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화 〉 고향
* * *
나는 차마 진정하기 힘든 크나큰 분노에 휩싸였다.
아마 이렇게나 화가 났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한 번 과거를 돌이켜 보았는데 역시나. 이번이 처음이었다.
"흐응... 괜히 했나 보네.“
지영이는 자신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리고 있는 혜영이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야 그럴 것이 우린 방금까지 쾌락만을 추구하는 섹스를 하던 도중, 그녀의 폰으로 혜영이의 전화가 걸려왔었다.
그래서 받아 보니 다짜고짜 울면서 자신의 남자친구와 대판 싸웠다고, 싸운 이유가 아마 지영이 너랑 연관이 있는 것 같다며 원망아닌 원망 섞인 말투로 말해대니 어쩔 수 없이 우린 재빨리 옷을 갈아입은 뒤, 그녀와 만나 술집으로 온 것이다.
거기서 술로 기분을 달래며 여태까지 있었던 일들에 대해 모두 들었고, 얘기가 막바지에 다다랐을 무렵에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도 울어대는 폰은 다름 아닌 지영이의 폰, 그리고 전화를 건 대상은 승훈이었다.
그녀는 스피커폰으로 바꿔 책상 위에 올려두어 나와 혜영이에게 대놓고 대화를 엿듣게 만들었다.
처음에 그는 주저하는 듯 반응을 보이자 답답함을 느꼈는지 지영이는 내 손을 잡아끌어 아까 싸지른 정액들이 여전히 차 있는 자신의 보지에 가져다대며 노골적으로 신음하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말.
[나랑도 한 번 하자.]
나랑도...? 나도도 아니고 나랑도라니? 그 말인즉슨 내 여자친구님은 다른 남자랑도 마음껏 하고 다니는 걸레로 보고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저렇게 모욕적인 말을 당당히 꺼내며 자신과도 하자고 하니 정말 칼을 들고 승훈이를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그리고 옆에서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가만히 얘기를 듣던 혜영이는 붙잡고 있던 지푸라기가 끊어진 듯, 끝내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고, 지영이는 그녀를 또다시 위로했다.
"혹시나 했는데. 와... 승훈아. 너 시발. 내 눈에 띄지 마라."
지금도 이렇게 죽여버리고 싶은데 다음에 우연히라도 만난다면 눈이 돌아버릴 것만 같아 알아서 피해 다니라는 경고성 발언을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하아... 긴 한숨을 몰아쉬며 인생이 무너진 것처럼 울고 있는 혜영이를 바라보았다.
저 모습을 보니 괜히 나 때문에 저들의 사랑이 깨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 내가 지영이의 요구를 거절했었다면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상황까지 오지는 않았을 텐데... 지금와서 후회해 봤자 달라질 건 하나 없는데도 불구하고 난 죄책감에 시달렸다.
"자자. 마시자. 마셔. 이럴 땐 취해서 잊는 거야!“
원인이기도 한 지영이는 이럴 때는 취해서 잊는 거라며 끊임없이 술을 권했고, 혜영이는 그런 지영이가 주는 술을 곧이곧대로 받아먹다가 끝내 꽐라가 되었다.
그렇게 우린 몸을 잘 가누지도 못하는 그녀를 데리고 모텔로 향했다.
"읏샤......"
운동을 해 근육이 많이 붙었다고 할지라도 못해도 50kg 언저리인 여자를 여기까지 엎고 왔는데 무겁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물론, 지영이라면 무겁지 않을 테지만, 아무튼, 나는 혜영이를 조심스레 침대에 눕히며 쓰러지듯 의자에 앉았다.
그리곤 당연하게도 내 여자친구님은 누가 잡아가도 모를 정도로 잠에 푹 빠진 혜영이의 옷을 벗겼다.
설마... 설마 하겠나.
"지영아. 안 그래도 오늘 실연한 애를......“
"원래 남자 때문에 상처 입었으면 남자로 치료받는 거야.“
"......“
그런 말...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것 같긴 한데 실연당한 지 아직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그리고 치료해줄 남자는 현재 애인이 없어야지 해당하는 게 아닐까.
이런 내 생각도 몰라주고 그녀는 대범하게 속 살을 드러낸 혜영이의 잘 관리된 몸을 만지다가 이내, 아담한 가슴을 움켜쥐었다.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다는 게 크게 작용해서 그런지 외모는 별로인데도 괜찮네. 이 느낌.“
씨익. 웃으며 계속해서 몸을 만지다가 급기야 얼굴을 가져가다가 얼굴을 핥았다.
"흐응... 응... 응앗...! 앗!“
나를 통해 남자의 몸에 익숙하고, 자신에게 달라붙은 수많은 여자를 통해 여자의 몸에도 익숙한 그녀는 현란하게 손을 움직이니 술에 잔뜩 취해 잠든 혜영이는 서서히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술 때문에 붉어져 버린 얼굴은 더더욱 붉어지기 시작하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지 자꾸만 몸을 움직였다.
"하으읏...! 흐아아앙!“
허리가 높이 뛰어올라 활자를 그리며 부르르 떨었다.
저 모습은 아마 절정. 가버린 게 아닐까. 지영이가 손과 입으로 조금 자극해 주었다고 저렇게 빨리 가버리다니. 역시 내 여자친구님은 어느 의미로 대단했다.
"빠르네?“
그녀조차도 이렇게 빨리 갈 줄은 몰랐다는 표정으로 입술을 손으로 훑었다.
"하으... 하으... 아.....?“
결국, 잠에서 깼는지.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밀어 올렸고, 눈앞에 지영이가 있다는 사실에 의아해하기 시작했다.
"지영이...? 아... 맞다......“
왜 그녀가 이곳에 있는지 의아함도 잠시. 방금까지 술을 마셨던 기억이 떠오른 듯했다.
그리고 이내,
"지영아... 이게 무슨 일이야?“
상의를 헐벗고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 그 위에 올라타 있는 지영이까지. 설명이 없으면 이해하기 힘들 상황이긴 했다.
"뭐긴. 불량식품을 맛보고 있잖아?“
"불량... 식품?“
이런. 대놓고 불량식품이라 칭하다니. 나는 지끈지끈 아파져 오는 이마에 손을 짚었다.
"혜영아. 승훈이 같은 남자는 그만 잊어. 선을 아득히 넘었잖아?“
"......“
"보니까 좆도 존나 작은 것 같은데.“
좆을 봤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조금 나빴다.
이상하게도 말이지. 그래도 야동을 보며 섹스했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진정되는 것을 느꼈다.
"작긴... 한데. 그래도.“
미련이 남은 듯. 혜영이는 살며시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 모습에 지영이는 한숨을 픽 내쉬며 내게 손짓했다.
"그래. 뭐, 강요할 수는 없지. 네 마음이고, 네 선택이니까. 그 대신에.“
"으, 으응...? 지, 지영아?!“
가까이에 다가오자마자 지영이는 곧장 팬티를 포함한 내 바지를 벗겨 있는 힘껏 발기해 있는 자지를 세상 밖으로 노출시켰다.
당연히 혜영이는 당황할 대로 당황한 얼굴로 깜짝 놀랐다.
"내가 허락할게. 훈이 빌려줄 테니까 한 번 해봐.“
"무, 무슨 소리야?! 지금!“
"무슨 소리긴. 그딴 남자가 주는 쾌락보다 비교도 되지 않는 쾌락을 느껴보라는 내 세심한 베려 잖아?“
"그게 뭐가 세심한 배려야?! 강민훈! 너 가만히 있을 거야?"
설마하니 학창 시절에 어느 한편으로는 존경하고, 어느 한편으로는 두려워했던 그녀가 사실 이런 여자였다는 생각에 잔뜩 실망하면서도 황급히 내게 소리쳤다.
나야 뭐, 예전이었다면 동조했겠지만... 지금은 딱히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저, 그럴 일은 없겠지만 지영이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거나 하지 않으면 하고 싶은 플레이를 다 받아줄 생각이다.
참고로 지영이는 네토라세 성향이라는 기이한 성벽과 호기심이 있긴 하더라도 다른 남자와 자고 그러는 짓은 정말 싫어했다.
또한, 이번에 승훈이와 혜영이 앞에서 한 것은 한순간의 호기심. 지금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고 두 번 다시 하지 않겠다고 확답을 얻었다.
"난 별로 상관 없는데?“
"이상해... 너희 이상해.“
"응. 알아. 우리 이상한 거.“
처음부터 이상했던 지영이와 그녀에게 물들어 정상에서 비정상으로 변한 나까지.
우리가 이상한 건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지영이는 내게 여러 여자가 들러붙어 몸을 섞는걸 눈을 감아주기는커녕 옆에서 구경하며 자위까지 하는 게 아닌가.
나는 그녀가 원한다는 명분 아래 여러 여자와 섹스하고 말이지. 음... 이렇게 보니 여자친구가 없는 사람들에겐 딱 죽일놈이 아닌가? 이거 잘 숨겨야겠네.
"자자. 그만 하고. 혜영아. 잠깐의 일탈이야. 일탈. 한 번만 즐겨봐. 기분 좋다니까?“
스윽. 슥.
손에 침을 묻혀 자지를 어루만졌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혜영이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남자친구와 비교도 되지 않은 길이와 두께, 두려울 법하면서도 여자라면 호기심이 무궁무진하게 피어오를 수밖에 없다.
"그런 말이 있잖아? 여자들이 흑인을 만나 한 번 하고 나면 다른 남자로는 만족하기 힘들다고."
흑인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은 크기를 가진 나였다.
"그런데 훈이는 테크닉도 좋아서 장난 아닐 걸?“
압도적인 크기를 가진 것도 모자라서 테크니까지 구비했다? 이건 완전 여자들의 이상형. 그 자체였다.
이러니 지영이를 보고 다가온 여자들이 내게 범해진 다음부터는 지영이에게서 눈을 돌려 나를 바라보는 것이지.
나는 살며시 어깨를 펴고 기고만장해졌다.
유일하게 내세울 건 이것 하나니까.
"테, 테크닉......"
혜영이는 지영이가 했던 말 어느 부분을 곱씹었다.
"그, 그래... 먼저 그새끼가 그랬으니까.....!“
"그럼. 그럼.“
"나, 나도 해도 되지...! 아니, 해야 하는 거야!“
하려고 했다는 것과 하는 것과 차이는 극심했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 막지 않았다면 후자로 넘어갔을 게 뻔했으니 일리는 있었다.
"하, 할래!“
악에 바쳐서 제대로 된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랑스러운 내 물건을 탐하고 싶어 안달이 난 것인지 모르게 그녀는 다짐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좋아. 해도 돼. 내가 허락해줄 테니까.“
"고, 고마워.“
싫다고 하면 이대로 나가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한다고 하니 뭐 어쩔 수 있나.
나는 상의를 벗어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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