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토라세 여친님-34화 (34/142)

〈 34화 〉 조별 과제

* * *

시간이 흘러 주말이 찾아왔다.

다음 주에 있을 조별과제 발표 날을 대비하여 우리 조는 이번 주말에 모이기로 하여, 밤늦게까지 섹스를 했던 나와 지영이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취방을 나와 모이기로 한 카페로 향했다.

"좀... 가요. 저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좋아할 뿐이지 사귀는 사이는 아니잖아요? 저 괜찮은 남자에요.“

"하아... 진짜.“

"와아. 화내시는 얼굴도 엄청 예쁘시네요.“

카페에 도착하니. 만나기로 한 우리 조원 중 한 명인 하나 누나는 먼저 도착해 홀로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다 말고 날파리 같은 벌레가 꼬인 것처럼 보였다.

저게 될 리가 있나.

하나 누나는 지금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지영이에게 호감을 품고 있는데. 저렇게 적당히 잘생기고 명품을 몸에 살짝 걸친 것으로는 절대 꼬실 수가 없을 게 분명했다.

해도 지영이에게 대차게 차이고 실연에 빠져있을 때 진입해야 진전이 있겠지. 쯧쯧. 타이밍을 잡아도 너무 못 잡았다.

"헤에? 하나 언니. 인기 많네요.“

지영이는 그 남자를 아랑곳하지 않으며 하나 누나의 앞에 의자를 뺴내어 앉으면서 말했다.

"하... 너만 하겠......“

하나 누나는 지영이의 말에 황당하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을 하려다가 문득. 시선이 내게 닿았다.

그 즉시 말문이 턱 막히며, 황급히 집적대는 남자의 몸을 밀어대기 시작했다.

"싫다니까요!“

3분의 1 정도 자리가 찬 카페 안에서 창피하지도 않은지, 아니면 정말로 싫어서 참다 못해 폭발한 것인지 크게 소리치며 완고하게 거절했다.

"미, 민훈아. 왔어?“

그리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헤실헤실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많이 기다리셨어요?“

나는 지영이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그런데 왜인지 모르게 하나 누나의 자신이 먹을 커피와 함께 미리 사 놓은 커피 하나를. 굳이 따지자면 나와 가까운 곳으로 커피를 앞으로 밀어 넣으며 동시에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으응. 얼마 안 걸렸어.“

가끔 이렇다.

무슨 이유에서인가. 하나 누나의 표정이 가끔 표정이 무척 나빠질 때가.

그래도 이 한순간뿐이지. 이내 곧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만큼 질투가 나는 건가. 나한테? 그렇다고 내 여자친구의 옆자리에 앉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 많이 불편하네.

그나마 이다혜와 그녀의 친구들을 제외하면 친분이 있는 사이는 하나 누나 뿐이라 어쩔 수 없이 같은 조로 끌어들인 건데 말이지.

정확하게는 끌어들였다기보다는 지영이에게 이끌려 수월하게 합류한 거지.

아무튼,

"거기 계속 서 있을 거예요?“

지영이는 여전히 옆에 서 있는 남자에게 물음을 던졌다.

"장난 아니네... 남자친구 있어?“

타겟이 하나 누나에게서 옮겨져 지영이에게 고정되었다.

그러나.

"네. 있는데요?“

그녀는 태연하게 옆자리에 앉아있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대답했다.

"흐음.....?“

몸은 좋아 보이지만 제일 중요한 얼굴은 자신보다 뒤떨어지며 몸에 걸친 것들도 값싸게 형편없는 것들이라 빠르게 스캔한 그는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자원봉사자야? 유니세프야?“

"응?“

"왜 봉사를 하고 있어?“

저, 저 미친놈이 대놓고 나를 모욕하고 있었다.

"헤에. 자기는 얼마나 잘났길래 그럴까?“

"딱 보면 견적 안 나올까?“

현 남자친구를 대놓고 꺼내리면서까지 지영이를 얻고 싶었는지. 날카로운 그녀의 말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 그는 손목을 걷어 올려 딱 봐도 비싼 값을 할만해 보이는 시계를 괜히 만져댔다.

"난 그런 것 보다는.“

"읏?!“

차갑게 얼어붙은 얼굴로 웃으며 지영이는 내 가랑이로 손을 뻗었다.

나는 갑자기 자지를 붙잡히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지영이를 바라보지만, 그녀의 눈은 내가 아니라 나를 깎아내렸던 남자에게 향해 있었다.

당연히 그도 지영이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해하고 있었다.

"속을 중요하게 보는데?“

스윽. 슥.

"자, 잠깐만 지영아!“

해도 장소를 가려서 해야지. 대놓고 사람 많은 카페 안에서 만지다니! 다행이라고나 할까. 우리가 앉은 위치도 그렇고, 옷 위라서 그런지 그녀가 무얼 하는지 정확히 본 사람은 이 남자가 전부이겠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나는 당당하게 내 자지를 살며시 만지고 있는 지영이의 손을 붙잡았다.

"응? 좋지 않아?“

그제서야 그녀는 나를 돌아보며 생긋 웃었다.

"......“

만져지니 생물학적으로 어쩔 수 없이 발기가 되었다.

그에 따라 속옷과 옷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자지는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남자는 그 모습을 고스란히 눈에 담았고, 아랫입술을 강하게 깨물며 자신의 가랑이를 잠시 내려보았다.

"시발.“

압도적인 크기에 황당한 패배를 맞본 그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도망치듯 카페를 나왔다.

"뭘 한 거야?“

"속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무슨 말이지?“

남자가 걸음을 옮기기 직전, 손을 떨어뜨렸기에 주위 다른 손님들은 지영이가 한 짓을 보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했다.

"수영이 언니는요?“

"......“

"......“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지영이는 하나 누나가 먹으라고 천천히 우리 쪽으로 밀어준 커피를 가져다가 빨대를 입에 물며 턱을 괴었다.

"네가 그걸 왜 먹어?“

"먹으라고 사 주신 거 아니에요?“

"쯧......“

하나 누나는 할 말이 없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아. 맛있네. 그나저나 수영이 언니는요?“

지영이는 다시금. 수영이 누나에 대해 질문했다.

그러나 하나 누나도 모르는지 대답하지 않고 커피를 입에 물며 내게 시선을 가져왔다.

"민훈아. 너도 마실래? 누나가 사 줄게.“

"아니요. 제가 사 먹을 게요.“

"아냐아냐. 내가 사 줄게.“

하나 누나는 게속 내게 무언갈 사 주려고 안달이 나 있었다.

헛...! 서, 설마. 먹을 걸 사 주면서 거리를 서서히 좁혀 내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어 지영이 곁에서 떨어뜨리려는 생각인가?!

참으로 잔혹한 방법이 아닐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예쁜 하나 누나인데. 거기에 더해 씀씀이가 좋은 여자이기도 하면 사랑에 빠지지 않는 남자가 있을련지.

만약 지영이가 현재 내 여자친구가 아니었다면 마음이 흔들렸을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한다고 그래.“

하나 누나는 커피가 비싸봐야 고작 1만 원 아래라고 가볍게 말하고 있었다.

굳이 따지자면 그리 비싼 게 아닐 수 있긴 하다만 이게 쌓이고 쌓이다 보면 꽤 큰 돈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아니에요. 이미 많이 얻어 먹었잖아요.“

"흐응...? 내가 사주는 건 먹기 싫은 거야?“

하나 누나는 살짝 슬픈 표정을 지었다.

"아니요. 그게 아니라......“

하나 누나의 모습에 내가 아니라 주위 사람들이 여자가 기껏 사주겠다는 걸 거절하는 날 이상한 사람 취급하고 있었다.

그야 그럴 것이 현 대한민국 연애 쪽에서는 거의 대부분이 남자가 금전적인 부분을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고, 이곳에서도 당연히 커피값을 남자가 사는 커플이 몇 있을 텐데.

예의상 한 두 번을 튕기는 것도 아니고 완고하게 거절하니 커피값 내는 당사자가 되는 남자들은 부러움과 질투 어린 눈빛으로 내게 욕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 내가 사 줄게.“

하나 누나는 자신을 따라 일어난 내 어깨를 강하게 눌러 억지로 자리에 앉혔다.

"뭐 먹을......“

딸랑딸랑.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카페 문이 열리며 숨을 헐떡거리는 수영 누나가 들어왔다.

"미, 미안해. 깜박 졸아버려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깜박 졸았고, 뒤늦게 일어나 내리려고 보니 내려야 하는 정거장에서 꽤 많이 지나가 있는 상태였으며, 약속 시간에 늦지 않도록 뛰어왔는지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수영 언니. 많이 늦었네요. 일단 앉으세... 아! 맞다. 하나 언니가 커피 사주신데요. 뭐 드실래요?“

"......“

지영이는 확실히 연기 톤이 노골적으로 티가 나는 얼굴로 손뼉을 치며 말을 이어갔다.

그 말을 들은 하나 누나의 표정은 딱히 좋지가 못했다.

"아... 그, 그래?“

수영 누나는 하나 누나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고, 내 시선을 느낀 하나 누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먹을래?“

"으음... 에, 에스프레소?“

약간이지만 비교적 가장 싼 커피를 입에 담았다.

"알았어.“

하나 누나는 카운터로 걸어갔다.

"여기 앉아요.“

지영이는 멀뚱히 하나 누나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수영 누나에게 하나 누나가 앉아있던 자리의 바로 옆을 앉으라는 식으로 말했고, 그녀는 순순히 그 자리에 앉았다.

중간에 나를 의미 모를 눈으로 바라보면서.

"자.“

커피를 가져온 하나 누나는 내 앞과 수영 누나의 앞으로 커피를 내려놓았다.

"자. 그럼 과제를 바로 시작해도 되죠?“

"응.“

"그래."

이번에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소재를 하나 정해 조사하여 발표까지 끝마치는 것이었다.

교수님의 말로는 그저 조사만 하라고 했었는데 그 속에는 많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다.

일단 우리 교수님의 기준으로는 인터넷이나 신문 등, 어떠한 방법을 사용하든 상관은 없는데 단지... '직접 가서 보고 듣고, 사진까지 찍어오면 좋을 듯싶네'라는 의미가 숨어 있었다.

그래서 우린 이렇게 모여 무엇을 과제로 할지. 정한 뒤에 바로 그곳으로 향해야만 했다.

참고로 어떻게 알았냐면 이 강의를 들은 한 선배가 신입생 환영회 때, 술 처먹고 자신이 아는 모든 교수님에 대해 술술 털어놓았기 때문이었다.

"혹시 생각해보신 거 있으세요?“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뭘 하면 좋을지 생각이라도 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며 지영이와 하나 누나에게 물어보았다.

역시나. 지영이는 대답은 없었고, 하나 누나는 어색하게 웃을 뿐이었다.

"여긴 어때?“

유일하게 내 물음에 대답해주는 수영 누나.

아... 누나 없었으면 나 어쩔 뻔했어. 외롭게 혼자 조사부터 해서 발표까지 모두 다 할 뻔했자너!

"오. 거기 괜찮네요?“

결국, 수영누나와의 1대1로 대화가 이어졌다.

우리 사이에 끼고 싶은지 가끔 하나 누나가 의견을 내었지만, 그거로 하기에는 너무 별로인 터라 가벽게 묵살되었다.

그렇게 우린 목적지가 정해졌고, 바로 그곳으로 떠났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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