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3회차-248화 (248/278)

제 248화

후일담- 미모의 힘

지옥. 명계의 군주 하데스는 고민했다.

그의 힘을 견제했던 제우스에 의해 지옥에 떨어졌을 때 공간을 찢고 날아든 제우스의 번개에 맞고 새로운 권능이 생겨버렸다.

그 권능을 사용하면 이들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다.

“하지만……. 제우스는 위대한 신이다. 그의 눈에 한 번 더 엇나가는 짓을 하면 난 이곳에서마저 발을 붙이고 있지 못할거야.”

지옥의 군주 하데스마저 제우스에게는 비빌 엄두도 내지 못하는게 당연했다.

“후... 답답하네. 너는 명색의 신이라면서 뭘 그렇게 쫄면서 사냐? 억울하지도 않아?”

메두사의 힐난에 하데스도 울컥한 감정이 들었는지 주먹을 쥐었다가 편다.

“………나로서는.”

제우스는 천계 올림푸스 신들 중 최강의 신이다.

그에게 분노심이 가득하지만 지금 가진 힘으로는 그를 상대조차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나는 직접 부탁해줄 수 없다. 너희들이 그의 허락을 직접 받아와라. 그렇다면 차원의 문을 개방해주겠다.”

“쫄보 새끼.”

메두사는 하데스를 한심하게 바라봤다.

그리고 메두사와 헤라클레스, 데스나이트는 실망한 기색으로 명계에서 나왔다.

“이를 어쩐다…….”

“내가 아버지께 직접 부탁 드려볼게.”

헤라클레스가 조심스레 말했다.

그는 어쨌든 제우스의 아들이다.

“이번에 올림푸스 신전에서 대회의가 열릴거야. 그때 내가 찾아 뵙고 직접 말씀드리겠어.”

메두사는 헤라클레스를 탐탁찮게 쳐다본다.

“니가 그 근육변태의 자식이라고는 하지만 그 근육변태는 바람둥이라서 아들만 몇 십 명은 되잖아? 근데 네 말이 먹히겠냐?”

“말 조심해. 그래도 우리 아버지라고.”

“응. 네 아빠 바람둥이. 맞잖아? 니 아버지만 아니었으면 우린 그양반이 있는 세계로 갈 수 있었어. 차라리 내가 네 아빠를 꼬실게. 그래서 내가 너의 새엄마가 되주지.”

“이게 진짜….”

처컹-!

분노한 헤라클레스가 창을 빼어들자 데스나이트가 그를 말렸다.

“참아라. 메두사가 그러는 거 하루 이틀이냐?”

“그래도 패드립은 선 넘었잖아.”

“그만해라. 하아…….”

데스나이트는 숨을 푹푹 내쉬며 팔짱을 끼고 고민했다.

주군을 너무도 보고싶다.

간절하다.

그는 잘 지내고 있을까?

그때 눈을 감고 있던 데스나이트가 눈을 번뜩 떴다.

“그거다. 내게 좋은 방법이 하나 떠올랐다!”

그가 말하자 서로 으르렁 거리던 메두사와 헤라클레스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

이곳은 라카스.

마족들의 최종 요새이자 중심인 곳이다.

마계의 바다의 상공 3000m 천대거북의 등껍질로 이루어졌으며 마왕이 거주하고 있다고 알려진 곳이다.

마계의 주인 마왕은 그의 존재 자체만으로 인간부터 괴물까지 모두 겁에 떨게 할 존재였다.

“대체 그 인간은 어디에 있을까….”

그런 마왕이 성좌에 비스듬히 걸터 앉아서 중얼거렸다.

“지금 내게 이 마검이 있으니 복수할 수 있을텐데. 그 인간에게.”

그는 인간 주제에 고작 검 한자루로 자신을 무능한 쓰레기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검술을 귀신같이 다뤘던 인간.

허나 지금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고대종 드래곤 천 마리를 베어내며 그것들의 신경다발과 가죽으로 만들어낸 마검이 이 손안에 있으니.

지금 그와 만난다면 그때의 치욕을 씻을 수 있다.

“척준경이라고 했나?”

시간이 역행하고 그를 찾으려고 눈에 레이더를 켜고 십 년을 찾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를 존경한다. 하지만 다시 겨뤄보고 싶다. 그래서 불명예를 회복하고 싶다. 한이 맺히도록.

마왕에게는 경의롭다고 생각한 두 인간 중 하나가 그였다.

“……왕이시여. 이곳에 누군가가 난입했다고 합니다.”

대신 쥬피엘이 달려와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뭐? 어떤 미친 새끼가 죽을라고 감히 이곳에 난입한단 말인가? 죽여서 머리만 딱 가져와라. 창고에 장식품으로 걸어두게.”

“그들이 마왕님께 이렇게 전하라고 했답니다. 이시운. 그러면 알 거라고…….”

“뭐? 잠깐!”

마왕은 벌떡 일어나서 주인을 예의있게 받들기 위해 뽑아든 검을 검집에 밀어넣고, 옷을 여맸다.

“털끝 하나 대지 말고 이곳으로 모셔라!”

“…예?”

“모셔오라고! 이 새끼야.”

“예, 예. 알겠습니다.”

마왕께서는 신들에게도 저런 말씀을 하지 않는데.

쥬피엘은 놀란 얼굴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마왕은 일어서서 그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야이 새끼들아 뭘 빤히 쳐다보고 있어? 이제 곧 들어오실 분에게 너희들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예의를 보여라!”

“알겠습니다! 왕이시여.”

“따르겠습니다.”

그를 지켜보던 대신들이 눈을 번쩍이며 긴장을 집어 삼켰다.

*

“레이논 오랜만일세!”

데스나이트가 레이논을 보며 반갑게 외쳤다.

“자네들이었나?”

레이논은 반가운 감정과 실망한 기색으로 반색했다.

“너에게 부탁할 것이 있어서 왔어.”

“부탁이라? 주군은 어디 있는가!”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여기 온 거야.”

레이논은 메두사를 빤히 바라봤다.

“뭘 보냐?”

“……그 뱀머리가 정말 맞는가?”

“뱀머리라니. 마왕이라고 너무 막말하는 거 아니야?”

“근데 외모가 왜 그렇게 변한거지?”

레이논의 기억 속에는 메두사는 흉측한 괴물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앞에 있는 여성은 괴물이 아닌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비너스가 강림한다면 이런 모습일까?

“보는 눈은 있네. 아. 됐고 이야기나 좀 들어봐.”

“적응이 안 되는군.”

레이논은 한동안 메두사를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니까 너희들의 말은 이 몸에게 올림푸스의 신전으로 가서 같이 부탁을 해달라 이 말인가?”

“너도 그 양반이 보고 싶지 않냐?”

“그건 그렇지만…….”

마왕 레이논은 얼굴을 찌푸렸다.

본인은 마족을 대표하는 마왕이다.

그런데 마족과 관계가 영 좋지 못한 천계의 신전까지 찾아가서 부탁을 하라니.

마왕으로서는 체면이 서질 않는 일이다.

“제우스에게 머리를 조아리란 말이라면 들어줄 수 없다.”

“이보게! 생각을 좀 해봐.”

데스나이트가 말을 이었다.

“자네의 위치는 알겠지만 자존심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는거야. 너는 주군이 보고 싶지도 않은가?”

“……그렇게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메두사가 레이논을 보며 피식 웃었다.

“꼴에 마족새끼들의 군주라고 자존심은 부리는 모양이네. 너는 주인에 대한 신의도 없냐?”

“시, 신의가 없다니!”

마왕 레이논은 잔인하기로 소문이 났지만 명예와 신념을 죽음보다 더 값지게 여긴다.

그런데 그 말을 들으니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다.

“말 조심히 해라. 네 년이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난 여자 따위에는 관심도 없는 몸이니까.”

“나도 너 같은 하등 생물 새끼한테 관심 없거든? 은혜를 져버린 배은망덕한 새끼.”

“뭐, 뭐라고?”

레이논이 일갈하자 데스나이트와 헤라클레스가 메두사에게 눈치를 줬다.

데스나이트는 레이논을 진정시키고 그를 타일렀다.

“………그러니까 한 번만 부탁을 좀 하겠네.”

*

천계의 꽃이자, 이계인들에게는 동경 그 자체인 올림푸스 신전에는 선택받은 신이 아닌 이상 함부로 발을 딛을 수 없다.

그러나 제우스가 아끼는 신 헤라클레스 덕분에 메두사와 데스나이트는 올림푸스 신전에 도착했다.

하늘에 영롱히 떠있는 신전에서는 엄중한 대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뭐지? 저것들은….”

전쟁의 신 아테네가 헤라클레스 옆에 있는 것들을 경멸하듯 바라본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헤라클레스. 누가 감히 신전에 신도 아닌 버러지들을 데려오라고 했나?”

아테네의 차갑게 식은 눈빛이 그들의 몸을 매섭게 훑었다.

메두사도 입을 꾹 다물었다.

전쟁의 여신 아테네는 그녀가 상대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었으니까.

신좌에 앉아있는 여럿 신들에게서 무게감이 흘러나왔다.

그 중 가장 중앙 자리에 앉아있는 거대한 제우스에게서는 그 자체만으로 압도당하는 아우라가 풍겨났다.

“아버지시여...”

헤라클레스가 무릎을 꿇고 제우스를 불렀다.

제우스는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헤라클레스를 바라봤다.

그때 옆에 있던 포세이돈이 삼지창을 가만히 들었다.

“이런 성스러운 곳에 그것도 대회의 중에 부탁을 하러 찾아왔단 건가? 쓸데없는 소리라면 아무리 네 녀석이라도 봐줄 수가 없다.”

“감안하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신들의 안광이 무섭게 그들에게 쏟아졌다.

처음 느껴보는 압박감에 메두사와 데스나이트는 숨이 막히는 듯 했다.

“아버지.”

“…….”

“아버지!”

헤라클레스가 제우스를 불러도 그는 차갑게 응시할 뿐이었다.

제우스의 시선을 받는 것만으로 피부로 살기가 느껴졌다.

그때 제우스의 부인 헤라가 끼어들었다.

“그래도 아들이 다 생각이 있어서 행동한 거겠죠! 아들이 부르잖아요. 어서 대답 좀 해요.”

제우스의 시선이 순간 흔들렸다.

움찔!

헤라클레스는 침을 꿀꺽 삼키며.

“아버지! 드릴 말씀이……”

“아들아.”

“말씀하십시오.”

“근데 네 옆에 있는 여성은 인간인가?”

“……네? 아. 인간입니다.”

제우스의 의외의 말에 헤라가 얼굴을 찌푸리며 제우스를 노려봤으나 제우스는 메두사를 묘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때 메두사는 귀를 쓸어넘기며 가슴에 손을 얹고 제우스에게 허리를 굽혔다.

“아…… 안녕하시옵니까. 저는 이계에서 살고 있는 메두사라고 합니다. 소녀 이렇게 위대한 신 제우스님을 뵙게 돼서 영광이옵니다.”

메두사의 평소와는 180도 다른 태도에 데스나이트와 헤라클레스는 메두사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메두사? 그래. 우리 아들과는 어떤 관계지?”

“아. 소녀는 헤라클레스님과는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그 말은 연인이 아니다 이 말이군?”

“그렇습니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아테네와 헤라는 미간을 찢어질 듯 구기며 제우스를 노려봤다.

그러나 신들의 신인 제우스에게 신전 회의 중 함부로 고성을 높인다면 엄벌에 쳐해진다는 것을 알기에 애써 화를 눌렀다.

“저기……. 여보?”

“가만히 있어보시오. 지금은 신들의 회의 중이오.”

“하하. 회의가 아니라 당신이 저 인간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 제 예상이 틀렸길 바랍니다?”

그때 메두사가 이번에는 완전히 고개를 바짝 엎드렸다.

“소녀가 위대한 제우스님께 꼭 간청드릴 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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