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화 〉 뜻밖의 전투 2
* * *
미믹.
판타지 게임에서 자주 등장하는 몬스터다만, SoR에서 미믹은 그야말로 폭식의 화신이다.
과거, 어느 이종족은 신의 분노를 사 무언가를 끊임없이 먹어치우는 업을 짊어지게 되었다. 그 업을 견디지 못한 그들은 급기야 스스로의 몸을 먹어 치우는 지경에 이른다.
그리고 상자의 형태로 모습을 바꾼 채, 입 안에서 자신의 몸을 잘근잘근 씹어가며 풍부한 에너지를 몸에 지니고 있는 모험가를 노린다고 하다.
그 먹어치웠던 몸이 지금 미믹의 입을 통해 다시 토해졌다.
미믹이 전투 모드에 들어갔을 때의 특징이다. 방금 자신을 날려버린 일격을 통해 이번 먹이가 심상치 않다는 걸 안 모양이다.
대체 미믹은 상자가 되기 전에 무슨 생물이었던 걸까.
미믹에 입 안에서 튀어나온 건 곤충의 것과 같이 가늘고 긴 다리였다. 하나당 족히 2m는 되어 보인다.
다리가 8개로 선 모습이 거미를 연상시키지만, 거미는 절대 아니었다.
다리 끝에서 바닥을 디디고 있는 건 틀림없는 사람의 것과 유사한 손이었기 때문이다.
“구웨에에에에에……!!!”
뭐든지 먹어 치우는 괴물인 주제에 울음소리는 위장의 내용물을 토해내는 소리마냥 역겨웠다.
8개의 팔인지 다리인지 모를 물체로 벽, 바닥, 천장에 손을 대며 이빨 달린 상자가 그 몸을 일으킨다.
미믹의 손가락이 닿은 것만으로도 금이 가는 벽과 바닥. 모르긴 몰라도 저 손에 붙잡히면 위험할 것이다.
저런 괴물을 보고도 내가 겁먹지 않은 이유는 포션 잘못 먹고 강심장이 되거나 해서가 아니었다.
미믹과 내 사이를 가로막는 두 존재 때문이었다.
“형님.”
“오라버니.”
그들이 미믹을 노려보는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내게 말을 걸었다.
당장이라도 덤벼들 듯 꿈틀거리는 미믹의 기괴함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무기를 겨누던 레반과 레테라의 등이 참으로 든든하게 느껴진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냥 죽일까요? 반만 죽일까요?”
그건 내가 그들에게 지겹도록 교육했던 것이다.
저쪽 세계와 이쪽 세계는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다. 그러니 이쪽 세상을 잘 이해할 때까진 무작정 나서지 말고, 행동하기 전에 꼭 내게 물어보라는 것.
저쪽 세계의 적과 마주한 지금도 두 사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잘 지켜주었다.
그 사실에 뿌듯함을 느끼며 내가 미소를 머금고 말한다.
“처죽여 버려!”
절대 저 미믹을 방치할 수는 없었다. 저 정도의 괴물이 밖으로 나가는 순간 상상도 못 할 참사가 일어날 것이다.
마침 이곳은 지하라서 보는 눈도 없다. 두 사람이 마음껏 날뛰기엔 최적의 장소였다.
허가가 떨어지자 두 사람의 몸이 신이 난 듯 들썩이는 것처럼 보였다.
마음껏 사냥감을 물어뜯어도 된다고 허락을 받은 사냥개처럼.
“쿠웨에에에엑!!!!!”
미믹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든다.
거미 다리와 같은 팔다리가 바닥과 벽에 금을 남기며 지나갔고, 상자 모양의 거대한 입이 레반과 레테라를 향해 쇄도한다.
저벅.
레반이 한 걸음 나섰다.
좁은 복도를 가득 메운 채 달려드는 이형의 괴물을 보고도 그의 걸음엔 거침이 없었다.
꽈악!!
길게 뻗은 대검을 두 손으로 꽉 쥐며 자신의 허리 뒤로 돌린다.
힘줄이 돋아난 손등부터 시작하여, 거기에 연동되듯 팔, 등, 허리, 다리의 모든 근육이 부풀어 오른다. 저러다 옷이 찢어지는 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자세를 잡은 레반의 정면으로 미믹의 이빨이 덮쳐들었다.
저 흉측한 입에 물리면 제아무리 레반이라도 무사하긴 힘들다.
그 순간.
뒤로 돌린 레반의 검이 섬광이 되어 미믹에게 솟구쳤다.
콰아아아아아아앙!!!!!
폭발.
분명 검을 휘둘렀을 뿐인데 그 여파는 폭발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어울렸다.
엄청난 굉음과 후폭풍에 내 살이 떨려올 지경이다.
그러한 일격을 미믹은 정통으로 맞았다.
무시무시한 입?
기괴하기 짝이 없는 손?
그딴 게 무슨 상관이냐는 듯 억지로 찍어 눌러 버리는 일격에 휩쓸린 미믹의 몸이 공중으로 치솟는다.
상자와 같은 아래턱이 부서져 나갈 정도로 엄청난 충격을 받은 미믹은 그대로 천장에 균열을 남기며 처박혔다.
타앗!!
쉴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벽을 타고 오른 레테라가 미믹을 향해 몸을 날렸다.
“퀘에에엑!!!”
천장에 반쯤 박힌 몸을 빼려던 미믹이 급격히 가까워지는 레테라의 존재를 눈치 챘다.
미믹은 콘크리트 밖으로 빠져나와 있던 팔을 내지르며 공중에 있던 레테라를 공격한다.
휘익!!
그러나 내질러진 네 개의 팔 중 그 어느 것도 레테라에게 닿지 못했다.
공중에서 가볍게 몸을 비트는 것으로 첫 번째 공격을 흘려보내고, 그것을 발로 차 나머지 공격을 피해낸 것이다.
어떻게든 타격을 입히려 팔을 이리저리 휘두르는 미믹이었지만, 레테라는 그런 팔을 밟거나 붙잡으며 가볍게 피해낼 뿐이었다. 그 움직임은 나무 위를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엘프와 닮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미믹의 근처로 당도한 레테라.
거의 본능적일 만큼 커다란 입으로 레테라를 씹어 먹으려고 하는 미믹이었지만 소용없었다.
레테라의 한손검이 미믹의 위턱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그 상태로 입을 다물어봤자 손잡이 쪽이 아래턱에 걸쳐져 닫히지도 않았다.
레테라는 그대로 두 발을 천장에 가져다 댔다.
마치 중력이 역전된 것처럼 천장 위에서 자세를 잡은 그녀는, 미믹에게 박혀 있는 한손검을 휘둘러 처박혀 있던 녀석의 몸을 통째로 뽑아내었다.
“키기긱?!!”
입에서 전해지는 고통과 느닷없는 해방감에 미믹이 당황스러운 울림을 흘리는 것도 찰나였다.
한손검이 뽑히며 그대로 공중에 내던져진 미믹의 머리에 레테라의 날카로운 발차기가 꽂힌다.
퍼어억!!!
레반과 같은 묵직함은 없지만, 뼛속 깊숙이 파고들 듯한 날카로움이 담긴 일격이었다.
그 충격에 경직된 채 바닥으로 빠르게 떨어져 내리는 미믹을 기다리고 있던 건 레반의 검이었다.
콰아아앙!!!
또다시 휘둘린 레반의 검에 큰 데미지를 입고 날아간 미믹의 몸이 벽을 부스며 파고든다.
미믹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천장에서 떨어진 레테라가 체중 째로 휘두른 검에 녀석의 머리가 갈라진다.
“쿠웨에에에에에엑!!!”
울려 퍼지는 미믹의 비명.
무심코 미믹이 불쌍하게 느껴질 만큼 일방적인 전투였다.
레벨과 능력치상 둘 중 하나만 있어도 충분히 미믹을 상대할 수 있다. 그런데 둘이 동시에 덤비니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건 당연했다.
더군다나 그동안 몸을 풀지 못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공격받았다는 분노 때문인지 그들의 손속은 더욱 거침없었다.
폭식 말곤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던 그 미믹이 생존욕구를 갈구하듯 도망치려는 낌새를 보이니 할 말 다 한 거지.
‘……응? 잠깐. 도망칠 낌새라고?’
“퀘에에엑!!!”
불길한 느낌을 감지하자마자 미믹은 내가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가장 약해 보이는 나를 노리는 걸까. 공기의 흐름으로 내 뒤편에 계단이 유일한 도주경로라는 걸 안 걸까.
느낌상으론 후자 같지만 내가 상당히 위험해졌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이 썩을 놈이?!”
내가 왜 도망치지 않고 주먹을 쥐었는지 모르겠다.
미믹이 여길 빠져나가면 사람들이 위험해진다는 걸 알았기 때문일까.
그런 희생정신이 나에게 있었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데, 정작 내 몸은 녀석의 경로를 막고 있었다.
“퀘에에엑!!”
자신의 경로를 가로막는 나에게 역겨운 울음소리를 토해내며 미믹이 나에게 커다란 입을 들이댄다.
이미 집단 구타로 상당히 너덜너덜해져 있는 입이지만 나 하나 죽이는 데는 문제없어 보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난 큰 두려움을 느끼고 있지 않았다.
아마 무의식이 먼저 깨달은 것이리라.
미믹의 시선을 끌어서 몇 초…… 단 1초 정도의 시간만 벌면 충분하리라는 것을.
왜냐하면 적을 끝장낼 절호의 찬스를 그냥 흘려버릴 만큼 난 그들을 녹록하게 키우지 않았으니까.
콰직!!!
나를 덮치던 미믹의 입을 꿰뚫고 대검이 튀어나온다.
그것만으로 부족해 미믹의 정수리를 꿰뚫으며 떨어진 한손감이 대검에 맞닿아 마찰을 일으켰다.
미믹의 몸에 가해지던 관성을 죽여 나를 향해 쓰러지는 걸 막은 것이다.
“끼…… 카…… 악……!!”
두 개의 검에 머리를 꿰뚫린 채로 미믹은 단말마를 내뱉더니 그대로 축 늘어졌다.
숨이 끊긴 것이다.
한손검을 뽑아내고, 대검을 옆으로 휘둘러 미믹의 시체를 치워낸 뒤, 레반과 레테라가 내 상태를 살폈다.
“다치신 곳은 없습니까, 형님?”
“왜 끼어드신 거예요? 그대로 놔뒀어도 밖으로 나가기 전에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는데!”
그들은 내 상태를 걱정하는 한편, 자신들을 믿고 맡겨주지 않은 것이 불만인 것 같았다.
나는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게…… 미안.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네에?”
왜 그런 걸까.
특별히 떠오르는 변명은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작은 실수로 크게 다칠지 모르는 싸움에 두 사람이 몸을 던지고 있는데, 나 혼자만 안전을 챙기기는 싫었다는 것 정도일까.
내가 생각해도 웃기는 소리였기에 그냥 입 다물고 있기로 했다.
두 사람은 잠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더니, 곧 뭔가를 깨달은 듯 두 눈을 번뜩였다.
“아! 그런 것입니까?”
“그렇군요.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죠.”
“……?”
이놈들은 뭘 스스로 납득하는 거지?
무슨 해답을 돌출했기에 저러는지 궁금하여 가만히 있었더니, 그것을 긍정으로 읽은 둘은 더욱 들뜨며 말한다.
“고인물이라는 겁니까?”
“고인물이라는 거군요!”
“…….”
고인물.
보통은 뉴비가 잘 유입되지 않는 게임에 잔존하는 유저들이나, 한 분야를 깊게 파고들어 전문가나 다름없는 이들을 지칭하는 단어다.
후자야 긍정적으로 사용될지 몰라도 전자는 무시하는 의미가 강하다.
애초에 단어 자체가 좋은 뜻은 아니었다. SoR 유저들 사이에선 자학적인 의미로 자주 사용되곤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둘은 왜 고인물이라는 말 하나로 모든 걸 납득하고 있는 것일까?
의미를 모르는 거냐, 바보 취급하는 거냐? 어느 쪽이야?
두 사람에게 따지려던 순간, 그들이 더 이상 날 보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니 걸레짝이나 다름없게 되어버린 미믹의 시신이 있었다.
스스스……!
미믹의 표피가 바스라지기 시작하더니, 몇 초 만에 완전히 가루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게임에서도 자주 보던 사망 연출이었다.
미믹이 완전히 사라지고, 그것이 있던 자리에 남은 건 원통형의 작은 상자였다.
미믹은 뭐든지 먹는다는 설정에 맞게 뱃속에 레어 아이템을 뱃속에 담아두기도 한다. 그것이 미믹 사망과 함께 드랍되는 것이다.
이 상자도 그러한 것일까?
아까 당한 게 있다 보니 함부로 열지도 못하겠다.
아닌 게 아니라 하마터면 진짜로 목 위가 뜯겨져 사라질 뻔하지 않았던가, 나.
“제가 한 번 열어보겠습니다.”
그때 내 심중을 헤아린 것인지 레반이 나섰다.
자신이라면 또 다른 함정이 있어도 대응할 수 있다는 듯이.
확실히 아까 보았던 강함이라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괜찮을 것 같지만…….
“그래도 조심해. 아까의 미믹도 그렇고, 또 무슨 악질적인 함정이 있을지 몰라.”
“네!”
자신 있게 대답한 레반이 원통형 상자를 집었고, 레테라가 내 곁에 서며 방패를 한쪽 팔에 찼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려는 모양이었다.
잠깐 동안 긴장된 적막이 흐르고, 레반이 상자의 덮개를 열었다.
달칵.
“…….”
혹여 폭발이라도 일어나는 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상자 안을 들여다본 레반이 나를 돌아보며 말한다.
“형님. 웬 병 하나와 사진 하나, 그리고 쪽지가 있습니다.”
“…….”
일단 위험은 없는 모양이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상자의 내용물을 살펴보았다.
그의 말대로 새끼손가락만큼 작은 병 하나와 어딘가를 찍은 사진, 반으로 접힌 쪽지가 가지런히 모여 있었다. 하지만 주변이 어두워서 자세히는 확인할 수 없었다.
나는 조금 전의 소동으로 떨어뜨렸던 휴대폰을 짚고 다시 손전등을 켰다.
“……?!”
그것으로 상자 안을 비추자 우리 세 사람의 눈은 크게 떠질 수밖에 없었다.
상자 안에 있던 물건 중, 투명한 액체가 담긴 병이 휴대폰의 빛을 쐬자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냥 빛나기만 하는 게 아니었다.
빛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 병은 오색 빛으로 색깔을 나누며 아름답게 반짝였다.
“이거…….”
“……설마.”
그것을 보고 레반과 레테라는 병의 정체를 알아차린 모양이다. 확실히 이런 특징을 가진 액체가 흔한 건 아니었으니까.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보자마자 액체가 담긴 병의 정체를 눈치 챘다.
“‘여신의 눈물’이라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여신의 눈물.
그것은 SoR에서 등장하는 회복 아이템 중 최고봉을 달리는 물건이었다.
도달하기 더럽게 어려운 ‘신들의 도시’ 지역에서, 마찬가지로 만나기 더럽게 어려운 ‘하늘의 여왕’이라는 NPC를 만나, 역시나 클리어하기 더럽게 어려운 ‘여왕의 과제’ 퀘스트를 완수해야만 겨우 하나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인 것이다.
입수 난이도가 극악을 달리는 만큼 그 효과는 엄청나다.
HP와 MP 완전 회복은 기본 사항이며, 모든 독과 질병 등의 상태이상 치료. 일정 시간 동안 HP 자동회복과 즉사 무효가 유지되는 사기적인 아이템이었다.
잘만 활용하면 위기 순간을 극적으로 역전하는 비장의 패가 되지만, 여느 게이머들이 그러하듯 귀한 소비 아이템은 막상 사용하려 하면 아까워지는 법이다.
‘나도 인벤토리 한구석에 고이 모셔두고 잘 사용하지 않았었지.’
아무튼 이 귀한 걸 다짜고짜 얻게 될 줄은 몰랐다.
미믹이 아무리 레어 아이템을 몸속에 품고 다닌다지만, 여신의 눈물을 드랍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이건 단순한 아이템 드랍이라기 보단…….
‘퀘스트 클리어 보상 같은데?’
게임 캐릭터가 아니면 상대하기 힘든 미믹.
처음부터 우리가 이곳에 올 것이란 걸 예상해두고 배치해둔 것 같지 않은가.
그 미믹을 쓰러뜨리자 보상과 함께 새로운 단서가 나타났다. 하나의 퀘스트를 완수하고 다음 퀘스트로 연계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현실에서 퀘스트라고?’
여기에 미믹을 놓아둔 놈은 게임처럼 퀘스트라도 하고 싶었던 걸까.
그렇다면 함께 있던 물건들은 다음 퀘스트의 힌트일지도 모르겠다. 바로 사진을 꺼내 살펴본다.
사진은 어딘가의 어느 건물의 전경을 담고 있었다.
겉면을 유리로 덮고 있는 고층 건물. 이것만으로는 무슨 의미인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사진의 뒷장을 살펴보았다. 뭔가 적혀 있었다.
「초대장」
“초대장?”
날림으로 쓴 글씨는 미믹 앞에 있던 글씨와 닮아보였다.
하지만 초대장이라니?
다시 사진을 되돌려 본다. 여기에 찍힌 건물로 들어가는 초대장이라는 건가?
다음은 여기로 향하라는 뜻처럼 보이긴 한데…….
근데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주소 하나 없이 다짜고짜 건물 사진 달랑 던져주고는 어떻게 찾아가라는 건지 모르겠다.
마지막 남은 쪽지에 뭔가 있지 않을까.
일련의 퀘스트와 같은 흐름으로 볼 때, 이 쪽지에도 중요한 단서가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나는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레반, 레테라와 함께 둘러앉아 조심스레 쪽지를 펼쳤다.
거기에 적혀 있는 건 짧은 문장 단 하나였다.
「놀랐냐? ㅋ」
그게 끝이었다.
불빛에 비춰보거나 종이 표면을 매만져보거나 해보아도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냥 그 도발적인 메시지 하나로 끝인 것이다.
상자인 줄 알았던 미믹에게 공격당한 날 놀리는 듯한 말투였다.
“…….”
찌익.
쪽지를 찢었다.
한 번 찍는 것으로 부족해 갈기갈기 찢어 종이가 흩날릴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레반, 레테라.”
“네, 넵!”
“말씀하세요, 오라버니!”
한 층 가라앉은 내 목소리를 들은 두 사람이 긴장한 채로 답한다.
나는 조금 전에 사진을 들어 보이며 그들에게 말했다.
“이따위 웃기지도 않는 짓거리를 꾸민 놈, 반드시 찾아내자.”
미믹 같은 위험한 생물을 풀어놓는 위험한 녀석을 방치할 수 없다……라는 정의감 따윈 없었다.
그냥 찾아내서 얼굴에 죽빵을 먹이고 마리라.
그렇게 스스로에게 맹세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