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토라세 여친님-55화 (55/142)

〈 55화 〉 은정이

* * *

"자, 잠깐만.....!“

안 그래도 힘들어 죽겠는 상황인데 조금씩 조금씩 몸을 노골적으로 터치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어느새 민감하다고 할 수 있는 성감대에 손이 닿고 있었다.

결국, 참다못한 은정이는 다급히 소리쳤다.

"잘 하고 있는데 왜?“

"그게 문제가 아니라 손 좀 떼! 어딜 만지는 거야 계속!“

"응? 딱히?“

"딱히이이?“

"응. 이건 운동이니까."

정말로 모르겠다는 순수함이 조금은 묻어 나오는 듯한 대답이 돌아왔다.

표정이 운동을 가르쳐 주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아서 남들이 보기에는 과잉 반응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옆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내게는 전혀 과잉 반응이 아니었다.

오히려 약한 반응이라 할까.

"훈아. 내가 뭐 잘못했어?“

"그래. 말해 봐!“

잘 됐다는 듯이,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틀림없이 나올 거라는 확신을 얻은 것처럼 은정이는 지영이의 말에 동조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으, 으음... 솔직히 운동을 가르쳐 주는데 뒤에서 살며시 가슴을 쓸어대는 것과 단순히 허리를 잡는 게 아니라 옷 끝을 살짝 들어 올려 맨살을 잡는 것. 그리고 목덜미에 얼굴을 가져가는 것과 또, 가슴을 움켜쥐는 것. 이것 외에도 많긴 한데 일단은 이것만으로도 정상적이라고 생각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씨익.

순전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라는 듯한 의미심장한 미소를 난 보았다.

하필 은정이의 시선이 내게 향해 있어 지영이의 미소를 보지 못한 듯. 대답을 재촉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너무나 터무니없이 답이 정해진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아... 나 못봤어... 운동하느라.“

다행이라고나 할까. 아령을 들고 있었다.

"그걸로 운동이 되기나 해?“

은정이는 황당한지 헛웃음을 토해내며 말했다.

"그... 뭐냐. 간단한 스트레칭? 같은 거라고 보면 돼.“

운동 시작한 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나는 지금. 2kg짜리 아령을 양손에 들고 몸을 풀고 있었다.

"하... 진짜.“

내가 지영이의 편을 들 수 없는 상황이라 대답을 회피했다는 걸 깨달은 은정이의는 예쁘장한 표정이 왈칵 일그러졌다.

"네가 가르켜줘.“

"아. 왜.“

"아. 왜는 무슨. 누가 운동하는데 가슴을 움켜쥐냐?“

"운동을 제대로 한 적 있어?“

"운동...? 아니... 집에서 요가 영상을 따라 하긴 했는데. 그건 왜?“

"그래서 그런 소리를 하지. 운동하다 보면 피치 못하게 어쩌다가 민감한 부위를 만질 수 있어.“

그렇기는... 하다.

운동 도중 가슴에 힘이 들어가는 게 맞는지 가슴을 만져볼 때도 있긴 했다.

그런데 그건 손가락으로 쿡 찔러도 충분히 확인이 가능한데 지영이처럼 대놓고 가슴을 움켜쥐지는 않는다.

아니, 애초에 은정이의 가슴이 납작한 것도 아니고 C컵 정도 되는 꽤 큰 가슴인데 만진다고 근육의 움직임을 알 수나 있을까?

내가 여자의 근력 트레이닝을 도운 게 아니라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

생각해보니 또 그런 것 같은 생각에 은정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그래?“

"어... 음. 그렇긴 해.“

거의 대부분이 남자에게 해당하는 부분이다.

그야 그럴 것이 남자들이 대체로 근력 위주로 운동한다면 여자들은 그 반대인 그저 다이어트 위주로 운동하기 때문에 딱히 근육의 움직임을 알아볼 이유가 없었다.

물론, 필라테스와 같은 운동을 제외하면 말이다.

"......“

눈살이 좁혀졌다.

거짓말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미심쩍은 표정으로 여태껏 지영이가 만져댔던 자신의 몸을 손으로 훑었다.

"필요 없는 곳까지 손댄 것 같은데?“

정답이야.

지금 하고 있는 운동은 가슴이 아니라서 만질 필요가 없거든.

"못 믿겠으면... 훈아. 앉아봐. 너는 일어나고.“

"......“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갑작스럽게 옛날 생각이 스멀스멀 머릿속에 가득 찼다.

그때는 참 고난이 아닐 수가 없었는데.

"자. 봐봐.“

은정이와 나는 자리를 바꾸었다.

이제는 내가 다 알고 있는 운동 방법을 예전처럼 지영이에게 배우기 위해서다.

"여기 힘이 들어가지?“

탄탄한 근육이 자리 잡은 내 팔을 꾹꾹 누르며 말했다.

"만져봐.“

"응......“

아까 그녀가 만졌던 부위를 은정이가 만졌다.

"그러네.“

"여기 위주로 하는 운동이야.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게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바로 다른 근육을 쓰고 있느냐가 그게 중요해. 잘 봐봐.“

"읏......“

지영이의 손길이 내 목덜미에 닿았다.

"어깨를 아예 쓰면 안 돼. 어깨를 쓰면 그건 어깨 운동이 되어 버리지 우리가 원하는 근육을 키울 수가 없어져.“

"......“

설명을 들으면서 헬린이라 할 수 있는 은정이는 뭔가 이상함을 알아차렸는지 도중에 입을 열었다.

"굳이 거기를 만져야 해?“

"여기가 제일 정확해.“

아까 말했다시피 어깨가 아니라 목덜미에 손을 얹힌 것이다.

근육의 움직임을 알아본다 치고 목덜미에 손을 가져간 거로도 부족한지. 부드럽게. 또, 기분 좋게 손을 움직이니 서서히 내 팔의 움직임은 둔화되어갔다.

"그래...? 신기하네.“

정말 운동에 대해 무지한 그녀로서는 의아함이 들긴 들어도 머리 하나만큼은 뛰어난 지영이인지라 참 신기한 운동의 세계라며 그러려니 넘어갔다.

"배도 쓰면 안 돼. 인간의 몸은 자신도 모르게 전신을 이용해 힘을 쓰려고 하거든. 무거운 걸 들면 배에 받힌다거나 해서 말이야. 그래서 이것도 마찬가지로 배도 자연스럽게 써지게 될 거야.“

"읏......“

이번에도 내 배에 그녀의 손이 올라왔다.

역시나. 꾸물거리며 손은 배의 움직임을 확인하는 게 아니라 노골적으로 쓰다듬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다리야. 다리도 너무 힘을 주면 안 되거든.“

손을 떼지 않은 채로 그대로 배에서 내려가 아랫배로, 그리고 골반으로, 마지막 정착지는 허벅지였다.

마치 추행을 하듯 살며시 손이 움직이니 나도 모르는 사이 자지는 발기하려고 한달이 나 있었다.

"응? 훈아. 무슨 일 있어?“

딱히 무겁게 설정한 것도 아닌데 고작 이 무게로 힘들어하는 내가 정말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게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이러는 건지 모르게 지영이는 내 얼굴 바로 옆에 머리를 가져와서는 귓가에 속삭였다.

굳이 이러지 않아도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은 탓에 다 들릴 텐데도 말이다.

"아, 아무 것도 아니야......“

이미 지영이의 손에 온갖 쾌락을 설립한 내 몸은 겨우 이정도로 느끼지는 않는다.

다만... 헬스장에서만큼은 달랐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예전에도 이렇게. 운동 하나하나를 알려준다면서 알려준다는 운동은 제대로 알려주되. 주 목적이 운동이 아닌 듯. 내 몸을 손으로 마구 괴롭혔다.

예를 들자면 지금처럼. 그리고 또, 벤치프레스를 내 몸 위로 앉아서 가르친다든지.

그래서 그런지 운동 도중에 자극을 받으면 나는 평소보다 더 느끼는 경향이 생겨난 것만 같았다.

거기에 더해 은정이까지 있으니.

"흐응. 그럼 다행이야.“

씨익.

역시 일부러였는지. 무척이나 아름다운 미소를 띄운 채 거리를 벌렸다.

"이해했어?“

"......“

수상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닌지라 은정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마 진실을 알려달라고 하는 거겠지.

그래서 난 여기서 더 거짓말하기에는 양심에 찔리니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난... 이렇게 지영이에게 운동을 배웠어.“

꿈틀.

정말 이렇게 운동을 배웠으니 거짓은 아니다.

은정이는 대답을 듣자마자 눈썹이 꿈틀거리며 내 몸을 아래에서부터 가슴부근까지 유심히 바라보았다가 이내, 내 표정을 살폈다.

"하아. 거짓말은 아닌가 보네.“

지영이가 가르치는 운동법이 너무 이상할 따름일 뿐이지. 실제로는 진짜 잘 가르쳤다.

가르치기는 말이지.

"그래서 계속 배울래?“

"아니야. 괜찮아. 굳이 근육을 키울 필요는 없을 것 같거든.“

"뭐. 솔직히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적당하게 키우는 것도 나쁘지 않아.“

아무리 여자를 배려하는 대한민국 남자들이라도 모든 무거운 걸 대신 들어줄 수는 없었다.

여자라도 조금은 힘을 길러 스스로 할 일은 해야겠지. 지영이는 이 말을 하고 싶은 게 분명했다.

"카페에 쓰레기들이 자주 오잖아? 가만히 당하고만 있게?“

아... 자, 자기방어를 위해서구나? 뭐... 그것도 예쁜 외모를 가진 은정이에겐 빈번하게 질 나쁜 놈들이 다가올 거니까 필요하긴 하지. 응.

"그런다고 뭐가 되긴 해?“

"아니. 안되지.“

원래 여기서는 된다고 해야 하지 않나?

"그래도 하는 게 좋지 않아?“

"시간 없어.“

"주말에도 괜찮아.“

"......“

반드시 끌어들이려는 생각인 것 같았다.

포기를 모른다.

"하아. 알았어. 주말에만 하면 되잖아.“

결국, 은정이는 넘어가 버렸다.

"얼마야?“

"여기 등록비용?“

"응.“

"없어.“

"어?“

"무료야.“

".....?“

그런 데가 있는 게 말이냐며 따져 묻고 싶은 듯한 표정이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진짜 무료인데.

"등록비도 무료고 옷도 무료고 샤워실도 무료고 심지어는 옷 몇 벌 더랑 텀블러도 줄걸?"

"왜?“

"네가 여자니까.“

"어?“

여자라는 이유라고 말하자. 은정이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당연히 시선을 가져다 주고 있는 남자들이 아니라 소수의 여자들을 향해 눈길을 가져갔다.

"그리고 예쁘니까.“

"하?“

뭐 그리 황당한 이유로 차별화된 혜택을 주는 거냐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 표정이었다.

"일단 다녀봐. 그럼 이해될 거야.“

싱긋.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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