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토라세 여친님-37화 (37/142)

〈 37화 〉 이수영

* * *

11시 강의가 끝이 나고,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오늘은 꽤 괜찮은 메뉴이며 값도 싸기도 하니 학식을 먹었다.

그리곤 점심시간이 남아 있으면서도 다음 강의도 공강이기도 하니, 카페에 들러 자취방에서 끝내지 못한 과제를 만들고 있었다.

탁, 탁탁. 탁탁탁.

노트북 키보드 소리가 조용한 카페 안을 가득 채웠다.

"음... 이건 이렇게 할까?“

점수에 별 관심이 없는 지영이라 PPT를 맡겨둘 수는 없었고 하나 누나는 애초에 이런 건 남자들이 다 해줘서 하는 방법을 모르며, 수영 누나는 컴퓨터 자체를 잘 못 만진다며 자신이 발표를 도맡아 하기로 했다.

그로 인해, PPT를 만드는 건 온전히 내 몫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하나 의문이 들 수 있는데. 아직 며칠이나 남아 있으며 집에 가서 해도 되지 않냐고 물어볼 수가 있었다.

후르르릅.

나는 얼음이 동동 띄워진 커피를 마시면서 앞자리에 앉어 엎드린 사랑스러운 내 여자친구님. 지영이를 바라보았다.

참. 팔자가 좋다.

나도 된다면 과제는 집에서 하고, 학교에서는 친구 만들기나 만든 친구들과 함께 잠시 학교를 나가 놀러 다니고 싶은 마음으로 굴뚝이었다.

근데... 난 친구가 없다.

거기다가 집에서 과제를 하기로 하며 지금은 친구를 만들려고 해도 그게 잘 안 되었다.

일단 친구라고 할 만한 애들을 만들려고 해도 대다수가 내게 붙어있는 지영이와 하나 누나를 어떻게 해 보려는 속이 검은 놈들뿐이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동성인 친구를 만들었다고 해도, 얼마 가지 않고 내 여자친구님의 아리따운 외모와 여친이 있으면서도 학교 여신으로 유명한 하나 누나까지 딸려오니 어느새 난 질투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하아......“

처음에는 알맞은 대화로 친구가 되나 싶었더니 어느새 그들은 내가, 아니, 내 주위의 여자들이 부담스럽고 부러움으로 인해 우리 사이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고, 점점 소외되기 시작하자 내 스스로 무리를 떠났다.

역시 드라마나 만화는 현실과 다른 게 확실했다.

거기서는 주인공의 곁에 잘생긴 남주인공이나 예쁜 여주인공들이 달라붙어 있어도 질투는 할지언정. 친구로 지내는 애들이 존재하긴 하던데.

나는 왜 없는 걸까.

"친구가... 가지고 싶어.“

고등학교 절친들이 갑자기 눈물 나게 보고 싶었다.

그 애들은 그래도 지영이를 보며 질투는 해도 나를 따돌리거나 그러지 않았는데 말이지.

"일단 이거라도 끝내고 생각하자.“

치, 친구는 나중에 어떻게든 만들 수야 있겠지! 응응!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일단은 과제부터 해결하기로 마음먹고 키보드 자판을 탁탁. 눌렀다.

"아... 젠장.“

중간중간에 딴짓을 많이 하다 보니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정도면 충전기 없어도 충분히 다 만들 수 있을 거라 판단했거늘. 조금 더 여유를 잡았어야 했나? 이래서는 오늘 과제를 못 끝낼 판이다.

하아.

"집에 가서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집에서 하려 해도 아직 발표까지는 며칠 남았다며 지영이가 나를 유혹해 덮쳐온다.

어찌어찌 이성의 끈을 붙잡으며 저항하려 해도 보는 순간 자지가 발딱 서버리는 간호사복, 경찰 제복, 오피스 복 등을 입고 날 유혹해오니 결국에는 과제를 뒷전으로 미뤄놓고 침대로 가 버렸다.

뭐, 섹스야 할 수 있지. 근데 섹스를 하고 나면 너무 힘든 나머지 내일 과제를 마저 하자며 또 미루게 된다.

그래서 되도록. 학교에서 다 끝내고 싶었는데.

"에구.“

나는 노트북 전원을 끄고 덮은 다음. 가방에 집어넣고선 앞자리에 앉아 엎드려 있는 지영이의 예쁜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예쁘네.“

누구 여자친구인지. 너무 예뻐 미칠 지경이다.

저 작은 얼굴에 어떻게 눈, 코, 입이 다 들어가 있는 건지 불가사의했다.

턱을 괴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며, 금과 같은 시간을 지영이의 자는 얼굴을 보는 곳에다가 허무하게 소비했다.

그러기를 잠시.

"민훈아?“

카페에 들어선 수영이 누나는 나를 보고, 내 이름을 입에 담았다.

"여기서 뭐해?“

수영 누나는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러 왔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내게 다가와 물었다.

책상 위에는 교재를 비롯한 책이나 노트북 같은 게 올려져 있지 않으니 여기서 대체 뭐 하는지 궁금해 할 수 있었다.

"방금까지 과제 하다가 충전기가 없어서요.“

"어떤 과제?“

"주말에 저희가 가서 열심히 걸어 다니며 사진을 주궁장창 찍었던 그거요.“

"아. 그거?“

수영 누나는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이 손뼉 쳤다.

"뭔데. 뭔데?“

누나와 함께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던 누나의 친구 중 한 명이 무슨 얘기냐며 끼어들었다.

"교양 있잖아. 조별 과제 좋아하는 교수님.“

"아...! 저번 주말에 답사 갔어? 단 둘이서?“

히죽이죽.

누나의 친구분은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실실 웃었다.

"아니야.“

"아니긴. 이제 너한테도 봄이 오는구나!“

"오오! 수영이한테 드디어 봄이?!“

"아! 왜 그래! 아니라니까?! 그리고 민훈이는 여자친구 있다고. 여기 얘!“

어느새 나와 수영 누나를 썸타는 사이로 오해하기 시작했다.

수영 누나는 부끄러운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도 약간 아쉽다는 표정으로 내 앞자리에 앉아서 잠들어있는 지영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 애인이었어?“

"네.“

신입생 중 유일하게 전교생이 지영이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남자친구인 나는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수영 누나의 친구분들은 아마 다른 과였는지. 내 얼굴을 정면에서 보았음에도 내가 누군지 모르고 있었다가 엎드려 자고 있는 여자가 바로 내 여자친구라는 사실에 지영이의 얼굴로 힐끔 시선을 가져갔다.

그리곤 깜짝 놀랐다.

"헤에? 아쉽네. 우리 수영... 어? 얘. 걔 아니야? 윤지영?“

"아! 맞네!“

두 사람은 진짜 그녀가 맞는 건지. 이번에는 자리를 옮겨가며 얼굴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이내, 얼굴을 붉혔다.

"진짜 예쁘네... 나 가슴이 두근거려.“

"그, 그러게.“

어느새 둘은 지영이에게 푹 빠져가고 있었다.

"크, 크흠!“

"핫....?!“

"내, 내가 대체 뭘?!“

점차 멍하니. 생각을 지워가며 눈길을 사로잡혀있었을 때, 수영 누나가 헛기침을 하며 둘의 정신을 일깨웠다.

"실례야.“

아무리 잠을 이런 곳에서 잔다고는 할지라도 대놓고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면 실례일 수밖에 없겠지. 그걸 알면서도 너무 아름다운 지영이로 인해, 제정신을 놓았던 두 분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근데 지영이는 오늘도 자?“

"아, 네.“

"잠이 많네.“

"그, 그러게요.“

그 이유가 단순히. 매일 밤늦게까지 나를 범하느라 잠을 못 잔 거지만 말이지.

물론 나도 솔직히 매일매일이 지영이 때문에 피곤하긴 해도 강의를 듣지 않으면 안 되는 평범한 머리를 가지고 있어서 이를 악 물고 버티는 것이다.

누구와는 다르게 말이지.

"너무 심하지 않아? 병원에 가 봤어?“

병원 가서 의사한테 진료를 받으면 바로 이 말을 듣겠지.

수면 부족이라고.

그리고 지영이의 상태를 정확하게 아는 의사라면 밤일을 적당히 하는 게 좋을 거라고 권하기까지 하지 않을까.

"그, 그냥 불면증이에요. 잠을 잘못 자서요. 약도 처방받아 먹고 있으니 괜찮아요.“

"그래?“

다행이 잘 속여 넘겼는지. 누나는 걱정하는 얼굴로 지영이를 내려보았다가 이내, 내게로 시선을 옮겼다.

"너도 그래?“

"아, 네. 조금 그렇죠?“

당연히 지영이랑 섹스하는데. 나도 마찬가지지.

"다크서클이 엄청 내려왔네.“

"하, 하하.“

지영이와 동거하기 시작하고 이번에 새로 생긴 게 더 내려왔나 보네.

"너튜브에 잠 잘 오는 음악이나 소리 검색해서 잘 때 틀어봐. 그럼 조금은 도움이 될 거야.“

"아. 네.“

"응. 과제 열심히 해. 도움 못 줘서 미안해.“

"아니요. 괜찮아요. 누나.“

"......“

안 도와주는 게 아니라 정말 할 줄 모른다는데 뭐, 어쩔 수야 있나.

나는 진심으로 미안해 하는 누나에게 싱긋 미소 지어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랬더니 누나는 무슨 이유에선가. 얼굴이 점점 달아올랐다.

"그, 그럼!“

그리곤 도망치듯 발걸음을 옮겨 카페를 나갔다.

"수, 수영아?! 안 마시고 그냥 나갈 거야?“

"재 왜 저런데?!“

누나의 친구분들은 기껏 카페에 들어왔음에도 아무것도 먹지 않고 나가는 그녀의 모습에 황당해하며 따라 나갔다.

"뭐지?“

여자의 저런 모습은 처음 보니 나는 의아할 따름이다.

마치 지영이에게 푹 빠진 여자를 보는 모습이랄까.

"헤에? 훈이는 바보네?“

"응? 일어났어?“

"응. 일어났어.“

누나의 마지막 모습이 보인 문 쪽을 보고 있을 때쯤.

언제 일어난 것인지. 턱을 괴고 나를 보며 웃고 있는 지영이를 보았다.

"근데. 바보라니?“

"진짜 모르겠어?“

"뭐가? 뭘 모르겠다는 거야?“

"아니야. 아무것도. 후후.“

재밌다는 듯이. 지영이는 웃으며 내가 입 댄 커피를 가져와 빨대를 물어 쪽쪽 빨아 마셨다.

"뭐야... 대체?“

지영이는 뭔갈 알고 있는 눈치인데. 음... 뭘까. 뭐지?

나는 고개를 숙여 입고 있는 옷을 바라보았다.

혹시 옷이 얇아 젖꼭지가 튀어나온 게 아닌가 싶었는데 역시 아니었다.

그럼 여자들이 좋아하는 내 근육이 겉으로 들어난 건가? 아닌데? 옷으로 잘 가려져서 유심히 보지 않는다면 도통 모를 텐데?

"으음......“

아무리 생각해도 난 모르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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