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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게임 캐릭터가 살아났다!-32화 (32/173)

〈 32화 〉 뱀을 죽일 땐 머리를 잘라라 ­ 3

* * *

“뭐하세요, 오라버니?”

대학 도서관에는 학생들의 과제를 돕기 위한 컴퓨터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숙소에서 자숙하는 레반을 두고 레테라를 데려온 나는 강의가 끝나자마자 그곳으로 향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스카이피아 가맹점을 어떻게 도느냐 고민에 빠졌을 때 기막힌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내가 뭘 하는지 호기심이 생긴 레테라에게 컴퓨터 화면을 보여주었다.

화면에 떠올라 있는 건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거리의 모습이었다.

“로드뷰라는 거야. 원하는 장소의 도로를 미리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인터넷 서비스지.”

마우스를 움직이자 마치 시선을 움직이는 것처럼 화면이 자유자재로 움직여 시야 밖의 풍경까지 비추었다.

그 모습이 신기한지 레테라는 두 눈을 빛내며 컴퓨터에 집중하였다.

“멍청하게 이걸 생각 못하고 있었어. 좀 더 빨리 기억해냈다면 레반이 신월시에 가서 사고 치는 일도 없었는데…….”

그리고 나는 이걸 이제야 떠올려 버린 자신의 한심함에 한숨이 나왔다.

항상 정해진 장소로만 외출하던 집돌이의 폐해가 여기에 있었다.

낯선 장소엔 갈 생각 자체를 잘 안 하니 로드뷰가 익숙할 턱이 있나.

“근육돼지가 사고 친 건 녀석이 멍청한 탓이지, 오라버니 탓이 아니에요.”

레테라가 그렇게 말했지만 내 마음은 영 편치 않았다.

제발 그때 레반이 저지른 일들이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오지만 않는다면 좋겠는데.

“아무튼, 이걸 이용하면 편하게 스카이피아 카페들을 확인할 수 있을 거야. 로드뷰에 반영되는 게 차가 지나갈 수 있는 거리뿐이라, 좁은 골목 같은 곳은 나오지 않지만…….”

“직접 찾아가서 조사해야 될 숫자는 확실히 줄일 수 있겠군요!”

눈치 빠르게 내 말을 알아들은 레테라가 말을 받았다.

확실히 그녀는 머리가 좋았다. 이쪽 세상의 상식을 익힌 뒤로는 더욱 그 점이 부각되는 느낌이다.

그렇게 로드뷰에 말을 걸었을 때,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저기……. 실례합니다…….”

소리가 들린 곳을 돌아본 난 움찔거리며 놀랐다.

퀭하다 못하 푹 파인 것처럼 보이는 두 눈, 쏙 들어간 볼살, 어딘가 안 좋은 듯 창백한 피부와 봉두난발인 머리카락. 심지어 며칠 씻지도 않았는지 묘한 악취마저 풍기는 남자가 거기에 있었다.

“!! 언데드!!”

레테라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건 사람이라기 보단 언데드라는 몬스터에 가까운 비주얼이었다.

SoR 때의 습관으로 반사적으로 전투자세를 잡던 그녀를 내가 몸을 날려서 제지했다.

“그만둬!! 언데드가 아니야! 단지 고생을 좀 많이 한 대학원생일 뿐이라고!”

“대학원생이요?”

그냥 대학생과 뭐가 다른 건지 모르겠다는 듯 레테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쨌든 그녀가 멈춰서 다행이다. 가뜩이나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사람이 레테라의 주먹까지 맞는다면 그 즉시 황천행이었다.

“무슨 일이시죠?”

가까스로 레테라를 진정시킨 내가 물었다.

대학원생은 힘없이 떨리는 손으로 내가 앉아 있던 컴퓨터를 바라보았다.

“혹시 급한 일이 아니라면 제가 잠시 컴퓨터를 써도 될까요……?”

“컴퓨터를요?”

확실히 급한 일이라곤 할 수 없지만, 내 컴퓨터가 박살난 지금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건 이곳의 컴퓨터뿐이었다.

다른 자리의 컴퓨터는 꽉 차 있고, 나도 오래 기다려서 사용하는 건데,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부탁한들 쉽사리 내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 내 내색을 읽은 대학생이 밥은 제대로 먹는지조차 의문인 입을 움직이며 말했다.

“논문을 쓰고 있는데 도중에 노트북이 맛이 가버려서……. 가까스로 백업은 했지만, 일부 내용은 날아가 버리고……. 하필 논문 마감이 내일까지라서…….”

“얼마든지 쓰시죠.”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내가 거부했다간 이 사람 진짜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쩔 수 없지. 돈이 아깝긴 하지만 PC방을 이용할 수밖에.

그렇게 결정한 난 대학원생에게 무언의 응원을 남기고, 레테라와 함께 대학을 나섰다.

***

“아아~ X 같네, 쓰벌.”

척 보기에도 험한 일을 할 거 같은 남자가 길바닥에 쭈그려 앉은 채 욕지거리를 하고 있었다.

담배를 피며 침을 찍찍 뱉는 모습에 행인들이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 험악한 외모에 별 말은 못하고 제 갈 길을 가버린다.

그러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남자는 다시 한 번 조금 전에 말을 반복했다.

“진짜. X 같네.”

“X 같은 소리 좀 그만해. 나까지 X 같아지잖아.”

그의 옆에서 동종업계인 듯한 또 다른 남자가 투덜거렸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는 화상 카메라가 지지대 위에 세워진 채 돌아가고 있었다. 빨간불이 깜빡이는 카메라는 그들이 아닌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촬영하고 있었다.

얼핏 보면 인구 유동을 체크하는 관공서 직원처럼 보일 법도 한데, 험악한 언동이 다 망쳐버리고 있었다.

피던 담배를 던져버린 남자는 딴지를 걸었던 남자를 돌아보며 말했다.

“덕구야. 우리가 명색에 건달인데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냐? 흥신소도 이런 건 안 할 거다.”

덕구라고 불린 남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흥신소를 동원해도 아무런 정보가 없다잖아. 무술이나 격투기 종사자, 혹은 뒷세계에서 은퇴한 주먹들마저 뒤져봤지만, 신월시에 나타난 그 괴물 같은 남자는 없었어. 그나마 있는 정보라면 불곰파 조무래기를 족쳐서 알아낸, 키 180 이상에 근육량이 많다는 신체특징 정도지.”

“아무리 그래도 하루 종일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찍는 건 뭐하는 짓이냐고! 이런다고 찾을 수 있겠어?”

“우리야 뭐 위에서 까라는 대로 까는 거지.”

이미 자신과 같은 팀 수십이 이곳 성월시 곳곳에 깔려 있었다.

이 정도 인원을 움직이는 걸 보니 보스인 안일혁이 단단히 작정한 모양이었다.

“아아~ 덕분에 단골 술집도 못 가게 생겼네. 우리 정숙이가 이 오빠 그리워하지 않으려나?”

‘퍽이나.’

오히려 귀찮게 엉겨 붙는 놈 하나 사라졌다고 좋아할 거다, 라는 덕구의 머릿속을 스쳤지만 입 다물고 있었다.

이러한 자제력이 있기 때문에 옆에 있는 경박한 남자와 한 팀을 이루는 것이다. 이른바 통제용이었다.

“오? 오오? 오오옷!”

“뭐 하냐, 억배야?”

억배라고 불린 경박한 남자는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한 남녀가 길을 걷고 있었다.

남자 쪽은 평범했다.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금세 보이지 않을 만큼 밋밋한 개성의 사내였다.

하지만 눈썰미가 좋은 덕구는 그것이 일부러 자신을 드러내지 않도록 꾸민 외형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눈에 띄는 걸 싫어하는 성격인 보다.

그 남성의 옆을 걷고 있는 건 작은 체구의 여성이었다. 하지만 당당하고 힘 있는 걸음걸이하며, 부드러운 피부 밑에 보이는 단단한 근육의 흔적으로 볼 때 운동계 종사자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억배의 시선은 명확히 여성 쪽을 향해 있었다.

뭐지? 억배가 뭔가를 발견한 것일까.

그러고 보니 여성은 커다란 모자와 선글라스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신월시에 나타난 남성도 고글과 헬멧을 쓰기 전엔 큰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는 얘길 들은 적 있긴 하지만…….

“아무리 봐도 여자잖아. 우리가 찾는 건 덩치 큰 남자라고.”

“그걸 말하는 게 아니야. 저 여자, 틀림없어.”

억배는 확신이 서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 여자는 틀림없이 미인이야!”

“……하아.”

또 시작이라는 듯 덕구는 한숨을 내쉬었다.

억배의 안 좋은 버릇이 나오고 있었다.

“분명 미인 맞다니까! 내 하반신 레이더가 강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사람들 있는 곳에서 음담패설도 서슴지 않는 망나니를 보며 덕구는 고개를 저었다.

“저 지난번에도 길가는 여자 희롱하다 감방 갈 뻔한 거 벌써 잊었냐?”

“누가 희롱한다고 그래? 그냥 같이 술 한 잔 마시자고 꼬시는 거뿐인데.”

아직 4시다. 아무리 부지런한 술집이라도 문을 열었을 리 없었다.

헛소리 지껄이지 말고 목표나 찾으라고 말하려 했다. 그러나 이미 억배는 지나가는 남녀를 향해 다가가는 중이었다.

“진짜 돌아가면 다른 놈이랑 바꿔 달라고 해야지 원.”

덕구는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카메라를 억배에게 향했다.

나중에 카메라 영상을 가지고 위에 보고해야 하는데, 임무 중에 딴 짓하는 억배의 모습도 그대로 가져다 바칠 생각이었다.

***

“아~! 대학원생이라는 게 그런 거군요.”

대학교를 나와 PC방으로 가는 길.

조금 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대학원생에 대해 설명해주자 레테라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그거 거의 노예 아닌가요?”

“쉿. 때로는 알면서도 말하지 말아야 하는 게 있는 법이야.”

여전히 레테라의 비유는 매서웠다.

그 뒤로 이런저런 얘기나 나누며 거리를 걸어가던 때였다.

웬 험악한 인상의 남자가 애써 살가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걸어온 건 그때였다.

“안녕, 아가씨? 혹시 옆에 있는 건 남자친구야?”

“레타라. 무시해.”

“네.”

그 말에 레테라는 남자를 말끔히 무시하고 지나쳐갔다.

결국 완전히 새된 남자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인사하는 자세 그대로 얼어붙었다. 한쪽에 일행인 듯한 남자가 ‘푸핫!’ 하고 웃음을 터트린 건 덤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남자는 걸어가는 우리는 앞지르며 다시 말을 걸었다.

“잠깐, 잠깐, 잠깐! 난 수상한 사람이 아니야! 그냥 잠깐 뭣 좀 물어보려고…….”

“레테라. 길 가다가 누가 말을 걸어오면 무시해야 되는 것들이 있는데, 1위가 애인 관련, 2위가 종교 관련, 3위가 물건 판매 관련, 4위가 설문 관련이야. 잘 기억해둬.”

“네. 오라버니.”

이번에도 아무 일 없다는 듯 남자를 옆을 지나쳐갔다.

두 번씩이나 쌩까는 건 못 참는 건지 남자의 얼굴에 힘줄이 돋아났다.

“야, 이 새끼야!! 너 뭐야!!”

흥분한 남자가 내 어깨를 붙잡고 살가죽을 뜯어낼 듯 잡아당겼다.

고통에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우선 손을 들고 레테라를 제지하는 게 먼저였다.

한순간 살기가 뿜어졌다가 사라졌지만, 분노로 감각이 둔해진 남자는 눈치 채지 못한 듯 나를 향한 욕설을 이어갔다.

“이 씨벌놈이! 네가 뭔데 날 무시해!?”

“무시는 그쪽이 먼저 했잖아.”

“뭐라고!?”

“이렇게 딱 붙어 다니는 거 보면 몰라? 남자와 딱 붙어 있는 여자에게 다가가서 애인 있냐고 물어보는 건 어느 나라의 예의야? 하여간 먼저 실례 저지른 새끼가 고개는 높다니까.”

나와 레테라가 애인 관계는 아니지만 여기선 그렇다고 밀어붙여야 했다. 의동생이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훨씬 말에 무게가 실리지 않은가.

어쩌다보니 내 애인이 된 레테라가 달아오르는 얼굴빛을 감추려 모자를 눌러쓰는 모습이 귀여웠지만, 얼마 감상하지 못하고 나에게 들이 밀어지는 더러운 얼굴을 봐야 했다.

“이, 이 새끼! 감히 날 뭘로 보고……!?”

“밤마다 편의점에 나타나는 술 취한 진상 정도로 보고 있는데, 왜?”

편의점 알바생의 비애를 네가 아냐?

갑자기 일행끼리 싸우다 진열대 부수는 새끼, 혼자 주저앉아 펑펑 우는 새끼, 그냥 쳐다봤다고 쌍욕 하는 새끼, 술병 깨트려서 그걸 나한테 휘두르는 새끼.

너보다 더한 새끼들을 수두룩하게 봤어, 새꺄.

“죽여주마!!”

내 도발은 효과적이었던 모양이다.

남자가 내 멱살을 잡더니 주먹을 치켜들었다.

이제 저 주먹에 맞고, 경찰을 부르고, 이놈을 유치장에 가두면 끝이다.

총과 칼이 금지된 법치국가인데, 거기에 맞는 싸움법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결국 법이 내 손을 들어주게 만들면 이긴다. 그걸 위해서라면 나는 맞아줄 각오는 되어있었다.

다만 단 한 사람, 레테라는 그걸 용납 못 한 모양이다.

파앗!

시야가 휘돈다 싶을 즈음, 내 멱살은 남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있었다.

어느새 움직였는지 모를 레테라 남자에게서 나를 떼어놓은 것이다.

“어엇……!?”

꽈당!

갑자기 목표를 잃은 남자의 주먹이 허공을 때렸고, 그 기세를 주체하지 못했던 그의 몸이 앞으로 넘어졌다.

레테라는 그곳에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내 등을 떠밀며 말했다.

“자아. 가요, 오라버니. 더 이상 상대할 필요 없어요.”

“어, 어?”

갑자기 흐름을 끊은 레테라에게 당황하면서도 그녀의 손길에 떠밀리며 앞으로 걸어간다.

하지만 바닥에 쓰러졌단 남자가 그냥 두고 볼 리 없었다.

그는 욕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기다려, 개자식들아! 어딜 가려…… 어?”

남자의 목소리가 의아함으로 바뀐다. 그리고 놀람, 혼란, 이내 공포로 바뀐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뭐, 뭐야……. 뭐야, 이게!!”

소리를 듣고 남자를 돌아보았다.

막 몸을 일으키려던 남자의 바지. 정확히 사타구니 부분에 붉은 얼룩이 생겨 있었다.

그 얼굴은 점차 범위를 넓혀갔고, 이내 바지 밑에 고여 방울져 떨어졌다.

그건 피였다.

남자의 사타구니가 피에 절여지고 있었다.

“뭐, 뭐야? 레테라. 방금 뭐 했어?”

난 저것이 레테라의 짓이라는 걸 직감했다.

내 등을 밀며 그 자리에서 벗어나고 있던 레테라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스스로 발정난 걸 주체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두둑, 하고 그녀의 손가락이 위협적인 소리를 냈다.

“‘거세’시켜줬어요.”

“…….”

그 순간 다리를 오므리는 건 남자로서 당연한 반응이었을 것이다.

시선을 다시 남자에게로 향했다.

뒤늦게 사타구니에서 올라오는 통증을 견디지 못한 남자가 눈을 까뒤집으며 쓰러졌고, 그걸 본 동료인 듯한 남자가 달려와 상태를 살폈다.

그 남자를 보자 그가 찍고 있던 화상 카메라에 시선이 갔다.

“큰일 났다! 저 카메라, 아까 우리 모습을 찍고 있었어! 네가 저 남자를 공격하는 모습도 찍혔을 거야!”

어떻게든 저 카메라를 처리하려고 했던 나를 레테라가 제지했다.

“그건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뭐?”

“책에서 읽었어요. 카메라가 영상을 남기는 원리는 초고속으로 찍는 연속 사진이라고요. 짧은 간격으로 찍은 사진이 이어지니 영상이 움직이는 걸로 보이는 거죠.”

카메라가 그런 원리였던가?

깊게 고찰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일단 레테라의 말을 경청해본다.

“저런 종류의 카메라는 기본 24프레임. 1초당 24장의 사진을 찍는 셈이에요. 그럼 사진 한 장을 찍고 다음 사진을 찍을 때까지의 간격은 0.04초.”

간단한 결론이라는 듯 레테라는 방긋 미소 지었다.

“즉, 0.04초 사이의 움직임은 영상으로 남지 못해요.”

“…….”

확실히 이론상으론 그럴지 모른다.

그 0.04초에 맞춰서 움직이는 게 가능할 때의 일이지만.

근데 그건 이미 생물의 영역을 초월한 것 같은데?

그런 의문이 담긴 시선을 알아챈 레테라가 답한다.

“처음엔 어려웠지만 몇 번 연습하니 되던 걸요? 근육돼지 같이 둔한 파워 타입은 무리지만, 전 스피드와 테크닉이 강점이거든요.”

“…….”

자신의 솜씨가 어떠냐는 듯 자랑하듯 말하는 레테라.

생물의 영역을 초월한 녀석이 눈앞에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지만, 이제 와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기에 일단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것에 집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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