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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토라세 여친님-142화 (142/142)

〈 142화 〉 회사

* * *

까득... 까득... 까득까득.

이정욱은 사람 하나 간단히 죽일 듯한 눈빛으로 자신이 노리던 여직원이던 하나와 달라붙어서는 하하호호 대화를 이어나가는 강민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발.

남편이 있고, 애까지 있다는 말은 전부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들을 쳐내기 위한 거짓말이라 생각했었는데.

그에 따른 증거로 타당하다 못해 입증할 정도였는데 그게 진짜였다니.

여태까지 자신이 한 것들이 무용지물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게 이정욱은 자신의 것이었던 여자를 저 강민훈에게 빼앗긴 기분까지 들어 복수심에 불탔다.

내 여잔데. 내 거였는데 저새끼가 끼어드는 바람에 빼앗겼다는 말도 안 되는 망상에 휩싸였다.

"말이 돼...? 회사에서 대놓고 세, 섹스를 했는데 가만히 내버려 둔다고? 하. 시발."

아무리 부부라도 그렇지 회사 안에서 대놓고 섹스하다 걸렸는데 이 정도면 그냥 바로 해고 처리해야 하지 않나?

회사 물을 흐리는 것도 있고, 무엇보다 상대적 박탈감까지 들게 하는데 말이지.

연봉이 조금 까이고, 휴가 잘리는 정도에서 끝나다 못해 권고사직...? 권고사직.....?

그냥 해고해야지. 그래야 다른 회사에 취업하려 하는데 회사 안에서 아, 아내... 아내... 큭...! 여자와 섹스하다 걸려서 해고되었다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밝혀져 힘들게 좋은 대학 나왔지만 대기업이나 이름 있는 중소기업에 들어가지 못해야만 했다.

"하... 개같네."

처음으로 몸과 마음을 둘 다 줘도 괜찮을 여자를 찾았다고 생각했더니 정말 임자 있는 여자였고, 그 여자와 남자가 회사 안에서 알콩달콩한 모습을 질리도록 봐야 한다니. 정말 짜증이 솟구쳤다.

이래서는 자신이 나가거나 저 둘 중의 한 명이 나가야만 될 것만 같았다.

근데 자신은 과장이며 핵심 인력이라 나갈 순 없다.

그렇다면 당연히 저 둘 중의 하나가 나가야지. 둘 다 나가도 되긴 한데 이왕이면 남자 한 명만 나가면 충분할 듯싶다.

애초에 일을 잘하는 직원을 내보내고 새 직원을 뽑아 또다시 처음부터 가르쳐줄 이유 따윈 전혀 없다.

이정욱은 입가에서 손을 떨어뜨렸다.

어찌나 손톱을 물어 뜯었는지 피가고여있을 정도였다.

그래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저들을 몰래, 다른 사람 몰래 신고를 넣었다.

오늘도 넣고 다음 날도 넣고, 그다음 날도 넣고. 계속해서 말이다.

*

"뭐? 지아도 임신했어? 그럼 이제 지영이만 남은 거야?"

내 말에 하나 누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일단 내 여자들을 임신시킬 생각으로 박아대며 질내사정을 했었는데 이상하게도 지영이는 임신이 잘 되지 않았다.

아니면 일부로 지금 임신하지 않도록 사후 피임약을 먹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회사 일이 바쁜데 애까지 가지면 행동에 제약이 걸리게 되니까 말이지.

"신기하네. 난 예린이 언니 다음에 지영이가 바로 임신할 줄 알았는데 지영이보다 우리가 먼저 임신하고 그다음엔 하루 언니가 임신하고 그다음에도 지영이가 아니라 은정이가 임신하고. 결국, 마지막이네."

제일 먼저 나와 만났고, 제일 오래 사귀었으면 가장 많은 횟수의 섹스까지 했던 지영이인데 나머지 여자들이 임신할 동안 아직도 임신하지 못했으니 나 또한,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해되었다.

"그... 상처받지 않을까?"

"걔가?"

옆에서 수영 누나가 걱정어린 어투로 입을 열어보는데 하나 누나는 헛웃음을 삼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라도 지영이가 먼저 임신하지 못했다며 상처받을 정도로 약한 여자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도 그렇듯이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숨기고 싶은 게 있을 수밖에 없는 노릇.

그러니 혼자 임신하지 못해서 힘들어할 수도 있다.

나중에 지영이의 반응을 살피고 위로해 줘야겠지 원......

"그나저나 누나는 문제없어요?"

"무슨 문제?"

"그... 저희 걸린 거 뭐라 하는 사람 없냐고요."

"아아. 난 딱히 없는데?"

"그래요?"

누나가 나 때문에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다.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태연하게 말하고 있다.

"애초에 그거 아니라도 헛소문을 퍼뜨려가며 날 깎아내리기 바쁜 것들이라 익숙했고, 이제는 뭐 진실로 깎아내리기는 해도 별 타격은 없네. 예전부터 질리도록 들어본 거라서."

예쁜 여자는 예쁜 여자만의 고충이 있다.

일단 지영이는 예뻐도 너무 예쁜 나머지 남녀노소 상관없이 다 꼬셔버리는 사기적인 외모라서 그녀를 뒤에서 모욕하는 애들은 있을지언정 혼자서 그러지 다른 애들한테는 말도 못 하고 끙끙댈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영이를 욕하고 싶어 다른 사람에게 말했는데 그 다른 사람은 알고보니 지영이를 짝사랑하는 남자나 여자일 경우가 상당히 컸기 때문이다.

그러니 난 딱히 지영이를 노골적으로 싫어하거나 적대감을 보이는 여자는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런 여자가 없기도 하고 있어도 숨기려고 하니까.

대신에 지영이의 남친인 내게 표적이 옮겨져 내가 고생을 했었다.

하지만 하나 누나는 그런 것 없이 어렸을 적부터 여자들이 없는 사실까지 만들어내 소문을 퍼뜨리며 누나를 정신적으로 괴롭혔기에 지금은 익숙해졌다고 한다.

이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불쌍? 하다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말은 아니었다.

"그것보다 너는 어때?"

"저는... 뭐, 괜찮아요. 저도 비슷해서. 하하."

나도 어찌나 욕을 많이 먹고 싶지어는 지영이를 짝사랑한 양아치가 애들을 모아 날 죽도로 팬 적이 있을 정도인데 고작 뒤 담화로는 내 멘탈을 뒤흔들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지영이 때문에? 너 같은 놈이 어떻게 지영이랑 사귀냐고, 협박했냐고, 돈으로 꼬셨냐는 등등 이런 말 들었나봐?"

"헉...?! 어떻게 아셨어요? 누나 혹시 어느 고등학교 나왔는지......"

"다 알면서 그러네."

정확했다.

더 보충하자면 지영이를 강간한 뒤에 사진을 찍어 협박했다거나 지영이의 집안을 회생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뜨리고 돈으로 구슬렸다거나 하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이 퍼져나갔고, 그 소문을 철석같이 믿은 남자들이 악의 지축인 내 손에서 그녀를 구하는 히어로가 되겠다며 달라들었었다.

아아. 추억이네. 추억.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놈들이 난 정말 고맙다.

그 덕에 지영이랑 더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고, 단순히 호기심으로 날 만나던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내게 사랑을 느끼게 되었으니까.

옛날 생각 하니까 아직 미성숙했던 지영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런 그녀와 사랑을 나누면서 데이트도 하고 이것저것을 알아가던 그때가 그립기도 했다.

과거의 향수에 빠져 옛 기억을 떠올리고 있을 때.

"훈아. 시간 됐네 돌아가자."

"아. 벌써요?"

"아쉬워라. 섹스하고 싶었는데. 힝."

섹스 못했다며 아쉬워하는 수영 누나와 하나 누나랑 함께 휴게실에서 나와 다시 일하기 위해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일을 시작했는데 일하기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지영이?'

검은 양복을 입은 탄탄한 근육의 남자들을 바로 뒤에 대동하고 그 남자들의 뒤에는 익숙한 얼굴의 남자들이 따라 들어왔다.

내가 알기로 저 남자들은 임원들이었는데.

"드디어 왔네!"

묘하게 기뻐 보이는 이정욱은 일단 무시하고 지영이가 여긴 왜 왔지? 무슨 일 때문에?

"허억...?! 회, 회장님?!"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만이 가득하던 부장님은 처음으로 경악을 금치 못하며 그 누구보다도 빠른 속도로 지영이의 앞에 섰다.

어색한 미소를 덤으로 헤헤. 거리며 굽신거리자 직원들은 혼란에 빠졌다.

"회장님이라고? 저렇게 젊은 여자가?"

"와... 미치게 이쁘네. 저런 분이 회장님이면 난 죽어도 여한이 없는데."

"회장님이라잖아... 부장님이. 그리고 뒤에 임원들도 있는 걸 보면 맞는 듯."

"혹시... 가위치기 좋아하려나? 헤헤."

마지막에 뭔가 이상한 게 있는 것 같지만 지금 그걸 신경 쓸 여유는 없다.

"부장님."

"네, 넷! 회장님!"

지영이의 부름에 사단장을 앞에 둔 일병처럼 부장은 군기가 바짝 들어있다.

"신고가 들어왔어요. 여기서 섹스하다 걸린 부부가 있다고."

"......"

누가 저걸 또 신고했나 보네. 어휴.

부장님은 자기 선에서 잘 넘기려고 했는데 회사 실세인 지영이가 오니 사색이 되었다.

"그러니까 하나 씨랑 민훈 씨? 하나 씨랑 민훈 씨."

"아, 네."

"네."

우릴 부르는 것 같아 일단 앞에 섰다.

이정욱 저새끼 계속 웃는 걸 보면 범인은 저놈인 게 확실하다.

"그러니까 두 분이 휴게실에서 섹... 섹... 푸흐... 풉......"

그러나 지영이는 내 아내이자 정실.

그녀는 말을 잇다 도중에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

지영이의 이런 모습은 처음인지 임원들은 물론이고 경호원들까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훈아. 날짜를 보면 그때 내가 많이 빼줬는데 부족했나 봐? 회사 휴게실에서 할 정도로?"

"빼, 빼줘.....?!"

임원 중 한 명이 경악하며 말을 되새겼다.

"그, 그게......"

"근데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아 보이는데. 어떤 새끼가 널 힘들게 했거나 그냥 회사 생활이 생각보다 더 좆같아서 못 참은 것처럼 보여."

"......"

갑자기 싸늘해지는 표정과 목소리.

그냥 회사 따윈 다 때려치고 날 힘들게 만든 것들을 다 죽여놓을 것처럼 보인다.

"그중 하나가 이정욱이지?"

나는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은 또 없어?"

뒤 담화 정도는 할 수 있다.

뒤 담화한 것까지 처벌하면 여자 직원의 절반 이상이 처벌받을 게 분명하다.

그럼 지영이가 일군 회사에 큰 타격이 되겠지.

"없어."

"그래? 알았어."

날 얼마나 잘 아는 그녀인데 거짓말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지만, 굳이 따지지 않고 내게 다가와 날 품에 안았다.

그녀의 부드러운 가슴의 감촉이 얼굴에 느껴지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꼈다.

"만약 있으면 말해. 알았지?"

"응."

지영이는 방긋 웃으며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박치기했다.

나는 경호원과 임원들, 우리 부서 직원들과 호기심에 보러 온 다른 부서 직원들의 눈앞에서 키스를 나눴다.

정말 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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