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토라세 여친님-81화 (81/142)

〈 81화 〉 군대

* * *

오지 말았으면 한 대망의 입대 날짜가 찾아왔다.

영장을 받은 날 저녁에 부모님께 전화해 영장이 나왔다고, 한 달 뒤에 군대에 간다고 말을 하니 별 시답잖은 얘기를 하고 앉아 있냐는 어투로 'ㅇㅇ'이라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가족과 함께 있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내 주위에는 가족이 없었다.

뭔가 조금 슬픈데 이거.

그래도 뭐, 지영이가 있으니 상관없으려나?

"사람 많네?“

그녀의 말처럼 정말 많은 사람들이 훈련소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녀에게 몰린 시선은 엄청났다.

군대에 가는 남자친구를 따라서 온 여자친구만으로도 눈길을 끌어모으는데 미모 또한, 상상을 초월하니 내 또래로 보이는 남자들은커녕 아들을 배웅하러 온 아버지들까지도 지영이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나를 바라보았다.

왜 지영이가 아니라 나냐고?

"헤읏! 헷! 빡빡. 빡빡.“

예린이 누나는 까끌까끌한 내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느껴지는 감촉을 즐기고 있었다.

"후응... 어떻게 참아야 해? 안 가면 안 돼?“

마찬가지로 지영이에게 들었는지 나보다도 먼저 알고 있었던 하나 누나는 내 팔을 끌어안은 채,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욕구불만이라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런 하나 누나를 향해 지영이는 자신의 음부 앞에다 손을 가져가서는 긴 막대를 움켜쥐고 흔드는 듯한 행동을 했다.

후장이라는 구멍은 아직 무섭다고, 스스로 기구로 조금씩 늘려보겠다며 사용해 보지 않은 대신에 지영이가 페니반을 달고 하나 누나를 비롯한 다른 여자들의 보지를 마구 탐했었다.

그러니 저 의미는 나 대신이라기엔 부족하긴 하다만 그래도 어느 정도 성욕을 해소할 수는 있으니 자신이 페니반을 달고 박아준다는 의미였다.

"읏.....!“

하나 누나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내가 해 줄 수도 있는데. 내가 해 줄까?“

지영이처럼 같은 여자를 따 먹는데 재미가 들린 수영 누나가 옆에서 말했다.

"나, 나는 훈이 거가 가장 좋아.“

말은 저렇게 해도 막상 지영이와 수영 누나한테 박힐 땐 기분 좋다고 아우성을 쳐댔었다.

물론, 기분은 좋긴 해도 나보다는 아니라고는 하는데. 그게 사실일지는 모르겠다.

일단 모두가 입을 모아 그렇게 말하니 내가 직접 박힐 수는 없기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근데 몽정하면 어떻게?“

흥미롭게 주위를 둘러보던 은정이는 뜬금없이 그런 질문을 던졌다.

그녀의 물음을 나 외에도 곁에 있던 반 빡빡이들이 들었는지 몸을 흠칫 떨어대며 손이 자연스럽게 사타구니로 내려갔다.

"몰라... 그건.“

아마 상당히 곤란하지 않을까.

들킨다면 비교적 짧은 훈련소 생활이 깜깜해질 거고.

아무튼, 우린 훈련소 안으로 들어와 갈라지게 되었고, 나는 눈물을 훔치며 모여 있는 가족들 곁에서 손을 흔들던 그녀들의 배웅을 받으며 조교를 따라 걸었다.

"저기요.“

"네?“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오는 와중에. 누군가가 내 옷깃을 잡아끌었다.

당연히 누군가는 남자이며, 까까머리에 나와 같이 운 나쁘면 인생 자체가 좆망하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도중인 훈련병이었다.

"같이 있던 사람들은 혹시 누나나 여동생들인가요?“

"......“

"그 왜. 엄청 예쁜 여자분들 말이에요.“

그 남자의 말에 내 주위에 있던 남자들은 귀를 쫑긋거렸다.

이들도 내 애인들을 다 봤나 보다.

여기서 내 애인들이라고 사실을 털어놓을 수는 없는 노릇. 애초에 믿어줄지 의문이었다.

그래도 무어라 말을 해야 할까나.

"한 명은 제 여자친구고요. 나머지는 수녀예요.“

기분이 몹시 나빴다.

이런 질문을 하는 건 딱 봐도 한 번 들이댈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여기서 안 된다고 말해도 끈질기게 지랄할 게 분명하고 미쳤다고 순순히 나 말고 다른 남자가 있다는 거짓말을 하겠는가.

"수, 수녀?“

"네. 로자리오 못 봤어요?"

"로자리오......“

천주교에서는 기본적으로 신부와 수녀는 연애 및 결혼이 금지되어있다.

이게 법은 아니라서 불법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들에게 구애 행동은 하는 것은 무척 실례가 되는 일이었다.

"한 명은 머리에 십자 컷을 했어요.“

"십자 컷?!“

"네. 뒤통수 까보면 십자가 나와요."

그냥 나오는 데로 다 씨부렸다.

완전히 내 여자들이 아니었을 때만 하더라도 다른 남자가 들러붙는 모습 그 자체가 역겨워 죽겠었는데 지금처럼 내 여자가 된 그녀들이 다른 남자들의 입에 오고 내리는 것 자체가 소름이 돋아 나도 모르게 주먹이 쥐어졌다.

그래서 거짓말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의 헛소리를 입에 담으며 완벽히 벽을 세웠다.

이래서는 한 달간 혼자 다니기야 하겠는데 뭐 별 수 있을까.

아니지. 원래 친구라고 할 만한 애들이 없어서 별 다를 바 없으려나?

"그, 그래도 소개를 좀......“

어지간한 연예인보다 훨씬 예쁜 그녀들이기에 순순히 포기할 생각이 없나 보다.

방금 내 말에 인상이 살짝 구겨졌지만 그녀들을 아는 사람이 나 한 명뿐이라 그런지 어떻게든 마음을 가라앉히며 말을 걸어왔다.

끈질기게. 이렇게까지 싫다는 반응을 보여도 끈질긴 놈이 한 둘은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은 게 아니었는데 바로 옆에 있을 줄은 몰랐다.

"걔들 레즈에요.“

동성애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서로 물고 빨고 박고 해댈 때가 있으니 레즈가 아니라고도 할 수는 없었다.

"더 좋은......“

생각보다 더 미친놈인가 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내가 아니라 나와 함께 있었던 여자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다가오는 놈들이 서서히 늘어가기 시작했다.

아니, 이 새끼들은 정신이 나간 건가? 내가 할 말은 아니긴 한데 끓고 있는 아스팔트에 간 것으로 모자라 개박살이 나 있는 면상으로 그녀들을 어떻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걸까? 황당할 따름이었다.

거절해도 또 다가와 물어오는 진드기 같은 새끼들.

아무튼, 그렇게 존나긴 4주가 흘러 훈련소를 나갈 시간.

"어?“

다른 훈련병들은 각각 지정된 군부대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는데 나만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조교님? 전 어느 거 타면 됩니까?“

"훈련병은 잠시 대기합니다.“

시뻘건 모자를 눌러 쓰고 나와 싸우면 한 방에 나가 떨어질 것만 같은 체격의 조교에게 조심스레 물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싸늘했다.

왠지 화가 난 듯한 기분인데. 내 단순한 착각일까?

"조교님?“

"훈련병은 잠시 대기합니다.“

끝내 모든 훈련병이 버스에 올라타고 밖에 나와있는 훈련병이란 나 하나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심지어 버스 문이 모두 닫히자 당황함을 감추지 못한 나는 이러다 무슨 일이 일어나겠다 싶어 다급히 조교를 불러보았지만 대답은 한결같았다.

그러던 그때.

우우웅!

요란한 엔진 소리가 내 귀를 강타했다.

새빨간 스포츠카 하나가 훈련소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자동차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일단 뚜껑이 열리는 스포츠카로 봐서는 굉장히 비싸 보인다.

헬스 브랜드로 생각하면 파나타 정도인가?

"......“

스포츠카는 곧장 내 앞을 향해 달려왔다.

오우야. 배기음이 장난이 아니다.

마치, 후들거리는 몸으로 어떻게든 3대 500을 맞춘 다음 환희에 가득 찬 표정으로 기구를 땅바닥에 내려놓으면서 나는 소리 같았다.

"지영아?“

차 문이 열리고, 버스 안에 올라탄 훈련병들이나 조교, 심지어는 버스 기사들까지 출발하지 않은 채, 이제 막 차에서 내리기 시작하는 한 명의 미녀. 내 여자친구님이 내리는 걸 멍하니 바라보았다.

"고생했어.“

그녀는 싱긋. 웃으며 나를 품에 안았다.

아니아니. 얘가 왜 여기에 있데?

"자. 가자.“

"가? 어딜? 어딜 가자고?“

훈련소가 끝났으면 바로 지정된 근무대로 가는 게 정상인데 애는 대체 어딜 가자는 걸까.

"응? 못 들었어? 훈이 너 상근일 텐데.“

"내가? 내가 상근이라고?“

뭔 그런 일이!

"정말 못 들었어? 이상하네?“

의아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그녀를 잠시 내버려 두고, 곁에 있던 조교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조교는 잔뜩 붉어진 얼굴로 날 죽일 듯이 째려보고 있었다.

아, 이 사람은 내가 상근이라는 사실도, 지영이가 데리러 온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나? 그래서 표정이 저리 개씹창이었나?

"자. 가자. 나 바로 하고 싶어. 음... 저기요. 이 근처에 모텔 있어요?“

"......“

대범하게 지영이는 조교에게 모텔 위치를 물었다.

조교는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물며 힘겹게 대답했다.

"있다네? 다행이다. 가자 훈아.“

그녀는 내 손목을 붙잡고 강제로 차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그것보다.

"이거 무슨 차야?“

"이거? 몰라. 그냥 아무거나 샀어.“

아무거나 대상이 이런 고급차라니.

돈 많이 벌었다고 하는데 그게 정확히 얼마인지 지금에서라도 알아보고 싶은 심정이다.

"그.... 조교님. 먼저 가보겠습니다.“

보조석에 앉은 채,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가, 빨리 가.“

시선이 너무 부담스러운 나머지 운전석에 앉아 있는 그녀의 몸을 쿡쿡 찌르며 재촉했다.

"하아앙... 훈아. 모텔가서 하고 싶은 거 다 해줄게에. 그러니까 조금 참아 줘어.“

"......!“

그러자 신음을 터뜨리며 태연하게 말을 잇자 조교의 두 주먹이 부르르 떨려왔다.

여기에 조금만 더 있다가는 죽일 듯이 달려들 것 같아 어떻게든 지영이를 설득해 군부대를 나왔다.

그러면서 그녀에게 설명을 들었다.

너라면 뺄 수 있어도 남들과 같이 군에 가야겠다고 대답할 거라면서 높으신 분들을 찾아가 돈을 찔러줘 상근을 받았다고 한다.

아니, 내가 미쳤다고 그런 대답을 할까. 되면 그냥 빼주지.. 후흑.

차마 이 말을 할 수가 없어 꾹 닫았다.

"바로 집 가자.“

정말 모텔 앞으로 오자나는 피곤하다고 집에 가고 싶다고 하니 아쉽다는 표정으로 다시 차를 몰았다.

그런데.

"훈이가 훈련소에 간 사이 집을 바꿨어.“

으리으리한 집 앞에서 멈춰 섰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고급 저택의 앞에서.

"차고도 있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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