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 탐구하라 3
* * *
아주 기본적인 상식이 있다.
1+1은 2.
이 사실을 누가 의심할까. 초딩 이전부터 배우는 수학의 가장 기초적인 계산이었다.
그렇다면 이 당연한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1+1을 했는데 그 결과로 6만이라는 뜬금없는 숫자가 튀어나온다면? 혹은 3.14로 시작하는 원주율의 행렬이었다면?
지금껏 지켜왔던 상식이 무너지는 순간.
그것을 실제로 맞이했을 때의 사람이 짓는 표정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닐까 부릅떠진 채 전혀 감기지 않는 눈.
너무 오래 뜨고 있어서인지 핏발마저 섰지만, 눈을 깜빡일 정신마저도 없어 보이는 굳은 표정.
쩍 벌어져서 다물어지지 않는 입. 그 안에 고인 침이 턱을 타고 흘러내려서 완전히 정신줄을 놓은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였다.
침을 닦을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모든 뇌 활동을 눈앞에서 벌어진 기현상을 이해하는 데 쏟아 붓고 있는 한 남자의 처절한 모습이었다.
“저어, 선생님……?”
보다 못한 내가 여전히 두 개의 Xray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는 흰 의사 가운의 남자를 불렀다.
그러나 이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내 담당 의사는 조금 전에 나온 검사 결과를 보며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말도 안 돼……. 하룻밤 사이에 어떻게 부러진 뼈가 완전히 붙을 수 있지?”
그 모습은 마치 의심할 여지가 없는 기적을 목도해버린 불신자 같았다.
의사가 들여다보고 있는 건 바로 나의 Xray 사진이었다.
하나는 내가 병원에 실려 온 직후에 찍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방금 찍은 것이다.
골절의 흔적이 선명히 남아 있던 이전 것과는 달리 새로 찍은 내 몸의 뼈 상태는 지극히 깨끗했다.
입원한 지 불과 3일 만에 완치된 것이다.
옆에 있던 간호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인지 나를 무슨 귀신 바라보듯 보고 있었다.
잠시 후, 정신을 가다듬은 의사가 드디어 이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요현 씨. 어젯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말해주시겠습니까?”
“아까도 말했다시피 그냥 자고 일어났더니 몸이 아프지 않고 멀쩡해져 있던 게 전부예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저도 알고 싶다고요.”
당연히 뻥이다.
몰래 병원을 탈출하고, 레반과 레테라를 만나 함께 밤거리를 돌아다니고, 그러다 수상한 약물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자기 전에 뭐 먹은 것도 없습니까? 약이라던가, 평소 즐겨 먹던 간식이라던가…….”
“병원에서 석식 먹은 게 전부인데요.”
의사는 어떻게든 이 상황의 원인을 알고 싶은 모양이다. 그는 이미 붕대조차 필요 없어서 벗어던진 내 몸에 손을 댔다.
두개골과 갈비뼈, 분명히 부러졌던 부위를 만져보며 뼈가 멀쩡해졌음을 거듭 확인한다.
“의사 생활 20년 동안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우는 처음이야…….”
“충격이 크신 건 알겠는데, 저 퇴원 수속은 언제 할 수 있죠?”
“어쩌면 의학계에 있어 엄청난 대발견을 한 걸지도 몰라!”
“저기요? 선생님?”
더 이상의 질문 공세는 귀찮았기에 화제를 돌려본다. 그러나 의사 양반은 듣고 있지 않았다.
그는 옆에 서 있던 간호사를 돌아보며 다급하게 물었다.
“김 간호사! 신요현 환자의 오늘 아침 모습은 어땠나? 특이한 점은 없었나?”
“그게…… 밥도 잘 먹고 특별히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던데요. 아! 밤에 잠을 잘 못 잔 듯 졸려 보이시긴 했어요. 그리고 땀을 많이 흘렸는지 냄새가 심해서 환자복을 교환해드렸어요.”
땀 냄새가 날 수밖에 없었다.
환자복 위에 비옷을 걸친 채 밤중에 싸돌아다니지 않았던가.
내가 레반과 레테라를 만나고 나서 병원에 돌아온 시간이 새벽 3시 즈음이니 잠이 부족한 것도 당연했다.
혹시 그것 때문에 밤중에 병원을 나갔다는 사실을 들킬까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도 의사는 다른 부분에 집중했다.
“환자복에 땀이 잔뜩 배였다고? 당장 그 옷을 구해오게! 밤사이에 흘린 분비물에 뭔가 단서가 있을지 몰라! 세탁기에 들어가게 해선 안 돼!”
“선생님, 처돌았습니까?”
쌍욕이 나오려는 걸 억누르며 의사에게 최대한 이성적으로 따진다. 그러나 완전히 억누를 수는 없어서 말투가 다소 거칠어졌다.
이 미친 새끼가 남의 땀 냄새가 밴 옷으로 뭘 하려는 거야?
Xray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느라 잔뜩 충혈된 눈에 흥분해서 거칠어진 호흡이 더해지니, 지금 눈앞 남자의 모습은 병원에서 믿고 몸을 맡길만한 의사가 아니라 변질자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가 내 어깨에 두 손을 올리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해왔다.
“요현 씨! 이건 역사적인 발견일지 모릅니다! 부디 당신의 몸을 연구하게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뭐 씨팔?”
이제 더 이상 쌍욕이 튀어나오는 걸 억제할 수가 없었다.
그 정도로 나를 바라보는 의사의 눈빛은 불길한 쪽으로 번들거렸다. 당장이라도 나를 실험대 위에 눕혀놓고 해부할 것 같은 광기가 느껴진다.
나의 질색하는 표정을 읽었는지 의사는 다급하게 말을 잇는다.
“걱정하지 마세요! MRI 좀 찍고, 머리카락 같은 샘플을 조금 채취할 뿐입니다! 그 밖에 작은 상처라도 괜찮으니 부상을 입는다면 꼭 저희 병원에 들려주십시오! 치료비도 안 받겠습니다!”
“거절하겠습니다.”
치료비 무료라는 말은 솔깃하긴 했지만 이렇게 요란하게 일을 벌인다면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지 않을 수가 없다.
뉴스, 혹은 신문 한쪽 면에 작은 기사라도 실리는 순간 내 주변이 시끄러워지는 건 안 봐도 비디오였다.
레반, 레테라를 돌보는 것만으로도 골치 아픈데, 주변 시선까지 상대했다간 스트레스성 위궤양에 걸리고 말 것이다.
그렇기에 거절했지만, 의사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그럼 사례금은 어떠신가요? 심심치 않게 드리겠습니다!”
“거절한다니까요.”
“이 일의 원인만 확실하게 규명되면 요현 씨의 이름은 역사에 길이 남을 하나의 희망으로써……!!”
“저기요!! 저 퇴원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두 팔로 나를 붙들고 매달린 의사를 억지로 떼어내며 간호사에게 외친다.
간호사도 의사의 정신줄 놓은 듯한 행태에 기가 질린 건지 그 자리에서 굳어 있는 상태였다.
그런 그녀에게 멍하니 보고 있지만 말고 이 망할 인간 좀 떼어달라고 호소하려던 때였다.
쩌적.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유리창에 금이 간다.
동시에 흥분한 의사 때문에 달아올랐던 진찰실의 온도가 한껏 가라앉았다.
피부가 따끔거리고, 굶주린 맹수가 가득한 우리 안으로 들어간 것처럼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그러한 느낌을 받은 게 나만은 아닌 모양이다.
간호사가 차트판을 끌어안으며 몸서리를 쳤고, 나를 붙들고 있던 의사가 반사적으로 떨어지며 괴성을 질렀다.
“허어어억!?!”
그리고 마치 머리 근처로 날아온 화살을 발견해 놀란 것처럼 새파래진 얼굴로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나와 간호사에 비해 상당히 격한 의사의 반응에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느낌을 이미 한 번 경험했으니까.
금이 간 유리창 너머로 길 건너편에 있는 건물을 바라본다.
그곳 옥상에서 작게나마 움직이는 두 명의 그림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해가 중천에 뜬 낮이건만, 빛을 등진 채 눈을 빛내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은 어둠 속에서 눈을 번뜩이는 맹금류의 것과 흡사했다.
‘‘살기’를 쏘아 보낸다니, 진짜 판타지 무협 같은 일이네.’
어찌 됐든 저 두 사람이 보낸 살기 덕분에 나는 해방될 수 있었다.
의사가 제정신을 차리기 전에 빨리 튀기로 결심하며, 상대적으로 상태가 양호한 간호사에게 퇴원 수속을 부탁했다.
***
장마철도 아니건만 한동안 주구장창 비가 오더니, 오늘은 오랜만에 날씨가 맑았다.
비 온 뒤에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느끼며 병원 정문을 나선다.
퇴원을 마치고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퇴원 축하 파티도, 새 월세방 구하는 것도 아니었다.
병원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어느 건물 옆 골목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지점을 찾아 골목 안을 걸었고, 이내 건물 뒤편에서 멈춰 섰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머리 위에서 두 개의 그림자가 떨어진다.
쿠웅! 쿵!
“형님!”
“오라버니!”
6층 정도 되어 보이는 건물 옥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뛰어내려 바닥에 착지한 레반과 레테라가 나를 반겼다.
밤중에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병원으로 돌아가기 전, 두 사람을 이쪽 건물에 숨겼었다.
그냥 적당히 근처에 숨기 좋은 곳이라 고른 건물이었는데, 의외로 위치가 절묘하여 찰거머리 의사를 떼어낼 때 도움을 좀 받았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아까 보니 이상한 놈이 달라붙던데.”
“어지럽거나 하지 않으신가요? 속이 매스껍다거나? 걷기 불편하신 건 아니시죠?”
두 사람은 바닥에 내려서자마자 내 주위를 돌며 내게 별다른 이상이 없는지 살폈다.
거의 주인 만난 강아지가 몸 여기저기 냄새를 맡는 것 같아서 쓴웃음이 나왔다.
“이제 완전히 멀쩡하니까 좀 진정해.”
이들이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알고 있다.
어젯밤 포션을 마신 내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던 광경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는 것이겠지.
포션.
판타지 세상에서 뭐든지 치료하는 마법의 약물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아이템이었지만, 실제로 접해본 포션은 상상과는 많이 달랐다.
그것은 마법처럼 신비한 힘으로 싹 고치는 것이 아닌 ‘강제로’ 고치는 것에 가까웠다.
신체를 치료하는데 사용자가 느끼는 고통 따윈 신경도 쓰지 않고 마구잡이로 치료한다.
상상이 되는가? 마취도 안 된 인간의 몸을 칼로 난도질한 뒤, 우악스러운 손으로 억지로 뼈를 짜 맞추는 듯한 그 고통이.
그러한 고통은 상처 부위만이 아닌 전신으로 미쳤다. 치료가 끝나고 고통이 사라진 뒤에도 한동안 제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병원에 돌아온 뒤 잠들려는데 그 고통이 떠올라 몇 번이나 잠을 설쳤을 정도였다.
여담이지만 내가 정신을 차리는 게 조금만 늦었어도 죄책감을 이기지 못한 레반이 자해를 하거나, 레테라가 그것을 돕거나 하는 사태가 벌어질 뻔했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그들을 말렸기에 망정이지, 자칫했다간 별로 보고 싶지도 않은 인체 해체쇼를 구경하게 됐을 터였다.
아무튼, 그러한 끔찍한 고통과의 등가교환인지 포션의 효과는 확실히 뛰어났다. 조금 전 의사의 검사로 확실해진 사실이다.
부상을 입은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며 경악하는 의사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훤했다.
“아까는 고마웠어. 그 의사 진짜 끈질겨서 떼어내는데 고생했거든.”
“뭣하면 지금 당장 죽이러 갈까요?”
“하지 마.”
말만 떨어진다면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듯 무기를 거머쥐고 있던 두 사람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이쪽 세상에 대해선 충분히 설명한 것 같은데, 그들에겐 아직도 게임 세계의 사고가 주류인 모양이다.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고 해도 반사적으로 죽인다는 선택지를 꺼내는 걸 보면.
지능이 아니라 습관의 문제였다.
옷깃만 스쳐도 죽이고 보는 세상에서 살다온 녀석들인데 한꺼번에 많은 걸 바라기엔 무리가 있겠지.
그래도 내 말 하나는 충실히 이행하려는 듯 순순히 검을 거두는 레반과 레테라를 바라본다. 그러던 중 그들의 팔에 남은 흔적들이 눈에 띄었다.
딱지가 져서 갈색으로 변한 상처들. 처음 만날 시기부터 있던 상처가 그대로 있었다.
“너희들은 포션 안 마셨어?”
한 모금만 마셔서 아직 포션의 내용물은 많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두 사람이 마시기엔 충분한 양일 텐데 왜 마시지 않은 거지?
그런 물음에 레반이 답했다.
“이곳엔 생명의 샘도 없어서 가능한 아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작은 찰과상 정도입니다.”
생명의 샘.
혹은 부활의 샘.
SoR 세계 도처에 존재하는 신비로운 샘을 그렇게 부른다. 게임에선 체크 포인트 역할을 하는 곳이다,
캐릭터가 죽으면 그 자리에서 몸이 가루가 되어 사리지고 잠시 후 마지막으로 휴식했던 생명의 샘에서 부활하게 된다.
샘물은 그 자체로 회복 효과를 가지고 있는데, 특수한 병에 담으면 색깔이 주홍빛으로 변하면서 효과가 극대화된다.
그게 바로 포션이다.
전투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서 게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회복수단과 횟수는 한정되어 있다. 포션을 모두 소모하면 반드시 생명의 샘에서 병을 채우지 않으면 안 된다.
레테라의 경우는 보스전을 치른 직후라서 쓸 수 있는 회복 아이템은 전부 소진한 상태다. 그러니 남은 회복 아이템은 레반이 가진 게 전부였다.
아직 여유는 있지만 그래도 한정된 회복수단이니 아껴둔다는 판단은 나쁘지 않았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 일 아닌가.
나야 엄청 위급한 상황만 아니라면 다신 포션을 입에도 대기 싫지만.
거기까지 생각한 난 문뜩 궁금증이 미쳤다.
“그러고 보니 너희들은 포션을 마셔도 아무렇지 않아?”
나는 한 모금만 마셔도 기겁할 만한 경험이었는데, 게임 속에서 수백, 수천 번이나 포션을 마셔대던 그들은 괜찮은 걸까?
내 말에 레테라가 턱에 손을 올려 곰곰이 생각한 뒤 말했다.
“그러고 보니 포션을 마셔서 신체가 고쳐지는 감각이 묘하다고는 생각해도 아프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네요. 이미 고통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봐요.”
『이미 고통에 익숙해졌다』
그 말과 함께 스치는 건 게임 속 두 사람의 모습이었다.
게임 설정상, 그들은 죽지 못하는 저주에 걸려 있었다.
그래서 몇 번이나 캐릭터가 죽어도 다시 살아날 수 있었고, 전체적인 게임의 흐름은 그렇게 진행된다.
레반과 레테라도 참 많이 죽었었다.
한 번 게임을 경험한 뒤 2회차로 그들을 플레이하는 내가 있더라도 마찬가지였다.
SoR의 세상은 멸망과 쇠퇴가 감돌고, 그 밑에는 광기와 폭력이 숨어 있으며, 위로는 가혹함이 찍어 누르는 거대한 세계다.
멀쩡한 형태를 유지한 국가나 마을이 없던 건 아니지만, 그곳에서 조금만 벗어나는 순간 악질적인 함정과 몬스터가 플레이어의 캐릭터를 괴롭힌다.
몬스터에게 찢기고, 바위에 깔리고, 산성용액에 녹아버리고, 피 토해가면서 독 늪을 건너다 중독되고, 발을 헛디뎌서 추락하고, 일시적으로 파티를 맺었던 유저에게 뒤통수 당하고, 혹은 눈 마주치자마자 PK하려 들고, 불에 타 죽고, 얼어붙어서 죽고, 물에 빠져 죽고, 모래에 파묻혀 죽고, 찔려 죽고, 폭발해서 죽고, 저주에 걸려서 죽고, 죽고, 죽고, 죽고, 죽고…….
계속해서 죽었다. 끝없이 죽었다.
내가 포션을 마셨을 때 느꼈던 고통 따윈 우스울 만했다.
죽을 것 같은 고통이 진짜 죽는 고통보다 더하겠는가.
“형님? 왜 그러십니까?”
“엄청 측은한 눈길로 저희를 바라보고 있는데요?”
내가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레테라가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두 사람에게 다가가 두 팔로 와락 안아주었다. 놀란 둘의 목소리가 양쪽 귀에 닿았다.
“형님?!”
“오, 오라버니?!”
“너희들이 어째서, 어떻게 이쪽 세계로 넘어왔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이제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 이 세계에서라도 좀 행복해지자. 응?”
나는 그들의 등을 두드려주며 그들을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고통을 고통이라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도대체 얼마나 험난한 길을 걸어왔던가.
이제 괜찮다. 여기에 더 이상 정신 나간 새끼들도,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새끼들도 없다.
그딴 거 다 잊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것이다.
부모 마음 되라지 뭐. 의형 노릇 까짓 거 해주겠다 이거야.
이놈들은 반드시 내가 행복하게 해주마.
내 즐거운 게임 라이프 이면에서 이토록 고생해온 이들은 그럴 자격이 있었다.
“으음, 뭔진 잘 모르겠지만…….”
“……이러고 있으니 좋네요.”
내 포옹이 기분 나쁘진 않았는지 두 사람은 재롱을 부리듯 내 몸을 마주 안아왔다.
골목에서 쓰레기를 뒤지고 있던 고양이가 ‘저 인간들 뭐하는 거냐?’라는 시선을 던져왔지만 무시했다.
우리 의남매의 단란한 시간을 방해하지 마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