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화 〉 눈을 뜨다
* * *
너무 피곤한 나머지 은정이네 집에서 뜨거운 하룻밤을 보낸 뒤에 아침 일찍 일어났다.
이젠 아마도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지영이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야겠지.
"우음... 가게.....?“
어제 벗어 던졌던 옷을 주워 있던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잠이 덜 깬 은정이가 희미하게 떠진 눈으로 날 보며 물었다.
"응. 가야지.“
"그래......“
아쉬움이 잔뜩 묻어 나오는 대답과 표정이었다.
똑같지는 않아도 일단 그녀 또한, 마찬가지로 사랑하고 있으니 그마저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다음에 또 올게. 아니, 자주 만나서 밖에서 데이트도 하고 우리.“
음흉한 생각이 가득한 남자처럼 예쁜 여자를 탐색하고 그 여자들을 꼬셔 따먹을 속셈밖에 없는 지영이랑은 다르게 은정이라면 평범한 연인 사이처럼 지낼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데이트할 날이 벌써 기대되기 시작했다.
평범한 연인처럼 조만간 데이트하자는 말을 남기면서 잠시 옷을 입던 걸 멈추고 침대에 누워있는 그녀에게 다가가 이마를 뒤덮은 머리카락을 걷어 내고 입을 맞추었다.
"사랑해."
"흐응... 나도 사랑해.“
입술을 떨어뜨리고 마저 옷을 입으려고 하던 찰나에 은정이가 목에 양팔을 걸어 얼굴을 잡아끌어 입술을 맞닿게 했다.
입술이 닿자마자 머뭇거림도 없이 서로의 혀가 얽혀들어 키스가 이어졌다.
"조금 더 자.“
"알았어......“
"가 볼게.“
"응. 조심히 가.“
"그래.“
배웅하려고 몸을 일으키려던 그녀를 도로 눕힌 뒤에 밖으로 나와 집으로 향했다.
잠이 덜 깬 상태로 이른 아침에 나와서 그런지 대중교통을 이용할 생각보다는 곧장 택시를 불러 집으로 돌아갔는데. 집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야 그럴 것이 코를 강렬하게 찌르는 이상한 냄새 때문이었다.
뭔가 향이 좋으면서도 찌린내가 나는 듯한 이 냄새의 정체는 무엇일까. 나는 신발을 벗어 냄새가 나고 있는 원인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랬더니 눈에 들어온 것은 나와 지영이가 함께 쓰는 커다란 침대 위에서 알몸인 채로 곤히 잠들어 있는 내 여자친구의 모습이었다.
"참.“
그녀의 다리 사이에는 제대로, 아니, 애초에 닦지도 않은 듯 애액이 흘러내리다가 그대로 굳은 게 눈에 보였다.
밤새도록 자위한 거겠지. 아마 내가 은정이가 섹스하는 모습을 딸감으로 삼아 상상하며 자신의 보지를 쉴새 없이 손가락으로 쑤셨나 보다.
역시 내 여자친구. 지영이 답다고 해야 하나.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몸을 살며시 안아들었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밤이 되면 아직 추운지. 아니면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이곳이 꽤 추운 곳인지. 그녀의 몸은 차가움이 가득했다.
이러다가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도 되기 시작했다.
"아... 훈아... 왔어?‘
누군가 자신의 몸을 만진다는 생각에 살며시 일그러졌던 그녀의 얼굴은 희미하게 떠진 두 눈으로 자신을 안아 든 사람이 다름 아닌 나라는 것에 곧바로 안심되었는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그러졌던 표정은 원래대로 돌아오다 못해 미소까지 그려져 있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자위를 얼마나 해댔기에 힘이 다 빠졌는지 힘겹게 팔을 들어 올려 내 목을 감싸 안았다.
"씻고 자자.“
"씻겨 주게.....?“
내 가슴팍에 머리를 기대며 다시금 두 눈을 감기 시작하자 씻고 자라며 잠을 깨우니 그녀는 씻겨줄 거냐며 물음을 던졌다.
씻겨주길 바라는 건가?
솔직히 말하자면 귀찮았다.
나도 은정이와 밤늦게까지 몸을 섞고 이렇게 아침 일찍 집으로 돌아왔는데 바로 자는 것도 아니라 타인의 몸을 씻겨주고 자야 한다니. 아무리 내 여자친구님이라도 몸의 피로도의 중첩이 상당하여 거절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했다.
"원한다면.“
"흐... 그럼 씻겨줘. 훈아.“
"알았어.“
"사랑해.“
설마 했는데 정말 씻겨달라고 한다.
그러나 뒤이어 돌아오는 대답에 애교가 조금 섞여 있는 나머지 귀찮음과 피곤함은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쏴아아아.
이미 헐벗고 있는 탓에 굳이 옷을 벗기거나 하는 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화장실로 들어가 알맞은 온도의 물을 틀고선 그녀의 몸을 적셨다.
"훈이. 너는 안 씻어?“
"나?“
"응. 몸에 땀 냄새가 많이 나는데. 그리고 은정이 냄새도.“
킁킁.
여전히 피곤한지. 두 눈을 감은 채로 그녀는 내 옷깃에 코를 가까이 가져다가 마치, 강아지처럼 냄새를 맡았다.
"뭐, 나도 안 씻긴 했지. 일단 씻겨주고 나서 마저 씻으면 되지.“
"굳이? 귀찮게? 그냥 같이 씻자.“
아. 피곤하면 그냥 자거나 내게 완전히 의지하는 그녀였는데. 무슨 이유에선가 지금만큼은 무척이나 피곤한 상태라도 어떻게든 일어나 있으려고 안달이 나 있었다.
그렇기에 평소와는 다른 성격을 가진 것처럼 애교가 마구 쏟아져 나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그녀는 물에 젖은 몸으로 내 품에 기대고선 내 상의의 끝자락을 쥐고 벗기려고 했다.
하지만 제정신이 아니라 그런지 고작 상의 하나를 벗기질 못하고 쩔쩔맸다.
"알았어.“
서로의 알몸을 보거나 보여주는 게 너무나 익숙한 일이라서 부끄럽거나 하지 않았다.
지영이의 말대로 굳이 그녀의 몸부터 씻긴 뒤에 마저 내 몸을 깨끗하게 씻길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가지며 나는 그녀로 인해 특정 부위만이 축축하게 젖은 옷을 벗어 한쪽에 밀어 넣었다.
"흐응. 은정이랑 격했나 보네?“
어제와 다르게 새로 생겨난 빨간 자국들을 보며 필히 은정이가 새겨놨다고 판단한 그녀는 뭐가 그리 좋은지 베시시 웃음을 흘렸다.
다른 여자였다면 이를 악 물며 분노를 표출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도 말이지.
"조금. 그랬지?“
결국, 하렘에 눈을 뜬 내가 은정이를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었다는 만족감, 정복감 등으로 인해서 잔뜩 흥분했었고, 그녀 또한, 이제야 내 여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마찬가지로 잔뜩 흥분한 채로 격한 밤을 보냈었다.
서로가 지쳐도 쾌락을 탐하는 마치, 발정기에 돌입한 짐승처럼.
"좋네... 좋아.“
자신의 남자가 다른 여자랑 잔 것으로 모자라서 애정까지 느끼는데도 좋다면서 그녀는 은정이가 새로 새긴 빨간 자국들을 손으로 만지다가 이내, 혀로 핥기까지 했다.
"지영아. 빨리 씻고 자자. 응?“
"우응... 알았어.“
잠도 오고, 섹스도 하고 싶고. 여러 가지 욕망이 결집해 마구 싸우는 듯. 그녀는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자. 팔.“
"응.“
타올에 바디워시를 충분히 뿌린 뒤 먼저 그녀의 팔부터 박박 문지르다가 꾸준히 재모하고 있어서 털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겨드랑이까지 거품을 묻혔다.
"나머지는 알아서......"
"여긴 안 해줘?“
"어?“
"구석구석 안 하면 안 돼. 훈아. 여자의 몸을 그렇게나 안아왔으면서도 아직 섬세함이 부족하네.“
지영이는 미소를 띄우면서 두 덩이의 거대한 가슴을 위로 들어 올렸다.
그 말처럼 가슴과 가슴 밑 부분 등. 거품으로 가득한 뒷면과는 달리 앞면에는 거품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등만 대충 해주면 앞은 알아서 할 줄 알았는데. 거기까지 해줘야 하는 건가.
"흐응... 응... 응앗. 앗.....!“
등쪽은 내가 해주는 게 빠르지만 앞은 그녀 스스로가 하는 게 훨씬 빠를 텐데도 왜 이렇게 돌아가는 건지.
나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일어나려고 했다.
"거기서 해......“
나른나른한 목소리로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내 움직임을 막아 세우며 말했다.
"앞을 보고하는 게 빠를 텐데?“
"아니... 뒤에서 해줘.“
"......“
어쩔 수 없이 다시 자세를 낮추고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은 자세로 앞에 거품칠을 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얼마 안 가. 밤새도록 고생해서 이젠 더 이상의 기력이라곤 찾아보기 힘들 거라 예상되는 내 자지는 서서히 힘을 되찾고 허리를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이래서 등을 해준 것처럼 앞면을 해주고 싶지 않았던 건데.....!
"후후.“
거대한 자지가 완전히 일어서게 되니 자연스럽게 귀두 부근이 그녀의 꼬리뼈에 닿았고, 그것을 느꼈는지 지영이는 웃음을 흘려보냈다.
"훈이는 아직 만족하지 못한 거야?“
엉덩이를 뒤로 빼낸 뒤에 자지를 골에 맞춰 끼운 그녀는 허리를 살며시 흔들었다.
마치, 내 성욕을 일깨우려는 것처럼.
"하아... 하아... 훈아... 훈아.“
점점 더 엉덩이의 움직임은 과격해지기 시작했고, 그러면 그럴수록 내 자지는 한계치까지 빳빳해져 한시라도 빨리 그녀의 질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안 피곤한 거야?“
"피곤해... 피곤한데. 훈이랑 섹스하고 싶어. 어제 많이 참았어.“
"진짜 구제할 수 없는 변태네.“
"흐응. 훈이도 마찬가지 아니야? 내가 봤던 그 어느 남자들보다 압도적으로 가장 많은 여자를 품에 안아왔으면서. 이렇게 예쁜 여자친구를 옆에 두고.“
지영이는 내 가슴에 완전히 머리를 붙이고선 고개를 쳐들어 내 얼굴을 바라보았으며, 손으로는 내 머리를 잡아 내려 자신의 눈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내가 원해서 그랬나.“
"내가 보기에는 어느 정도 마음은 있었는데? 저 여자를 엉망진창으로 범하고 싶다는 마음이.“
"설마.“
"흐응. 그건 모르지?“
대화는 여기서 끝이었다.
우리는 웃음을 흘리면서 서로에게 얼굴을. 입술을 가져가 진한 키스를 시작했다.
입술이 닿자마자 서로의 혀는 곧장 안에서 나와 허공에서 몸을 곁쳤다.
그리곤 강렬하게 느껴지는 숨결을 느끼며 내 손은 그녀의 가슴과 음부로, 그녀의 손은 내 사타구니로 향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