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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토라세 여친님-3화 (3/142)

〈 3화 〉 서울 여자

* * *

윤지영. 그녀는 어려서부터 너무나 예쁘장한 외모로 나이와 성별에 불문하게 인기가 많았다.

그녀의 부모님 또한, 자신의 딸이 이렇게 귀엽고 똑똑하기까지 하니 좋았을 따름이지만 시간이 점차 흐르면서 외모에 관한 관심이 부담스럽게만 느껴졌었다.

그야 그럴 것이 애 부모랑 닮지 않게 너무 예쁘다며 혹시 주워 온 게 아니냐는 농담 아닌 농담부터 질 나쁜 소아 성애자들이 들러붙는 것까지. 모든 게 좋을 것만 같았던 나날들은 한순간에 뒤집혀져 걱정만이 가득했다.

부모님의 걱정은 어느새 지나친 간섭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지영은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노력했다.

그럴 수밖에. 만약 잘 못 되기라도 한다면 손해 보는 것은 순전히 자신이 되니까. 오히려 어린 나이에 세상은 그리 좋지 않다는 걸 빠른 속도로 이해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었지 않았을까.

아무튼, 부모님의 영향도 있고, 노골적으로 외모를 보고 다가오는 질 나쁜 사람들을 직접 보고, 경험까지 하게 되니 서서히 모든 사람들을 멀리하기에 이르렀다.

초등학교 때는 귀여운 외모에 혹해 다가오는 애들이 많았지만 밀어내기 바빴고, 중학교에 들어서고 끈질기게 친구가 되자며 조른 아이와 1년 만에 친구가 될 정도로 또래들도 밀어낸 그녀였다.

대체 언제, 뭘 했다고, 무슨 이유로 좋아하게 됐는지도 모르는데 고백을 해 오는 남자들과 여자들. 그땐 사랑이란 감정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등학교에 들어서고도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몇 안 되는 친구들이 남자 친구를 만들었다는 생각에 사랑이라는 감정과 애인이 있다는 느낌이 궁금해졌다.

그러던 중. 다른 학교에서 잘 생겼다고 소문이 자자한 남학생이 그녀의 학교에 찾아와 공개 고백을 했다.

창피하게. 낭만적이기는커녕 오히려 아무 감정도 없었던 그에게 혐오라는 감정이 더해졌다.

그래서 조금 신경질적으로 고백을 거절했는데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지 다음날 또 학교를 찾아와 고백해 왔다.

마치, 스토커처럼.

그날도 그 남자를 피해 도망쳐. 학교 뒤뜰로 향했다.

근데 웬 걸. 이미 선 객이 있었다.

그것으로 모자라 그녀 자신을 좋아한다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평범한 외모를 가진 같은 학교 남학생이.

귀찮게 따라 다니는 그와. 고백을 하려 하는 애들이 단념시키기 위해서, 그리고애인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친구들의 말에 진짜 좋은지. 과연 어떤 느낌인지 호기심에 다짜고짜 사귀자고 했다.

그렇게 모태솔로만 지루하게 인생을 살아갈 것 같았던 그녀에게 고등학교에 들어가고서야 드디어 첫 애인이 생겼다.

하지만 친구들이 말했던 딱히 그러다 할 느낌은 없었다.

처음으로 애인이 생겨서 좋다든지, 설렌다던지 하는 그런 감각은.

그냥 내일도 학교 가야 한다고, 귀찮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

윤지영의 친구가 이 잘난 얼굴과 몸매로 대체 왜 그런 보잘 것 하나 없는 남자와 왜 사귀냐며. 혹시 가지고 노는 게 아닌가. 고백해오는 애들 때문에 계약 연예라는 걸 하는 게 아닌가 농담 삼아 질문을 던져서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래서 다음 날. 마침 주말이기도 하니 데이트를 했다.

진짜 연인처럼 돌아다니며 사진도 저장해 두었다.

이러면 의심하지 않겠지.

사귀진 3주가 조금 넘은 상황.

친구들이 섹스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프긴 했는데 자꾸 하다 보면 기분이 좋다든지, 어느 친구는 처음에도 바로 기분이 좋았다든지. 얘기를 나누는데. 섹스를 해 본 적이 없는 윤지영으로서는 대화에 끼지 못했었다.

그리 기분이 좋은 걸까. 섹스라는 게.

집에 가서 야동을 다운 받아서 보았다.

보니까 조금 흥분되었고, 한번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 날. 남자친구의 집에 찾아가 곧장 섹스를 했다.

너무 이른 게 아니냐며 소리치던 그도 옷을 벗어 맨살을 보여주니 짐승처럼 그녀를 덮쳐 들었다.

아, 아아... 너무 기분 좋아.

섹스란. 이렇게나 기분이 좋았던 거라니. 여태까지 몰랐던 게 너무 후회되었고, 평소에도 마음이 꽤 잘 맞아서 호감도가 가파르게 상승 중이었는데 섹스를 결정타로 완전히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 후로도 하루에 한두 번은 무조건, 둘이서만 섹스를 했었다.

어느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저기요. 혼자이신가요?"

잠시 과거 회상에 빠져있던 그녀에게 한 남자가 다가와 물음을 던졌다.

"잠시 시간이 되신다면 저랑 얘기를 잠깐......“

윤지영은 말로 대답하지 않고, 왼손 약지에 끼고 있는 반지를 살며시 어루만졌다.

"반지가 정말 예쁘시네요.“

이게 무슨 의미인지 정말 모르는 걸까. 아니면 잘생긴 외모에 명품을 몸에 걸쳐서 임자 있는 여자를 빼앗아올 자신이 있다는 걸까.

"어디서 사셨어요?"

"사우몰“

"......“

여기서 사우몰이란. 결혼 물품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매장이었다.

대표적으로 결혼반지라던가.

남자는 그 말 한마디에 입을 다물었다.

얼핏 보면 스무 살 초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그녀가 이미 결혼을 했다는 걸 암시하는 말과 행동을 했기에.

참고로 결혼반지라는 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야 지금은 커플 반지에 그쳤지만, 자신은 그와 결혼까지 생각했고, 이미 아이들 이름을 생각해둔 상태이니까. 그럼 이 반지는 결혼 반지로 탈바꿈 할 것이다.

비싼 돈 들여서 예쁜 반지를 샀는데 또 돈을 쓸 필요는 없을 테니.

아...! 맞다. 혼인신고도 미리 해 놔야지.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동사무소에 들러 혼인신고까지 끝마치고 돌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혼인신고 할 때 필요한 게 뭐더라. 다른 지역에서 혼인신고가 가능하던가?

처음 해 보는 일이라 자세한 건 알지 못했다.

그럼 나중에 천천히 알아보고 해도 된다고 말할 수가 있는데 그러면 늦을 수도 있었다.

왜냐하면 윤지영의 남자친구를 노리는 여자들이 꽤 많았으니.

"저기요. 잠시만요.“

이런 심각한 고민에 빠져서 걸음을 재촉하는데 남자가 다시금 팔을 붙잡으며 걸음을 멈춰 세웠다.

그러자 기분이 확 나빠졌다.

자신을 만질 수 있는 사람은 가족과 남자친구, 남자친구의 가족 밖에 없는데.

탁!

윤지영은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팔을 잡고 있는 남자의 손을 쳐내었다.

그리곤 욕을 쏟아붓고 싶어지는데. 요즘 세상이 너무 위험하다 보니 마음이 내키는 대로 행동할 수가 없었다.

괜히 여기서 욕을 하다 동영상이라도 찍히는 날엔 귀찮은 일이 될 것만 같았으니까.

"잠깐만요!“

설마 자기가 무시를 당할 줄이야. 믿기지 않는 건지. 남자는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하... 씨.“

참다 참다. 결국, 폭발할 것만 같았다.

이번엔 어깨를 붙잡으니 기껏 잡고 있던 이성의 끈이 끊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 손 놔요. 다 찍고 있어요.“

주먹이 꽉 쥐어진 손이 남자의 뺨으로 직행하려던 찰나.

아름다운 외모와 잘생긴 외모를 가진 두 남녀의 모습에 주위의 시선을 강제로 끌어당기고 있었는데. 둘의 분위기가 조금 좋지 못한 쪽으로 치우치기 시작하니 한 여자가 다급히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말했다.

"뭐야 넌?“

돈이라면 돈, 외모라면 외모, 전부 가졌던 자신이 외면당했다는 사실에 안 그래도 민감해져 있는데 외부인이 개입해오니 예민하게 반응했다.

"증인도 많아요. 그거 강제 추행이에요.“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은 강제 추행이 될 수 있다.

여기가 길거리라 보는 눈도 많고, 직접 촬영까지 하고 있으니 빼박인 상황.

"이거 놓아주세요.“

윤지영은 더 확실한 증거로 남기기 위해.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놓아달라고.

"시발. 진짜.“

화가 난 듯.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카메라를 든 여자와 윤지영, 그리고 가던 걸음을 멈춰 세우고는 이쪽을 바라보는 주위 사람들의 모습을 살피며 돌아섰다.

"괜찮으세요?“

남자가 떠나니. 여자는 윤지영의 상태를 살펴 보았다.

윤지영도 마찬가지로 도움을 준 여자의 상태를 살펴 보았다.

그리고 내린 결론.

조금 그러네.

얼굴은 그럭저럭 예뻤다.

문제는 가슴. 가슴이었다.

자신과는 너무 비교될 정도로 절벽인 가슴은 가지고 있는 예쁘장한 얼굴에 비해 아쉬움은 배가 되어 돌아왔다.

치마 밑으로 보이는 새하얀 허벅지는 통통하니 만지는 느낌과 살덩이가 물결치는 게 보기 좋을 것 같은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예쁜 얼굴, 다음으로 아래위로 요동치는 가슴이었다.

무조건 이 두 개가 알맞게 어우러져야 도무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쾌락이 닥쳐드니까.

'서울 여자들은 다 이런가?‘

지금이 예쁘고 가슴 큰 여자들이 밖을 돌아다니지 않는 시간인지. 아니면 오늘 운이 나쁜 건지 잘 모르겠다.

"시간 있어요?“

"네.....?“

도와주었던 여자가 언제 그런 일을 겪었다는 듯이 뜬금없게 시간 있냐고 물어오자 당황할 노릇이었다.

"시간 있냐고요.“

더 찾아본다면 이 여자보다 더 예쁘고, 몸매도 좋은 여자를 찾을 수 있을 터. 그러나 빨리 이 끌어 오르는 성욕을 해결하는 게 급급하니 이 여자라도 데려가자는 생각으로 윤지영은 물었다.

"이, 있긴 한데.“

거짓말이었다.

그저 눈앞에 현실이 맞는지 의심이 들어올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를 지닌 미녀가 시간을 내달라고 하는 것처럼 보여 없던 시간이라도 만들어 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얼떨결에 거짓말을 입에 담았고.

"따라와요.“

시간이 있다는 말을 듣자.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따라오라고 했다.

여자는 마치, 악마에게 홀린 듯이 그녀의 뒤를 졸졸졸 쫓아갔다.

잠시 뒤.

"모, 모텔?!“

뭐, 뭐지 이 여자?! 설마 그런 취향인가?!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모텔.

세상은 넓다.

세상이 넓으니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존재하는데 그중 한 명. 우연히 도움을 준 여자가 레즈비언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레즈비언이 아니었다.

어디서나 흔히 볼법한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는 평범한 여자였다.

실제로 최근에 만나서 사귀게 된 남자친구도 있는데.

윤지영. 거침없이 모텔 안으로 들어가는 그녀를 보니 아무래도 좋은 듯 싶었다.

그만큼 아름다웠으니까.

띵~!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둘은 몸을 실었다.

1층. 2층. 3층..... 5층에 도착해서야 엘리베이터는 움직임을 멈추었고. 미리 방을 잡아 둔 것처럼. 윤지영은 곧장 어느 방 앞에 멈춰서서는 주머니에 넣어둔 카드를 도어락에 가져다 대었다.

띠로리.

문이 열렸다.

"호, 혼자가 아니야?"

현관 앞에 신발 한 쌍이 있었을 때부터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방에는 이미 누군가가 있었다는 걸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따라온 게 실수였던 걸까.

자신한테 무슨 짓을 벌이려는 걸까.

온갖 불안한 생각들이 가득 찼다.

"뭐해요. 안 들어와요?“

이런 말이 있다.

얼굴이 깔패라고.

윤지영의 얼굴을 보니 다시금. 홀린 것처럼 안으로 들어갔고. 침대 위에서 이불을 덮고 잠을 자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할 수가 있었다.

"자?“

일어나지 않는다.

"안 일어나면 나 키스할 거야?“

그래도 일어나지 않자. 윤지영의 입꼬리가 양 끝으로 찢어졌고, 허리를 숙여 남자의 입술에다가 자신의 입술을 가져갔다.

"우음......“

미세하게 열려 있는 입술 틈 사이로 혀를 집어 넣자. 자면서도 본능적으로 자신의 입안으로 들어온 윤지영의 혀를 맞이해 주었다.

서로의 혀가 뒤섞이며 타액이 옮겨졌고, 윤지영은 미약한 신음을 토해냈다.

"왔어?“

키스로 인해, 잠에서 깨어난 남자.

"어. 왔어. 그리고 자. 꽤 예쁘지?“

"......“

윤지영은 데려온 여자가 잘 보이도록 자리를 비켜주었다.

"너보다는 아닌데“

"나도 알아. 그리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바로 해.“

"알았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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