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토라세 여친님-73화 (73/142)

〈 73화 〉 고향

* * *

"흐읏... 읏... 아, 아앙... 앙!“

승훈이는 열심히 허리를 흔들었다.

자신의 여자친구이자 소꿉친구이기도 한 혜영이의 탱탱한 허리를 붙잡은 채로 그녀의 신음을 발판삼아 거칠게 허리를 움직여 질내사정을 끝마쳤다.

"하아... 하아... 너 요즘 왜 그래...? 왜 그렇게 거칠어......“

숨을 헐떡이며 침대에 쓰러지듯 몸을 눕혀둔 혜정이가 따지듯이 물었다.

그러나 그녀의 남자친구, 승훈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등을 보이며 누워있는 그녀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껄떡.

묽고 탁한 정액을 쏟아내었던 그의 자지는 여전히 팔팔하게 발기해서는 혜영이의 엉덩이를 툭 건드렸다.

"하아... 벌써 두 번째야. 너 안 힘들어?“

"......“

평소엔 두 번만 해도 콩나물 대가리처럼 풀이 죽어버렸는데 요즘은 전혀 그렇지 않은 듯, 아직도 대가리를 세우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혜영이는 자신의 남자친구가 이렇게 건강하다는 사실에 좋으면서도 지치기도 했다.

그야 그럴 것이 아무리 입과 손을 이용해 물을 빼 주고, 박혀주면서까지도 빼 주어도 여전히 만족하지 못한 듯, 세우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래서는 자신과 만나는 이유가 사랑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만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증거로 약속 시간을 잡고 만나면 바로 모텔로 들어가는 게 일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너 그때부터 이상해.“

혜영이는 애써 힘을 주어 승훈이와 눈을 마주쳤다.

"그... 하, 학교에서 지영이와 민훈이가 섹스하는 뒷모습을 보고 따라 했을 때부터 너 갑자기 이상해졌어.“

"......“

이 말처럼 그녀의 남자친구는 그날 이후로 중요한 나사라도 빠진 듯, 멍하니 있을 때가 늘어났으면서 자신과의 섹스를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대체 왜 그러는 걸까. 생각하고 고민해 보아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지영이가 워낙 예쁘기는 한데, 그녀가 애인과 섹스하는 걸 보기는 했었는데 정확히는 아니었다.

옷을 완전히 벗은 채도 아니었고, 등을 보여서 속살이라곤 반소매를 입었기에 드러난 팔밖에 없었는데도 말이다.

해도 혜영이 그녀가 강민훈의 탄탄한 몸을 보고 여운이 남아야 하는 게 아닐까. 뭔가 억울했다.

"왜 말이 없어? 변명이라도 좀 해 봐!“

정상적인 남자라면 그런 게 아니라고, 요즘 몸이 안 좋다고 변명이라도 해야 하는데 정곡을 찔렀는지 승훈이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이래서는 자신이 보는 앞에서 지영이에게 빼앗긴 꼴이 아닌가.

"야!“

생각하면 할수록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아무 잘못도 없지만 지금은 지영이에게도 분노의 화살이 겨냥되었고, 그보다 더한 분노의 화살은 승훈이로 향해 있었다.

그냥 다... 모두 싫어지기 시작했다.

"말해봐!“

점점 억양이 강해지며 승훈이의 어깨를 잡고 이리저리 흔들었다.

"진짜... 너무하네.“

끝내 입을 열지도 않은 그를 보며 결국, 눈물을 보였다.

"왜 너가 그래? 해도 내가 그래야지 않아?“

외모를 다 떠나서 알몸도 본 적 없는 그가 아니라 자신이 강민훈의 넓은 어깨, 탄탄한 가슴, 배에 자리 잡은 복근을 두 눈으로 똑똑이 봤는데.

그 때문인지 살로 인해 가슴과 배가 볼록하게 튀어나온 승훈이의 몸과 자꾸 비교하게 되는 건 오히려 자신인데 왜... 대체 왜 자신이 이런 일을 겪어야하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딱 봐도 섹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가 그때의 지영이의 뒷모습과 신음소리 때문이 분명했다.

알몸도 본 게 아닌데, 느끼는 얼굴을 본 게 아닌데, 그녀의 성기를 본 것도 아닌 고작 그 두 가지 요소 때문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그가 너무나 한심했다.

"그래... 말 하지마. 그냥 하지 마.“

포기했다.

처음부터 말 하기 싫은 건지 대꾸조차 하지 않는데 뭐하러 여기 남아 계속 말을 걸 것인가.

"연락하지 마. 당분간 거리를 두자 우리.“

누구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귀찮은 운동을 마다하지 않고 예쁜 몸매를 유지하려 노력하는데,

누구는 사랑하는 사람이 부담가지지 않도록 힘든 일이 있어도 애써 밝은 척 행동하고 있는데.

누구는 남의 남자친구와 비교하면 형편없다는 소리를 들어도 그렇지 않다고, 좋은 점은 정말 많다고 말하고 다니는데.

"개새끼......“

혜영이는 옷을 주섬주섬 몸에 걸치며 방을 나갔다.

그렇게 홀로 방에 남게된 승훈이는 피가 날 정도로 아랫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시발... 시발. 나도 이러고 싶지 않은데... 않은데 시발.“

그는 꽉 쥔 주먹으로 푹신한 매트릭스를 내리쳤다.

한 번,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내리치며 분노를 표출했다.

"하아... 하아......“

일정하지 못한 숨을 토해내며 혜영이의 몸으로 만족하지 못했는지 여전히 발기해 있는 자신의 자지를 바라보았다.

"시발.“

그는 자연스럽게 발기한 자지를 손에 쥐고 흔들었다.

그리곤 머릿속으로 그때 봤던 지영이의 뒷모습과 신음소리를 상기해냈다.

"으읏... 읏... 지, 지영아. 지영아.“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해 왔고,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고, 고등학교 졸업식 날. 용기 내어 고백해 사귀게 된 자신의 여자친구, 혜영이가 아니라 절벽 위의 꽃이라며, 어차피 자신 따위와 사귀어줄 사람이 아니라며 애써 외면했던 같은 반 여자애, 지영이를 생각하며 자위하기 시작했다.

"으읏.....!“

그녀를 상상하며 자위하니 빠르게 사정감에 휩싸여 정액을 밖으로 내보냈다.

정액은 힘차게 뻗어나가 시트 위에 떨어져 스며들기 시작했다.

".......“

지영이를 상상하며 자위한 게 효과가 있었을까. 그제서야 발기가 서서히 풀려갔다.

혜영이를 통해 두 번이나 사정해도 풀릴 생각이 아예 없었던 게 말이다.

"시발......“

다시금 욕을 입에 담으며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가족 외에 혜영이가 유일한데 자꾸 그의 머리는 지영이를 떠올리고, 몸은 그녀에게만 반응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한 번이라도 몸을 섞었다면 이해하는데 몸도 섞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러는 자신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아까 혜영이의 말에도 무시하는 척. 입을 열지 않은 이유다.

그 어떠한 변명을 하는 자신이 한심하다 못해 추했으니까.

어느새 그의 손은 탁자에 올려둔 스마트폰에 향해 있었다.

지금이라도 혜영이에게 사과하자는 마음으로, 한 번만 용서해달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 전화를 걸려 했었다.

그러나 예전이었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갔을 한 명의 이름. 윤지영이라는 이름이 눈에 밟혀 스크롤을 내리던 손가락은 움직임을 멈추었다.

머리로는 이러면 안 된다고 어서 넘어가서 혜영이에게 전화하라고 아우성인데. 이상하게도 그의 손가락은 지영이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뚜르르르르.

연결음이 들려왔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어오며 고개는 자연스럽게 저어졌다.

하지만 전화를 끊으려고 하면 반발이라도 하듯, 손가락은 돌처럼 굳어버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

[여보세요?]

얼마 지나지 않아 연결음이 끊기고 의아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확실히 그가 원하는 상대인 지영이의 목소리였다.

아직 번호를 바꾸지 않은 듯 그녀는 그의 전화를 받은 것이다.

"그... 지영아?“

[어. 왜?]

기쁨, 즐거움과 같은 긍정적인 반응과 싫은 것과 같은 부정적인 반응을 찾아볼 수 없는 무미건조한 목소리.

그 말인즉슨, 그녀가 신경조차 쓰고 있지 않은 사람이 바로 승훈이라는 의미였다.

"뭐, 뭐해?“

[갑자기?]

"그, 그냥 뭐. 뭐 하는지 궁금해서."

목소리에 살짝 날이 섰다.

아마도 여자친구 몰래 뜬금없이 자신에게 전화를 건 것을 알아차렸나 보다.

[섹스하고 있는데?]

"......“

태연하게 말했다.

섹스하고 있다고.

이게 과연 오랜만에 만난 같은 반 친구에게 할 말인지 의아함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이 정도로 발랑 까졌다는 생각에 웃음이 밀려왔다.

사실 걸레가 아닐까. 어느 남자에게도 다리를 벌려대는 걸레가 아닐까 하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누구랑?“

당연히.

[누구긴? 훈이지.]

강민훈이라고 하겠지.

[흐읏...? 아... 거기 좋아.]

야릇한 신음 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아까 한 발 빼서 드디어 진정시켰던 자지가 다시금 발딱 섰다.

"저기... 지영아.“

걸레가 맞을 거다.

아니, 분명하다.

솔직히 어떤 여자가 남이 보는 앞에서 남친이랑 섹스하겠는가. 말이 안 되지. 하지만 걸레라면 말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녀가 자신을 유혹하는 거였다면... 일리 있었다.

또한, 강민훈이 있었다면 이 늦은 시간에 전화한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겨 계속 전화하도록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폰을 빼앗지 않더라도 옆에서 말로 뭐라 해야겠지. 그런데 강민훈을 포함한 남자 목소리는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다른 남자... 그래. 지금 다른 남자랑 있는 거지 않을까.

[어, 어어.]

목소리의 떨림이 점점 커졌다.

"나랑도 한 번 하자.“

말했다.

고등학교 시절 모두의 우상이었던 여자에게 한 번 하자는 말을 꺼냈다.

[이새끼 미친 거 아니야?]

대답은 지영이가 아니라 익숙한 남자 목소리였다.

저, 정말 강민훈이었던 거야?

[와... 진짜 씹새끼네 이거?]

어이없다는 목소리와 함께 어느 여자의 울먹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헤영아 괜찮아.]

"혜, 혜영이?“

설마 혜영이도 거기 있는 거야? 대체 왜?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

손발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혹시나 했는데. 와... 승훈아. 너 시발. 내 눈에 띄지 마라.]

강압적인 충고와 함께 전화가 끊겼다.

승훈이는 멍하니 아무것도 없는 벽만을 바라보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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