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화 〉 어쩌다 알바
* * *
"훈이다!“
누나는 손님들의 시선 따윈 전혀 상관하지 않은 채 도도도 달려와 나를 끌어안았다.
".......“
"훈아아... 훈아.“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고 비벼대는 것이. 누가 보더라도 단순한 남녀의 사이가 아니었다.
뭐, 실제로도 그렇긴 한데.
이거 좆됐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방금까지 누나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전화번호를 요구했던 한 남자를 보며 일이 꼬여도 단단히 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 그럴 것이 저 남자의 얼굴은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으니까.
아마 내가 대학에 들어와서 기억하는 남자 얼굴 중에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놈이다.
바로 우리 과 선배였다.
저새끼를 굳이 기억하는 이유는 신입생 환영회 때, 지영이의 몸을 더럽게 훑으면서 술을 자꾸 권하던 쓰레기들이다.
옆에 남자친구가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음에도 쓰레기의 성질은 바뀔 생각은 전혀 없는지 술을 자꾸 권했다가 술에 무척이나 강한 지영이라서 먼저 취해 쓰러진 한심한 것들 중 하나이기도 했다.
아무튼, 그런 새끼들을 여기서 본 것으로 모자라서 그가 꼬시려고 했던 누나가 내 품에 안겨서 얼굴을 비비고 있다는 것을 두 눈에 담고 있었다.
"누, 누나.“
나는 당황해서 누나의 어깨를 잡고 떨어뜨렸다.
"왜...? 훈이는 누나를 안 보고 싶었어?“
"아니요. 그럴 리가요.“
"그럼 왜 전화 안 해 줬어!“
아니. 해도 말을 왜 그렇게 해요?! 아이고 사람들 오해하겠네.
"그... 바빠서 그래요. 그것보다 누나 왜 알바생을 안 구......“
"흑... 나빠.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아니.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왜 울어요!
그것보다 내가 뭔 짓을 했길래 누나가 고생한 걸 나한테 토로하며 우는 거냐고요!
마치 남자친구가 연락 끊고 잠수를 탄 느낌이었다.
근데 저 누나 남자친구가 아닌데요? 사귄 적도 없어서 꼭 연락할 이유는 없지 않아요?
"나 몰라라 하고.“
이제 막 오픈해서 바쁠 것만 같았고, 나 또한 적응하느라 깜박한 것뿐인데. 너무나 당혹스러웠다.
심지어는 누나를 보러 기껏 카페에 들린 손님들의 시선이 날카로워지는 것을 느꼈고, 맛있다는 말에 순전히 간식거리들과 커피를 마시러 온 여자 손님들까지 날 보며 수군거렸다.
"야. 지영이도 알고 있냐?“
과 선배가 분노로 인해 붉어진 얼굴로 내게 다가와 물었다.
엄청 예쁜 여자친구도 있으면서 또 다른 절세미녀와도 이렇고 이런 사이라고 판단했는지 질투에 눈이 먼 것 같았다.
뭐, 솔직히 나는 가진 것도 없는 평범한 놈인데. 그놈의 주위에 예쁜 여자가 너무 많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겠지.
남자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지영이? 지영이도 왔어?!“
근데 문제점은 누나는 지영이를 아주 잘 알다 못해. 나보다 먼저 좋아했던 사람이었다.
"......“
활짝 밝아진 얼굴로 지영이를 찾으러 주위를 둘러보는 누나의 모습에 선배는 입을 꾹 닫았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두, 둘이 그런 사이란 걸 알아?!“
한국에서 남녀가 끌어안는 건 단순한 사이가 아니라는 것.
"이거 여친도 있으면서 하나로도 모자라서 세 다리까지?“
하나 누나와도 무척이나 가까워지다 못해, 하나 누나는 주위 사람들이 무슨 목적인지 다 알 정도로 지영이와 내 사이를 끼어들고 있었다.
웅성웅성.
아. 나 대학 입학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평판이 나락으로 떨어지겠네.
이 가게가 내가 다니는 대학이라 가깝다 보니 다른 학생들도 있을 텐데 말이지.
그러던 그때. 이다혜한테 맡겨두었던 나의 여자친구님. 지영이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선배는 잘 됐다 라는 식으로 웃으며 나와 내 품에 안긴 누나를 손으로 가리킴과 동시에 크게 소리쳤다.
"지영아! 이거 봐!“
몰래도 아니고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바람이라니.
귀로 듣는 것보다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했다.
그러나.
"둘이서만 일해요?“
"응!“
"왜요?“
"너희가 올 것 같아서 비워둔 거지 뭐!“
누나가 내 품에 안겨 있어도 전혀 상관이 없다는 듯이.
그리고 또, 누나는 내 여자친구님을 보아도 다급하게 거리를 벌리지도 않으며 그저 품에 안긴 채, 둘은 대화를 이어나갔다.
"하아... 언니. 제정신이에요?“
"......“
"아니. 일하라고 하면 바로 해줄 수는 있는데. 알바생도 없이 단 둘이서... 말도 없으면 어떡해요."
그치!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야!
시급이 무려 2만 원이나 되는데. 하라고 하면 우린 좋다고 알바하겠지. 안 그러겠나!
"그... 적응하다가 곧 오겠지 싶어서.“
"그럼 그 기간만이라도 알바를 뽑아 쓰지. 왜 안 썼어요?“
"이쁜애가 없어서......“
아. 맞다.
참고로 누나는 지영이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내가 다른 여자랑 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는 좋지 못한 성향이 조금 생겨버렸다.
그래도 지영이보다는 아닌지 자위까지는 하지 않지만.
아무튼, 알바하려고 온 애들 중에 자신의 눈에 찰 만큼 이쁜 애들이 없다는 것 때문에 알바를 뽑지 않고 둘이서만 하다니. 미쳐도 단단히 미쳤네. 어우,
"이해해요.“
그걸 또 이해를 한단다.
"그럼 오늘부터 일하면 되죠?“
"그래 줄 수 있어?!“
"어쩔 수 있나요. 이대로 돌아가기도 그렇고.“
"지영아! 사랑해!“
누나는 내 품에서 벗어나 이번엔 지영이를 끌어안았다.
나는 고개를 살며시 저으며 선배의 옆을 지나 카운터로 향했다.
저번에 왔을 때 대충 가게 내부를 알아둔 탓에 나는 머뭇거리지도 않고 모자와 앞치마를 걸쳤다.
그리곤 하라는 일은 하지 않아 혼자서 수많은 분량의 일을 도맡아 하면서 쉴 새 없이 욕을 하던 은정이를 도왔다.
*
"쪼옥... 쪽.“
하늘에 떠 있던 해가 완전히 내려앉아 어둠이 찾아오고 시간이 흘러갔다.
그렇게 문을 닫을 시간이 되어 사람들을 모두 내보낸 뒤에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아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누나가 나를 덮쳐왔다.
거칠게 입술을 탐하면서 마치, 성욕에 지배당한 아저씨가 여자를 범하듯이 사정없이 내 몸을 만져댔다.
"하아... 하아... 훈아. 훈아.“
고작 이주 동안 하지 않았는데. 누나의 모습을 보면 몇 년, 그 이상인 긴 시간 동안 성욕을 참은 듯, 눈이 돌아가 있었다.
그녀는 예상외로 무척 많은 손님에, 자신을 눕혀보려고 하는 남자들 때문에, 진상손님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워낙 쌓여 있었다.
원래라면 이 스트레스가 성욕으로 치환되는 즉시, 나와 몸을 섞어 해소하는데.
"사랑해. 너무너무 사랑해.“
이번에는 그러질 못했으니 발정기에 돌입한 짐승이 되어 나를 덮친 것이다.
이럴 거면 처음부터 가게를 찾은 우리보고 알바하겠냐며 물었어야지. 왜 처음 왔을 때 입을 꾹 닫고 있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누나. 왜 먼저 말 안 했어요?“
"어... 그냥. 당연히 할 줄 알았지.“
그래서 물어보았는데 대답은 참 간단했다.
당연히 우리가 여기서 알바할 줄 알았단다.
참나. 아직 돈에 쪼들리지 않아. 일단 지금으로서는 알바 생각이 없었고, 지영이도 마찬가지였다.
해도 중간고사를 치루고 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언젠간 연락 주겠지 하고 기다렸어.“
누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었다.
"근데 안 오더라... 난 바쁜가 했지.“
대학 생활을 해보지 않은 누나로서는 신입생인 우리가 무슨 일이 생겨 아주 바쁜가 싶어 배려하느라 전화를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이러면 나도 조금 할 말이 없는데.
"하. 그냥 연락하자고 했잖아요!“
은정이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아니면 알바라도 구하던지 해야지. 이게 뭐야! 나만 죽어가는데!“
"나, 나도 힘들었......“
"그건 언니가 연락이나 알바를 안 구해서 그런 거죠!“
"우으.“
저 말이 맞다.
그래서 누나는 은정이의 말에 반박을 하지 못했다.
"하아... 나 집 갈래.“
"응? 안 할 거야?“
"......“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은정이가 짐을 챙기려고 하자. 의자에 앉아 다리를 벌리고 자신의 보지를 손으로 긁어대던 지영이가 그녀를 향해 물음을 던졌다.
그러자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피곤해... 다음에 할래.“
그녀는 무척이나 평범한 여자라서 스트레스나 피로는 성욕으로 치환되지 않았다.
지금은 죽을 것만 같이 피곤한 몸을 어서 빨리 푹신한 침대에 눕혀두고 싶을 뿐이었다.
"아쉽네.“
"그러냐? 근데 넌 아직도 친구를 못 사귀었어?“
누나는 얘기를 엿들으면서 자세를 낮추어 내 바지를 내렸다.
발딱 서 있는 자지를 꺼내 입에 앙물었다.
쯉쯉... 츄릅.
"걔들은 너랑 친해지고 싶어하던 것 같던데.“
이다혜랑 그녀의 친구를 말하는 거겠지.
"관심없어.“
"왜. 안 예뻐서?“
"그런 것도 있고. 귀찮아.“
친구하고 싶지 않은 이유가 안 예뻐서라니. 아무리 내 여자친구님이지만 조금 그렇다.
"미친년.“
은정이는 더 할 말이 없다는 듯이 다시금 한숨을 내쉬며 돌아섰다.
"너도 없잖아?“
정곡을 찌르는 지영이의 말에 은정이는 몸을 딱딱하게 굳혔다.
그러고 보니. 은정이도 친구가 없었지?
서울에 올라오기 전에는 얘기라도 나누던 애들이 있었어도 이젠 그런 애들도 곁에 없었다.
그래도 지영이보다 빨리 친구를 사귈 것 같은데.
"저. 갈게요.“
"잘 가~!“
"자으가.“
대답하지 않으며 짐을 다 챙긴 은정이가 출입구를 향해 걸어가면서 말하니. 지영이는 해맑은 미소로 손을 흔들었고, 누나는 여전히 자지를 열심히 빨아대며 말했다.
그리곤 나는 은정이의 시선이 닿자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랬더니 그녀는 붉어진 얼굴을 휙 돌리며 가게를 나갔다.
"푸하~! 누나. 못 참겠어. 바로 박자.“
누나는 펠라치오하는 시간조차 아깝다는 것처럼 벽에 손을 짚고 엉덩이를 쭉 내뺐다.
찌꺽찌꺽.
"하아앙.“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지영이는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였고. 나는 누나의 엉덩이를 부여잡으며 한 번에 자지를 밀어 넣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