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화 〉 또 다른 플레이
* * *
"자. 정식으로 인사해. 지아야."
"......"
공손하게 손을 배꼽 위로 모으고 우물쭈물 대는 지아.
"지아야?"
"으읏... 하아......"
지영이의 재촉에 깊은 한숨을 내쉰 뒤.
"안녕하세요... 이번에 훈이 오빠의 여섯 번째 첩이 된 정실. 윤지영의 여동생. 윤지아라고 합니다."
"와아아~!"
"어서와~!"
"잘 부탁해에~!"
"결국, 이렇게 됐네... 참......"
예린이 누나와 하나 누나, 그리고 수영 누나는 박수까지 쳐대며 긍정적인 반응이었던 것에 비해 은정이는 아무래도 좋은지 한 상 가득 차려놓은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먹는 데에 바빴고, 하루 누나는 헛웃음을 삼키며 지영이를 바라보았다.
그런 누나의 시선을 느낀 지영이는 태연하게 생긋 웃었다.
결국, 이렇게 지아는 내 여섯 번째 첩이 되기로 했다.
생각보다 좀 빠른 게 아닌가 싶을 수도 있을 텐데 그 말이 맞았다.
사실대로 말해서 지아는 내게 호감을 조금 느끼고 있을 뿐이지 아직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 첩이 되기로 마음먹은 것은 간단하게 내 자지가 주는 쾌감에 빠져버려서.
그리고 오랫동안 짝사랑을 해 왔던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상대인 지영이와 함께 내 품에 안길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그냥 첩이 되기로 한 것이다.
지영이의 말대로라면 자신에게 향하는 사랑이란 감정은 빠르게 내게 바뀔 거라고 하는데 그게 쉽기는 할까.
단기간 만에 지영이에게 사랑을 느낀 여자들. 예를 들면 예린이 누나나 하루 누나 같으면 아직 그 사랑이 정착도 하기 전에 내가 나타나서 손쉽게 앗아갈 수는 있었지만 은정이처럼 꽤 긴 시간 동안 짝사랑을 해 왔다면 그 사랑이란 감정이 향하는 대상을 바꾸기란 어려움이 존재했다.
첫 번째 첩이나 꽤 애를 먹은 은정이는 고작해야 약 1년 가까이인데.
지아는 또 어떤가.
못해도 5년 이상인데 과연 마음을 바꾸게나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내 여자친구님이 확신하고 그런 말을 하는데 조만간 지아도 내게 푹 빠지게 되지 않을까.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된다.
거기다가 거의 강간의 형태로 소중한 처음을 앗아갔으니 지영이라면 몰라도 날 용서해주기까지 시간이 걸릴 게 분명하다.
뭐... 그래도 어떻게든 되겠지. 최악의 상황으로 향하면 내 여자친구님이 알아서 커버쳐줄 것이고.
"자기소개는 이만하면 됐고, 배고픈데 어서 먹자~"
이 집에 온 지 며칠이 지난 지아이다.
그래서 대충 알만한 건 다 알고 있고, 첫날에 시시콜콜 질문을 던지는 것보다 천천히 알아가는 게 좋다고 판단한 예린이 누나는 하린이에게 젖을 물리며 말했다.
나와 예린이 누나 사이에서 나온 사랑의 결정체. 하린이가 커다란 가슴을 손에 쥐고 쪽쪽 빨아댔다.
분명 앞에 때깔도 좋고, 김도 나는 따뜻한 음식이 눈앞에 있지만 시선은 자꾸 누아의 남은 한 쪽 가슴으로 향했다.
"흐응. 훈이는 밥 안 먹고 누나 젖 먹고 싶어?"
생긋 웃으며 아슬아슬하게 옷에 가려져 있던 가슴을 꺼냈다.
"밥 먹는데 뭐해욧! 가슴 넣어요. 언니!"
하나 누나는 부러움을 애써 가리는 듯한 얼굴로 소리쳤다.
"왜에. 내 또 다른 아기가 맘마 먹고 싶다는데."
응애. 나 아기 훈이.
나도 모르는 사이 정신연령이 퇴화하고 예린이 누나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훈아. 일단은 밥 먹자. 식으면 맛없어."
"그렇지?"
내 밥그릇에 반찬을 차곡차곡 올려주면서 지영이가 그렇게 말하자 정신연령은 곧장 원상태로 돌아왔다.
그녀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으며 밥을 먹기 시작했다.
"와아... 맛있다."
"그치? 언니가 요리는 엄청나게 잘하거든."
"그런가요?"
수영 누나의 말에 지아는 눈을 반짝이며 부담스러울 정도로 예린이 누나를 바라보자 누나는 기쁘게 웃음 지었다.
솔직히 예린이 누나 정도의 실력이라면 카페가 아니라 음식점을 차려도 성공할 듯 싶었다.
얼굴도 예쁘지, 몸매도 좋지, 착하지, 그리고 요리도 잘하지. 도저히 성공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요리 실력이 생각보다 혹평을 받지 못하더라도 무척이나 예쁜 외모가 뒤받쳐주는데 말이지.
모든 장사는 압도적인 실력이 없다면 외모가 짱이다.
그 증거로 누나의 카페는 맛은 상당히 맛있는 정도가 아니지만 미녀 두 명의 존재만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으니까.
"근데 익숙해지면 안 돼."
"왜요?"
"다른 사람이 만든 건 맛이 없게만 느껴지거든."
"아......"
일반인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곤란함이다.
맛있는 요리도 특식으로 한 두 번 먹어야지. 계속 먹으면 입맛이 익숙해져 버린다.
잡식성이라 뭐든 잘 먹는 나는 문제 없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까지 다이렉트로 이룩한 수영 누나와 하나 누나는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그도 그럴 것이 점심시간에 회사 사람들과 나가서 먹기 때문이다.
예린이 누나가 만들어준 음식을 도시락 형태로 싸가는 방법도 있는데 같은 팀원이면 함께 밥을 먹고 해야지 그게 팀이라면서 회사 사람들이... 아니, 팀장이 눈치를 준다나 뭐라나.
근데 그 회사의 지분의 3분의 1이 지영이의 것이라는 걸 알려나. 두 누나는.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치...? 먹지 않을 수도 없고, 먹으면 언니가 해준 게 그리워지고."
"마자마자."
수영 누나의 투덜거림에 하나 누나는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대충 이런 식으로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녁을 뚝딱 처리한 우리는 상을 치우기 시작하였다.
"제, 제가 할게요."
"아냐. 앉아있어도 돼."
"그래도... 얹혀사는데 너무 하는 게 없는 것 같아서요."
설거지하려 고무장갑을 낀 예린이 누나에게 자신이 한다고 말하지만 누나는웃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얹혀사는 느낌이 강해 눈치가 보여 뭐라도 하고 싶은 것일까. 그런데.
"왜? 너도 훈이 아내잖아? 마음 편히 있어."
"아, 아내.....!"
내 첩이 되기로 한 이상. 이 집에 있으면서 눈치를 볼 이유는 없어졌다.
예린이 누나는 살짝 결벽증 느낌이 있어서 다른 사람이 설거지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저번에 하나 누나가 했다가 제대로 안 씻었던 적이 있어서.
"그래도 하고 싶으면 과일이라도 깎아줄래?"
"아, 네!"
"냉장고... 두 번째 냉장고를 열어 봐."
참고로 부엌에는 냉장고가 세 개 있었다.
일반 냉장고. 김치 냉장고. 과일이나 간식 용도로 먹을 디저트 냉장고로 말이다.
"와......"
냉장고 안 가득. 다양한 과일들의 모습에 지아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무거나 깎아서 그릇에 올려놓아 줘."
"네......"
사람의 수는 자신을 포함해서 일곱 명이라 과일을 깎는 것도 쉽지만은 않은 길이다.
그래서 원래라면 두세 명에서 깎는데 오늘은 왜인지 모르게 후식을 먹을 생각이 없는지 다른 여자들이 안 보였다.
어쩔 수 없이.
"도와줄게."
"아... 고마워요."
혼자서는 너무 오래 걸리니 내가 도와주기로 했다.
정말 일손이 필요한 곳은 설거지인데 누나가 영 싫어하니 과일만 대충 깎아주고 물로 씻는 거라도 하고 싶다고 앙탈을 부려봐야겠다.
그렇게 커다란 접시 세 곳에 과일을 깎아 두고 누나의 설거지까지 어찌어찌 도운 나는 거실로 향했다.
"이게 뭐야?"
여태껏 보이지 않았던 지영이를 포함한 여자들은 생크림과 녹아 있는 초코 같은 걸 들고 날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준비 끝났네?"
예린이 누나가 앞치마를 벗어 옆에 걸어두었다.
그리고는 고무줄로 묶어두었던 긴 생머리에 자유를 주며 머리를 털었다.
"고생했어요. 언니."
지영이가 수갑을 좌우로 당겨 체인 부분을 팽팽하게 만들면서 말했다.
부, 불안하다.
너무 불안해서 미칠 지경이다.
뒷걸음질을 치며 벗어나려던 찰나.
"후후. 어디갈까? 훈아?"
언제 내 등 뒤에 서 있었던 것인지 예린이 누나는 내 구시가에 바람을 불며 속삭이자 몸이 한 차례 떨려왔다.
"뭐 하려고?"
마찬가지로 뭐가 뭔지 모르는 지아였다.
"재밌는 거."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유혹할 법한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 지영이는 태연하게 내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자. 훈이 누워."
아까까지 수많은 음식 거리가 올라가 있던 테이블에는 어느샌가 두꺼운 이불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위에 누우라고 재촉한다.
이건 또 무슨 플레이야.
대충 짐작은 가긴 하는데 이거 원래 남자가 하는 거였나? 내가 알기로는 예쁜 여자가 나체 상태로 남자들에게 마구 젓가락질 당하는 플레이로 아는데 말이지.
"참......"
지영이를 비롯한 내 여자들은 기대 어린 눈빛으로 어서 누워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니 이런 플레이는 싫다고 도망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순순히 수갑을 채워진 채로 테이블 위에 천장을 보며 누웠다.
이상하리만큼 테이블과 딱 맞았다.
최근에 이걸 샀었는데 산 이유가 이러려고 샀던 것처럼 말이다.
철컹.
".....?"
발목에도 수갑을 채웠다.
이거 완전 지아가 내게 범해졌을 때랑 비슷한 것 같은데.
저 봐라. 지아도 그때가 생각났는지. 그리고 내게 똑같이 복수할 기회라고 생각하는지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싹둑!
미리 준비해둔 가위로 내 옷을 천천히 잘랐다.
"옷 아깝게 뭐하는 거야. 이럴 거면 처음부터 옷 벗으라 하지."
"왜? 재밌잖아? 묘하게 흥분되고. 안 그래요?"
"응. 흥분 돼."
지영이의 물음에 힘겨울 정도로 숨을 헐떡이며 잔뜩 흥분한 은정이가 대답했다.
"좋아... 나도."
"하악하악...! 나도!"
하나 누나와 위험해 보이는 수영 누나까지.
"어머 귀여워."
예린이 누나의 눈빛도 심상치 않았다.
"자. 이제 토핑을 올려볼까?"
대충 옷을 다 잘랐을 때. 지영이는 초코를 내 가슴에 발랐다.
그녀를 따라 여자들이 차가운 생크림을 바르거나 깎은 과일과 딸기 같은 것도 하나둘씩 올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