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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게임 캐릭터가 살아났다!-12화 (12/173)

〈 12화 〉 탐구하라 ­ 1

* * *

흩날리는 복숭아 꽃잎도 없고, 초라한 가로수 아래에서 맥주캔 부딪친 게 전부지만, 우리식의 도원결의를 마치고나니 나나 녀석들이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었다.

오히려 처음 만나서 어색했을 때에 비해 보이지 않은 끈끈한 무언가가 우리들 사이에 이어진 기분이다. 어쩌면 그냥 술기운 탓일 수 있고.

자, 아무튼 이제 호칭 문제는 해결했으니 다음 문제로 넘어갈 차례다.

레반과 레테라. 이 두 사람을 좀 더 자세히 알 필요가 있었다.

길거리에선 지나가는 사람의 눈에 띌 수 있었기에 나는 머릿속에서 장소를 물색했다.

사람이 없는 장소가 필요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강변이 적당하겠지.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밑이라면 비를 피하면서 하고 싶을 걸 하기엔 제격의 장소였다.

최근 노숙자 몇몇이 자리를 잡고 살고 있긴 하지만, 지금처럼 비가 내려 강물이 불어날 즈음이면 그들도 어딘가로 피신한다.

눈에 띄는 레반과 레테라의 모습을 감추려고 사람이 없는 길로만 다니기 10분.

도착한 강변 다리 밑에는 예상대로 아무도 없었다.

불어난 강물은 먹이를 물어 챈 뱀처럼 몸을 뒤틀며 세차게 흐르고 있었지만 가까이 가지 않는 한 큰 위험은 없어 보인다.

나는 다리를 지탱하는 기둥 뒤편에 등을 기대며 쭈그리고 앉았다.

잊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부상을 입은 상태다. 그동안 움직인 것만으로도 상처 부위가 많이 욱신거렸다.

그렇게 쭈그리고 앉아 한 숨 돌리고 있으려니 레반과 레테라도 곁에 다가와 나를 따라하듯 쭈그리고 앉는다.

어째 몰래 담배 피려는 불량배들이 서로 둘러앉은 듯한 모양새가 되어서 웃음이 나왔다. 담배는 펴 본 적 없지만.

“으음…….”

쪼그리고 앉은 난 턱을 매만지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둘은 내 다음 지시를 기다리듯 묵묵히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장소를 옮긴 거까진 좋은데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게임 세계에서 이쪽으로 건너온 이유를 물어봤지만 명확한 해답은 없었다. 이들도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처지였으니까.

하지만 이들이 게임 속 캐릭터란 사실은 여전히 변함없을 거다.

그럼 먼저 확인해야 할 건…….

‘……과연 게임 시스템이 현실에서도 적용되는가?’

최근에 읽은 소설의 전개를 떠올려 볼 때, 이 상황에서 가장 어울리는 시도는 이것밖에 없었다.

“레반, 레테라.”

“네, 형님!”

“말씀하세요, 오라버니.”

두 사람은 형님, 오라버니라는 호칭이 벌써 입에 붙은 모양이다. 은근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이기도 했다.

이쪽은 아직 익숙해지지 않았지만 내색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복창한다. ‘상태창’!”

두 사람은 별 의문이나 의심 없이 내 말을 따라 했다.

““상태창!””

…………….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쯤이면 그들의 능력치가 적힌 창이 홀로그램처럼 허공에 나타나야 하는데……. 역시 현실은 소설처럼 스무스한 전개는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한 줌의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쳤다.

“스테이터스! 스탯창! 감정! 스킬 트리! 인벤토리!”

““스테이터스! 스탯창! 감정! 스킬 트리! 인벤토리!””

하나라도 얻어걸리라는 심정으로 두 팔 벌려 외쳤고, 두 사람도 내 동작을 따라 하며 복창한다.

누가 보면 외계인을 부른다거나, 혹은 수상한 의식 중이라고 착각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두 팔을 들어 올린 모습의 레테라가 순수한 호기심이 담긴 시선으로 물어왔다.

“그런데 이건 무슨 주문인가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묘한 쪽팔림과 허무함이 밀려왔기에 손으로 얼굴을 덮은 채 다시 쭈그리고 앉았다.

사람이 없는 곳으로 와서 다행이었다. 이따위 기행을 누가 봤으면 그냥 혀 깨물고 뒈져야지.

게임 시스템은 쓸 수 없는 건가?

아니면 쓸 수는 있지만 내가 방법을 모르는 건가?

일단 한번 고민해볼 가치가 있는 문제였다.

상태창 불러내기가 실패로 끝났으니 다른 수단을 찾아보자.

‘게임과 관련이 있을 만한 거라면…….’

시선을 돌려서 레반과 레테라가 가진 장비들을 살폈다. 저것에 단서가 있지 않을까?

방어구와 무기. 실제로도 게임에 있던 장비였다.

사실상 만랩으로 취급되는 레벨 120을 달성한 이들이었기에 장비의 성능도 꽤나 좋은 것이었다.

나는 그 중 레테라가 가진 한손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검, 한 번 줘볼래?”

“여기 있습니다.”

레테라는 별 망설임 없이 검을 뽑아 두 손으로 공손히 내밀었다.

원래 무기는 남에게 함부로 쥐어주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그녀의 행동엔 거리낌이 없었다.

그만큼 나를 신뢰하고 있다는 게 행동에서 느껴진다.

“흐음…….”

나는 검을 건네받기 전 먼저 시선으로 검을 살펴보았다.

잔뜩 망가져 있지만, 본래라면 예리하고 아름다운 검신을 자랑했을 검이었다.

레테라는 이곳에 오기 직전, 산성용액을 뿜으며 장비 내구도를 손상시키는 보스 몬스터와 싸우고 있었다.

그 탓에 많이 손상되어 있던 검은 후에 일어난 레반과의 전투 때문에 3분의 1가량이 부러져버렸다.

게임 속이었다면 대장장이에게 맡기거나 직접 수리했겠지만, 여기엔 그럴 사람도, 도구도 없다.

그러다 보니 망가져버린 검을 바라보는 내 기분마저 착잡했다.

마치 내 물건이 망가진 기분이었다.

‘이거 풀강화 시키겠다고 호수괴물을 날이 새도록 때려잡았는데…….’

지난날의 추억에 가슴이 아려오는 걸 느끼며 검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그대로 검을 들어 올렸고…….

“……?!”

중력이 한곳으로 쏠림을 느꼈다.

팔이 빠질 듯한 충격.

허리와 두 다리가 중력에 이끌려 신체가 쓰러지는 걸 가까스로 버텨냈다.

하지만 검이 땅 위로 떨어지는 것까진 막을 수 없었다.

쿵!

빗물에 젖긴 했지만 특유의 단단함을 유지하고 있던 땅이 스펀지라도 된 듯 검신 파고들었다.

내가 느낀 충격을 땅조차 감당해내지 못한 것이다.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었지만 용케도 손잡이는 놓치지 않고 계속 쥐고 있었다. 다만 팔의 근육이 놀라서 파르르 떨리는 게 느껴졌다.

‘무거워!’

책에서 읽은 바에 의하면 길이 120cm 내외 롱소드의 무게가 1.3kg와 1.8kg의 사이를 오간다고 한다.

게다가 이건 한손 사이즈에 맞춰진 아밍소드 계열이다. 무게가 덜했으면 덜했지 더하진 않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팔에서 느껴지는 무게는 이 검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방심하고 있을 때 마트에서 파는 생수통 한 묶음을 손 위에 얹은 듯한 무게였다.

“……?! 오라버니!”

“형님!”

검 무게에 쏠려 넘어질 뻔하자 레테라와 레반이 황급히 다가와 나를 부축했다. 내가 이들을 보살펴야 하는데 역으로 보살핌 받는 기분이다.

나는 괜찮다는 뜻으로 손을 저어 보인 뒤, 땅에 박힌 검 손잡이에 두 손을 겹쳤다.

“후읍!”

짧은 기합과 함께 땅에 박힌 검을 무 뽑듯이 해서 겨우 들어 올릴 수 있었다. 그 와중에도 심상치 않은 무게에 팔이 떨려온다.

뭘로 만들어졌기에 이런 무게인 거지?

게임 설정상 이 검의 재료는…… ‘아그란 강철’.

아그란 강철이 대체 뭐야? 게임 할 땐 그냥 넘어가듯 수집하던 재료일 뿐이었다고.

나중에 게임 설정집이라도 찾아서 읽어봐야 하나? 있을 경우의 이야기지만.

한손검 사이즈인 레테라의 검이 이 정도인데 대검 사이즈인 레반의 검은 만질 엄두도 나지 않는다.

아무튼 나는 두 손으로 겨우 붙잡은 검을 바라보며 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감정!”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게임 내에 감정이라는 스킬은 없다.

그저 마우스 클릭 몇 번이면 게임 내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었다.

다만 현실은 마우스로 조작할 수 없으니 소설에서 흔히 사용하는 시동어를 써보기로 한 것이다.

………….

그리고 그런 소설의 편의주의적 전개를 비웃듯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주변 풀떼기를 간질이는 빗소리가 내 뻘짓을 비웃는 소리처럼 느껴졌다.

슬슬 빡침이 올라온다.

게임 캐릭터가 현실로 나온 마당에 이런 것 좀 구현해주면 좀 덧나나?

“……잘 썼어.”

쓴 거라곤 바닥에 떨어뜨린 걸 들어 올린 게 전부였지만, 일단 예의상의 말과 함께 검을 돌려주었다.

레테라를 나를 걱정하는 눈치를 하며 받은 검을 칼집에 꽂았다.

그 일련의 움직임에선 어떠한 어색함이나 무리도 보이지 않았다. 평범하고 가벼운 검을 다루듯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던 것이다.

결국 검을 통해 알아낸 건 이 녀석들의 신체 스펙이 이쪽 인간들과 다르다는 걸 재확인하는 게 다였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에 힘 뺀 주먹에 맞았을 뿐인데 나도 골로 갈 뻔했었지…….

“…….”

문뜩 궁금증이 미쳤다.

이들이 작정하고 내는 힘은 어느 정도일까?

일단 파악해둬서 나쁠 것은 없을 거다.

특히 그것이 ‘위험도’일 경우는.

“레반.”

“넵, 형님!”

나는 레반의 뒤편에 있는 기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둘레가 성인 팔 길이의 서넛은 될 듯이 두꺼운 콘크리트 기둥이었다.

“거기 있는 기둥을 한 번 때려봐.”

“위력은 어느 정도로 합니까?”

위력을 먼저 물어오다니, 스스로의 힘을 통제할 의도를 보일 만큼 성장했다는 게 살짝 감동이었다.

대가리 박기 체벌은 앞으로도 종종 써먹기로 하자.

“있는 힘껏.”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레반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다리 기둥 앞에 섰다.

무도가가 정권을 지르기 전의 잡는 자세 같은 것도 없이, 그저 투박하게 그 자리에서 주먹에 온 힘을 싣고 내지른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위력이 심상치 않을 거란 것 정돈 예상했다.

게임상이긴 해도 인간을 초월한 괴물들을 맨손으로 때려잡은 전적이 있는 캐릭터가 아닌가.

그런데 이 정도로 아찔한 충격파가 터져 나올 줄은 몰랐다.

주먹에서 터져 나오는 원형의 충격파가 흩날리던 가랑비를 일제히 밀어내고 근처에 흐르는 강물이 일제히 솟구치는 광경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원통형으로 곧게 서 있던 기둥에 짙은 균열이 퍼져나가더니 무너지기 직전의 젠가처럼 형체가 일그러졌다.

기세를 견디지 못하고 튕겨 나온 파편 몇 개가 이쪽을 향해 날아왔다.

그것에 반응하기도 전에 레테라가 내 앞을 가로막으며 파편을 쳐내었다.

한손검의 무게로 예상은 했지만, 기량 중심으로 키운 그녀도 레반에 비해 떨어질 뿐 완력이 만만치 않았다.

그녀가 가볍게 쳐낸 어린아이 머리통만한 콘크리트 덩어리를 보고 든 생각이다.

“어떻습니까?”

시원하게 한 방 내질러서 개운해진 표정의 레반이 물어왔다.

식은땀인지 빗물인지 모를 액체가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걸 느끼며 나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절대 그 주먹 사람에게 쓰지 마.”

저 주먹이 사람을 향했을 때의 일어날 결말 같은 건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저런 주먹에 겁도 없이 뛰어든 지난날의 자신을 질책했다.

강도 피해자인 척 꾸미긴 개뿔, 머리를 들이민 게 주먹이 아니라 떡 벌어진 악어의 입이었단 사실을 새삼 자각한다.

그러나 말은 이렇게 했어도 세상사란 모르는 법. 그들이 어쩔 수 없이 주먹을 휘둘러야 할 순간이 올지 모른다.

자신을, 혹은 누군가를 돕기 위해서.

그럴 경우 쓸 땐 쓰더라도 위력조절은 확실히 하라고 나는 두 사람에게 다짐을 받아냈다.

몇 번이나 거듭해서 다짐을 받아내고 나는 처참히 망가진 다리 기둥을 바라보았다.

이건 가까스로 서 있기만 할 뿐이지 완전히 기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해버렸다.

주먹이 파고들어 갔던 자리는 이미 붕괴가 진행돼서 구멍이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 압도적인 광경을 바라보며 내가 내뱉은 말은 하나였다.

“일단 튀자.”

월세방에 이어 두 번째 기물파손이라니!

심지어 다리는 공공재니까 문제 소지는 더 할 것이다.

소리를 듣고 누가 나타나기 전에 나는 레반과 레테라를 데리고 전력질주로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

앙상한 가로수 옆을 스치며 도로를 내달린다.

정해진 목적지는 없었다.

단지 앞으로 보수공사로 인해 시끄러워질 예정인 다리 밑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주된 목표였다.

자정을 넘어가는 시간이었기에 거리에 사람은 없었다.

간간히 지나가는 차의 불빛도 제 갈 길만 서두를 뿐 길옆에 있는 수상한 그림자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강변만큼은 아니지만 사람이 없는 공원 근처에 다다랐을까.

욱씬!

가슴과 머리, 두 군데에서 통증이 밀려왔다.

전부터 저릿한 통증은 있었지만 지금은 찢어질 듯 아프다.

뼈가 부러진 직후부터 이제까지 무리한 운동을 한 반동이 기어코 감당하기 힘든 수준까지 이르렀다.

다리가 후들거려서 더 이상 달리지 못하고 근처 나무 아래에 주저앉는다.

뒤를 따라오던 레반과 레테라가 내 이상을 눈치 채고 허겁지겁 다가와 상태를 살폈다.

“형님!!”

“괜찮으신가요!?”

“괜…찮아.”

말과는 달리 통증과 식은땀이 멈추지 않는다.

숨을 쉴 때마다 부러진 갈비뼈가 삐걱거렸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고통이 진정될 때까지 잠시 이대로 앉아 있어야겠다고 생각할 때, 내 앞으로 유리병 하나가 내밀어졌다.

“포션입니다. 마시면 좀 나아질 겁니다.”

“어, 그래. 고마ㅇ…….”

레반이 건네준 병을 받아들고 입가로 가져가려 했던 난 그대로 동작을 멈췄다.

방금 뭐라고 했지? 포션?

다시 건네받은 유리병을 살펴보았다.

호리병처럼 입구가 좁은 형태지만 둥근 곡선이 아닌 각진 육각형의 모습을 한 유리병이었다.

안쪽에서 차랑거리는 주홍빛 액체는 내가 알던 그 회복 포션의 내용물과 동일했다.

……그런데 이게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레반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포션을 마시려다 마는 내 모습이 의아하다는 듯 바라보는 중이었다.

난 그런 그에게 포션병을 들이밀며 물었다.

“너, 이거 어디서 났냐?”

“네? 당연히 아이템 주머니이지 않습니까?”

레반은 자신의 뒤춤을 두드렸다.

그의 허리 쪽에는 판금 갑옷 뒤쪽에는 유사시 사용하기 위한 아이템이 담긴 주머니가 있었다.

주먹 두세 개가 겨우 들어갈 크기의 가죽 주머니다.

반면 손에 쥔 포션 병은 손바닥 안에 가득 찰 정도의 크기.

들어가려고 하면 못 들어갈 것도 없겠지만, 주머니 속에 다른 아이템까지 들어있다면 너무 빡빡한 크기였다. 그리고 정황상 포션 하나만 있을 리 없다.

그런데도 아무런 문제 없이 포션을 보관하고 꺼냈다는 건…… 저 주머니가 평범하지 않다는 소리겠지.

인벤토리(Inventory).

질량 보존의 법칙을 무시한 채 아이템을 마구 담고 다닐 수 있는 가능한 게임 속 도구.

단어 자체는 물품 목록이라는 뜻이지만 보통 주머니의 개념으로 자주 사용한다.

내가 찾고 있던 게임 시스템의 단서였다.

강변에서 온갖 뻘짓을 다 하며 찾아내려고 했던 그 게임 시스템이라고.

“형님?”

“…….”

나는 말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지금도 비명을 지르고 있는 몸이여, 한 번만 더 무리한 짓을 할 테니 제발 버텨다오.

짧은 심호흡을 마친 그대로 몸을 날려 두 발을 레반에게로 향했다.

“그걸 왜 이제 얘기해, 이 새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퍼어억!!!

부상당한 몸에서 나왔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깔끔하게 작렬하는 드롭킥.

강변에서의 그 낯부끄럽고 의미도 없던 뻘짓거리에 대한 분노는 상상 이상으로 강렬한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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