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7화
후일담- 달달한 신혼 생활
결혼은 현실이다…… 라는 말을 결혼한 사람들이 많이 하곤 한다.
연애할 때의 마음과 태도는 결혼을 하면 현실적으로 바뀌게 되고 이혼하고 싶다는 망상을 품지만 아이들 때문에 참고 살아간다고 말하는 이들을 많이 보았다.
그러나 나는 결혼생활이 너무 행복하다.
아직 신혼이라서 그럴지 몰라도 내가 눈을 감을 때까지 행복할 것만 같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사랑스러운 아내 천세정이 마중나와 날 위해 웃어주는 그 미소 때문에 하루하루를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세정은 과감히 대기업의 이사직을 포기하고 모델학과 교수로 일임하고 있다.
세정은 교수치고 어린 나이에 얼굴과 몸매는 만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비주얼이기에 학과 학생들이 집적거리는 일이 많단다.
그런 이야기를 들 때마다 뒷목으로 피가 역류하는 기분이다.
물론 세정이 알아서 처신을 잘 하지만, 다른 교수들도 세정에게 추파를 던지는 경우가 빈번하단다.
유부녀인걸 알면서도 대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진짜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여미새 새끼들이 문제다. 문제.
“세정아. 그 새끼 연락처 줘봐.”
“내가 알아서 할게.”
“줘 보라니까?”
“뭐.. 어쩌려구?”
“어쩌긴 뭘 어째? 다신 못 그러게 해놔야지.”
천세정에게서 그 새끼의 연락처를 받았다.
키 크고 잘생긴 모델 새끼가 세정에게 계속 연락을 하고 추근덕 거린단다.
물론 천세정은 그 자식의 연락을 차단을 박고 말조차 섞지 않으려고 했고 심하게 화를 내보아도 그 여미새 새끼의 애정공세는 계속 된단다.
같은 학교의 학생이라 어쩔 수 없이 마주칠 때마다 그런단다.
이건 참을 수가 없다.
그래서 집 밖을 나와서 공원에서 그 새끼한테 전화를 걸었다.
-누구세요?
“나 천세정 남편인데.”
내 말에 그 자식이 놀랐는지 잠시 말을 잇지 못한다.
“왜 내 와이프한테 자꾸 집적거려?”
-근데 왜 반말이세요?
하. 기가 차서 욕이 목끝까지 올라왔다.
“헛소리 하지 말고. 내 와이프한테 왜 집적거리냐고? 네가 사람이면 여기서 죄송하단 말부터 나와야 정상 아니냐?”
-집적거리지 않았는데..
“네가 보낸 톡 다 봤거든? 대체 무슨 생각으로 유부녀에게 그렇게 추파를 던지냐? 미친 새끼야?”
핸드폰을 쥐고 있는 내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담궈버리고 시체를 소환시켜서 내 소환수로 부려 먹고 싶은 악랄한 생각이 스쳐간다.
-교수님도 제 말에 종종 받아주고 그랬는데요?
허. 기가 찬다.
이 개새끼가…….
“톡 내용이랑 다 봤는데 천세정은 너한테 답 한 번 안했는데? 얼굴에 뭘 발랐길래 그렇게 뻔뻔하냐?”
-기분 나빴다면 사과드릴게요. 근데 간통죄 폐지된 거 아시죠?
“확실히 어려서 뭘 모르나 보네. 그래도 민사 걸고 법적으로 엮으면 네 어린 인생 피곤해지는 거 모르냐?”
-예, 예. 내가 지금 바빠서 끊어야 할 것 같은데요?
“어디야? 얼굴 한 번 보고 얘기하자.”
확실하게 단도리를 지어야겠다.
-얼굴 보면 뭐 어쩌시게요? 나 취미가 종합격투기인데 그쪽이 제 얼굴 보면 말이나 할 것 같아요?
“주소 불러. 네비 찍고 가게.”
난 그 새끼한테 위치를 받고 당장 차를 몰고 그 새끼한테 갔다.
차에서 내리고 그 모델새끼가 말한 카페에 도착하니 반반하고 잘 꾸며입은 녀석이 들어오는 날 힐끗 바라본다.
“너냐?”
“…….”
녀석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놈의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얼굴 보면 말이나 할 것 같냐며? 오히려 왜 네가 말이 없어?”
“그게 아니고요.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따라나와.”
나는 녀석의 멱살을 잡고 일으켰다. 일어나는 녀석의 키는 내가 올려다 볼 정도로 컸다.
녀석은 내가 이끄는 손길에 얌전히 끌려왔다.
사람이 없는 골목으로 끌고 와서 녀석을 똑바로 쳐다봤다.
놈은 내 두 눈을 쳐다보지 못하고 땅만 바라보더니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난 그 담배를 주먹으로 쳤고, 불동이 튀기며 꽁초가 길바닥에 떨어진다.
“야. 대체 무슨 생각으로 유부녀에게 집적거리냐고? 내 면전 앞에서 얘기해봐.”
“……저 아저씨. 아니 사장님.. 그게 아니고요.”
난 녀석의 멱살을 잡았다. 놈이 입고 있던 와이셔츠깃이 그대로 구겨졌다.
내 손아귀의 힘을 느꼈는지 녀석의 얼굴이 얼어붙었다.
내 얼굴은 험악하지 않은 편인데도 이 새끼가 날 보고 쪼는 이유는 아마 살기 스탯이 적용되고 있어서 인 듯 하다.
“죄, 죄송합니다. 이거 놓고 이야기하시죠.”
“야 이 씹새끼야. 아까 그 태도 그대로 얘기해보라고. 대학생이면 학점 잘 받을 생각이나 할 것이지 어디 남의 여자를 건드리려고 해? 내가 너희 부모님께 네가 보냈던 톡 그대로 다 들고 가서 읽게 해드릴까?”
“죄송합니다.”
나는 녀석의 귀를 세게 잡아당기자 녀석은 악, 소리를 내며 얼굴을 찡그렸다.
나는 녀석의 얼굴에 똑바로 삿대질을 해주며 녀석의 민증을 보고 주소를 폰으로 찍었다.
“한 번만 더 내 와이프한테 집적거리면 너희 집으로 간다? 가족이랑 같이 살지?”
“잘못했습니다…. 아프니까 이거 좀 놓으시고…….”
“사과는 처음부터 했어야지. 내 눈에 한 번만 더 띄면 넌 죽는다.”
나는 녀석이 잔뜩 쫄아서 일그러진 얼굴을 똑바로 바라봐주었고, 녀석은 떨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
예쁜 와이프를 두면 꽤나 피곤한 일이 종종 내 머리를 아프게 하곤 한다.
내 여자는 내가 지켜야지.
아직 세상은 살만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인간들이 많다.
나는 좀 무리해서 휴가를 내고 천세정과 제주도로 여행을 왔다.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을 가서 바다 내음을 맡는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바닷바람이 살며시 불어와 천세정의 머리칼이 휘어지게 만들었다.
나는 그녀의 머리칼을 정돈 시켜준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다정하세요?”
“내가 언제는 안 다정했어?”
“그보다 이시운 씨? 병원에서 누가 당신한테 치근덕 거리거나 그런 적 있지?”
“어? 아니. 없는데….”
나는 그녀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아서 없다고 했다.
사실 나한테 호감을 보이는 간호사부터 선생, 원무과 직원 등등 다 말하면 저 예쁜 세정이의 얼굴이 구겨질 대로 구겨질 것이다.
“아. 그러세요? 아닐텐데?”
“설령 누가 그런다고 해도 난 당신 뿐이야.”
“뭐요? 아. 그럼 누가 당신한테 꼬리를 흔든 적이 있단 말이네?”
“...근데 제주도 바다 진짜 이쁘지 않아?”
“어어어? 말 돌리는 거 봐? 언년이야?”
나는 귀엽게 질투하는 세정이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그녀를 안았다.
“어이. 이시운 씨?”
“사랑해.”
“나도 사랑은 하는데……. 이런 분위기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지 마시지?”
난 그녀를 잠시 안고 있은 후에 손을 잡고 바닷길을 걸었다.
전생을 생각하면 꿈도 못 꿀 일이 이젠 현실이 되어있다.
사람은 울어보고서야 소중한 법을 안다고 했던가.
그때 세정이 때문에 울고 불고 한 그 먹먹한 기억이 어제의 일만 같다.
우리는 제주도에서 차 한 대를 헨트하여 여러 맛집을 찾아다니며 맛있는 것도 먹고 제주도의 절경을 마음껏 구경했다.
여행은 피곤한 일상을 힐링 시켜주는 소소한 일탈과 같다.
특히나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은 삶의 활력을 더해주는 것을 실감했다.
그리고 잡은 호텔에 와서 와인 한잔을 하면서 호텔로 비치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오션뷰를 감상하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와인 한잔에 취해 살짝 발그레 해진 얼굴로 눈을 감고 잠이 든 세정은 내 목을 꼭 껴안은 채였다.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웃음이 튀어나왔다.
난 세정이 깨지 않게 움직이지 않은 채로 핸드폰을 들고 인터넷 서칭을 좀 했다.
근데 알람이 왔다.
“어? 강춘식 작가가 내 댓글에 답글을 달았네?”
나 혼자만 3회차의 작가 강춘식가 답글을 달았다.
난 그의 소설 에필로그에 댓글을 이렇게 달았다.
-주인공이 제 이름과 똑같아서 정감이 가네요. 작가님. 작가님도 바에서 술 한잔 하시는 걸 지금도 좋아하시나요?
이렇게 달았다. 혹시 그가 기억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 다른 독자들과는 좀 다르게 댓글을 달았다.
만약.
강춘식이 지금도 그 기억을 갖고 있더라면 분명 날 알아볼테지.
댓글을 단 내 아이디는.
(saejunglove3) 이였으니까.
좀 민망한데. 이거.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강춘식이 뭐라고 댓글을 달았는지 보려고 움직이는 내 손가락이 떨렸다.
“으음….”
내가 몸을 움직이니 세정이 귀엽게 옹알이를 하며 몸을 뒤척인다.
난 세정이의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며 이불을 꼬옥 올려 덮어주었다.
그리고 춘식이 남긴 댓글을 확인했다.
-독자님.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때론 어느 한편의 기억도 꺼내지 않고 그대로 묻어둘 때 그리운 추억이 되고 더 아름다운 법이기도 하지요. 독자님의 행복한 하루가 계속 이어지시길.
이 댓글을 보는 순간 느꼈다.
그리고 그의 말에 여러가지의 의미를 느낄 수가 있었다.
그의 댓글은 나의 가슴 속 감정을 깊게 건드렸다.
정말 이 양반은 그때나 지금이나 말빨이든 글빨이든 죽여주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