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64화
후일담- 악마와 신의 성교
“믿지 않는다.”
“내가 감히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겠는가?”
“…….”
신들 사이에서도 이간질은 존재한다.
허나 포세이돈은 제우스의 형제였고 그는 그런 짓을 할 인물도 아니고 머리가 비상하지도 않다.
그러나 제우스는 믿기 힘들었다.
“아레스는 나의 그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어.”
“하아….”
포세이돈은 그것을 말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이왕 말이 꺼낸 김에 모두 말해야 한다. 지금이 아니라면 기회는 없다.
쉽사리 말했다가 아레스에게 죽을 수도 있기에 그가 없는 지금 사실을 모두 털어놔야 한다.
달 하나가 마해를 은은하게 비추던 그때를 포세이돈은 떠올렸다.
바다 속에서 은밀히 정사를 지켜보던 포세이돈의 눈으로 몸소 자신의 치맛자락을 걷어 올리고 하얀 가랑이를 드러내는 헤라가 보였다.
헤라는 엠자로 가랑이를 벌리고서 악마에게 매혹적인 표정을 지었고 악마는 헤라의 목을 조르면서 하체를 헤라의 다리 속으로 밀착했다. 헤라는 그의 솟아오른 남성을 보고 자연스레 다리를 더 벌려주었고.
-넣겠다.
악마는 히죽거리며 남성을 헤라의 깊은 그곳에 그대로 밀어넣었다. 헤라가 희열에 차서 고개가 뒤로 젖혀졌고 악마는 혜라의 그 표정을 감상한다.
퇴폐미가 가득 묻어나는 헤라는 악마의 탄탄한 등을 껴안으며 손톱으로 악마의 등살을 긁었다.
-흐, 흥분 돼! 더…… 더 거칠게 해줘.
-신을 따먹는 기분이 이런 기분인가.
-흐으읏!
-신이라는 년이 아주 축축하게 젖었구나. 제우스가 좆질을 해주지 않았더냐?
-그 새끼는 바람둥이 자식이야. 다른 년을 탐하느라 나는 안중에도 없어.
-아주 콱 조이는 게 일품이군.
곧이어 악마가 엉덩이를 부르르 떨었고 헤라도 클라이막스로 숨결을 내뱉으며 요망한 신음성을 내내질렀다.
악마와 성교를 해서 정기를 받은 여성은 그 자리에서 즉시 배란이 이루어져 아이를 낳게 된다.
-으흐으으읍...!
헤라는 다리를 벌리고 격통에 소리를 내질렀다.
악마는 그녀의 자궁에서 질액이 흘러내리고 남자아이의 머리가 나오는 것을 지켜보며 헤라의 머리를 움켜잡았다.
-낳으면서 빨아라.
악마는 이성이 없다. 헤라는 악마의 성기를 아이를 낳으면서 빨았다. 간혹 아이를 낳는 고통에 이빨로 악마의 성기를 긁어 그 죄로 머리채를 두드려 맞기도 했다.
얼굴을 맞아도 헤라는 입으로 악마의 남성을 미친듯이 빠는 것에 열중했다. 그녀의 입가 사이로 침이 줄줄 흘러내린다.
포세이돈은 그것을 지켜보면서 경악했다.
이윽고 태어난 아이는 이상한 눈빛으로 울지도 않았다.
-왜 악마인 나의 자식을 낳은거냐?
-오늘 제우스와 한 번 하고 오는 길이야. 제우스의 정액과 당신의 정액이 뒤섞어져 낳은 아이는 훗날 내 최고의 작품이 될 테니까.
악마는 아이를 낳느라 생기가 빠져버린 헤라의 얼굴에 정액을 뿌렸다.
얼굴에 정액이 묻어 흐르는 헤라의 표정은 이계 그 어떤 여성보다도 섹시했다.
그때의 회상을 끝낸 포세이돈은 그 이야기를 모두 해주었다.
“그때 아이를 낳았다는 건 말도 안 돼. 난 직접 아레스가 헤라의 뱃속에서 태어나 울지 않는 것을 보았다고.”
“그건 아마 바꿔치기를 한 것일테야.”
신들도 음란한 자들이 많다. 여성은 남편에게 다른 남자의 정기로 태어난 아이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 또 한 번 임신해서 낳거나, 다른 인간이 갓 낳은 아기를 바로 데려와 천으로 가리고 방금 낳은 척을 하기도 했다.
헤라는 머리가 비상하다.
그러나.
“그 아이는 울지도 않았고 분명 아레스와 성격이 닮았었다.”
“아직도 믿지 못하겠나? 그건 헤라가 아이의 성대에 독을 발라서 울지도 못하게 했을거야. 그리고 그것을 본 후 그 아이는 죽여버리고 아레스로 다시 바꿔치기 한 것이겠지. 아직도 당신은 헤라를 모르나?”
“그게 거짓말이라면 넌 각오해야 할 것이다!”
어느새 제우스의 목소리는 분노로 뒤바뀌어 있었다.
그 일갈에 포세이돈의 푸른 턱수염이 조용히 떨렸다.
콰아앙!
문을 박차고 나간 제우스는 신전 곳곳을 살폈다.
“헤라!”
신전과 호수의 광장까지 모두 샅샅히 살폈으나 헤라는 없었다.
제우스의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뒤에서 포세이돈이 조심스레 다가오며.
“아마... 눈치챈 것 같네. 헤라는 눈치도 기가 막힌 여자니까.”
제우스는 혼란스러움에 시야가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그게 사실이라면 천계는 물론이고 이계까지 멸망할 것이다.
*
시운은 아레스의 검을 사시미로 받아냈다.
콰아앙!
받아낸 사시미는 그대로 두 조각이 났고, 아레스는 시운의 머리를 잡고 한강을 향해 던졌다.
시운은 한강물에 몸을 처박았다.
물에 빠진 시운에게 돌진해온 아레스는 시운의 목을 들어 졸랐다.
시운의 발이 허공에 뜬 채 요동쳤다.
“고작 이 정도로 약했나?”
“……오랜만이어서.”
“뭐라고?”
“십 년만이라서 그렇다고.”
그 말과 함께 시운은 아레스의 복부를 걷어찬다.
퍽!
미동이 없자 다시 한 번 걷어찬다.
퍽!
퍽! 퍽! 퍽! 퍽!
아레스가 휘청이자 한강물이 요동을 친다.
아레스는 검을 잡아 그대로 내리쳤다.
간신히 피한 시운은 물에서 둔치로 빠져나왔다.
아레스의 검격이 지나간 자리로 한강물이 두 개로 갈라져 굉음을 냈다.
“역시 나이는 못 속이겠군.”
시운은 허탈하게 웃으며 혼잣말을 했다.
지금 이시운의 나이는 서른네 살.
딱 십 년만 젊었더라도 상황은 꽤나 달랐을 것이다.
아레스는 검 한 자루만 쥔 채 재미가 없다는 표정이다.
“내 아버지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인간이 이 정도로 나약한 벌레일 줄이야.”
“역시 제우스의 복수를 하러 온 똘마니었구만.”
시운은 애써 여유를 부렸지만 위기감을 느꼈다.
지금은 시스템을 사용할 수도 없고 무기도 없다.
그런 시운의 눈으로 아레스의 허리춤에 찬 검이 보인다.
휘이익!
아레스의 검이 매섭게 날아들었다. 가까스로 피해냈으나 어깨를 베인 시운은 주먹으로 아레스의 얼굴과 배를 난타했다.
퍽퍽퍽퍽퍽!
그리고 오른발로 아레스의 허벅지를 차고 연속동작으로 아레스의 얼굴을 왼발로 가격하는 척 하면서 공중에서 회전하며 아레스의 허리를 향해 손을 내뻗는다.
퍼어억!
아레스의 팔꿈치 공격을 맞은 시운이 날아가 둔치에 세워둔 자전거 틈에 부닥쳤다.
자전거 더미에 쓰러진 시운을 보며 아레스는 여전히 짜증난다는 표정이다.
“난 내 힘의 1 퍼센트도 사용하지 않았다.”
시운은 힘겹게 일어났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고통.
긴장감이 맴돈다. 이 기분이 썩 나쁘지 않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근육들이 다시 꿈틀거리는 기분을 느낀 시운은 옆으로 손을 뻗어 자전거를 아레스에게 집어던진다.
날아온 자전거를 칼로 토막내며 아레스가 다가왔다.
그러던 그 순간.
이계의 기운이 느껴지면서 시스템이 작동한다는 메세지가 떠올랐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그리고 아주 익숙한 기운이 느껴진다.
-주군! 어디에 계십니까.
귓가로 들려온 것은 척준경의 육성이었다.
-스승님. 이곳의 위치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빨리 와주세요!
지리에 밝은 척준경은 천신전쟁 때 대한민국을 오가며 지리를 파악한 상태라 위치를 말해주면 금방 찾아서 올 것이었다.
“아니다.”
“뭐가 아니란 말이냐?”
아레스는 검자루를 쥔 채 혼잣말을 하는 시운을 이상하게 바라봤다.
“재림하라..”
시운의 말이 끝나는 그 순간 허공에서 번쩍이며 터진 칼날 소리가 아레스를 향했다.
“소인 척준경. 주군을 뵙습니다!”
순식간에 두 합의 공격을 펼친 준경의 칼이 아레스를 밀려나게 했다.
아레스는 준경을 본 순간 흥미를 느꼈다.
“검법이 아주 예리하군.”
일반 검수가 아니라는 것을 아레스는 직감하는 듯 했다.
준경은 자세를 비스듬히 하고 검신을 가만히 겨누었다.
“주군! 드릴 것이 있습니다.”
척준경은 고히 넣어둔 도복 속에서 꺼낸 데몬소드를 시운에게 건넸다.
데몬소드가 시운의 손아귀에 닿자 선명한 검명을 뿜으며 꿈틀거렸다.
“너라면 내가 검을 두 자루를 뽑아도 되겠다.”
아레스가 검집에서 검 하나를 더 뽑아 척준경을 보며 말했을 때.
“아니. 네 상대는 나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상대해줄게.”
대한민국 중년의 아저씨는 강하다.
순간 바람이 매섭게 몰아닥치며 날아든 시운의 검에 아레스가 가까스로 피해냈다.
시운의 검이 박힌 땅은 폭발하며 진동을 냈다.
“방금과는 다르군. 이제야 진짜 힘을 드러내는 건가?”
그때 사방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소리를 듣고 주변을 수색하던 군인들이 이곳으로 향하는 모양이다.
지금 이 전투를 민간인이 목격하게 되면 앞으로의 삶이 너무나 피곤해질 것이다.
그때 척준경이 쇄도해 둔치의 곳곳을 검으로 그어냈다.
“이 세상에서 주군의 정체가 드러나면 주군이 위태로우실 것을 압니다. 그래서 전장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시운은 그 말 뜻을 대번에 알아들었다.
준경이 그어낸 자리에서 베리어가 생겨나 그들을 순식간에 뒤덮었다.
천신전쟁 때 아베크로스를 전장으로 가두었던 그 술법이었다.
*
전신을 뒤덮는 한기가 느껴진다.준경은 눈으로 주위를 훑었다.
오랜만에 눈으로 맛보는 설원의 광경이다. 등뒤로 뜨거운 햇살이 어깨를 간지럽힌다.
“주군. 이곳은 시간과 공간이 멈춘 곳입니다.”
“그럼 땡큐네요.”
차캉!
아레스는 검 하나를 더 뽑아 쌍검을 엑스자 형태로 만들었다.
파아악!
아레스가 신성력을 발끝으로 모아 걷어차고 도약하여 준경을 향해 쌍검을 내리그었다.
타아앙!
금속음 소리가 불안하게 들렸다. 본능적으로 막아낸 준경의 검에 균열이 일며 그 자리에서 부숴진다.
‘나의 검이...’
추아악!
준경의 도복이 날카롭게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준경은 무신인 본인의 눈으로도 좇지 못한 방금 그 합에 놀라며 휘청거렸다.
“네 상대는 나야. 이 새끼야.”
그때 돌진해온 시운의 칼날이 아레스의 가슴에 쑤셔박혔다.
아레스의 두 검 또한 시운의 허벅지와 가슴을 꿰뚫은 채였다.
“재미가 없으니 바로 끝내주마.”
아레스의 말과 함께 그의 검신에서 터져나온 번개가 시운의 몸을 휘감았고 아레스의 가슴에 쑤셔박힌 데몬소드에서 폭풍이 휘몰아치며 아레스의 육신을 뒤흔들었다.
번개와 바람이란 두 성질이 서로의 육신을 파괴함에도 서로가 서로의 몸을 칼에 우겨넣은 채 노려봤다.
“생각보다 쉽게 죽지는 않으려나 보구나. 벌레야.”
“오히려 네 얼굴이 꽤나 아프단 표정인데?”
“그렇다면 내 본 모습으로 죽여주마.”
아레스의 말과 동시에 터지던 전격의 색이 시커멓게 변하면서 아레스의 등에서 솟아나온 등뼈가 검은 날개로 변해갔다.
방금과는 다른 서늘한 위압감.
두 눈동자가 적안으로 변한 아레스가 시운을 차갑게 노려봤다.
그의 두 칼날에서 귀신의 비명과 같은 소리가 들려왔고 주위로 아레스의 검은 깃털이 휘날린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시운의 육성이 흘러나온 순간.
망막을 멎게 할 만큼의 광채가 솟았고, 시운의 등에서 여섯 개의 날개가 등을 찢고 터져나왔다.
그 날개는 신성하고 고귀하게 펄럭였고 빛을 발산하는 시운의 외형은 부풀어 오르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초대 바람의 군왕 그 본연의 모습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