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토라세 여친님-14화 (14/142)

〈 14화 〉 자취방

* * *

"오오. 꽤 괜찮은 방으로 골랐네?“

내 엄마는 우리가 고른 방을 둘러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투룸인데 1000에 70이라. 이 근처에서는 정말 괜찮네.“

위치도 너무 구석진 곳도 아닌데 이 정도 가격에 투룸을 구했다고 하니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우리가 입학할 학교까지는 버스를 조금 타고 가야하는 불편하긴 하지만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다 지영이가 골랐겠지 뭐.“

그 옆에 서 있는 아빠는 엄마랑 덩달아 감탄하면서도 내 공이 아닌 전부 지영이의 공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아니에요. 아버님. 전부 훈이가 알아보고 결정한 거예요.“

"그, 그러니?“

자신의 아들내미가 한 건 했다는 소식에 어깨가 으쓱하는 아빠.

그냥 처음부터 믿었으면 됐을 것을.

참고로 이 방은 내가 아니라 지영이가 고른 거였다.

"흥... 딱 봐도 지영이가 찾은 것 같구만.“

딸 바보. 그 이상인 지영이의 아빠는 지영이의 거짓말을 정확하게 캐치했다.

"그만 좀 해요.“

"내가 뭘. 뭘!“

"훈이가 뭐 어때요. 착한 아이잖아요? 그리고 굳이 원룸에서 한 명씩 사는 것보다는 이렇게 싸게 둘이서 함께 사는 게 돈도 아끼고 좋은데.“

"그래도 안 돼.“

아주머니는 그런 아저씨가 탐탁지 않았다.

뭐, 몇 년 동안 계속 사귀고 있는 사이긴 해도 이제 막 성인이 된 남녀가 한집에서 산다는 건 예쁜 딸을 가진 부모로서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저씨를 제외하고 우리 부모님과 아주머니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를 인정하여 흔쾌가 동거를 허락하였다.

"우리 지영이한테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아저씨는 소중한 딸아이를 끌어안으며 나를 경계하지만, 솔직히 내가 무슨 짓을 하기보단 지영이가 무슨 짓을 한다는 말이 더 일리가 있었다.

지영이의 본 모습을 모르고 그저 착하고 만능인 딸로만 아는 아저씨로서는 내가 무슨 말을 하든 헛소리라고 무시할 거니 그냥 입을 꾹 닫았다.

"내가. 내가 모아둔 비상금을 다 써서라도 절대 같이 살게 두지 않아!“

오우. 제대로 작정하신 듯한 반응인데.

"흐응...? 비상금이요?"

"아......?“

문제는 여기서 할 말은 아니었다.

"잠시 얘기를 하러 갈까요?“

"아, 아니 그게......“

"괜찮아요. 당신이 번 돈을 저 몰래 모은 것뿐이니까요. 아아. 전 여태까지 당신 몰래 뭘 한 적이 없는데. 해도 이벤트 같은 거였는데. 살짝 슬프네요.“

"아니야. 노, 농담이야. 그냥 있으면 그랬을 거란 얘기였지."

"그래요?“

"으, 으응.“

저기에 끼어들었다가는 괜히 불씨가 튀어 애꿎은 살이 화상만 입을 것 같았다.

나랑 지영이 덕에 친구 사이로 발전했던 우리 부모님도 둘 사이에 끼기 버거운지 애써 무시한 채, 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잠시 뒤, 아저씨가 훌쩍거리는 결과로 낳은 상태로 마무리가 되었고, 양쪽 부모님의 허락하에 우린 이 방에서 지내기로 결정했다.

카페 알바는 이미 그만두었으니 마음 편히 내일 당장 짐을 옮기기로 했다.

아직 개학이 아닌데 왜 이리 급하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일단 여기서 조금 살아보고 불편한 게 있으면 다른 곳으로 옮기던가 하기 위함이었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돈은 부모님들이 지불해 준다고 하니 우린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그렇게 우린 밥을 먹고 다시 내려갔다.

*

시간이 흘러 짐을 다 옮기고 이제 이곳에서 지영이와 단둘이 함께 살게 되었다.

뭔가가 아주 색달랐다.

늘 곁에 있던 부모님 대신에 나의 자랑스러운 여자친구 지영이가 있다니. 기분이 좋으면서도 내 개인 시간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쉬움이 동반했다.

참고로 투룸으로 잡긴 했는데 우린 각 방이 아닌 한 방에서 함께 지내기로 하고, 나머지 방은 옷방과 같이 다용도실로 쓰기로 방을 구하러 다니기 전부터 결정해두었었다.

"우리 둘뿐이네?“

벽에 등을 기대앉아서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내 옆으로 지영이가 자리를 잡고 앉아서는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녀 특유의 냄새가 내 코를 강렬하게 찔러댔고, 달콤한 목소리로 말하며 내 사타구니로 손을 뻗으니 자지는 곧장 반응해 우뚝 솟아올랐다.

"변태. 벌써 할 생각이야?“

아니. 조금 억울하네.

나는 아무 생각도 없다가 지영이가 만지니까 반사적으로 서버린 게 변태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걸까.

"꺄~!“

근데 참기가 힘드네.

나는 다치지 않도록 조심히 바닥에 눕힌 뒤, 그녀의 위에 올라타자 지영이는 장난기가 가득 섞인 귀여운 비명을 내지르며 미소지었다.

"흐응......“

방금까지 내 부모님과 지영이의 부모님이 있었던 집에서.

갑자기 무언갈 두고 왔다며 돌아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나가신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집에서.

발정기가 찾아온 짐승처럼 자지를 발딱 세우며 불규칙한 거친 숨을 토해내었다.

그리곤 봉긋하게 올라와 있는 크고 부드러운 가슴을 손에 가득 쥐고 살며시 주무르자 미약한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밤에 하자 훈아.“

"어?“

처음으로 지영이가 나중에 하자고 미루자 나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뭘 그리 놀래.“

"아, 아니야.“

내가 놀라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짐작도 되지 않는 듯 지영이는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도 지금 하고 싶은데.“

말을 이어나가면서 자신의 가슴 위에 있는 내 손을 떨쳐냈다.

"아직 밝을 때 필요한 것들을 좀 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러고 보니 아직 갖춰야 하는 것들이 여럿 있었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만으로는 이젠 일주일 동안 교복을 계속 입지 않으니 옷의 수도 늘려야 하고, 같이 잘 침대와 오늘 저녁에 만들어 먹을 식자재가 있었다.

도중에 눈에 띄는 필요한 것들을 추가로 구입도 해야 하고.

"알았어.“

나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채, 몸을 일으켰고, 이런 내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는지 지영이는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밤에 안 재울 테니까. 너무 아쉬워하지 마.“

내일 당장 해야 하거나 갈 곳도 없으니 늦게 일어나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래서 지영이는 나를 재우지 않을 거란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오는 말을 귓속말로 하니 얼굴이 새빨갛게 붉어졌다.

내 여자친구님 너무 바, 박력 넘쳐!

"가자.“

우리는 그렇게 집을 자취방을 나와 백화점으로 향했다.

"와... 진짜 예쁘다.“

"옆에 남자친구야?“

"동생이나 오빠겠지.“

"너무 안 닮았는데?“

"사촌은 아닐까?‘

역시. 밖에 나오니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로. 아니, 정확하게는 지영이에게로 꽂혔다.

완전 다른 지역이기도 하니 우릴 처음 보는 사람들은 나를 남자친구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오빠나 동생, 사촌지간이라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만큼 나는 여전히 남들의 눈에는 지영이에게 어울리지 않는 남자라는 거다.

그 사실에 눈가가 조금 촉촉하게 젖어왔다.

"저기. 안녕하세요.“

훤칠한 키에 남녀노소 상관없이 누구나 잘생겼다고 말할 수 있는 한 남자가 지영이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옆에 내가 있는데도 없는 사람 취급하듯.

이번엔 화나네?

"오빠이신가봐요?“

그제서야 나를 힐끔 바라보며 물었다.

그의 물음에 지영이의 대답은.

"......“

침묵이라 해야 하나. 아니면 무시라고 해야 하나.

지영이는 대놓고 내 팔을 꼬옥 끌어안으며 해맑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훈아. 저거 예쁘지 않아?“

옷 가게 바로 앞에 전시된 커플 티를 가리키는 그녀.

"저, 저거?“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은 너무 불쾌한 나머지 대답해주기 싫어서 간접적으로 나와 무슨 사이인지 알려주려는 것 같은데.

하필 가리킨 곳에 있는 건 정 중앙에 귀엽지도 않고 오히려 촌스럽기 짝이 없는 곰돌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채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 분홍색 티셔츠가 걸려있었다.

"왜? 괜찮지 않아?“

"그, 그러게. 귀엽네."

이로써 그는 우리가 무슨 사이인지 단번에 깨달았을 터.

하지만 옆에 남자를 끼고 거리를 걷고 있는 그녀에게 다가온 남자도 이대로 포기할 것 같았으면 애초부터 다가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협박을 당하고 있는 걸까?“

"그러게 약점이 분명해. 말이 안 되잖아?“

"돈이 많나?“

"그럴 수도.“

주위 사람들은 나를 쓰레기 아니면 갑부로 몰아가고 있었다.

"......“

그리고 남자는 침묵을 유지한 채, 나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손목을 감싸고 있는 값싼 시계부터 이름 모를 브랜드 옷과 신발 등을.

"집에 돈이 많으시나 봐요?“

입고 있는 걸 보아서는 돈이 많아 보이지 않았는지 대놓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어느 의미로 대단한 새끼였고, 아니면 지영이에게 단단히 꽂혀서 충동적인 행동을 뇌에 걸치지 않고 바로 하는 걸 수도 있었다.

"쯧... 좀 꺼지지 진짜.“

달달한 데이트를 방해받았다는 생각에 지영이는 잔뜩 뿔이 나서는 힘으로 날 끌어서 그의 옆을 지나쳤다.

"잠시만요!“

다급히 지영이의 팔을 붙잡지만.

탁.

바로 쳐내며 더러운 것이 닿았다는 듯이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가 잡은 부분을 손으로 털어냈다.

"가자. 훈아.“

더 상대할 가치도 없는지 지영이는 다시금 내 팔을 끌고 걸음을 재촉했고, 지영이의 얼굴을 정면에서 본 그는 상심이 컸는지 이제는 따라오지... 어?

"아......“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는 그는 지영이의 뒷모습을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거친 숨과 함께.

그렇다.

그는 이번 일로 M이라는 성향이 눈을 뜬 것이다.

"소름돋아.“

맞으면서 쾌락을 느낀다니. 나로서는 상상조차 안 되는 성향이다.

물론 지영이의 성향도 마찬가지이긴 하다만 아무튼, 지영이의 외모에 홀려 역시나 나를 무시하며 다가오는 남자가 여럿 있었지만 어찌어찌 몰아내고 우린 백화점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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