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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토라세 여친님-19화 (19/142)

〈 19화 〉 OT

* * *

잠에든 지영이를 공주님 안기라는 형태로 조심히 품에 안으며 여자 방으로 향했다.

그 방에는 지영이와 함께 우리 방을 찾아왔던 선배들이 돌아왔는지 떠들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그나마 다행인 걸까. 이곳으로 오면서 버스 안에서 통성명을 했었던 이다혜가 안에 있었고, 그런 이다혜가 몇 명의 여학생들과 서스름없이 반말하는 걸 발견했다.

그럼 선배들이 아니라 또래, 나와 같은 신입생이라는 의미겠지.

아무튼, 난 마음 편히 발만을 이용해 신발을 벗어 던지며 안으로 들어갔다.

"혹시... 지영이 남자친구?“

"응. 맞아.“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이다혜가 대신 대답했다.

"완전히 뻗었네. 언니들이 주는 걸 계속 받아먹을 때부터 알아봤어. 쯧쯧.“

안타깝다는 눈빛으로 내 품에 안긴 지영이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혀를 찼다.

정확하게는 술이 아니라 어젯밤에 나와 밤새도록 섹스하느라 차마 못 이룬 잠을 지금 자는 것뿐인데. 굳이 알려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나는.

"위에 눕혀놓고 가도 되지?“

"엉.“

"조심히 올라가.“

"깨우는 게 어때? 위험할 거 같은데."

이 숙소의 방에는 2층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다락방과도 같으면서도 억지로 층을 늘린 것으로 보이는 듯한 2층은 침구가 있는 것으로 보아 거기서 이불 깔고 자라는 거겠지.

근데 문제는 아까 말했다시피 억지로 층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는 것.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무척이나 가팔랐다.

멀쩡한 상태에서도 조심해야 할 판인데 술을 먹었고, 사람을 안고 있다면 지영이를 깨워서 스스로 올라가라고 하는 게 가장 안전하겠지만 지영이를 깨우고 싶지 않은 나는 고집을 부렸다.

여자애들의 조언을 완전히 무시한 채, 2층으로 올라온 나는 곧장 지영이를 바닥에 조심히 내려둔 후, 한쪽 구석에 모여 있는 침구를 꺼내 깔고선 지영이를 그 위에 올려두었다.

"자자... 훈아.“

얼굴을 뒤덮은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고 돌아가려던 찰나. 무거운 눈꺼풀이 사르르 떠진 지영이가 내 소매를 붙잡으며 말했다.

"깼어?“

"응......“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이 정도면 깨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었다.

"자. 지영아.“

살짝 내려간 이불을 다시금 목까지 올려준 뒤.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가지 말고. 자자.“

"......“

고집을 부리는 지영이.

너무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럽기 짝이 없다.

나도 마찬가지로 지영이와 같이 오늘 잠을 제대로 못 잤기에 수마라는 것이 끊임없이 유혹해와 눈꺼풀이 내려가지만 여자 방인 여기서 내가 잘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싸질러놓은 똥이 있는데 이대로 돌아가지 않을 수도 없고.

"그래.“

지영이를 재운 다음 가기로 마음을 먹은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누웠다.

그제서야 힘겹게 들어 올렸던 눈꺼풀을 내렸고, 잠시 뒤, 그녀는 규칙적인 숨을 토해냈다.

"지영아?“

확인 차. 이름을 불러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일어나기 싫다고 아우성인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며 1층으로 내려갔다.

"바로 가게?“

나라도 자기들과 술판을 조금이라도 벌일 줄 알았더니 바로 현관으로 향하는 내 모습에 이다혜가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아마 지영이와 나에 대해서 궁금한 점을 귀찮을 정도로 물어볼 속셈이겠지.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닌데. 나는 무척이나 바빴다.

"어.“

"알았어. 그럼.“

"적당......"

오늘 처음 만났는데 적당히 먹고 자라는 말은 조금 그렇지 않을까.

나는 다급히 입을 다물며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원래 내가 있던 방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천만다행인 것은 내가 초쳤다고 생각한 분위기는 이내 되돌아 왔는지 안은 떠들썩했다.

그로 인해, 긴장감은 조금이나마 사그라든 나는 자신감 있게 안으로 들어갔고.

"......“

"......“

">...

떠들썩했던 분위기는 적막으로 변질되었다.

이거... 그냥 지영이와 같이 자는 게 더 나았을 지도 모르겠네.

"아아~ 왔어~ 주인공?“

헤헤헤헷.

나와 주먹다짐이 벌어졌을지도 모르는 선배와 친한 사이인지. 그 사람 옆에서 잔뜩 풀어진 표정으로 술을 들이켜고 있던 그녀만이 상황 파악하지 못했는지 내게 말을 던져왔다.

"아, 네.“

"지영이는?“

"피곤한 것 같아서 방에 재워두고 오는 길입니다.“

"입니다? 딱딱해!“

"이에요?“

"좋아! 좋아! 근데. 지영이 술 약한가 보네?“

아니요. 엄청세요. 제가 본 것만으로도 다섯 병은 거뜬히 먹던데.

"아, 네.“

"흐흐. 지영이가 없으면 남친인 네가 대신해야지! 자! 앉아! 앉아서 먹어!“

선배는 꾸물꾸물 몸을 움직여 자신의 바로 옆에 자리를 만들어준 다음 바닥을 툭툭 쳐대니. 하는 수 없이 선배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쭉~! 쭉~!“

다짜고짜 술이 딸린 종이컵을 내밀어 먹으라고 하며.

내게로 모인 시선들의 눈치를 살피며 입에 털어넣었다.

크으~! 쓰다... 써.

"근데. 왜 안 때렸어?“

"야!“

"아. 잠깐만. 솔직히 나라면 바로 때렸을 거 같은데.“

"그게 할 말이냐?“

"뭐! 맞을 짓 했잖아!“

"......“

나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내 앞에서 지영이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모두 다 들은 것처럼 말을 하니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응? 응? 보니까.“

선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우며 내게 손을 뻗었고, 그 손은 틈을 보인 상의 안으로 들어가 배를 어루만졌다.

"아앗?!“

"가만히 있어 봐!“

"무, 무슨 짓을 하시는 거예요?“

남자가 그랬다면 바로 철컹철컹이었을 짓을 갑작스럽게 해대니 어떤 미친 놈이 가만히 있을 건가.

그래도 친분이 있는 사이라면 몰라도 오늘 처음 이 사람을 보았지. 이름도 모르는데 순순히 배를 건네줄 정도로 개방적인 인간이 아니었다.

"우와... 딱딱해. 너 무슨 운동해?“

옷이라는 베일에 감싸져서 평범한 몸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맨몸을 본다면 얘기가 달라졌다.

그야 그럴 것이 나는 헬스장에서 무식하게 근육을 키운 게 아니라 무술을 연마하면서 근육들이 들러붙었기 때문이다.

그걸 언제부터 알아차렸는지. 선배는 식스팩이 자리한 내 배를 만지고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냥... 이것저것이요.“

거짓말이 아니었다.

진짜로 이것저것 모두 다 배워놨다.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그때그때 쓸 일이 생길 것 같아서.

“우와. 멋지다.”

선배의 볼이 붉게 상기되었다.

축 젖은 입술을 요염하게 혀로 훑는 것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게 뭐라고.“

그 선배의 옆에 앉아있던 남자 선배는 질투라도 느끼는지, 무미건조하게 입을 열었지만. 자신처럼 똥배가 아니라 식스팩을 가진 내가 부러워한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부럽냐? 풉. 똥배쉑.

"그게 머라니!“

찰싹!

"악! 아파! 미친년아!“

"어우! 누구랑 다르게 포동포동하네!“

그의 배를 쫙 펼친 손바닥으로 내려치지 옷에 뒤덮혀있지만 살덩이가 물결을 이르는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이름이... 훈... 훈이. 김진훈?“

"김민훈이요.“

"아, 맞아. 김민훈. 헤.“

지영이가 나를 훈이라는 애칭으로 불러대니 앞에 두 글자를 헷갈릴 수도 있었다.

지금 술을 먹어서 제정신이 아닌 것도 한몫 하고. 아무튼,

"수영이 누나라고 해봐. 응?“

"네?“

"수영이 누나. 성은이야.“

"아... 수영이 누나?“

"흐흐. 귀여워. 너.“

뭐랄까. 수영이라는 이 사람은 정신연령이 나보다 훨씬 아래에 있어 보였다.

그래도 뭐, 나랑 얽힐 일은 없겠지.

그야 지영이의 눈에도, 내 눈에도 예쁘지도, 못생기지도 않은 얼굴에 한국 평균의 몸매를 가지고 있으니까.

지금 하고 있는 OT나 축제, 체육 대회 등. 모든 과 사람들이 모이는 큰 이벤트가 아니라면 만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먹고 죽자!“

그녀는 아까 비웠던 내 컵에 술을 조르르 따르며 외쳤다.

*

"아으으.“

지영이와 달리. 술이 그리 강한 편이 아니었던 나는 중간에 GG를 치고 2층으로 올라와 잠을 청했었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흐른 걸까.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빛의 세기가 약한 것으로 보아, 비가 오는 건지, 아니면 이른 아침인 건지. 잘 모르겠다.

내 생각대로라면 주위가 조용하니 이른 아침 같은데.

"아아... 미치겠네.“

망할.

하필 성실한 잠버릇이 여기서도 나를 괴롭혔다.

늘 그랬듯이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늘 일어나던 시간에 눈이 번쩍 뜨였고, 숙취는 내 머리를 고통스럽게 괴롭혔다.

다시 자려고 해도 고통 때문에 뜻대로 되지 안혹.

나는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지끈지끈 아파져오는 이마에 손을 올렸......

"많이 아파?“

내 손이 올라가기도 전에, 부드러우면서도 작은 손이 이마에 올라왔으며, 뒤늦게 들려오는 지영이의 목소리.

"지영아?“

"훈아. 많이 아파? 라면 끓여 줄까?“

"아니야. 괜찮아. 그냥... 이대로만 좀 있어 주라.“

역시 나의 만병통치약.

화장기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데 얼굴에서 빛이 나는 지영이를 보고 있으니 어느 정도 통증이 가라앉은 듯 보였다.

나는 그녀의 몸에 팔을 둘러 품에 끌어안았다.

"......“

그리곤 보았다.

그녀의 어깨너머로 우릴 바라보고 있는 수영 누나의 얼굴을.

왜인지 모르게 표정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일어났어?“

뒤늦게 내 시선을 느낀 누나는 어제와 같이 해맑게 웃으며 표정을 바꾸었지만 이미 늦은감이 없지 않아 있어도 애써 모르는 척.

"네. 누나. 누나도 잘 주무셨어요?“

"주무셨어요라니. 너무 존칭이야. 잘 잤어요라고 해!“

"아, 네. 잘 잤어요?“

너무 존칭인가? 잘 모르겠는데.

"많이 아파?“

"조금 그러네요.“

"익숙해 져야지. 이제 성인이라서 익숙하지 않은 것뿐이야. 익숙해지면 괜찮아져.“

"네.“

아, 이런. 누나랑 대화하고 있는데. 지영이를 끌어안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지다 못해 눈이 감겨왔다.

이런 내 상태를 알아차린 수영이 누나는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조금 더 자도 돼.“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다시금. 잠에 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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