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화 〉 게임 마스터로서의 존재 3
* * *
골목 안이 엉망이 되었다.
대부분 레반과 레테라가 낸 것이지만, 그렇게 만들도록 그들을 집어던진 건 율이었다.
현대 시가전에서 크레모어와 수류탄이 쉴 새 없이 터지는 것에 맞먹는 난리가 났지만,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누구 하나 골목 안쪽에 신경을 주지 않았다.
무관심도 아니고, 두려움도 아니다.
소동이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아무도 그들만의 게임판에 간섭할 수 없다던 율의 말은 이런 뜻이었을까.
단 하나. 거리의 사람들처럼 지나치지 않고 율을 비롯한 세 사람의 싸움을 지켜보던 시선이 있었다.
거리의 사람들과 달리 명확히 그들을 인지하고 주시하는 한 쌍의 눈동자. 그것은 시선의 주인이 게임에 관계가 되어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가 있는 곳은 건물 옥상.
바로 율과 요현 일행이 있는 골목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위치였다.
그는 고개를 내밀고 밑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저쪽은 그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하였다.
은신.
주로 암살자 직업을 가진 캐릭터가 사용하는 스킬. 그가 자신을 들키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은신에 있었다.
하지만 암살자 직업이라고 해도 그가 조금 전 배진환을 죽였던 그 암살자와 동일인물이라는 건 아니었다.
우선 복장부터가 달랐다.
배진환을 죽인 암살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천으로 감싸고 있었지만, 옥상에 있는 그는 흰 계통의 가죽 옷차림이었다.
검은 옷의 암살자는 얼굴을 가린 천 사이로 감정 없이 건조한 눈만을 드러냈지만, 흰 옷의 암살자는 두려움과 우려가 가득한 시선으로 저 밑을 바라보고 있었다.
“맙소사……. 저 율이라는 남자는 대체 뭐야? 싸우는 모습을 보면 어느 정도는 강함의 윤곽이 잡히는 법인데, 저건 도대체가 바닥이 어딘지조차 분간이 안 가.”
저 아래에서 율은 요현 일행에게 손을 흔들며 처음 나타낼 때와 마찬가지로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그러자 율에게 고정되었던 시선은 자연스레 요현 일행에게로 넘어갔다.
정확히는 요현의 두 캐릭터, 레반과 레테라에게였다.
“일방적으로 휘둘리긴 했지만, 그건 상대가 나빴을 뿐 저 두 캐릭터도 무시무시한 건 마찬가지야. 그런 폭발적인 움직임과 파괴적인 전투는 처음이야. 만약 싸우는 게 율이 아니라 나였다면 반격 한 번 못해보고 순식간에 갈려나갔겠지.”
“자신에 대한 평가가 엄격한 편이구나?”
“상대의 실력과 자신의 실력을 명확하게 분석하고 계획하지 않으면 살아남기가 힘든 게 바로 암살자니까…….”
그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온 몸에 돋아난 소름 때문이었다.
그에겐 동료는 없었다. 이 옥상에 있는 것도 자신 혼자뿐이었다.
……그럼 방금 들려온 이 목소리는 뭐지?
파앗!!
번개처럼 뒤로 몸을 날린 그는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내 앞으로 겨누었다.
한쪽으로 초승달처럼 길게 휘어진 형태의 단검의 끝은 옥상 위에 나타난 침입자를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검은 츄리닝에 낯이 익은 남자라는 사실을 안 그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다, 당신은……!?”
“이렇게 만나는 건 두 번째지? 첫 번째는 튜토리얼 설명 때 내가 직접 찾아가서 만난 거였고.”
요현 일행과 헤어졌던 율은 어느새 옥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황급히 단검을 감추었다.
율의 말대로 튜토리얼을 위한 방문 때, 뭣도 모르고 그를 공격했다가 지옥을 맛보지 않았던가.
게다가 자신의 힘으론 어쩔 수 없을 거라 판단되는 레반과 레테라마저 가지고 놀던 양반이다.
단검을 겨누다가 시비가 붙어 싸우게 되는 상황만큼은 결단코 사양하고 싶었다.
“이름이 분명 동…….”
“잠깐. 그 이름 말고 알렉스라는 이름으로 불러주십시오.”
“왜? 너희 주인이 붙여준 이름이잖아. 그럼 소중히 써야지.”
“그건 그렇습니다만! 여기엔 복잡한 사정이 있다고요!”
스스로를 알렉스라고 불러달라는 그는 이상하게도 주인이 붙여준 이름을 싫어하는 것 같았다.
요현이 준 건 이름이든 물건이든 좋아하는 레반, 레테라와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참 별 거 신경 쓴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린 율이 물었다.
“그래서, 네 주인에겐 아직도 게임에 대해 말 안 했냐?”
율은 튜토리얼을 위해 게임 참가자들의 집을 방문 했었다.
그 중 알렉스의 주인이 있는 집을 방문했을 때는 한밤중이었고, 알렉스의 주인 쪽은 이미 꿈나라로 떠나 있었다.
율을 침입자로 판단해 덤벼들었다가 된통 깨진 이후, 알렉스는 자신이 현실로 나온 이유와 게임의 개요에 대해 듣게 되었다.
그 얘기를 들은 알렉스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자신의 주인을 억지로 깨운 뒤 그에게도 게임에 대해 말하려고 하는 율을 알렉스는 바지자락을 붙잡으며 말렸다.
그리고 자신이 대신 전할 테니 오늘은 그만 돌아가 달라고 그에게 사정사정 빌었다.
율은 알렉스가 이러는 이유가 대강 짐작이 갔기에 그의 소원대로 주인을 직접 만나지 않고 그 집을 나왔다.
그렇게 오늘에 이르게 된다.
여전히 알렉스의 주인은 게임에 대해 모르는 채다.
“……어떻게 말씀드리겠습니까, 아직 철들지도 않은 분인데. 그냥 저처럼 게임에서 나온 자들을 데리고 있는 자가 많다는 것만 일러두었습니다. 그런 자들을 주의 해달라는 뜻으로 말씀드렸지만 본인은 그냥 놀이로 생각하고 있죠.”
“태평하긴.”
태평하다. 그 말에 알렉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남의 목숨 따윈 우습게 여기는 플레이어가 등장한 마당에 아직 게임 개요조차 이해하지 못한 플레이어가 있다는 건 확실히 한심해 보이는 일이었다.
“……그걸 물으시려고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
“그냥 회사로 돌아가려는데 아는 얼굴이 근처에 있길래 와 본 것뿐이야. 그리고 충고도 좀 해줄 겸.”
“충고요?”
“너, 저기 저 녀석들 미행할 생각이었지?”
율이 가리키는 건 옥상 아래. 요현 일행이 있는 곳이었다.
알렉스는 율이 이미 다 파악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순순히 인정했다.
“네. 아무래도 처음으로 마주친 플레이어다 보니 거주지 정도는 파악해두면 좋을 거 같아서요.”
“그거 관두는 게 좋다는 게 내 충고야.”
“네?”
“지금 갔다간 너 죽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그러나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말하는 듯한 율의 모습에 알렉스는 충격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죽다니, 그게 무슨……?”
“저 아래에 있는 두 멍멍이가 지금 굉장히 예민해져 있는 상태야. 이미 암살자를 한 번 놓쳐버렸으니 그럴 만하지. 게다가 나와 싸운 뒤의 여운 때문에 기감이 거의 최대치로 돌아가고 있거든. 네가 아무리 완벽한 은신을 하고 미행한다 한들 일정 거리에 들어선 순간 들켜버려. 그리고 조금 전의 암살자라고 판단한 두 멍멍이는 선조치 후보고의 원칙을 따라 주인의 말도 없이 다짜고짜 죽이려고 들겠지.”
“…….”
율에게 향하던 그 파괴적인 폭력들이 전부 자신을 향하는 건가?
상상만 했을 뿐인데도 뒷목에 소름이 돋아나 문지르는 것으로 가라앉혀야 했다.
암살자는 은신과 기습에 특화된 직업이다.
그것이 빛을 발하는 건 다수 대 다수가 벌이는 난전일 때지, 정면 전투일 때가 아니다. 전문 전투 직업을 가진 자와 비교하면 능력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레반과 레테라는 이미 레벨부터 자신보다 큰 우위에 있다는 게 느껴졌다.
승산을 따지는 게 아니라 정말 살아남아야 하는 걸 고민해야 되는 수준이었다.
“저 녀석들 기감이 최대치로 돌아가는 건 내 탓이라서 충고해주는 거야. 특별 서비스 정도로 생각해. 아참, 하는 김에 충고 한 개만 더 해줄까?”
그렇게 말하던 율은 기대로 있던 난간에서 몸을 뗐다.
“게임 마스터의 존재 의의는 보다 편안한 플레이 환경 제공과 공평함이지. ……위기에 순간 동정심으로 내가 누군가를 구할 거란 생각은 버리라고. 남자든 여자든, 어른이든 아이든, 이 게임에서 위험을 맞대고 서 있는 건 누구나 같으니까.”
그 말만 남기고 율은 사라졌다. 요현 일행의 앞에서 사라졌을 때와 똑같이.
옥상에 홀로 남은 알렉스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힘을 너무 주어서 부들부들 떨리는 손아귀에 담긴 건 그가 짊어진 막중한 책임이었다.
***
“후우…….”
나는 전투로 인해 잔뜩 해진 땅 위에 주저앉았다.
율 그 녀석은 너무 폭풍 같은 녀석이라 만날 때마다 진이 다 빠진다.
그런 내 주위로 레반과 레테라가 모여들었다.
나는 정신적으로 피곤 할뿐이지만, 그들은 육체 남은 데미지가 엄청나 보였다. 내 용태를 물으려 하는 그들의 말을 끊고 내가 먼저 말했다.
“난 괜찮으니까 너희들 몸 먼저 돌봐. 포션 아직 남아 있지?”
““…….””
먼저 포션으로 치료하라고 말했지만 그들은 가만히 고개를 숙인 채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그들이 시무룩해진 것이라는 걸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레반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번에도 그 자식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또 멋대로 설치는 건 두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한 번도 아니라 두 번씩이나 일방적으로 당하니 상심이 큰 모양이었다.
나는 신경 쓸 필요 없다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두 눈 뜨고 지켜보긴. 너희도 막으려고 전력을 다 했잖아. 게다가 무기도 없었고.”
“무기가 있었어도 결과는 같았을 거예요. 전력을 다해도 오라버니의 적을 쓰러뜨리지 못한다면 저희의 존재의의는 뭐죠?”
아무래도 정신적 데미지 또한 나보다 이들이 더 컸던 모양이다. 그야 말로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이들이 이렇게 약해져 있는 모습을 본 건 오랜만이다. 내가 이 모습을 언제 봤더라?
……그래. 처음 내 호칭이었던 아버지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을 때.
호칭 자체가 문제가 아니었다.
아버지 격인 존재인 나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게 되면서 그들은 자신의 존재가 흔들린다고 생각했기에 불안해하고 약해졌던 것이다.
지금도 그때와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게임 캐릭터로서 나를 대신해 싸워 이겨 온 녀석들이다. 내가 승리를 가져다 줄 수 없다는 사실이 그들에겐 큰 짐으로 다가왔다.
참 바보 같은 짓이었다.
이제 와서 그런 걸로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게 그들의 가치관이라면 억지로 고치기보단 새롭게 나아갈 길을 만들어주는 게 좋겠지.
잠시 고민을 하던 나는 한 이야기보따리를 꺼냈다.
“게임 마스터…… 요즘엔 GM이라고 부르지. 게임 운영자라는 뜻이지만 옛날 MMORPG에는 실제 GM의 캐릭터가 게임 속을 돌아다녔다고 하더라고. 그렇게 GM도 게임을 즐기며 플레이어들과 소통했다고 해.”
““……?””
내가 꺼낸 이야기에 의도를 알지 못한 두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별 말 없이 내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런 게임 속 GM은 정말로 강하지. 뭐든지 할 수 있어. 그도 그럴 게 그 게임의 신이나 다름없는 녀석들이잖아? 플레이어의 캐릭터 따위가 이길 리 없지.”
게임 마스터인 율.
고작 플레이어 캐릭터에 불과한 레반과 레테라.
내 이야기는 그들이 죽었다 깨어나도 율을 이길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그들은 더욱 침울하게 가라앉았다.
“그런데 말이야……. 그런 GM도 항상 무적이었던 것도 아니었어. 패배할 때도 있거든.”
““……?!””
두 사람이 놀란 듯 눈을 부릅뜬다.
“물론 GM에 도전할 정도면 엄청난 하드한 플레이가 강요되지만, 게임 역사를 살펴보면 GM과 싸워 이긴 업적을 가진 사람도 없진 않았어.”
그렇게 말한 난 손가락을 뻗어 레반을 가리켰다.
“레반!”
“네, 넵!”
“너 어둠에 물든 신성왕 몇 트라이하고 이겼어?”
어둠에 물든 신성왕.
그것은 내 기억에도 선명히 남을 만큼 지겹도록 도전했던 SoR의 보스 중 하나였다.
더럽게 강한 공격과 더럽게 어려운 패턴 때문에 몇 번이나 죽고 리트라이 해야 했던지!
“……분명 281번 싸운 끝에 겨우 이겼죠.”
레반은 확실한 숫자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잘 대답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내가 이번엔 레테라를 향했다.
“레테라!”
“네!”
“타락해버린 큰 날개 마왕과 싸울 땐 몇 트라이 했어?”
타락해버린 큰 날개 마왕.
싸움 중 대부분을 공중에 날아다녀 연격을 가하기 힘들었고, 피통도 엄청 많았기 때문에 레테라와 같은 기량캐의 천적 같은 보스였다.
“……정확히 317번 도전했었죠.”
“그래! 280번이나 실패하고, 또한 316번이나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도전했다. 그리고 이겼지. 그런데 지금 너희들은 겨우 두 번 졌다고 패배를 인정해버리는 거냐? 언제부터 늬들이 그렇게 물러 터졌어!”
““……!!!””
내 호통에 두 사람이 드디어 정신이 바짝 든 듯 숙였던 허리를 피고 두 눈을 빛냈다.
“몇 번이나 쓰러져도 악착같이 도전하던 게 우리였잖아? 난 아직 포기 안 했어. 언젠가 율 그놈이 진짜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게 만들 거라고. 너희들은 어쩔 건데? 이대로 포기할 거냐!!”
“아니요!!”
“절대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만 투덜거리고 포션이나 원샷해!! 이 이후로도 우린 할 일이 많다고!”
““넵!!””
완전히 활기를 되찾은 두 사람은 언제 시무룩해져 있었냐는 듯 바로 포션의 뚜껑을 따고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참 손이 많이 가는 녀석들이라니까.’
다시 바닥에 주저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
알렉스는 주인의 곁으로 돌아갔다.
율이 충고했던 대로, 요현 일행을 뒤쫓는 건 위험 부담이 너무나도 컸다. 굳이 기를 써서라도 뒤쫓을 만한 이득은 없으리라.
마침 두 캐릭터들의 주인, 신요현이라는 플레이어는 악인처럼 보이진 않았다.
일부러 수상한 행동으로 척을 질 뻔하는 것보단 나중에 기회를 잡고 만나는 게 훨씬 나아보였다.
그렇게 알렉스는 주인이 기다리고 있는 카페로 돌아왔다.
노인을 잡아먹는 늑대 그림을 로고 삼은 카페였다. 그리고 그 카페 앞에 자신의 주인이 쭈그리고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짧은 머리에 까무잡잡한 피부의 소년.
그는 요현에 모임에 참가 했던 김정수라는 소년이었다.
심심한 듯 바닥에 조약돌을 던지며 놀고 있던 정수는 다가오는 알렉스를 발견하곤 반색하며 외쳤다.
“동글아!”
“알렉스라고 불러달라니깐요, 도련님…….”
기어코 자신을 동글이라는 알 수 없는 감성의 이름으로 부르려는 주인에게 알렉스 겸 동글이는 서글픈 빛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태클을 걸 듯 몸을 날려는 정수를 알렉스는 웃으며 받아주었다.
그런데 알렉스의 허리에 매달린 정수는 그를 올려다보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어딜 갔다 오느라 이렇게 늦었어! 엄청 지루했단 말이야!”
“도련님, 모임은 어떠셨습니까요?”
“재미없었어! 다들 멋대로 가버리고! 마지막에 가버린 형아는 꼭 우리 엄마 같은 잔소리를 하고! 이런 데 다신 안 와!”
“그러는 게 좋겠습니다요, 도련님.”
그렇게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은 집으로 향하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아직 해가 떠올라 있지만 정수가 억지를 부려서 멀리 나온 것이기에, 슬슬 돌아가지 않으면 저녁 전에 돌아가지 못할 수 있었다.
거리를 걷던 정수는 깍지 낀 손으로 뒷머리를 받치며 아쉬운 소리를 내뱉었다.
“아아~! 혹시 우리 같은 동료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전에도 말했지만 저희와 같은 처지의 자들은 가능한 찾지 않는 게 좋습니다요. 위험할 수 있으니까.”
“그게 무슨 상관이야? 우리 동글이는 엄청 강한데! 동글이가 날 지켜주면 되잖아!”
정수는 알렉스의 강함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듯 그를 향해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잘 모를 것이다. 최소 조건인 500시간을 맞추며 단련된 알렉스의 강함도, 현실로 나온 캐릭터 중에선 평범한 축에 속한다는 걸.
그 위로 어떤 고인물들이 키운 괴물이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걸.
……그리고 그 중에는 같은 인간도 정말 거리낌 없이 죽이는 플레이어도 있다는 걸.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알렉스는 말하지 않았다.
설명해도 잘 이해 못할뿐더러, 이해한다고 해도 불안하게만 만들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쓴웃음만을 지은 채 대답했다.
“네. 제가 반드시 지켜드리겠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