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토라세 여친님-99화 (99/142)

〈 99화 〉 윤지아

* * *

"아니, 언니! 갑자기 나타나서는 왜 이러는 거야!"

갑자기 술자리에 난입해 자신을 끌고 가기 시작하는 그녀의 친언니. 지영이의 팔을 툭 쳐내며 동생인 윤지아가 소리쳤다.

"말했잖아? 바빠서 신경 못 썼다고."

"신경 안 써줘도 돼! 언니 없어도 나 잘 다니고 있으니까."

"그 말이 아닌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분명 자신의 친언니인데 왜 이렇게 예쁘고 매력적인 건지. 자신도 모르게 지아는 얼굴을 붉혔다.

"가서 얘기해 줄게."

"그러니까 먼저 설명을 해 줘! 그래야 내가 순순히 따라가던가 그럴 거 아니야!"

다시 손목을 붙잡고 끌고 가려 하자. 희고 고운 손을 피하며 황급히 거리를 벌렸다.

"기숙사 안 들어가고 지취하지?"

"어...? 응. 왜?"

"나와서 우리 집에서 살아."

"......"

다짜고짜 집에서 함께 살자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

대학까지 왔는데 가족인 언니랑 또 같이 지내야 한다고? 집에 여유가 없는 거라면 백 보 이해하는데 현재 그녀들의 집은 찢어지게 가난한 상황도 아니었다.

등록금과 월세를 지원해주지 못해 알바할 정도가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런데도 같이 살자고 하니. 이런 생활을 기대했던 지아에게는 부모님에게 미안할 따름이지만 굳이 따를 이유가 전혀 없는 제안일 수밖에 없......

"돈 안 받을 거야. 그리고 두 분께는 계속 자취한다하고 주기적으로 보내오는 월세는 네가 다 써."

"응! 언니! 같이 살자!"

먼저 말해 줬어야지! 그런 거면 가야지. 순순히 따를 의향이 있었다.

지아는 해맑게 웃으며 지영이를 끌어안았다.

"근데. 훈이 오빠랑 살고 있지 않아? 상의는 된 거야?"

비록 세, 섹스는커녕 남자친구와의 알콩달콩한 연애는 단 한 번도 접해보지 않았지만, 결혼을 예정한 남녀 둘이 사는 집에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의 여동생이 함께 사는 걸 좋아라할까? 애초에 지아가 들어가 살게 되면 하고 싶은 그, 그런 걸 못하지 않은가?

남자는 성욕이 많다고 하던데.

"괜찮아."

이런 걱정이 무색하게 다 잘 될 거라는 표정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헀다.

사이가 나빠진 건가? 아니면 하고 싶을 때마다 나가서 하려고? 귀찮게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

언니인 지영이가 이렇게까지 자신을 배려해줄 것 같지 않은데 말이지.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일단은 언니를 따라 걸었다.

그러다가.

"언니... 이게 뭐야?"

차에 대해 모르는 그녀라도 이게 엄청 비싸다는 걸 알 수 있는 고급 차에 올라타는 자신의 언니를 보며 표정을 굳혔다.

"타."

"아니, 언니!"

"아, 아직 너한테는 말 안 했지?"

지아는 조수석에 올라타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빠가 미국 로또 당첨된 거 알지?"

"으, 으응."

조수석에 올라타면서 생ㄱ

그거 때문에 갑자기 우리 집안은 순식간에 졸부가 되지 않았던가.

부모님도 힘들게 일을 다닐 필요 없어서 다 때려치웠는데 말이지.

"거짓말이야. 미국 로또 사려면 미국에 가야 하는데 간 적도 없잖아? 그리고 대신 구매해 주는 업체를 이용하더라도 만약 말도 안 되는 확률을 뚫고 1등 나오면 바로 꿀꺽하지 순순히 주겠어?"

"어.....?"

"다 내가 번 거야. 내 돈이라고."

"......"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러니까 갑자기 생긴 돈이 지영이가 번 돈이라고? 그러면 등록금이랑 월세 또한, 부모님이 아니라 언니가 내준 거란 말이야?

믿기지는 않는데 에디슨, 아이슈타인의 환생이라고 생각되는 자신의 언니가 거짓말을 칠 리도 없기 때문에.

"사, 사랑해?"

"푸흐. 나도 사랑해."

"와아! 언니이이!"

그녀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경악하다가 이내, 운전석에 앉아있는 지영이를 다짜고짜 끌어안았다.

"언니! 언니!"

"응? 왜."

"나 갖고 싶은 게 있는데......"

"나중에 보고 사 줄게."

"정말?!"

"하는 거 봐서."

"정말이지?! 약속했다!"

"어."

"아싸! 시키고 싶은 거 다 시켜! 집안일부터 시작할까?! 아니면 뭐 다른 거?!"

"나중에 말해 줄게."

"네!"

뭘 원하는지도 말한 적이 없는데 바로 사준다고 한다.

비싼 옷이나 명품 가방이나 심지어는 자동차까지 불러버릴 수도 있을 텐데. 설마 그 이상까지 부르지 않을 거라 믿는 걸 수도 있거나 아니면 뭘 사달라고 하더라도 다 사줄 수 있을 정도로 그만큼 돈이 많다는 거겠지.

근데 어떻게 번 걸까? 성격상 절대창녀 짓으로 번 것 같지는 않지만 궁금할 따름이다.

뭐, 어떻게든 벌었겠지. 어려서부터 천재인 언니를 쫓아가려고 발버둥을 쳤던 지아인지라 어떤 수단이 있었을 거라 확신하며 얌전히 따라갔다.

"우와."

서울에서는 20평짜리 집을 구하기도 힘들 정도로 비싸다고 하던데. 자신의 언니를 따라간 곳에는 무려 저택이 자리 잡고 있었다.

급기야 훈이 오빠를 버리고 대기업 회장의 아내로 들어간 게 아닌가 의심이 들어올 지경이다.

"안 들어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이미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지영이가 재촉하기에 이르자 지아는 불안함을 품에 안고 따라 들어갔다.

"아...! 아아아! 시발! 미쳤냐고!"

"에.....?"

대문을 지나 정원에 들어섰고, 아름다운 정원도 지나 현관문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갔다.

마찬가지로 거대한 현관이 그녀를 반겨오는 것도 잠시. 안쪽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의 욕설에 얼빠진 표정으로 몸을 굳혔다.

"훈이 오빠가 아니라 여자 목소리? 그리고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뭐랄까. 요즘 TV 프로가 재미없어져서 인방으로 넘어갔는데. 그곳에서 유독 재밌게 보는 스트리머, 그래.하루의 목소리와 비슷해 보였다.

"아니, 제대로 쐈다니까? 진짜 맞췄다니까?!"

억울함이 가득한 목소리는 집 안 전체로 울려퍼지고 있었다.

똑똑.

"아, 여러분들 타이밍 좋게 죽고 시간이 돼서 오늘은 이만 끌게요~!"

지영이가 어느 방문 앞에 가서 활짝 열린 문을 두들기니 방송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여자는 방송을 끈 듯 싶다.

"언니. 여기 뭐 기숙사야? 아니 이런 기숙사가 있어?"

돈도 많이 벌고 커다란 집도 하나 샀는데 빈방이 너무 많아 하숙집이라도 하는 건가 싶어 물어보았다.

"잠깐만... 하루언니. 왜 문 열어두고 방송하고 있어요? 그리고 아직도 안 껐어요?"

"아아. 너 나가고 끄려고 했는데 발정난 망아지 새끼마냥 훈이가 흥분해서 예린이 언니를 덮치는 바람에 기껏 사 왔던 것들이 엎질러... 어? 누구야?"

왠지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이 방을 나오니 지아는 그제야 익숙함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정말로 하루였다니. 놀라움과 의아함이 공존했다.

"아, 안녕하세요! 언니의 동생인 윤지아라고 합니다!"

"헤에... 닮은 구석이 있어 보이던데 동생이야?"

"네, 네!"

정말 하루였다.

귀여운 외모에 그렇지 못한 걸레라도 문 듯한 더러운 입까지 지아가 아는 하루가 분명했다.

그런데 요즘 100만 구독자를 달성하고 빨아주는 흑우들과 광고도 쉴 새 없이 쇄도해 돈이 마를 일이 없는 그녀가 대체 왜 자신의 언니의 집에 얹혀사는 걸까?

아니면 이 집이 하루의 것인가?

그렇다고 치기에는 너무 비싸 보이는데. 으음.

"예쁘네."

"제 동생이니까요. 그리고 오늘부터 이 집에 살 거예요."

"......"

역시나 불편한지 하루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지영아. 설마 네 동생을?"

"제가 해보고 싶은 플레이가 있어서요."

"그게 자매 덮밥이야?"

예...? 자매 덮밥? 그게 뭐야? 먹는 거야? 아니면햄버거 게임 같은 건가?

싱긋.

지영이는 대답하지 않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그렸다.

"참... 너도 대단하다. 아무튼, 폭주한 훈이 때문에 사 놓은 게 엎질러져서 새로 사러 갔고, 나는 집에 남아서 하린이 보기로 했는데 좀 오래 걸릴 것 같아서 그냥 방송을 조금 더 하기로 한 거야."

"헤에. 벌써 힘을 빼려고 하네? 귀엽게."

"아니... 지금 무슨 얘기하는 거야? 나 전혀 모르겠어."

폭주? 훈이 오빠가 무슨 폭주? 그리고 예린이 언니라는 분은 누구고 하린이는 또 누구야?

"나중에 다 알려줄 테니까 일단 씻고 와."

얼떨떨하게 샤워실로 들어가 몸을 씻고 나오니 훈이 오빠와 예린이 누나로 추정되는 농후한 미인이 음식 재료들을 부엌에다 내려놓고 있었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영문일까.

얼핏 봐서는 단순히 누나 동생 하는 사이처럼 보이지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연인 사이 같다고나 할까.

심지어는 그 언니 말고도 또 다른 미인이 마지막으로 집에 들어와서는 훈이 오빠와의 애정표현을 그녀의 친언니 앞에서 대놓고 해대니 머릿속이 혼란해지며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아는 멍한 얼굴로 앉아있다가 상다리가 부서질 만큼 다양한 요리가 올려지고서야 식탁에 앉았다.

옆에는 친언니인 지영이, 반대편에는 훈이 오빠, 앞에는 하루, 하루의 양옆에는 성은 모르지만 예린이 언니와 은정이 언니가 앉았다.

하나같이 모두 엄청난 미인이다.

"너무 성의 없이 대답하는 거 아니야? 이제 여기서 살기로 했는데 제대로 대답해주고 그러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않나?

눈앞에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여자랑, 아니, 여자들이랑 서로 먹여주며 먹고 있는데 말이지.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이는 자신의 언니가 처음으로 정신 나간 미친년처럼 다가왔다.

"훈아."

"응?"

"밥 다 먹었어?"

"대충은."

"그럼 바로 하자."

"어? 아직 9시도 안 됐는데?"

"얘 상태가 조금 이상하니까 바로 하지 뭐."

그렇게 말한 지영이는 음료에 알약을 탔다.

알약은 빠르게 분해되며 음료 속으로 사라져 처음부터 알약이 없었던 상태처럼 변하였다.

"자, 먹어."

또 그걸 지아에게 내밀었다.

너무도 수상한 알약. 하지만 동생에게 나쁜 짓을 하겠냐고, 또한, 너무 황당한 지금 이 상황을 회피하고자 순순히 받아 먹었다.

그리곤 급속도로 밀려오는 수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식탁 위에 엎어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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