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화 〉 눈을 뜨다
* * *
지영이와의 격렬했던 섹스가 끝이 나고, 하나 누나와 수영 누나가 갑작스럽고 대범한 행동을 일삼기 시작하던 이유에 설명받은 나는 오랜만에 잘 차려입은 채로 홀로 집을 나왔다.
패션 감각 또한, 뛰어난 내 여자친구님에게 꼼꼼한 검수 과정을 걸쳤으니 아마 지금 내 패션은 얼굴만 재외 하면 완벽할 게 분명했다.
그러니 자신만만인 상태로 난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도착한 한 아파트.
띵동.
초인종을 누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폰에서 당황하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미, 민훈아? 여긴 어쩐 일이야?]
"누나. 열어주세요.“
[아, 아응. 잠시만.]
두 눈을 이리저리 굴려서 내 주위를 살려 보았음에도 지영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혼자서 자신의 집을 찾아온 내가 반가우면서도 당황스러운지. 열어달라는 말에 어떨떨해 하면서 황급히 문을 덜컹. 열었다.
"정말 혼자... 읍?!“
문을 열었음에도 눈에 들어오는 인영잉 오직 나 하나뿐이라는 사실에 설레임과 동시에 불안함이 찾아온 표정이었다.
나는 그런 누나의 반응을 아랑곳하지 않으며 곧장 몸을 달라 붙이고서 가냘픈 허리에 팔을 감고, 나머지 손으로는 누나의 턱을 잡아 처올린 다음 입을 맞추었다.
거친 숨소리가 내 얼굴로 쏟아지며 누나의 눈동자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렸다.
이내, 두 눈을 살며시 감으며 내게 몸을 맡겼다.
"우응...! 응... 아으... 응.“
누나의 몸을 집 안으로 밀어 넣으며 문을 닫았다.
문을 닫았음에도 난 멈추지 않고 누나를 밀어 넣자 누나의 등이 신발장에 부딪혔다.
등을 바쳐줄 게 생긴 탓에 굳이 누나의 허리를 붙잡지 않아도 중심을 잘 잡기 시작하여 나는 허리를 감싸 안았던 손을 뗴어내 얇은 옷 사이로 있는 힘껏 발기해 있는 유두를 꼬집으니 거친 숨을 더더욱 거세졌다.
"하아... 하아... 무슨 일이야?“
마음이 오로지 지영이에게만 향해 있어서 여자인 누나가 먼저 다가와 유혹하지 않는다면 이처럼 내가 먼저 누나의 몸을 마구 탐하는 일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물론, 지영이가 이런 플레이를 원한다면 얘기가 달라졌지만 아무튼, 지금은 근처에 그녀의 모습을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으니 온전히 내 의지로 누나에게 적극적으로 키스함과 동시에 가슴을 움켜 쥐었다고 생각해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지만 대충 짐작은... 아니, 짐작은 가도 불안한 건 여전하지만 기대감이 섞인 두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짐작가지 않아요?“
".......“
싱긋 웃으며 말을 하니 누나의 두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굳게 닫혀있던 두 입술이 천천히 벌어지며 설마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누나가 원한 거 아니에요?“
각성이라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게 깨어나기를 바란 건 내 여자친구님뿐만 아니라 은정이, 그리고 누나였다.
그래서.
"흑...! 저, 정말...? 정말이야?“
멍하니 나를 바라보다가 끝내 감격한 표정으로 눈가가 축축해졌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고, 경쟁 자체가 되지 않은 연적이라고 치부하며 애써 마음을 돌려보려고 했으나 결국에는 제자리를 찾는 이 원망스러운 마음이 드디어, 이제야 제 짝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눈물이 안 나올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네. 누나.“
울먹이는 누나를 보니 가슴이 미칠 듯이 두근거렸다.
누나가 엄청난 미녀라서? 그런 미녀가 내 앞에서 울고 있어서? 둘 다 맞기도 한데 정확한 이유는 아니었다.
은정이에게서 느끼던 이 감정. 이 여자가 내 것이라는 정복감과 만족감에 생기는 감정이었다.
사랑... 그래. 나는 은정이처럼 누나 또한, 마찬가지로 확실히 사랑하는 게 맞는 것 같았다.
"지영이는... 지, 지영이는?“
"지영이도 제 거에요.“
늘 나는 지영이의 것이라고 하던 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내가 그녀의 것이 아닌, 그녀가 내 것이라고 단호히 입에 담았다.
그 사실에 누나는 이렇게까지 변할 줄은 몰랐는지 또 다시 놀라면서 잠시 뒤,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누나는?“
"제 거죠. 싫어요?“
"으으응... 싫진... 않아. 아니... 좋아. 너무 좋아.“
주저하지 않고 내 거라고 말하니 누나의 얼굴이 새빨갛게 붉어졌다.
이런 귀여운 모습을 더 보고 싶은데 창피한 나머지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그래서 나는 아까처럼 누나의 턱을 잡고 들어 올렸다.
그러자 행복에 젖어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누나의 얼굴을 보았고, 그 얼마나 예쁘고 귀여운 얼굴이던지. 참지 못하고 입을 맞추었다.
"후응... 응. 쪽. 쪼옥... 쪽.“
두 눈을 살포시 감으며 이번에는 내 머리에 손을 올려서는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놓아주지 않을 거라는 굳은 의지를 엿보였다.
"응... 으응."
키스를 이어나가면서 누나의 부드러운 허벅지를 어루만지자 신음성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돌핀팬츠를 입고 있는 탓에 누나의 허벅지를 수월하게 손으로 쓸어댈 수가 있었다.
어찌나 부드럽고 만족스러운 감촉인지. 된다면 계속해서 만져대고 싶은데 아직 할 게 더 남았으니 아쉬움을 뒤로 한 채로 누나의 돌핀팬츠의 안으로 손을 집어 넣었다.
"흐아앙......!“
아랫배를 지나 음부에 닿자. 촉촉한 속옷의 느낌이 내 손에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차마 키스를 계속 이어나갈 수 없었던 누나는 입을 떨어뜨린 채로 놓후한 신음성을 터뜨렸다.
"젖었네요.“
"으응... 좋아서. 젖어버렸어. 이렇게 나만 바라보는 훈이의 모습이 너무 좋아서.“
늘 섹스 할 때마다 곁에는 지영이가 있었다.
지영이가 없더라도 어딘가에는 있을 지영이만을 생각했던 내가 이제 와서야 몸을 섞고 있는 자신에게로 오직 관심을 집중시키니 너무 좋을 따름이었다.
여태까지 지내온 시간과 몸을 섞은 시간을 생각하면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는데 그래도 누나는 아무래도 좋은지 처음 사랑을 느낀 소녀처럼 헤실헤실.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바로 할게요.“
너무도 순수한 미소에 가슴이 미칠 듯이 두근거렸다.
나는 돌핀팬츠를 거칠게 벗긴 다음에 누나의 다리 하나를 내 어깨에 걸쳤다.
그런데 돌핀팬츠를 제대로 벗기지 못했는지 어깨에 걸쳐진 누나의 다리에 돌핀팬츠가 걸려있었는데 상관하지 않고 축축하게 젖어있는 속옷을 옆으로 젖혔다
"아아. 민훈아... 민훈아... 훈아... 사랑해.“
지겹도록 했던 키스를 또 하고 싶어졌는지 내 목을 감싸 안은 팔에 힘을 주어 내 얼굴을 잡아 당겨 입을 맞추었다.
나는 키스를 이어나가면서 움푹 젖어버린 보지에 자지를 밀어 넣었다.
"후으으응....! 응,,, 흐아아앙!“
평소보다 더 느끼고 있는 건지. 귀두가 자궁에 닿자마자 절정해버렸는지 잔뜩 풀어진 얼굴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갔어요?“
"으응... 가, 갔어.“
"고작 넣은 거로요?“
"미안해... 그, 그치만. 너무 좋아서......“
늘 밝은 모습이 역력하던 누나가.
매일 장난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사과해 오던 누나가.
진지하게 미안한 건지. 고개까지 떨어뜨렸다.
피식.
색달라진 누나의 정반대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마치, 내게만 숨겨놓았던 모습까지 내놓은 것처럼 기쁨이 밀려오며 더더욱 누나가 사랑스럽게만 느껴졌다.
잘못하다간 지영이의 걱정대로 내 마음속에서 지영이를 밀어내고 누나가 차지하는 게 아닐까 하는 재미있는 생각까지 들어왔는데 그건 한순간의 생각일 뿐이었다.
"누나. 누나는 이제 제 거에요.“
"응... 난 훈이 거야.“
"누나가 다른 남자와 얘기하는 것도 질투가 날 것 같아요.“
"흐응... 정말? 그 정도야?“
"그러니까 처신 잘 해요. 저 이제 집착까지 생긴 것 같으니까요.“
누나랑 은정이가 다른 남자와 친근하게 이야기를 한다? 아마 난 돌아버리지 않을까.
지영이가 그런 모습을 보일 때도 빡돌아서 한 번 크게 싸움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지영이는 애초에 관심도 없는 남자들이라 이제는 친근하게 얘기는커녕.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날카롭게 대처했다.
그로 인해 생긴 별명이 가시 여왕이라고 붙지 않았나. 건드리면 날카로운 가시가 박혀버린다고.
아무튼,
"아아. 집착... 좋아. 그거 너무 좋아.“
누나는 내가 집착하는 게 좋은 건지. 여전히 풀리지 않은 미소로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어우야.
비록 한 쪽 다리를 내 어깨에 걸치고 있더라도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는 건 상당히 어려울 터.
누나는 알고 보니 몸이 많이 유연하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
어음... 그, 근데. 근데 있잖아.
"누, 누나?“
"응? 훈아?“
조심스럽게 누나를 부르니 누나는 내 가슴팍에 얼굴을 계속해서 비비며 대답했다.
아니. 이걸 말해도 되는 건가. 이미 누나를 불렀음에도 고민이 되었다.
"훈아?"
자신을 불러놓고 말이없자 누나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고개를 갸웃거렸고, 누나의 긴 생머리가 중력에 의해 아래로 떨어졌다.
"누나... 조금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울 텐데요.“
"으, 으응.“
갑자기 진진한 모습에 침을 꼴깍 삼켜버렸다.
"그... 누나. 있잖아요.“
"응......“
"제가 까먹어서 그러는데. 이름이 뭐였죠?“
"......“
아. 매일 누나. 누나 거렸더니 진짜 미안하게도 이름을 까먹어 버렸다.
나중에 지영이나 은정이에게 물어보려고 해도 집에 가면 지영이와 질퍽한 섹스를. 학교에서는 범재인 머리로 강의를 따라가느라 공부를, 나머지 짜푸리 시간에는 하나 누나와 수영이 누나, 그리고 지영이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느라 까먹기를 계속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인데 이름을 모를 수야 있나. 그리고 지금만큼은 까먹지 않아서 하는 수 없이 물어보았다.
한 대 처맞을 걸 준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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