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토라세 여친님-69화 (69/142)

〈 69화 〉 고향

* * *

끼이익.

침대에 누워 너튜브를 보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응? 무슨 일이야?“

그 누군가는 다름 아닌, 지영이. 오랜만에 고향으로 내려왔겠다, 전화상으로 못다한 얘기나 하고 싶은 얘기들을 가족들과 하기 위해 각자의 집으로 찢어졌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지금쯤 가족의 질문 공세에 시달리고 있을 그녀가 우리 집을, 그것도 내 방을 몰래 찾아온 게 아닌가.

"그냥. 아빠가 싫어서.“

"장인어른께서??“

"흐응.“

장인어른이 왜 싫다는 걸까.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내 여자친구님은 단순하게 내가 자신의 아빠를 장인어른이라, 사위가 할 법한 존칭을 입에 담았다는 게 기분이 좋은지 안 그래도 살랑거리던 입꼬리는 더더욱 올라갔다.

"그냥... 뭐,“

그녀는 익숙하게 내 옆에 누워서는 몸을 끌어안고선 강아지처럼 냄새를 킁킁 맡았다.

"날 강제로 덮치지 않았는지, 끊임없이 성관계를 요구하는 게 아닌지. 등. 별 시답잖지 않은 걸 자꾸 물어보잖아.“

진짜인지는 모르겠는데 아빠들은 딸을 가진다면 절대다수가 딸바보가 된다고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딸아이들이 누가 보더라도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다면? 그로 인해 이런저런 일에 휘말린 걸 직접 두 눈으로 보았다면?

어쩔 수 없이, 아니, 나라도 과보호가 될 수밖에 없다.

그게 정녕. 딸아이가 사랑하는 남자친구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래?“

나는 시큰둥하게 대답하며 도로 폰을 바라보았다.

그야 그럴 것이 아버님이 걱정했던 일 따위는 난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오히려 지영이가 내게 요구한 것들인 데다가 더 나아간 짓을 스스럼없이 내게 요구했으니 그녀의 말처럼 별 시답잖은 물음이었다.

"할까?“

".......“

옆에서 들려오는 믿기지 않는 말.

"무슨 말이야. 부모님 있어.“

"알아. 나가서 방 잡으면 되지.“

"쓰읍... 후우.“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내뱉었다.

솔직히 나도 하고 싶긴 하다.

그런데 오랜만에 집에 와놓고 하루도 지나지 않은 채, 여자친구랑 외박을 한다고? 우리 부모님이야 딱히 뭐라 하지는 않을 텐데. 오랜만에 만나는 사랑하는 딸아이의 시간을 내게 빼앗겼다는 생각을 가지며 장인어른께서는 정말 날 죽여버릴 수도 있었다.

그러니 되도록 한다면 내일 데이트 한다 치고 대낮에 방 잡는 게 낫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내일 하자.“

".......“

"읏?!“

고민을 끝내고 입을 열어 대답하자 원하던 대답이 아니었는지 그녀는 다짜고짜 내 사타구니를 향해 손을 뻗어 물컹한 자지를 움켜쥐었다.

"사실을 말해. 이렇게 빨리 서면서 하고 싶잖아?“

현란한 손놀림으로 자극하기 시작하니 중력에 의해 힘없이 누워있던 자지는 언제 그랬냐는 듯, 팔팔하게 발기해 버렸다.

팬티와 바지 위로 자신의 존재감을 표출했고, 그런 자지를 지영이는 조심스레 손으로 쓰다듬었다.

"부부 사이에 이건 평범하잖아?“

"부, 부부?“

"나랑 결혼 안 할 거야?“

"하지... 해야지. 무조건.“

그녀가 결혼한다는 조건으로 말도 안 되는 소실 해도 나는 어떻게든 그 조건에 맞추는 게 정상이다.

그야 그럴 것이 능력 없는 남자가 능력도 있고, 엄청나게 예쁘기도 하며, 마지막으로 그 여자의 처음과 끝이 나라는 것만 해도 모든 걸 포기하거나 바치는 건 당연했다.

그러니 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조건 없이 결혼하자는 말을 쉽게 하는 지영이와 결혼하고 싶은 마음으로 굴뚝같기는 하다만.

"하아... 그래. 하자.“

내가 하고 싶은 것도 있고, 고집 센 나의 사랑스런 여자친구님이 순순히 물러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침대에서 일어나 외출 복으로 갈아입은 뒤, 그녀와 함께 집을 나왔다.

"어디 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손에 무언가를 든 지아가 다가와 물었다.

"이 밤중에?“

그녀는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을 재촉했다.

"이 밤중에 나가는 이유가 하나뿐이지 않을까?“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리며 언니인 지영이가 입을 열자. 그래도 모르겠다는 듯. 지아는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린 상태였다.

"데이트?“

"모텔.“

"......!“

"지, 지영아?!“

지아는 아직 미성년자 인데다가 지영이와 다르게 공부나 운동 등에 재능이 없어 온전한 노력파였다.

그렇다 보니 여태까지 애인이란 존재를 한 번도 옆에 둔 적이 없던 그녀다.

물론, 예쁜 외모와 뛰어난 몸매 탓에 다가오는 남자들이 많아 사귄다면 충분히 사귀다못해 수많은 남자들을 가라 치웠겠는데 언니와 비교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다가오는 남자들을 모조리 거절했다.

그렇게 운동을 하며 공부에 집중한 그녀다.

그 말인즉슨, 모텔이라는 직설적인 말에 많이 약하다는 것.

"모, 모모모 테, 테테테텔을 간다고?“

쉴 새 없이 말을 더듬었다.

"너도 갈래?“

"미쳤어?!“

순간적으로 난 지아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지영이라면 당연하게 하는 말이라 그런지 익숙해져버린 탓이다.

"데이트라고 거짓말 하면 되잖아! 왜 곧이곧대로 다 말하는 거야?!“

"니가 물어봤잖아?“

"그건 그렇긴 한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잖아!“

어떤 여자가 남친이랑 밤 늦은 시간에 나가면서 대놓고 모텔가서 그렇고 그런 짓을 할 거라고 말한다는 건가. 지아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러했다.

하지만, 내 생각에도 지영이는 미친 여자라서.

"그래? 알았어.“

띵. 하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해 문이 열렸다.

그녀는 자신의 동생이 어떤 얼굴 색을, 어떤 표정을,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 지도 신경쓰이지 않은지, 태연하게 내 손목을 잡아 끌어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아마 자고 올 거야. 그러니까 얘기해 줘.“

"오랜만에 집에 와놓고 바로 외박... 언니! 언니이이이!“

일방적으로 말을 남긴 채, 문이 닫히기 시작하자 지아는 다급히 버튼을 누르려고 했는데 이미 엘리베이터의 철문이 굳게 닫혔고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귀엽네. 훈아. 지아 어때?“

"......“

전혀 농담 같지 않은 말을 들은 나는 어색하게 웃음을 흘려보냈다.

그렇게 우리는 학생 때 자주 가던 모텔을 향해 걸었다.

서로의 몸을... 아니, 일방적으로 지영이에게 몸을 더듬어지면서 말이다.

그러던 그때.

"어? 지영아?“

한 여성의 목소리.

우리는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시선을 가져갔다.

그랬더니. 꽤 예쁘장하게 생긴 한 여자가 입을 손으로 가린 채, 깜짝 놀라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응.....?“

누군지 모르겠다.

이 생각이 나뿐만 아니었는지 이름도 모르고 무엇보다 얼굴도 처음 보는 듯한 여자에게 이름을 불린 지영이조차 누군지 모르겠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누구?“

"나야 나. 미정이!“

"미정?“

미정이라는 말에 고운 미간이 찌푸려졌다.

내가 아는 미정이라는 여자는 평균 이하의 외모 때문에 많이 의기 시침했던 아이였다.

그런 미정이가 불쌍하면서도 예전의 자신을 보는 것처럼 동질감이 느껴졌는지 은정이가 선뜻 다가가 친구를 먹었기에 덩달아 우리까지도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사이였다.

그런데 그 미정이라니. 아니, 그 애가 맞는 건가?

"많이 달라졌지?“

미정이는 지영이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가 중얼거렸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미정이의 귓속말에 긍정적인 답이 도출되었다.

"예뻐졌네. 많이.“

한 치의 거짓도 없이 정말 예뻐졌다.

내 여자친구님은 화장이 귀찮다고 잘 하지 않아서 잘 모르는데 인터넷이나 너튜브에 돌아다니는 말과 영상에 따르면 화장은 성형이라 할 정도로 상당하다고 했다.

그게 미정이에게도 해당되는 말인... 가?

그렇다고 생각하기에는 몸매도 좋아진 것 같은데.

"헤헤. 다 뜯어 고쳤거든. 돈이 많이 깨지긴 했지만.“

현대 의학으로 얼굴과 심지어 몸매까지도 고쳐서 예전의 모습을 찾아보지 못하게 만들었나 보다.

"그래? 그럼 뒤쪽 저 남자는?“

"아......!“

미정이는 해맑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내 남자친구~!“

도도도, 자신의 남자친구라는 남자에게 다가가 팔짱을 꼈다.

적당히 부푼 가슴이 그의 남자친구의 팔뚝에 의해 찌끄러졌다.

"흐응~“

저 애에게 남자친구라니. 뭐, 수술이 잘 돼서 예쁘게 변한 이유로 충분히 남자친구가 생길만 한 것 같았다.

문제는 내 옆에 서 있는 지영이가 입맛을 다신다는 것.

"우리 같이 술이나 먹으러 갈까?“

"술? 우리끼리?! 좋아!“

제일 친했던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난 것으로 모자라 술을 함께 먹자는 말에 미정이는 눈에 띄게 좋아했다.

그게 무슨 속셈으로 한 말인지는 하나도 모르는게 조금 안쓰럽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자신의 여자친구가 팔짱을 끼고 있음에도 여자친구가 아니라 지영이만 바라보며 입을 텁 벌린 저 남자에게는 나의 얼마 없는 소중한 친구를 주기에는 아깝게 느껴졌다.

"나! 나 좋은데 알아! 가자! 가자!“

웃음꽃이 활짝 핀 미정이는 어서 가자며 지영이의 팔을 잡아 끌었다.

그런 둘을 멍하니 따라가는 남자를 따라 나도 마찬가지로 걸음을 옮겼고, 미정이가 말한 술집에 들어가 술을 들이켰다.

당연히 술에 강한 지영이는 멀쩡했으며, 술에 약한 건지. 미정이와 그의 남자친구는 기절하다시피 엎어졌다.

"모텔 갈까?“

"그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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