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 군대
* * *
"이, 임신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누, 누나가 임신을 했다고? 시발 잠깐만. 누구? 누구 애를? 설마 나 외에 다른 남자를 만난 걸까?
엄청난 분노가 내 전신을 감싸안으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따지듯이 예린이 누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누나는 순간적으로 몸을 움찔 떨었지만, 이내, 여유로운 표정으로 내 볼을 살며시 만져주었다.
"누나가 다른 남자를 만날까 봐?“
".....!“
그, 그 말인즉슨 내 애...? 내 애라는 거야?
그렇지. 누나가 나 말고 다른 남자를 만났을 리가 없었다.
"자. 네 애야.“
누나는 상의를 살며시 걷어 애가 있다고 전혀 생각이 들지 않을 가느다란 배를 까놓고 만져보라는 듯이 입을 열었다.
믿기지 않아 벌벌 떨리는 손을 가져가 누나의 배를 만졌다.
"후후. 어때?“
"아무것도 안 느껴져.“
"그럴 수밖에 이제 두 달이 다되어 가는데.“
"두, 두 달? 아니 왜 얘기 안 했어?!“
"나 말하려고 했어. 근데 말하기 전에 조금 겁이 나서 지영이에게 먼저 털어놨거든?“
지영이? 내 여자친구님에게 털어놨다고? 근데 그거랑 나한테 말 안 한 거랑은 무슨 상관이지?
"그랬더니 일단 숨기는 게 어떻냐고 하더라고.“
"왜?“
"일단 지영이는 이 애를 빌미로 널 군에서 빼낼 생각을 했는데 그게 뜻대로 잘 안 되었나 봐. 그래서 킹익? 공익이었나? 아무튼, 그거로 만들려고 했는데도 대부분 개인 정보 취급하는 곳이라 들킬 수도 있다며 안 된다고 하데? 되는 건 상근밖에 없데.“
애...? 애를 빌미로? 공익은 뭐 그렇다 쳐도 내가 아는 건 혼인신고 및 출생 신고가 들어가야 상근으로 빠질 수 있다고 하던데.
참고로 어떻게 아느냐고 하면 신체 검사받기 전, 대략 반년 전에 군을 너무 가고 싶지 않아 뺄 방법을 찾다가 발견한 사실이었다.
이미 결혼까지 생각한 여자가 있어서 애를 가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는데 이제 막 대학교에 들어온 스무 살이, 그리고 집도 딱히 부유하지도 않는 두 집안의 자식들인데 애를 벌써부터 갖는 건 조금 아니라고 판단해 완전히 배제했던 방법이었다.
"솔직히 나도 이게 될 줄 몰랐어. 우린 결혼은커녕 혼인신고도 안 했잖아? 해도 애를 가진 내가 아니라 지영이랑 했겠지.“
혼인신고를 못 하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내 곁에만 있으면 된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내 여자들이었다.
"그래서 당연히 안 될 줄 알았는데 지영이가 정치인이랑 만나더라?“
"뭐? 정치인이? 왜?“
"몰라 귀찮게 접근해오던 놈이라던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이용하자는 생각으로 돈을 똥꼬에 찔러 넣고 네 배우자가 아이를 가졌다고 상근으로 만들었다고 해.“
"그게 돼?“
"되더라. 출산율이 하나도 안 돼서 그런가? 그리고 애초에 너랑 내가 혼인한 사실을 파헤칠 사람은 없을 거고, 애는 있긴 있으니까 되더라.“
이거 왠지. 뉴스에서나 볼법한 군 비리를 저지른 느낌이다.
죄책감이 들어와 괴롭기는 한데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출퇴근으로 군대를 끝낼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쁨이 밀려왔다.
그래도 다른 재벌들의 군 비리와는 다르게 정당한 사유가 있고, 군은 상근이라도 가긴 하니까.
"아무 짓도 안 당했데?“
여기서 드는 불안함.
드라마나 영화에 너무 빠져 살다 보니 정치인들이 내 아리따운 여자친구님에게 찝쩍댄 이유는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차고 안 봤어? 이 집은?“
"......“
"이거 다 지영이 거야. 아니, 명의를 너한테 돌려서 다 네 거야.“
".....!“
지, 집이랑 차고에 있던 비싸 차들이 전부 내 거라고?
입이 천천히 벌어지며 여전히 침대에 엎어져 있던 지영이를 바라보았다.
"더 웃긴 건. 이렇게나 돈을 써도 한 달이면 다시 채울 수 있다던데?“
"으어억?!“
족히 100억 이상은 깨졌을 게 분명하다.
일단 거대 저택이 3층이면서 서울에, 그것도 부자 동네에 있는데 더 깨졌으면 깨졌지 덜 깨졌을 리가 만무했다.
"대체 얼마를 벌었데?“
"몰라. 어느 통장에는 500억 정도가 들어있데.“
"오, 오백?“
"응. 다른 것들도 많고 귀찮아서 안 세봤다던데?“
할 말을 잃었다.
내 여자친... 아니, 지영이님은 외모도 외모고, 재력도 재력이고, 성격도 내겐 너무나 과분한 여자였다.
"우응...? 훈아.....?“
터벅터벅. 정액과 애액으로 범벅인 침대에 다가가 지영이를 깨웠다.
눈꺼풀이 끊임없이 내려오려는 걸 어찌 막아선 채로 눈을 뜬 지영이는 나를 보며 미소지었다.
"으아아아! 사랑해! 사랑해에엣!“
"자, 잠깐. 나 힘들... 하으아앙!
나한테 해준 건 상상을 초월하는데 막상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입술에 기름칠한 다음 사랑이라는 말을 반복하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행동으로라도 어떻게든 내 사랑을 표현하기로 마음 먹고, 힘없이 널브러져 있는 그녀의 다리 사이로 들어가 자지를 들이밀었다.
팡팡팡.
"사랑해! 사랑해에에엣!“
미친 듯이 허리를 움직여 정액을 쏟아냈다.
"아이! 아이 만들자아앗!“
지금 당장 그녀의 몸 안에 내 아이를 만들어내고 싶은 충동에 휩싸여 사정감을 참지 않고 그대로 싸질렀다.
그렇게 수십 번을 싸지르자 체력이 다해 기절해 있는 지영이를 놓아주었다.
"아, 젠장.“
이성이 돌아오고 역시나 팔팔한 내 망할 좆을 보며 욕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너, 너 뭐야? 왜 그래?“
지영이를 두 번 기절시킨 것으로 모자라 평소라면 지쳐 쓰러져야하는데 여전히 멀쩡한 나를 보며 은정이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 누나도 하고 싶은데. 아이 때문에 안 되겠네. 훈아. 다 하고 아이 이름 짓자?“
"응. 누나.“
"그럼 수고해.“
"자, 잠깐 언니!“
예린이 누나는 후후. 웃으며 은정이의 등을 떠밀었다.
은정이는 황급히 몸을 돌려 나가려고 하지만, 이미 문이 닫힌 지 오래.
"아 언니! 열어! 열라니까.“
"은정아! 언니 계속 힘주게 하며 아이가 다칠 수도 있어!“
"그럼 놓으면 되잖... 히익?!“
문고리를 잡고 힘을 주어도 문은 들썩이기만 할 뿐이지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은정이는 포기하지 않고 문을 열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열기도 전에 어깨에 내 손을 얹혀졌다.
"가, 강민훈... 너 내일 군대 안 가도 돼? 아니, 그것보다 이거 탈영 아니야? 빠, 빨리 대책을.“
"지영에몽이 어떻게든 해주지 않을까? 그러니까 괜찮아."
"꺄아아앗!“
거칠게 옷을 찢듯이 벗기며 보지에 자지를 밀어 넣었다.
한동안 사용한 적이 없어 수축된 좁은 보지 구멍은 내 자지와 만나자마자 익숙하게 구멍을 넓히기 시작했다.
"끄으읏... 하으... 읏.....“
고작 넣기만 했을 뿐인데 누나들처럼 절정하며 두 다리를 떨어댔다.
"아. 은정아. 너도 임신할래?“
"하, 하고는 싶은데... 지, 지금은 애보다 다른 걸... 하고 싶어서......“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렇지...? 음. 지영이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네. 아. 누나한테 사후 피임약 좀 사 와달라고 해야겠다. 물론. 네 것까지.“
"아, 아아.“
"사랑해.“
"하으아아아앗!“
*
다음날.
나의 사랑하는 애인들을 밤 늦께까지 범하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그래도 상근이라는 것과 내 핏줄의 아이가 생겼나는 생각에 피로는 내 적수가 되지 못했다.
"아으. 힘들어어.“
힘겹게 운전석에 올라탄 지영이는 허리를 부여잡으며 앓는 소리를 내었다.
"나중에 우리 아기도 만들자?“
"응... 나야 좋지. 그런데 지금은 할 게 있어서 만들어도 나중에.“
"알았어.“
지금 당장 그녀의 배 속에 아이를 품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할 게 있다고 말하니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런데 9시 수업은 없어?"
아무리 군부대가 서울 안에 있더라도 거리가 좀 되었고, 학교는 그 반대편에 있으니 왔다 갔다 하기에는 시간이 꽤 걸릴 게 분명헀다.
"나도 휴학했는데?“
"응?“
"말했잖아 할 거 있다고. 애초에 너 없는데 왜 가? 벌레들만 꼬이게."
"......“
그녀의 말처럼 남친인 내가 군대갔다는 소식에 지영이를 눕혀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참아내던 벌레들이 들러붙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내가 없는 학교는 갈 필요 없다는 소리에 입가가 실룩거리는데 뭘... 대체 뭘 한다는 건지. 의문이다.
"나중에 다 말해 줄게.“
"군대나 애처럼 중대한 사항은 아니지?“
"후후. 별거 아니니까 걱정마.“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정말 내가 신경 쓸 정도는 아닐 테다.
"알았어.“
아무튼, 우리는 늦지 않게 군부대에 도착했다.
아마, 어제 안 간 것과 애인, 그리고 비싼 차를 타고 안에 들어가면 논란이 될 것이기에 일부러 멀리 떨어진 곳에 내려서 뛰어갔다.
처음 온 곳이라 조금 헤매긴 했지만 제시간에 상근들이 모여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제 안 온 새끼인가 보네?“
문을 열자마자 들려오는 욕.
"요즘 군대 좋아졌네? 시발.“
뭐지 이 새끼는.
학교 다닐 적엔 앞도, 뒤도 아닌 어중간한 중간 자리에 앉아서는 친구 없이 혼자 학교 생활을 보냈을 것만 같이 생긴 안경 낀 멸치는.
"이병. 강민훈."
"집 잘 사냐? 얼마나 잘 살길래 훈련소 끝나고 집 갔다고 오늘 오냐? 십새끼야?"
솔직히 전적으로 내가 잘못하기는 했다.
어떻게 보면 탈영과 다름 없는데 군부대는 조용하기 그지없으니까.
그런데 같이 꿀을 쳐 빠는 새끼가 먼저 군대에 들어왔다고 입을 터는 꼴이 상당히 역겨웠다.
물론, 여자친구 빨이 99.9%인 모기 새끼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영이가 없어도 이것 보단 잘 살 수 있을 거 같은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