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화 〉 이수영
* * *
터벅터벅.
"아... 힘들어.“
그냥 앉아만 있는 게 뭐가 그리 힘드냐고 어른들은 늘 말한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서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지루한 강의를 50분 동안, 하루에 몇 번씩이나 머릿속에 지식을 억지로 밀어 넣는 것을 반복하면 알게 모르게 체력도 소모되고 무엇보다 머리가 피곤했다.
아마 그녀. 이수영 말고도 다른 학생들도 다 같을 터.
이수영은 강의 도중. 뻐근한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곳에는 그녀와 마찬가지로 힘이 드는지 팔을 하늘로 쭉 뻗으며 스트레칭 하는 한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민훈아......“
그의 이름은 강민훈.
이수영의 눈길이 자꾸만 그에게로 향하고, 그를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었다.
왜 이럴까. 대체 왜 이런 건지. 남의 몸과 마음이 아니었음에도 그 이유를 전혀 몰랐다.
"하아......“
그녀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친구가 존재하는 임자 있는 남자인데.
그렇게 막 얼굴이 잘생기지도, 돈이 많은 것도 아닌데 왜 계속 생각나며 가슴이 두근거리는지.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라 사랑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 보고 고민을 해 보아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사랑하는게 확실한 거라고.
"오늘 강의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그럼.“
강의가 끝이 나고, 옆자리에 앉아있는 여자친구의 몸을 살며시 흔들어 깨우는 그를 보니. 두근거리던 가슴은 어느새 바늘에 찔린 것처럼 아파져 왔다.
그로 인해, 도망치듯 강의실을 나와 물을 마시러 갔다.
벌컥벌컥 물을 들이마시며, 이제 곧, 수업이 시작될 강의실로 향하던 도중.
띠링~!
톡이 와서 보니 이 다음 강의는 교수님의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공강이 되었다며 과 톡에 올라와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친구들에게 어디 있냐고 전화를 걸어보려던 찰나.
"아, 언니.“
"으, 으응?“
이미 예쁜 사랑을 하고 있는 강민훈에게 절대 느껴서는 안 되는 감정을 느껴. 볼 때마다 질투와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들어오는 윤지영은 뭣도 모르고 태연하게 자신을 불러왔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해도 마음을 꼭꼭 숨기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여야만 하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 긴장한 나머지 짧은 대답조차 더듬고 있었다.
"훈이 못 보셨어요?“
"민훈이...? 난... 못 봤는데?“
"그래요? 얘가 어디 간 건지. 전화도 안 받고.“
늘 같이 붙어있던 둘인데. 시간 많은 점심도 아닌데 무엇 때문에 떨어지게 되었는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같이 찾아봐 주실 수 있을까요?“
"같이.....?“
"네. 중요하게 할 말이 있어서요.“
"그래. 알았어.“
"감사해요 언니.“
"......“
그녀는 싱긋 웃으며 이수영의 손을 맞잡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미소에 순간적으로 강민훈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이성은 여전히 같은 여자가 아닌, 남자로 향해 있어서 그런지. 최대한 기분 나쁘지 않게 손을 뿌리쳤다.
"언니. 이쪽은 제가 찾아봤는데요. 훈이가 안 보였어요.“
"그래?“
그녀의 손가락이 향한 곳에는 지금은 거의 쓰지 않아 늘 빈 강의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꼼꼼히 찾아보지 않아서 확실하지 않지만... 아무튼, 언니 부탁해요.“
"어, 어.“
"고마워요. 언니.“
자기 남자친구에게 사랑이란 감정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녀는 이수영을 믿음직한 언니로 생각하는지. 감사를 표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모습이 사라지니 애써 웃음을 그렸던 이수영의 얼굴에는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하아... 바보같아.“
윤지영에게 해당하는 말이기도 했는데. 자신에게도 해당하는 말이었다.
뚜르르르.
진짜 전화를 받지 않는 걸까. 아니면 자기 여자친구의 전화만을 일부러 받지 않는 것일까. 전화를 걸어 보면서 학교를 돌아다녔다.
그러나 정말 전화를 받지 않으면서도 그의 모습은 도통 보이지가 않았다.
이렇게 돌아다녔음에도 보이지 않다니. 학교를 나간 걸까? 이수영은 그리 생각하는게 타당할 것 같다며 윤지영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었다.
"꼼꼼히 찾아보지 않았다라.“
마지막으로 했던 그녀의 말.
지금은 거의 쓰지 않아 늘 빈 강의실이 모여있는 곳에서 나오면서 그렇게 말했었지.
왜 굳이 그런 말을 했을까.
자신을 그쪽으로 불러들이려는 것처럼 말이지.
이상하기는 하다만 학교 전체를 돌아다녔는데 보이지 않으니 마지막으로 그곳에 가 보고 없으면 학교에 없으니 밖으로 나간 게 아닐까 하고 윤지영에게 전화를 걸어 주기로 했다.
"하읏... 읏... 아응! 앙!“
그녀가 먼저 이곳을 찾아보았다고 했는데. 설마 이곳에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던 도중에 이수영의 귓가에는 너무도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무, 무슨 소리일까. 짐작은 가긴 갔다.
인적이 드문 이곳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신음소리만으로도.
그래도, 그래도 지금 드는 생각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억지를 펼치며, 의문을 감추지 못한 이수영은 소리가 들린 곳으로 조심스레 사뿐 거리는 발걸음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한 여자가 책상 위에 올라가서는 다리를 벌리며 신음하고 있었고, 그 여자의 다리 사이에 몸을 집어넣어 세차게 허리를 흔들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을.
여자는 학교 여신이라 불리오는 김하나였으며, 그녀의 다리 사이를 파고들어 허리를 흔들고 있는 남자는 다름아닌, 신입생 지영이가 그토록 찾아다니던 그녀의 남자친구. 강민훈이었다.
"헙.....?!"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볼법한 장면에 입을 틀어막았다.
바람... 이게 바람인가?
이수영은 솔직히 강민훈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야 그럴 것이 그의 여자친구는 학교 여신이라 불리오는 김하나보다 훨씬 예쁜 얼굴과 예쁜 몸을 가진 초월적인 미녀였는데. 그녀를 두고 다른 여자와 바, 바람을... 그것도 학교에서 섹, 섹스를 하다니.
왜 그런 짓을 하는 걸까. 바보같다.
만약 이수영이 아니라 당사자가 되는 윤지영에게 걸렸다고 쳐 보라.
학교에서 유명한 커플이 단숨에 깨어지며, 강민훈은 그 누구로도 대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친구를 잃게 되는데. 왜 이런 바보같은 짓을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데.
"하읏.....!“
자신도 모르는 사이. 둘의 격렬한 섹스를 몰래 훔쳐보며 손이 아래로 내려가 음부를 긁었다.
친구들의 얘기에 흥미가 생겨 한두 번밖에 해 보지 않았던 자위를 지금 여기서. 대놓고 하고 있었다.
여기서 이러면 바람을 피우는 강민훈과 그 상대인 김하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변태로밖에 생각이 안 드는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발은 바닥에서 떨어질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하아앙! 아앙!“
김하나가 몸을 부르르 떨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갔어요?“
"가, 갔어어.....!“
가, 가다니!
야동으로 봤을 때 여자가 갔다거나 하는 행동은 전부 설정된 것인줄로만 알았는데 정말 가긴 하나 보다!
"하아... 하아... 너, 너는 아직인가 보네?“
"그렇긴 하죠.“
김하나는 절정했던 것에 비해, 강민훈은 아직 멀었다고 한다.
"그래? 그럼... 계속 해. 그래서 내 안에다 싸줘.“
아, 안에다가? 임신 생각은 하지 않는 걸까?
"오늘 괜찮아요?“
"으응. 안전한 날이야.“
"정말요? 얼마 전에도 안전한 날이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무, 무슨 말이야. 그때가 언젠데.“
"언제였었나... 아마 2주 전이 아니었던가?“
"아니야.“
"그래요?“
저 말인즉슨, 둘은 이미 오래 전부터 바람을 피어왔다는 의미가 아닌가?
언제지? 언제부터 그런 사이가 된 거지?
짐작하기로는 신입생 환영회가 있고 다음 날, 김하나가 강민훈을 데리고 나가서는 수업을 빼먹었다는데.설마 그때부터 이, 이런 사이가 되었던 걸까.
연애 지식이 아예 없는 그녀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만난 지 하루조차 되지 않은 남녀 사이에서는 너무 빠른 감이 있었다.
심지어 약 한 달이 다되가는 지금도 빠른 감이 없지 않아 있는데. 콘돔도 없이 질내사정이라니.
놀라움도 잠시. 이수영은 갑자기 김하나가 너무나 부러우면서도 질투가 났다.
나도, 나도 좋아하는데. 나도 강민훈을 좋아하고 있는데 왜 남자를 자주 갈아치우던 걸레년이 자신보다도 먼저 그와 사랑을 나누는 건지. 억울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자위 강도가 강해져 갔다.
바지 위로 음부를 거칠게 쓸어내리다가 이것도 부족하지 속에 손을 집어넣고 축축한 음부로 가져갔다.
"하으읏.....!“
기, 기분이 좋았다.
자취방에서 하던 자위와는 차원이 달랐다.
장소가 이래서 그런가. 아니면 강민훈이 앞에 있어서 그런가. 이것도 아니라면 둘이 하는 걸 보고 흥분하는 건가......
"괘, 괜찮으니까 일단 계속 박으라니까!“
김하나의 소리침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던 강민훈은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다시금 허리를 흔들었다.
서로의 살덩이 부딪치는 소리, 서로의 음부가 연결된 접합면에서 나는 음란한 소리, 그리고 김하나의 신음소리가 합쳐져 이수영을 더더욱 흥분시키고 있었다.
"민훈아... 민훈아......“
질 안으로 손가락을 수줍게 집어넣고, 가족 외에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이 싹튼 한 남자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또, 또 가아...! 가아!“
얼마나 지났을까. 김하나는 또다시 절정으로 향해 가고 있었으며, 그녀와 마찬가지로 이수영 또한 처음으로 가버린다는 감각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렇게 둘은... 아니, 셋은 동시에 절정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