

태훈이 빠르게 해룡에게 쇄도했을 때 이미 해룡은 턱을 들고 브레스를 쏘아내기 직전이었다.

‘제발!’

해룡의 입이 벌려진 순간.

태훈은 필사적으로 창날을 뻗었다.

그런데.

해룡의 눈에서 핏줄기가 흐르며 벌어지던 입이 닫혔다.

그 위로 아름다운 여성이 해룡의 정수리에 검신을 쑤셔박은 채 태훈을 바라보고 있다.

그 틈에 태훈의 밀어올린 창날이 해룡의 턱을 꿰뚫었다.

콰가가가가가-!

격통을 느끼는 해룡은 배를 보이며 뒤집어져서 갓 잡아올린 생선처럼 팔딱거렸다.

“빨리 거기서 내려와요!”

태훈이 여성에게 소리쳤다.

그때 해룡의 뱃속 피부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곧 녀석의 브레스가 터진다.’

이대로 두면 놈의 몸을 뚫고 터져나온 브레스가 이 일대를 모조리 삼켜버릴 터다.

태훈은 곧바로 주위를 살피고 손을 피아노 치듯이 움직였다.

여성은 태훈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곧이어 전방에서 건물 파편 속 철근들이 자석에 이끌리듯 태훈에게 당겨져왔고.

그 단단한 철근들이 휘어지며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해룡을 휘감았다.

“이게 당신의 능력인가요?”

“설명은 처리하고 난 후에!”

해룡을 칭칭 감은 철근이 상공을 향해 해룡을 운반하며 날아갔다.

‘조금만 더!’

태훈은 마력을 한 번에 너무 소모한 끝에 어지러운 정신을 억지로 부여잡고 집중했다.

아득한 상공 저 너머로 솟아오른 해룡의 몸에서 푸른 빛들이 뿜어지더니 귓가를 뚫을 정도의 굉음을 쏟으며 폭발했다.

순간 섬광이 주위로 빗발쳤고 부신 눈에 태훈과 여성은 손으로 눈을 가렸다.

* *

“당신이 천생길드의 헌터라고요?”

연예인을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던 그 여성은 자신을 천생길드의 부마스터 신아영이라고 소개했다.

“방금 꽤나 대단하던데요? 뱃속에 들어있던 시한폭탄이 그대로 터졌다면 이 근방의 모두가 죽었을 거예요.”

“잠깐. 천생 길드라면 혹시 시운이가 있는 그 길드 맞죠?”

“시운이? 당신 이시운 씨와 아는 사이인가요?”

“알죠. 친한 내 친굽니다. 그리고 시운이에게 지금 꼭 전해줘야 할 말이 있어요.”

아영은 주위를 관찰하듯 둘러봤다.

지친 체력을 회복할 겸 잠시 피한 외진 건물 안이다.

“일단 여긴 오래 있을 곳이 못 되겠네요.”

아영의 말에 태훈도 수긍했다.

“그보다.. 시운이에게 꼭 전해야 할 말과 물건이 있습니다. 같은 길드고 헌터니까 연락 가능하죠?”

태훈은 헌터들끼리 연동시스템으로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단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상황에 꼭 전해야 한다는 말이 뭔데요?”

“대리자들이 강림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대리자들이요?”

아영은 태훈의 눈빛에 서린 공포감을 읽을 수 있었다.

그토록 무서운 존재들인가?

“자세히 설명해봐요.”

“대리자는 총 다섯입니다. 그들은 인간의 영혼을 흡수하고 본래 갖고 있던 온전한 힘을 되찾고 새로운 신을 재강림 시킬 거예요. 그 신이 본래의 모습으로 강림하게 되면…….”

“잠깐. 인간의 영혼을 흡수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강한 사람의 영혼을 흡수하면 그 강림이 빨라진단 말인가요?”

“눈치가 빠르네요.”

“당장 연락해볼게요.”

아영은 헌터연동 시스템으로 시운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런데.

“뭐, 뭐지?”

“왜요?”

“이시운 씨의 헌터시스템에 연동할 수가 없다고 나와요. 이럴 리가 없는데….”

연동 시스템은 그 거리가 얼마나 멀던 상관없이 가능하다.

근데 연동이 불가능하다고 뜨는 것보다 놀라운 것은 이시운의 헌터시스템에 접속할 수가 없다고 나온 것이다.

등뒤로 소름이 돋은 듯한 아영의 눈이 커졌다.

“서,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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