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 AV 플레이
* * *
과제에 필요한 조사와 발표 자료로 쓸 사진까지 모조리 다 찍은 우리는 밤이 어두워지는 것을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시간만 되면 끈질기게 나와 지영이의 사이에 껴서 몸을 섞으려는 하나 누나는 오늘 꽤 피곤한 하루가 되었는지. 가보겠다며 지친 몸을 이끌고선 제일 먼저 사라졌으며 그 뒤를 이어 수영 누나 또한, 잘 가라는 말과 함께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남은 나와 지영이.
"갈까?“
"응... 가자.“
하암.
이것저것 신경 쓸 것도 많고 돌아다니기도 바빴으니 무척 피곤했다.
지영이의 물음에 대답한 후, 곧장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하루종일 고생했을 다리를 더 혹사하며 지하철을 타러 갔다.
"졸려?“
퇴근 시간이 조금 지난 탓에. 사람은 꽤 많이 타고 있었지만 앉을 자리가 남아 있는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으응. 조금.“
"그럼 좀 자.“
"그래도 될까?“
"응. 깨워줄게.“
자리에 앉자마자 몸은 바로 피로함을 느꼈으며, 내 두 눈은 살며시 감기기 시작했다.
이런 내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지영이는 잠이 오면 조금 자라며 남자처럼 내 머리를 손으로 눌러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했다.
아... 이런 점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가끔은 내가 여자가 되고, 지영이가 남자가 된 듯한 느낌이 들어올 정도였다.
참고로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힘들어도 꾹 참는 것이 당연히 남자가 하는 일이라 일컬어지지만 실제로 남자들도 이렇게. 이성에게 기대어 배려와 보호를 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아무튼,
조금 딱딱하네......
가냘픈 지영이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것까지는 무척 좋았는데.
대고 보니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우선 얇은 어깨에 쿠션 역할을 할 만한 충분한 살과 근육이 없다 보니 딱딱한 뼈의 감촉이 그대로 느껴졌다.
아주 희미하게 지하철이 움직이면서 덜컹거리니 그리 아프지는 않은데 잠은 영 올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지영이의 배려인데 잠을 달아나게 만들어도 잠시간은 이러고 있는 게 좋겠... 응?
"뭐해?“
"그냥... 갑자기 만지고 싶어져서.“
지영이는 손을 뻗어 내 팔을 만지고 있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허벅지 위로 손을 가져다가 살며시 쓸어내리고 있었다.
아무리 연인 사이라도 남자가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이런 행동을 했었으면 때를 가리지 못하는 발정 난 놈과 같은 딱히 좋은 시선과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남자도 아닌 여자가 남자에게. 그것도 너무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여자가 변태같은 행동을 대놓고 하고 있으니 시선이 집중되기는 해도 부정적인 시선과 말은 오가지 않았다.
그저 남자들의 부러움을 살 뿐.
스윽... 슥. 스륵.
"으, 으응?“
안 그래도 지영이의 외모 때문에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모여왔는데. 대체 어디까지 만질 생각인지. 허벅지를 만지던 손은 점점 올라와 급기야 상의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그녀의 차가운 손의 감촉을 느끼자마자 몸이 한 차례 크게 떨렸다.
"지영아?“
당황으로 가득 찬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왜?“
"그... 마, 만지지 않으면 안 될까?“
"만지면 안 되는 거야?“
"그건 아닌데.“
내 몸과 마음은 모조리 윤지영, 여자친구님의 것이라 만지면 안 되는 건 없었다.
단지 여기가 공공장소이며, 보는 눈이 많다는 것 때문에 조금 자중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읏.....!"
어느새 그녀의 손은 배를 넘어 가슴 쪽까지 슬금슬금 올라왔다.
그러다 보니 내 상의는 그녀의 팔의 존재로 인해 상의가 말려 올라가 탄탄한 복근이 그대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으며, 아주머니나 여성들은 내 복근으로 시선을 옮겨갔다.
"지영아... 해도 집에서 하면 안 될까?“
본능적으로 어쩔 수 없이 서버린 유두를 건드리니 숨이 자꾸만 거칠어졌고, 잘못하다간 미약한 신음이라도 낼 것만 같아 옷 안으로 들어온 지영이의 팔을 붙잡으며 물었다.
그랬더니 그녀는 소악마와도 같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흐응...? 내 걸 내 마음대로 못 만지는 거야?“
"......“
아. 너무하네. 그렇게 말하면 내가 할 말이 없어지지 않을까.
나는 지영이의 팔을 붙잡고 있는 손에서 힘을 점차 뺴내었다.
그러니 그녀는 다시금 편안하게 손을 움직이며 내 가슴을 마음껏 유린했다.
"지영아... 제발. 집에서 하면 안 될까?“
천천히. 발기가 되고 있는 걸 느낀 나는 황급히 엉덩이를 바짝 당기고, 허리를 앞으로 수그렸다.
"헤에. 설 것 같아?“
"크, 크흠!“
태연하게 설 것 같냐고 묻자 옆자리에 앉아 있던 아저씨는 어색하게 기침을 흘려보냈다.
아마 인제 그만하라는 듯이 지영이에게 보내는 숨은 의미였을 건데. 문제는 내 여자친구님이 평범하지 않다는 거다.
애초에 멈출 생각이 있었으면 여기서 내 몸을 희롱하지는 않았겠지.
"알았어.“
근데. 희한하게도 지영이는 여기서 멈춰주듯이. 상의 안으로 들어간 손을 빼내었다.
어, 어라.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결국엔 발기하지 않아도 되니 천만다행이 아닐 수가 없었다.
"훈아. 저녁은 간단하게 먹자.“
"간단하게?“
"응. 나 빨리하고 싶어졌어.“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빨리라는 단어가 뭘 의미할까.
"어머어머! 남사스러워라!"
앞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는 당사자라도 된 것마냥 얼굴을 붉히며 과하게 반응했다.
자리가 없어서 일어서 있던 남자들은 지영이의 얼굴과 몸매를 보고는 내게 질투하기도 전에 아래 부위가 반응이 왔는지 자세가 응크러져 있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있는 남자들은 폰을 만지다 말고 다리를 살며시 들었으며, 여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게 열심히 불을 발하고 있는 폰에 시선을 고정시키지 못하고 우릴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다. 여기 화장실 깨끗하던데.“
".....!“
아니, 애가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평소에는 단둘이 있을 때나 나만 들리도록 유혹을 해 왔는데. 너무 노골적인 게 아닌가.
"그... 지영아?“
"후후. 농담이야.“
전혀 농담 같지 않았는데. 혹시 나만 진지했던 걸까.
그렇게 잠시 생각을 했는데. 역시. 내가 이상한 게 아닌 듯,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지영이가 이상한 게 확실해 보였다.
"근데. 빨리하고 싶은 건 거짓말이 아니야. 훈아.“
그 말을 끝으로 얼굴을 가까이한 그녀는 내게 입을 맞췄다.
쪼옥. 쪽. 하고 입술을 빨아대다가 이내, 입술 틈을 벌려 혀를 집어넣어 내 입안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마구 헤집고 돌아다녔다.
그렇게 실제로는 짧지만, 체감상으로는 상당히 긴 긴 시간이 흘러간 그제서야 그녀는 입술을 떨어뜨렸다.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침이 서로의 입술에 달라붙어서는 길게 늘어졌다.
지영이는 그 침선을 손을 가져다 대 끊었고, 손에 묻은 침을 입가에 가져가 혀로 핥았다.
"맛있다. 훈이.“
마지막으로 요염하게 입술을 핥으며,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폰을 들여다보았다.
주위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폰을 볼만한 상황을 만들어 주지 않은 채로 말이다.
*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잠시 뒤, 지영이는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인지 나를 침대로 끌고 갔다.
오늘도 사랑스러운 여자친구님에게 마구 범해지겠지. 하고 생각하려던 찰나.
나를 침대 위에 눕혀놓고는 티비를 켜, 폰에 연결했다.
[췐궈 쭈이 따더 메이뉘 루오라이오 지에 다이 쫑씬 샹씨엔 라!]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티비에는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이거 그대로 따라 하자.“
"어, 어어?“
지영이는 싱글생글 웃으며 화면을 터치했고, 영상은 지영이가 터치한 부분으로 건너 뛰었다.
[아앙! 앙! 야, 야메떼!]
건너뛴 부분은 여자 배우가 벽에 손을 짚고, 엉덩이를 뒤로 쭉 뺀 상태로 남자 배우에게 강제로 범해지고 있는 장면이었다.
"아. 너무 넘겼다.“
지영이는 다시 액정에 손가락을 붙여 천천히 왼쪽으로 이동했다.
"이쯤이면 되겠지?“
재생 버튼을 누르고 탁자 위에 폰을 올려다 둔 지영이는 영상 속 여자 배우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하기 위해 내 바로 옆. 침대 위에 몸을 누었다.
"훈아. 뭐해?“
"응.....?“
"그때처럼 날 강간하듯이 강하게 해 줘봐.“
"......“
그게 아마 누나의 카페에서 누나와 지영이랑 함께 3P를 했을 때, 두 눈이 돌아가서 지영이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거칠게 범했던 그때를 얘기하는 것 같았다.
"일부러 강간 물을 가져왔는데. 응?“
영상 속에서 힘없이 침대 위에 누워있던 여자 배우의 몸 위로 올라탄 남자 배우는 상의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움켜쥐며 입을 억지로 맞추고 있었다.
"자. 훈아. 어서 하자?“
그녀는 조금이라도 더 내 성욕을 자극하기 위해 상의를 살짝 걷어 올려 새하얀 배꼽을 노출했고, 치맛자락도 들어 올려 저절로 침이 꿀꺽 삼켜질 정도로 탐스러운 허벅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알았어.“
집에 오고 배달 음식을 먹을 때만 하더라도 이것만 먹고 빨리 잘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저 모습을 보고 어찌 편하게 잠을 잘 수가 있을까나.
나는 끝내 욕정을 자극하는 지영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티비 속 남자 배우처럼 지영이의 상의 안으로 손을 집어넣고 가슴을 움켜 쥐었으며, 반대편 손으로는 그녀의 탐스러운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시, 싫어!“
그러자 지영이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저항했다.
방금 말했다시피 그대로 따라 하자는 게 단순히 섹스만 의미하는 게 아니었나 보다.
굳이 상황까지 맞출 필요나 있는 건지. 그래도 지영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으니 나는 강간범으로 빙의한 것처럼 최대한 거칠게 지영이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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