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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게임 캐릭터가 살아났다!-28화 (28/173)

〈 28화 〉 마법의 가루 소동 ­ 3

* * *

“합의금은 이 정도…….”

“불가.”

“저, 정말 저희가 드릴 수 있는 최대한의 금액입니다!”

“또 창밖으로 다이빙하고 싶냐?”

“……딸꾹!”

용역 사무소인 척 꾸미고 있지만, 그 정체는 무시무시한 폭력 조직 불곰파의 아지트……라는 건 1시간 전의 이야기고.

단 한 명의 남자에 의해 점령당한 사무소에는 십여 명의 인간들이 무릎을 꿇고 한쪽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몇몇은 무릎을 꿇지도 못해서 쓰레기처럼 널브러져 있는 상태였다. 온몸이 고통스러웠지만 그들은 신음소리 하나 함부로 내지 못했다.

우정석의 의자를 차지해 앉아 있는 레반이 때문이었다.

뭘 어떻게 할 수도 없이 일방적으로 당했다.

영화 속의 사이보그 인간이 튀어나오기라도 한 것일까?

그런 괴물 같은 남자와 어떻게든 협상을 시도하려는 자신들의 보스는 그들은 새삼 대단하게 보였다.

옷을 추리닝으로 갈아입고, 몸에선 아직 지린내가 남아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레반의 악력에 발목이 부러지고, 퉁퉁 부어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부목을 댄 채 어떻게든 협상을 진행하는 모습은 확실히 대단했다. 고통 때문에 당장이라도 병원에 실려 가고 싶을 텐데 말이다.

‘젠장! 내가 어쩌다 이런 꼴이!’

우정석은 문뜩 자신의 처지가 서러워졌다.

부하 한 명 때문에 조직 전체를 대표해 용서를 비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말 한 번 잘못했다고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합의금마저 뜯기다니!’

조폭인 자신들도 종종 써먹던 수법이라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아니, 사실은 레반의 방식이 그들보다 더 했다.

그는 후환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우정석을 비롯한 건달들 전원의 눈깔을 뽑아버릴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사물을 보지 못하면 나중에 자신을 찾아내지 못할 거라는 단순한 사고에서 나온 수단이었다.

그 사실을 말하는 레반의 목소리는 악의 하나 없이 지나치게 우직하고 순수할 뿐이어서 오히려 더 공포스럽게 보였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우정석은 어떻게든 그의 용서를 구해야했다.

두 눈을 뽑힌다면 복수는커녕 남은 인생을 누군가의 수발을 받으며 남은 생을 살아가야 할 터였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오늘 일로 레반을 결코 귀찮게 하지 않겠다며 혈서를 쓰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조직의 수장 자리를 넘기려고 했지만 필요 없다며 거부한다. 자금까지 갖다 바치려 했지만 그것조차 거부했다.

‘대체 뭘 해야 이 괴물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거냐고!?’

우정석은 미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사실 레반은 큰돈을 바라는 게 아니었다.

애당초 우정석이 돈을 제시해도 그것이 얼마나 큰돈인지 알지 못했다. 이쪽 세상의 돈의 가치를 알지 못하니 당연하다.

그래서 그가 생각하는 보상의 기준은 얼마나 저쪽이 손해를 감수하느냐였다.

우정석의 표정을 보아하니 아직 그에겐 더 뜯어낼 여지가 남아있다.

실제로 그는 각오를 마친 듯 심각하게 굳은 얼굴로 새로운 방안을 제시했다.

“여기서만 말씀 드리는 거지만……. 사실 저희가 오늘밤 마약 거래의 약속이 잡혀 있습니다. 그 거래가 성사된다면 당신이 만족할만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겁니다.”

“마약? 그게 뭐냐?”

우정석은 어이가 없었다.

평생을 산에서 수련하다가 하산한 무림인도 아니고, 요즘은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도 흔히 나오는 마약을 모른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하지만 설명하라고 눈치를 보내는 레반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선생님도 아니건만 뭘 가르쳐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된 우정석은 마약의 사전적 의미를 떠올리려고 애썼다.

“마약이란 그, 항정신성의약품을 다르게 일컫는 말로…….”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 간단히 말해.”

“그러니까 섭취하면 마취나 각성효과가 나타나고, 특히 중독증상이…….”

“더 간단히.”

“……그냥 기분이 좋아지는 하얀 가루입니다.”

우정석은 자세히 설명하는 걸 포기했다.

뭘 어떻게 설명해야 이 양반이 제대로 이해할지 알 수가 없었다.

“기분이 좋아진다고? 맛있는 거냐?”

“맛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이 나라에선 귀하고 수요층도 높아서 돈이 되는 물건입니다.”

불법이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우정석이 최대한 간결하게 설명하자 레반은 나름의 사고방식으로 알아들었다.

“……설마 마법의 가루냐?”

“마법…… 뭐요?”

뜬금없는 말에 우정석이 황당해하고 있을 때, 레반은 나름대로 확신했다.

새하얗고 맛있는 가루라니.

지난번 된장찌개를 망쳤을 때, 요현이 사왔던 그 하얀 가루가 아니고서야 뭐겠는가!

레반이 상체를 바짝 내밀며 물었다.

“그거, 그렇게 비싼 거냐?”

“뭐어, 종류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잘 정제된 건 Kg당 10억을 웃돌죠.”

이 세계에서 10억이 어느 정도의 가치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긴장되는지 마른침을 삼키며 말하는 우정석의 모습으로 볼 때, 만만치 않은 가치가 있는 물건이라는 건 분명했다.

그런 비싼 물건을 자신들이 망친 된장찌개를 함께 먹기 위해 사용하다니!

격해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레반이 깨진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저 하늘 아래 어딘가에 있을 요현을 향해 외쳤다.

“형니이이이이임!!!! 이 아우는 감동했습니다아아아아아아아!!!!!”

물론 그 행동의 이유를 알지 못하는 이들에겐 고막이 터질까봐 두려운 굉음에 지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쟤 왜 저래?”

“몰라. 그냥 미쳤나봐.”

퍼어어어억!!

“꿰에에엑!!!”

무릎을 꿇고 있던 건달 중 몇몇이 속닥거렸고, 그런 그들을 공중에서 날아온 의자가 덮쳤다.

조금 전까지 레반이 앉아 있던 그 의자였다.

“내가 말은 함부로 휘두르는 게 아니라고 했냐, 안 했냐?”

어느새 자리로 돌아와 앉아 있던 의자를 집어던진 레반이 말하였다.

우정석이 기겁하며 90˚로 허리를 숙인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제가 부하 관리를 못하는 바람에!”

“그래. 원래 부하가 말썽이면 그 위가 고생하는 법이다.”

만약 요현이 들었다면 뒤통수를 후려갈기며 쌍욕을 박았을 소리를 하는 레반이었다. 지금 누가 누구에게 훈계질이란 말인가.

아무튼 의자를 던져버렸으니, 레반은 다른 곳에 있는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

한쪽 발을 한 우정석이 깽깽이걸음으로 그 뒤를 따랐다.

푹신한 소파에 엉덩이를 깔고 거만하게 다리를 꼭 레반이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럼 그걸로 하겠다.”

“네?”

짧막한 레반의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한 우정석이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

“마약인가 뭔가 하는 마법의 가루, 그걸 갖겠다고.”

“……네?”

우정석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건 발목의 고통 때문만이 아닐 것이다.

***

마약을 가져오는 중국 브로커와의 만남은 그날 밤으로 잡혔다. 척 보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었다.

브로커 측에서 여유 있게 만날 수 없냐고 물어왔지만, 우정석은 생떼를 부려가면서 약속 시간을 오늘로 강행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레반이 오늘 내로 모든 거래를 마치라며 압박을 주었기 때문이다.

레반이 신월시에 있기로 한 시간은 이틀뿐이다.

마음만 먹으면 더 있을 수 있지만, 이 이상 요현과 떨어져 있는 걸 그 자신이 원치 않았다.

그렇게 해서 결국 브로커와의 약속 시간은 잡았다.

시간은 밤 11시. 신월시 부둣가 동쪽의 공터.

아직 해가 지지도 않은 현재로선 시간이 남아돌았다.

레반은 그 시간 동안 기존의 임무를 수행하기로 했다. 남은 스카이피아 가맹점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존의 대중교통만으로 돌기엔 약속 시간에 맞추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는 불곰파의 도움을 한 번 더 받기로 했다.

“형님. 이거 제 애마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저런 괴물을 태우고 다니라뇨!”

불곰파의 행동대장 범균은 평소 두려움을 모르는 싸움꾼으로, 이 바닥에선 거의 미친개로 통하는 남자였다.

그 뒷세계의 미친개가 완전히 꼬리 말고 끙끙대며 우정석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얼굴을 보니 완전히 울기 직전이었다.

할리데이비슨.

남자의 로망을 자극한다는 미국제 모터바이크였다.

검은색 파츠와 번쩍이는 파이프, 얼룩 하나 없는 배기관을 보면 평소에 이 바이크를 얼마나 정성을 들여 관리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오오! 오토바이라는 건가? 길 가다가 보긴 했지만, 나도 한 번 쯤은 타보고 싶었다.”

그런 범균의 애마가 느닷없이 나타난 사자 한 마리에게 능욕당하기 직전이었다.

남자의 로망을 자극하는 할리데이비슨이 레반 감성 또한 자극한 건지, 그는 아주 탐이 난다는 눈빛으로 바이크를 매만졌다.

우정석은 범균의 어깨에 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부탁한다, 범균아. 팔다리가가 멀쩡한 놈들 중에서 자가용을 가진 건 너밖에 없어.”

“사장님 외제차가 있잖습니까!”

“야! 그건 뽑은 지 한 달조차 안 됐어! 태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어우씨! 제 애마는 괜찮다는 겁니까!?”

보스를 향한 하극상이 벌어지려고 할 때쯤, 레반이 그들을 불렀다.

“이봐.”

“예, 예엡!”

“말씀하십시오!”

“출발은 언제 하는 거지? 세 군데나 들려야 해서 지금 출발하지 않으면 늦을지 몰라.”

지도를 펼쳐 나머지 커피점 위치를 확인한 레반이 말했다.

우정석이 어서 가라며 범균의 등을 툭툭 두드렸고, 범균은 울며 겨자 먹기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럼 제가 앞자리에 탈 테니, 뒷자석에…….”

“내가 앞자리에 앉으면 안 되나?”

“……네?”

“한 번 운전해보고 싶은데.”

레반은 새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두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것과 반대로 범균의 낯빛은 시간이 갈수록 어두워졌다.

“어어……. 혹시 면허 있으신가요……?”

“없다.”

“면허가 없으면 운전은 안 됩니다.”

“너희들 법 없이 사는 놈들 아니었냐?”

그 순간 범균은 당장 건달 짓 때려치우고 고시원에 틀어박혀 법조계 공부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학생시절부터 무면허 운전, 신호 무시, 심지어 뺑소니 경험까지 있는 그가 무슨 논리로 레반을 말리 수 있단 말인가.

정신이 아득해지는 감각을 맛본 범균은 마지막 희망의 끈을 잡는 심정으로 물었다.

“그럼 하다못해 운전 경험이라도…….”

레반은 당당히 말했다.

“없다. 네가 이제부터 가르쳐줘야 하지.”

“…….”

범균은 말없이 우정석을 비롯한 조직의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가늘게 떨리는 그의 눈동자는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살려줘’라고.

그를 향해 손을 흔드는 조직원들의 눈빛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살아라’라고.

“빨리 출발하지.”

바이크 운전하는 걸 기대하는 듯 레반은 몸을 들썩였다.

그때마다 꿈틀거리는 압도적인 근육 앞에서 거부 의사 따위 내비칠 수 있을 리 없었다.

***

시간이 흘러 약속한 11시가 되었다.

바닷바람이 쌀쌀한 밤의 부둣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온 우정석은 마찬가지로 몸 여기저기에 붕대를 감은 부하들과 함께 그곳을 찾았다.

공터까지 가는 길은 정리되어 있지 않아 차로 들어갈 수 없었다.

목발과 부하들에게 의지해 앞으로 걸어간 우정석은 드디어 약속한 장소에 도달할 수 있었다.

거래하기로 한 상대는 먼저 와 있었다.

바다를 등지고, 부하인 듯한 장정 몇몇과 함께 있는 남자의 얼굴은 틀림없이 미리 파악해두었던 브로커였다.

우정석은 그들에게 다가가기 전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쪽은 깎아 지르는 절벽, 한쪽은 높이 쌓인 컨테이너 무더기.

어디에도 그들이 찾고 있는 인물은 없었다.

부하들도 그 사실을 알아차린 건지 우정석에게 속삭여왔다.

“형님. 그 괴물은 안 왔는데요?”

“오늘 여기저기에서 경찰차가 달리는 소리가 들리던데, 혹시 잡혀간 거 아닙니까?”

오늘 처음 바이크를 타본다던 양반이 반나절 간 도심을 질주했는데 절대 얌전히 끝날 리가 없었다.

경찰이 정말 그 괴물을 잡을 수 있는 지는 차치하더라도, 약속시간까지 오지 못한 걸 보면 뭔가 문제가 생긴 걸로 보였다.

우정석도 레반이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지만, 일단 예정대로 거래를 진행하기로 했다.

공터에서 기다리는 이들에게 다가가자 가장 앞에 있던 브로커가 아는 체 해왔다.

“우 사장님! 이제 오셨습니까? 안 본 사이에 몸이 많이 상한 거 같습니다?”

어딘가 어색한 억양의 한국어로 말하는 중국 브로커의 시선이 우정석과 그의 부하들을 쭉 훑었다.

전부 어딘가가 다친 모습이 묘한 모양이었다.

우정석은 딱딱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하하. 재수가 없게도 지나가던 맹수에게 물렸거든.”

“맹수요?”

“아무튼 그런 게 있네. 그나저나, 거래할 물건은?”

“물론 가져왔습니다.”

브로커가 신호를 주자 옆에 있던 장정이 손에 들고 있던 철제가방을 열었다.

그 안에서 드러난 건 비닐에 보장된 하얀 가루 수십 개였다.

약속대로 잘 가져왔다고 판단한 우정석이 돈가방을 든 부하와 함께 다가가려던 때였다.

“아~! 거기서 멈추십시오. 이건 당신과 거래할 물건이 아니니까요.”

“……뭐라고?”

뭔가 잘못됐다고 직감적으로 느끼는 순간, 컨테이너 무더기 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나와 거래할 물건이거든, 우 형님. 아니면 우 사장이라고 불러드릴까?”

마른 체격에 얇은 눈, 뱀의 인상을 가진 사내.

그 자를 본 우정석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놀람보단 분노 탓이었다.

그와 함께 있던 부하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공터로 들어오는 제 3자를 잘 알고 있었다.

“신홍수 너 이 새끼……!!”

그건 불곰파의 전 간부이자 배신자.

불곰파 사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거기에 제 이득만 챙겨 살모사파로 도망친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인물이었다.

그런 신홍수의 뒤로 여러 덩치들이 걸어 나왔다.

저마다 연장을 손에 든 그놈들은 살모사파의 유명한 주먹들이었다.

거기에서 우정석은 모든 전말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함정이었다.

“우 사장 조직에서 단물 좀 빨아먹었지만 역시 남기고 온 게 아쉽더라고. 브로커 씨와는 우리가 먼저 고객관계였으니까 도움 좀 받았지.”

실실 비열한 웃음을 짓는 신홍수에 이어 브로커가 입을 열었다.

“자꾸 시간을 재촉했을 땐 뭔가 냄새를 맡았나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기우였군요. 아무런 대비도 안 하고 온데다가 심지어 재수 없게 맹수에게 물리셨다니. 큭큭.”

으드득!!

우정석은 피가 나올 만큼 강하게 이를 악물었다. 당장이라도 저 가증스러운 놈들의 목을 따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뒤로는 절벽, 옆으로는 바다. 도망칠 길은 없고, 쪽수도 밀리는데다가 이쪽은 부상을 입원 싸우기도 여의치 않다.

정말 욕밖에 안 나올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어이, 우 사장. 바다 풍경이 멋지지? 저 밑에서 잠드는 것도 꽤 괜찮을 거야.”

“이 개새끼이이이이!!!!”

우정석은 목발을 둔기처럼 거꾸로 쥐었다. 발목이 엉망이라는 사실은 더는 중요하지 않았다.

갈 땐 가더라도 저놈만큼은 죽이고 가리라.

그런 우정석의 의지에 동조했는지 부하들도 무기를 쥐었다.

신홍수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애쓴다는 듯 바라보며 자신의 부하들에게 외쳤다.

“싹 다 죽여 버……!”

부르르르르르으으으응!!!!!

이어지는 신홍수의 외침은 난데없는 소음이 지워버렸다.

신홍수와 브로커 측은 원인모를 소리에 당황했고, 우정석 측은 뭔가 눈치 챘듯 눈을 빛냈다.

이건 바이크 배기음의 소리였다.

희망을 찾은 듯한 눈길로 그들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디지?

자신들이 지나온 거친 길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컨테이너 무더기 쪽도, 하물며 바다 쪽도 아닐 것이다.

소리를 따라가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절벽 위로 향했다.

부와아아아아앙!!!!

그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광경이었다.

검은색 바이크가 달빛을 등지며 절벽 위에서 몸을 날렸다.

높이가 15m는 넘어가는 절벽이었는데 말이다.

육중한 바이크가 날아오는 걸 본 사람들이 기겁해서 달아나기 시작하고, 그렇게 해서 생겨난 빈공간에 바이크가 떨어져 내린다.

치지지직!!!

바퀴를 옆으로 눕히며 바이크 자체 브레이크가 걸린다.

마찰열을 견디지 못한 타이어가 녹아내리며 바닥에 검은 자국을 남겼고, 연기가 피어오를 즈음에야 드디어 멈췄다.

거칠고 무식한 방식으로 멈춘 바이크는 할리데이비슨.

그 위에 두 명의 남자가 타고 있었다.

레반과 범균이었다.

특히 범균은 반나절 사이에 무슨 일을 겪은 건지 폭삭 늙어 있었다.

두 팔은 고목에 묶인 밧줄마냥 레반의 허리를 붙잡은 채 떨어지지 않았고, 턱은 덜덜 떨렸으며, 머리에는 흰머리마저 생겨나 있는 상태였다.

거기에 대조 되게, 레반은 즐겁게 놀았다는 듯 후련한 얼굴로 고글을 벗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법의 가루는 어디 있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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