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토라세 여친님-141화 (141/142)

〈 141화 〉 회사

* * *

하나 누나와 휴게실에서의 섹스가 있고 난 후로부터 며칠이 지나갔다.

"저 남자가... 수군수군."

"와... 그 짧은 시간에 애까지 있는 유부녀인 하나 씨를 꼬셔서... 수군수군."

"내 말이 맞지? 그런 년들은 걸레라니까. 수군수군."

"야. 나도 한 번 대달라고 할까?"

하나 누나와 난 회사에서 유명 인사가 되었다.

아니, 애초에 하나 누나는 그 누가 보아도 예쁜 미모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 젊은 나이에 결혼했고, 애까지 딸린 유부녀라는 사실에 누나를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잘생기긴 했어도 소문이 날 정도로 잘생긴 정도는 아니기에 그저 그런 일개 신입사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회사 내의 어떤 남자들보다 유명 인사가 되었다.

뭐, 굳이 하나 누나가 아니더라도 얼마 전에 들어온 신입사원이 기존의 여직원을 휴게실에서 따먹었는데 그것 하나만으로도 유명해지기에는 충분했다.

"......"

나는 옆에서 수군거리는 사람들을 일체히 무시하며 걸음을 옮기고는 내가 일하는 부서에 도착했다.

처음만 하더라도 반갑다며, 친하게 지내자며 선뜻 다가와 먼저 말을 건네주던 사람들은 날 힐끔거리며 쳐다만 볼뿐. 묵묵히 자기 할 일을 시작했다.

유일하게나마 내게 하나 누나를 자신의 것이니 건들지 말라 했던 과장 이정욱만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날 죽일 듯이 바라보았다.

이거... 참... 하하.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했다.

그때 이후로 일거리는 많이 넘겨주지 않았다.

그저 내가 할 일만 줄 뿐이라 오히려 더 나은 회사생활이 아닐 수가 없다.

계속 모여드는 시선과 다 들리게 수군거리는 목소리만 아니라면.

"그... 지훈 씨... 부장님이 부르세요."

"아. 네."

날 껄끄러워하는 게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여직원이 오늘 처음으로 말을 걸어주었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부장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문 앞에 서서 잠시 심호흡을 한 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니 책상 앞 소파에 등을 기대어 앉아있는 부장님과 부장님 앞의 소파 한쪽에 앉아있는 하나 누나와 수영 누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먼저 회사로 나갔던 두 누나가 보이니 묘하게 반가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걱정되었다.

수영 누나는 그렇다 쳐도 하나 누나는 무슨 소리를 들었을까.

과부도 아니고 남편도 있으며 애 까지 딸린 유부녀가 어찌 회사 내에서 불륜을 저질렀냐며 욕을 먹었을까?

수영 누나는 그런 누나를 커버쳐주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하나 누나와 내가 마음이 맞아서 대놓고 섹스한 우리 둘 다 잘못이지만 전적으로 누나보다 내 잘못이 크게만 느껴졌다.

이게 바로 책임감일지도 모르겠다.

"뭘 그리 걱정하고 있나. 하하하."

근데 내 걱정과는 달리 부장님은 호탕하게 웃었다.

예......?

"뭐, 부부가 섹스 좀 할 수 있지. 근데... 섹스한 장소가 아무리 직원들이 잘 찾지 않는 휴게실이라도 거기서 하는 건 조금 그렇지만."

이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 딱 하나의 방도가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내가 하나 누나와 결혼한 사이라는 걸.

말이 결혼한 사이지 아직 결혼식을 제대로 올리지는 않았다.

그나마 이런 일이 있을 것 같아 지영이가 권력을 써서 여러 개의 혼인신고서를 만들어 냈다.

그래서 가족관계 증명서 같은 걸 떼서 보여주면 믿을 수밖에 없는데 이러면 수영 누나만 곤란해졌다.

이 때문에 하나 누나는 수영 누나의 제안에 고개를 저으며 우리 잘못 때문에 너만 불편하게 만들 수 없다고 거절하지 않았던가. 나도 그랬고.

근데 마땅히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하나 누나는 내가 남편이란 사실을 털어둔 것 같다.

"원래라면 불륜이기도 해서 회사 질서를 어지럽히니 권고사직 말이 나왔는데 부부라면 얘기가 달라지지. 안 그런가?"

"그... 네에......"

이 정도면 그냥 일방적인 해고 통보해도 할 말 없긴 한데 권고사직을 준다니. 착한 부장인가 보다.

"근데 왜 숨긴 건가? 숨길 이유는 없을 텐데."

부장님은 하나 누나와 수영 누나가 가져왔을 거로 추정되는 종이들을 모아 정리하며 내게 물었다.

이걸... 넘겨야 한다. 어찌 자연스럽게 넘기냐!

"그... 아무리 부부라도 회사 내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부부처럼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응...? 왜지? 그게 이유라도 되나?"

"그야 회사에는 일하러 왔지 연애나 부부의 사랑을 더더욱 피우려고 온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게 말하기에는 너희 둘은 휴게실에서 하지 않았나?"

"그, 그건! 점심시간이기도 하고 제가 처음 얻은 직장이라 많이 힘들고 스트레스받아서 누나한테 좀... 하, 하하."

어색하게 웃음을 흘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하나 누나는 내 대답을 덧붙여.

"아니요. 부장님. 제가 제 남편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풀어주려 했던 거예요."

굳이 말할 필요 없는 말이긴 한데 그래도 부장님이 보기에는 사랑이 무한한 부부처럼 보이기엔 충분했다.

"하하하하. 보기 좋구만. 보기 좋아. 나도 전엔 아내와 이랬었는데 말이지. 그립구만."

부장님은 아련한 얼굴로 잠깐 눈을 감았다가 뗐다.

"뭐, 내 더 파고들지 않으마. 너희들만의 생각이 있었겠지. 그래도 회사 규정에는 섹스하지 말라고 콕 집어서 말하는 규정은 없긴 해도 과도한 애정표현은 안 된다는 규정이 있지. 내 생각에는 여기에 섹스가 들어갈 거라 본다."

"네에......"

애정표현 자체에 섹스가 들어가는 건 맞긴 하니 딱히 할 말은 없다.

"회사는 나갈 일은 없지만 징계는 있을 예정인데 권고사직도 받는다만 어쩌겠나? 이 조건은 징계를 받고 나서도 유효하니 천천히 고민해봐도 돼."

부장님은 너희가 권고사직을 선택할 거라고, 선택하지 않아도 나중에는 반드시 권고사직을 택할 거라 확신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회사 전체에 소문이 퍼질 대로 퍼졌는데 징계를 받고 버티더라도 소문을 들은 직원들이 알다가도 모르게 왕따를 주도하고 뒤 담화는 계속되니 정신적으로 버티지 못할 게 분명하다.

내 생각도 그렇다.

아무리 부부 사이라도 남자인 난 그렇다 치는데 여자인 하나 누나는. 그것도 지금 당장 연예인을 해도 비주얼 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하나 누나는 곤란한 상황에 빠진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안 그래도 질투심 나게 너무나도 예쁜 누나를 과하게 물어뜯을 게 생겼는데 어찌 여자들이 가만히 있을까.

지영이도 말하길. 생각보다 여자들은 더 추악하고 역겹고, 소름 돋는 성별이라고까지 하지 않았던가.

"누나......"

나는 누나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내가 결정할 건 아니다.

아니, 난 후자를 택하라고 미친 듯이 말해주고 싶은데 누나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싶다.

"그냥... 계속 다닐게요."

"힘들 텐데."

"괜찮아요... 그래도 부부 사이라고 밝히면 조금 잦아들 거예요."

"흐음... 그럴지도 모르겠지. 뭐, 언제든 말하게. 내 기다려주지."

"감사합니다......"

윗대가리들은 하나 같이 문제 있어 보였는데 부장은 정말 괜찮은 사람이었다.

우리 셋은 허탈하게 웃고 있는 부장에게 고개를 숙인 뒤에 부장실을 나왔다.

"하아......"

나오자마자 하나 누나는 여러 의미가 담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누나... 괜찮아요?"

"응...? 나?"

"네."

"뭐... 솔직히 아쉽긴 하겠지. 근데 둘이 힘들어 하는 건 더 싫고, 둘이랑 같이 회사도 다니고 싶은데 나 혼자 다니는 것도 조금 그렇잖아? 그러니까 괜찮아."

수영 누나도 회사 안에서 나와 친하게 지내는 걸 넘어 결혼한 사이라는 걸 밟히듯이 지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하나 누나 때문에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생겨버렸다.

뭐, 애초에 둘은 유부녀라는 컨셉인지라 나중에 들어서는 문제가 제기될 사이이긴 해도 우리가 소문만 무시하면 되었을 거다.

근데 이제는 완전히 거리를 유지해야만 했다.

생각해 보아라. 남편이 다른 여자와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어찌 아내가 가만히 둘 수 있을까.

아내가 괜찮다고 하더라도 부부 사이에 시도 때도 없이 셋이 함께 있으면 자연스럽게 눈치도 없이 끼어드는 수영 누나만 욕을 먹을 거다.

그만. 이 문제는 이미 끝났으니 그냥 넘어가기로 하고 이젠 해명할 차례이겠지.

"갈까요? 누나."

"응......"

하나 누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나 누나는 싱긋 웃으면서 손을 맞잡았다.

그렇게 우리는 손을 잡은 채 걸어 부서로 돌아와서는 열심히 일하고는 있지만 자꾸 우리한테 시선을 가져오던 직원들에게 모든 걸 털어두었다.

회사에서는 일만 하는 곳이지 사랑을 꽃피우는 곳이 아니라 모르는 척하려 했지만 내가 참지 못해서 누나를. 누나가 참지 못해서 날 덮쳤다고 말하며 해명한 다음에 공식적으로 부부로 받아들여졌다.

이제야 하나 누나가 그럴 사람이 아닌데 그렇기에 뭔가 잘못되었다고, 보기보다 대담하다며 누나에게 말을 걸며 다가왔다.

나에게도 남자 직원들이 다가왔다.

섹스한걸 없었던 일로 치부할 수는 없지만 그나마 부부 사이라서, 아내가 하나 누나처럼 무척이나 아름다운 미인이라 그럴 수 있다며 남자 직원들은 전적으로 이해한다는 얼굴이었다.

그래도 악담하는 사람이 없어진 건 아니다.

그렇지만 완전히 고립된 것도 아니니 이 정도면 충분히 회사생활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단 한 사람. 이정욱 저새끼 눈빛이 심상치 않다는 것만을 제외하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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