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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토라세 여친님-48화 (48/142)

〈 48화 〉 빼앗기

* * *

오늘도 어김없이 체감상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처럼 보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강의가 끝난 늦은 오후가 되었다.

당연히 나와 지영이는 곧장 헬스장에서 잠시 운동하다가 도중에 가벼운 섹스를 한 다음, 저녁을 먹고 들어가거나 집에서 먹은 다음 다시 섹스에 돌입해 늦은 밤까지 쾌락에 허우적댈 생각이다.

정확하게는 내가 아닌 지영이의 주도적으로 거의 억지로 하다시피 한 계획이지만.

"지영아. 오늘 시간 돼?“

"아니.“

"오늘도 안 돼? 같이 놀고 싶은데."

또래 중에 유일한 친구라 할 수 있는 이다혜가 다가와 지영이에게 물어보았다.

거절한다고 해도 기분 상하지 않게 어떠한 이유나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 게 사회생활을 하는 정상적인 사람의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지영이는 단호히 거절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주게 한 두 번씩 다가와 놀자고 말하는 이다혜에게 거절하고 있었다.

"바빠.“

그럴 리가. 전혀 바쁘지 않잖아.

운동한다고만 하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범주인데. 지영이가 단순히 운동 때문에 바쁘다고 제안을 거절할 사람은 아니었다.

운동은 오늘 안 해도 내일 해도 충분히 되는 과정이다.

실제로도 오늘 운동하기 싫으면 다음 날에 강도 높게 하자면서 미루기도 하는데 오직 섹스, 그것만은 절대 미루려고 하지 않았다.

줄인다면 조금 줄이기는 하지.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반드시 했다.

"그래? 아쉽네.“

이다혜는 언제쯤이면 그녀와 놀 수 있는 걸까 하고 아쉬움을 금치 못하며 같이 놀기로 한 친구들 곁으로 향했다.

"한 번쯤은 괜찮지 않아?“

"귀찮아.“

원래 천재들은 친구들이 잘 없다고 하던데. 지영이도 그런 걸까.

"그래도 친구라는 존재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긴 한데. 따라가 봤자 별거 아닌 얘기나 남자, 연예인, 그리고 뒷담화 뿐이잖아?“

그게 대부분이지 않을까.

비록 지금은 친구가 없다만 고등학교 때는 절친이 있었던 나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야 그럴 것이 우리가 만남을 가진다면 하는 이야기라고는 별거 아닌 게임 이야기나 여자들, 연예인 얘기였으니까. 그래서 주제가 그런 게 당연한 건데 말이지.

"지영아.“

그러려니 하고 집으로 향하려던 찰나.

또 다시 내 여자친구님을 누군가가 불렀다.

"네? 왜요.“

"훈이 좀 빌려줄 수 있을까?“

"훈이요?“

말을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수영 누나. 그리고 누나의 옆에는 하나 누나가 내게 시선을 가져다주며 손을 흔들었다.

"상관없어요.“

"응?“

왜인지 모르게 지영이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그린 것만 같은 기분이다.

아니, 그것보다 나를 빌려준다고?

"정말?“

"네. 마침 저도 친구들이랑 놀러 가기로 했거든요.“

"어? 네가?“

"예쁜 애가 있더라고.“

거짓말. 솔직히 믿기 어려웠는데. 그녀가 내 귓가에 속삭이니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래? 고마워.“

"아니에요.“

싱긋 웃으며 대답하며 내게 시선을 가져왔다.

"천천히 놀다가 와. 훈아.“

"아, 알았어.“

이쁜 애가 있었다고 하면 당연히 오늘 밤. 자취방에 얼굴과 이름도 모르는 여자를 데려올 터.

"그럼.“

지영이는 우아하게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면서 에코 백에서 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

"흐응... 잘 됐나 보네.“

그녀는 거짓말을 입에 담았다.

그것도 사랑하는 훈이에게 정말 오랜만에 말이다.

이번에 잡은 컨셉은 바로 NTR.

일단 하나가 자신의 남자친구인 훈이를 빼앗으려고 하는데 혼자만의 힘으로는 벅차다고 느끼는지 수영을 끌어다가 함께 훈이를 가로챌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걸 노려서 지영이는 도리어 새로운 플레이를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생각보다 꽤 빠르긴 한데. 뭐, 상관은 없으려나.“

오늘 한 게 촉진제가 된 듯하다.

일부러 전에 빈 강의실로 하나가 훈이를 데려간 다음 섹스하는 걸 보고 곧장 이수영을 찾아가 훈이가 보이지 않는다며 찾아달라고 부탁한 게 시발점으로 계속해서 훈이에게 어쩔 수 없이 관심을 가지도록, 빠져들도록 만들다가 오늘 발표시간에 한 행동이 결정타가 된 듯하다.

예상한 그것보다 꽤 빠르긴 하다만, 뭐, 빠르면 좋지. 뭐가 문제일까.

그나저나.

"귀찮네.“

이쁜 애가 이다혜와 가는 걸 봤다며 거짓말하며 둘에게 훈이를 넘겨주었는데. 정말 가야 할까.

“안 가기도 조금 그렇고.”

각오한 둘의 표정을 보아하니 꽤 긴 시간동안 그를 범할 것 같은데 그럼 혼자서 집에 돌아가 있어야겠지.

훈이랑 섹스하는 게 가장 좋긴 하지만, 다음으로는 훈이랑 함께 게임이나 얘기 등, 전부 훈이가 있어야지 지영이는 즐거움이란 걸 느꼈다.

그런데 그가 없는 집에 홀로 있으라고? 귀찮은 것을 넘어 너무 지루할 것만 같아 그냥 이다혜랑 한 번 놀아보기로 했다.

아까 말했다시피 친구라는 존재는 어쩔 수 없게 나중에는 반드시 필요하니까. 이참에 이다혜와 제대로 된 친구가 되어 보기로 하며 이왕 가는 김에 이쁜 여자가 있으면 꼬시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아! 이거 예쁘다!“

"우리 사러 갈까?“

이다혜를 포함한 둘이 더 있는 카페에 도착해 커피를 마시는 데 따라갈 만한 텐션이 아니라 벌써부터 집에 가고 싶었다.

괜히 온 건가... 싶어 후회가 밀려왔다.

"지영아! 이거 어때?“

셋이서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던 화면을 지영이에게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한 날씬한 여자가 검은색과 하얀색이 잘 조합되어 있어서 예쁜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예쁘네.“

"그치? 지영이가 입으면 더 예쁠 것 같은데.“

"내가?“

"응! 이거 파는 게 여기 근처라 한 번 가 볼래?“

요즘은 옷 사러 가기 전에 미리 인터넷에서 옷을 찾아본 다음 가는 걸까?

뭐 이렇게 귀찮은 짓을 골라서 하는 건지 원.

"마음대로 해.“

"간다는 뜻이지?“

"어......“

뭐가 그리 기쁜지. 셋은 꺅꺅거리며 좋아하기 시작했다.

너무 아름다워서 질투조차 나지 않고, 친한 척을 하기도, 말을 걸기도, 다가가는 것조차 잘 안 되는 그녀에게 인형처럼 예쁜 옷을 마구잡이로 입혀볼 기회가 생겼다는 생각에 좋아한 것을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본인은 깨닫지 못했다.

"저 네 분이서 오신 건가요?“

턱을 괴고 앞에서 불이 들어오는 폰 액정을 들여다보고 있는 그녀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느낌상으로는 노골적으로 지영이에게 묻는 듯했는데 그녀는 가볍게 무시했다.

"저기요?“

다시금 물음을 던졌고.

"걔 남친 있어요.“

이다혜가 말했다.

"아... 남자친구가 있으신가요?“

하아... 귀찮은 게 꼬였네.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에는 아쉬움보다는 자신 있다는 감정이 묻어나오자 한숨이 내쉬어졌다.

일부러 큼지막한 커플 반지를 매일 끼고 다니는데 이 멍청하고도 우둔한 남자들은 무슨 자신감으로 다가오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지영이는 이다혜의 날카로운 시선을 받고있는 남자의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역시나.

잘생기기도 했고, 몸도 좋고, 비율도 나쁘지 않았다.

거기에다가 과할 정도로 비싼 것들이 몸에 걸쳐져 있었다.

목걸이부터 시계, 입고 있는 옷과 신발 등등. 하나 같이 전부 명품. 명품. 얼마나 명품으로 도배했는지 오히려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진짜 부자들은 명품에 눈길을 잘 주지 않는다는데 그건 거짓말일까. 아니면 그녀에게만 이런 부자들이 꼬이는 걸까.

"하하. 아쉽네요.“

전혀 아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도 함께 노는 건 가능한가요? 마침 저희도 네 명이라.“

눈썰미가 좋은 지영이인지라 두 명밖에 없었던 테이블에 어느새 두 명이 추가된 것을 보며 이 남자가 작정하고 들이댄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아니요... 제 남자친구가 싫어해서요.“

어어? 너 남자친구 있었어?

처음 듣는 말. 이다혜에게 남친이 있었다니. 흥미로웠다.

"왜요? 그냥 노는 것뿐이잖아요. 노는 거면 남자친구도 기분 나빠하지 않을 텐데요.“

쫍쫍.

바닥을 드러낸 커피. 지영이는 둘이 무슨 대화를 하든 상관없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분리수거 했다.

"같이 노실래요?“

단호한 이다혜라 원래 목표이기도 했던 지영이에게 들러붙어 제안했다.

이런 것들은 반응해 주면 이상한 착각을 하며 더 끈질길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반응해 주지 않으면 마찬가지로 포기하지 않고 들러붙을 수는 있어도 기분이 나쁜 나머지 떨어져 나갈 가능성도 아주 적은 확률이 존재했다.

"하... 기분 잡치네.“

오늘은 그저 집 가고 싶다. 이왕 나온 거 이쁜 여자를 데리고 가고 싶다. 빨리 훈이랑 섹스하는 여자를 보며 자위하고 싶다 등. 생각밖에 없었는데 이런 것들을 만나고 나니 기분은 급격하게 나빠졌다.

마음 같아서는 때려 눕히고 싶었다.

아니, 마음뿐만 아니라 몸도 그런 건지 손에 점차 힘이 들어가던 찰나.

우우웅.

톡이 왔다.

지영이는 폰을 꺼냈다.

"흐......“

하나에게 사진이 왔다.

그 사진에는 보건실로 보이는 배경과 침대 위에서 허리를 흔들고 있는 한 남자. 그리고 그 남자의 품에 안겨 쾌락에 젖은 얼굴로 신음하는 듯한 모습의 한 여자.

훈이와 이수영이었다.

[네 남친은 너가 아니더라도 구멍 있는 여자면 상관없는 것 같은데?]

평소에 독기를 품고 있던 하나는 지영이가 이상한 취향만 없었다면 화가 날 법한 톡을 보내왔다.

진짜 남자친구로 생각한다면 바람이라는 화를 낼 것이고, 장난감으로 본다면 자신이 허락하지도 않은 여자와 섹스 하는 것에 마찬가지로 화를 낼 거라 생각한 걸까. 귀엽게도.

[이게 뭐예요?]

즐거움으로 웃고 있는 표정과는 달리 답장은 싸늘했다.

단순한 그녀의 수준으로 생각할 수 있는 두 가지 반응 중 하나에서 어긋나지 않게 후자로 행동하기로 했다.

[맛있다.]

그 후로 톡은 더 오지 않아 훈이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는데 몇 번 걸리다가 이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마 수영이나 하나가 끊은 거겠지. 흐.

"재밌네.“

"아. 제가 재밌나요?“

지영이는 여전히 앞에서 얼쩡거리는 남자를 무시하고 이다혜와 그녀의 친구들의 곁으로 갔다.

"나가자.“

정말 오랜만에 훈이도, 훈이와의 섹스도 없이 평범한 다른 여자들처럼 즐겁게 놀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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