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게임 캐릭터가 살아났다!-75화 (75/173)

〈 75화 〉 몬스터 웨이브 ­ 1

* * *

산을 뛰어서 내려왔다.

산책로를 이용할 시간도 아까웠다. 몬스터들을 떨어져 내리는 광경을 목격했던 절벽에서 즉시 몸을 날렸다.

레반과 레테라의 도움을 받아 상처 없이 착지 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고맙다고 말할 여유도 없이 그대로 수풀을 헤치며 산에 가장 가까이 있던 민가를 향해 달려가던 때였다.

“크아아아악!!!”

도중에 하늘에서 떨어진 몬스터가 우리를 덮쳐왔다.

단순한 사람의 뼈에 불과했지만 시체가 독기에 오염되어 살아 움직이게 된 스켈레톤, 이성과 자아를 잃고 그저 눈앞에 움직이는 걸 닥치는 대로 공격하는 광인 등이었다.

단순한 몬스터만이 아니라 인간형 적까지 떨어진 모양이다.

대화가 통하는 상대라면 망설였겠지만, 짐승 이하의 괴물로 전락해버린 자들에게 그런 건 필요 없었다.

신속히 숨통을 끊어준 게 예전부터 있던 SoR 세계의 자비였고, 그것에 따라 레반과 레테라가 신속히 몸을 날려 그들을 베었다.

콰직!!!

적을 쓰러뜨리고 그들이 연 길을 내가 달려갔다. 시체에서 바로 무기를 회수한 두 사람이 내 뒤를 따른다.

그렇게 완전히 산을 벗어났을 때 내가 본 것은 폭삭 주저앉은 민가였다.

원래는 부유하지 않아도 열심히 벌어먹고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집이 있었을 터였다. 그러나 그곳에는 더 이상 사람의 그림자가 없고, 하늘에서 떨어진 듯한 몬스터가 가득했다.

방금 떨어진 듯 잔해 속에서 막 몸을 일으키고 있는 몬스터들.

오크나 고블린 같은 판타지의 대표격인 몬스터가 있는가 하면, 다른 게임에는 없이 SoR에서만 등장하는 몬스터도 여럿 보였다.

“우워어어어어어어어엉!!!!!”

소의 울음소리를 닮은 괴성이 터져 나온다.

몬스터들 사이에 있던 거구의 그림자 하나가 이쪽을 발견하고 내지르는 소리였다.

미노타우로스.

신화에 한 번 나왔다고 여러 장르에 개근하며 갈려나가는 몬스터.

SoR 내에서의 위용은 중간보스 정도. 나도 이미 옛날 옛적에 해치웠었다.

그러나 현실로 나온 미노타우로스의 흉흉한 투기는 절대 그때와 비교할 정도가 아니었다.

거대하면서 흉포한 생물이 가지는 위압감부터가 달랐다.

놈의 포효와 시선을 정면으로 맞은 내 두 다리가 절로 얼어붙을 정도였다.

콰아아앙!!

그런 나를 향해 미노타우로스가 육중한 다리를 놀리며 달려들었다.

공격하는 이유는 모른다. 그냥 자신도 난데없이 하늘에서 떨어져 제정신이 아닌 와중에 낯선 생물체가 보이니 일단 공격하고 보는 것 같았다.

“크아아악!!!”

“키에에엑!!!”

다른 몬스터도 미노타우로스의 반응에 덩달아 흥분했다.

이성적인 판단 없이 그저 본능에 따라 날뛰는 모습이 영락없는 몬스터 그 자체였다.

그런 몬스터들이 해일처럼 일제히 몰아닥치는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바지에 오줌을 지리거나 실신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입술을 강하게 씹는 것으로 공포를 떨쳐내었다.

네놈들 따위에 무서워 할 거라고 생각 마라!

난 네놈들보다 훨씬 무서운 녀석들과 한 지붕 아래에서 살고 있다고!

“레반!! 레테라!!”

그 말과 함께 내 뒤에서부터 섬광이 쏘아져 나갔다.

그것은 가장 먼저 나를 덮치려던 미노타우로스에게 닿았다.

사악…!! 콰직!!!

단 일격.

아니, 두 사람이 동시에 날렸으니 이격이라고 해야 하나.

그것만으로 미노타우로스의 목숨은 끝났다.

레타라가 휘두른 낫이 정확히 녀석의 목을 끊었고, 레반의 도끼는 녀석의 배를 가르며 내장을 뽑아내었다.

“……!!!”

단말마의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미노타우로스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간헐적으로 몸이 꿈틀거리는 게 보였다.

하지만 그건 그저 신체의 전기 신호가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저건 이미 살기는 글렀다.

허무하게 죽긴 했지만, 미노타우로스가 약한 건 아니었다. 이래봬도 별명이 뉴비 학살자였으니까.

하지만 레반과 레테라는 뉴비가 아니다.

나와 함께 그 거대한 세계에 도전한 베테랑이었다.

“키엑!?”

“크륵!?”

가장 앞서 나가던 미노타우로스가 어이없게 쓰러지자 뒤따라오던 몬스터들이 순간 멈칫했다.

본능에 따라 날뛰는 놈들답게 레반과 레테라의 위험성을 알아보고 두려움이 생긴 모양이다.

몬스터들이 잠시 주춤 거렸지만 두 사람은 그들을 살려줄 생각이 없었다.

한 놈이라도 놓쳤다간 뒤에 있는 나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 있기에 그들은 망설이지 않고 몬스터들을 사이로 뛰어들었다.

!!!!

거기에서 벌어지는 건 소리조차 표현하기 힘든 파괴의 향연이었다.

살을 베는 소리, 뼈를 끊는 소리, 피가 튀는 소리, 고통스런 비명, 악에 받친 함성, 각종 소리가 뒤엉키며 아수라장을 만들어내었다.

저쪽은 이제 걱정 없을 거다.

나는 몬스터들을 두 사람에게 맡기고 가장 가까이 있던 무너진 민가로 달려갔다.

아직 민가 근처에 남아 있는 몬스터가 있을지 모른다. 그건 알고 있지만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봐요! 아무도 없어요!? 들리면 대답해요!!”

나는 무너진 집에서 혹시라도 살아 있는 사람이 없나 찾았다.

느닷없이 하늘에서 떨어진 괴물들 때문에 대부분의 집이 무너져 내렸지만, 아직 형태를 유지하는 곳도 있었다.

운이 좋다면 목숨을 부지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형태를 유지한 곳을 찾아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잔해 밑에 누군가 깔려 있을까 하며 치워보았다. 이번에도 아무도 없었다.

“대답 좀 하라니까요!제발 좀! 썩을! 아무나 좀 대답해!!”

답답한 마음에 목소리만 갈라져 갔다.

맨손으로 거칠고 무거운 잔해를 치우다 보니 피부가 찢어져 나갔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내 행동을 제어할 수가 없었다.

잔해를 들쳤을 때 시체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그렇게 되기 전에 빨리 구해야한다는 집념이 나를 채찍질한다.

제발 좀 봐줘. 아무리 타인이라지만 눈앞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정신 멀쩡할 정도로 난 강철 멘탈이 아니라고.

누구라도 살아 있으면 대답 좀 하란 말이야, 제발!

“형님…….”

그때 레반과 레테라가 다가왔다.

그들이 피 칠갑을 하고 있고 주변이 조용해진 걸 보니 벌써 다 정리한 모양이다.

나는 잘 움직여지지 않은 큰 잔해와 씨름하면서 그들에게 말했다.

“레반? 레테라? 마침 잘 왔어! 이 잔해를 치워줘! 아니, 그보다 먼저 산 사람을 찾아줘! 전부 죽진 않았을 거야! 건물이 무너져도 사람이 생존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오라버니…….”

그들이 나를 안타깝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전혀 귀담아 듣지 않았다.

난 지금 완전히 마음의 여유를 잃고 있었다.

“너무 안일했어! 율 그 자식이 아무리 플레이어가 사람을 죽이는 행위를 묵인한다고 해도 직접 나서서 대량학살을 벌일 거라곤 생각도 했다고! 되든 안 되든 그 새끼부터 막았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이 도시 사람들이 죽는 일도……!!”

“형님!”

“오라버니!”

양쪽에서 날아든 두 사람의 목소리가 귀를 때리고 골을 울렸다.

그것에 놀란 내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제정신을 찾았다.

내가 진정한 걸 확인한 그들은 한숨을 내쉬며 말하였다.

“진정하십시오, 형님. 이곳에 산 사람은 없습니다.”

“뭐? 그건…….”

이미 늦어버린 건가?

내 낯빛이 어두워지려는 그때 이번엔 레테라가 말하였다.

“그리고 죽은 사람도 없지요.”

“……뭐?”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나를 향해 두 사람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자신들도 왜 이런지 모르겠지만 현재 상태가 그렇다는 듯.

“처음부터 이곳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어떤 사람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전부 몬스터 때문에 죽은 건 아니에요. 그랬다간 우리가 도착했을 때 피 냄새가 났을 텐데 전혀 없었어요. 지금은 대신 몬스터들의 피 냄새로 가득하지만요.”

자신의 몸에 묻은 핏자국을 바라보며 레테라가 말하였다.

그들의 말을 들은 난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았다.

아직도 머리는 망치에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내가 입을 열었다.

“사람이 없다고……? 이 많은 집이 전부 빈집이란 말이야? 말이 안 되잖아?”

“율, 그 남자라면 이상할 거 없을 거라 봅니다. 전에도 갑자기 우리들을 순간이동 시키지 않았습니까? 주민 전원을 어디론가 옮겼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습니다.”

“전 그보다 다른 가설을 내려 볼까 해요.”

레테라는 어느 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내부가 보이도록 한쪽만 무너져 내린 집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드러난 집안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가구 하나 없이.

“사람과 가구를 동시에 옮겼다면 어딘가 좀 이상하죠. 그보다는 겉모습만 우리가 알던 도시와 똑같이 꾸민 가짜 도시라고 생각해요. 잘 만든 영화 세트장처럼요. 그리고 이동한 건 주민들이 아니라 우리들인 거고요.”

마치 TV 채널이 바뀌듯 세상이 변화하던 그때의 느낌을 떠올려본다.

확실히 충격적인 일이 연달아 일어나서 잊었는데, 그때의 느낌은 위드 소프트웨어 본사를 방문할 때 경험했던 순간이동의 느낌과 비슷했다.

즉, 이 도시는 레테라의 추리처럼 가짜고, 사람은 아예 없었으며, 난 거기서 혼자 흥분한 채 난리를 피웠다는 소리…….

머리가 차가워지니 그동안 내 행동을 돌이키게 되었고, 화룡점정으로 머리 위에서 종이가 팔랑거리며 내려왔다.

반사적으로 종이를 붙잡은 난 그것이 누가 보낸 건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놀랐냐? ㅋㅋ」

이 휘갈겨 쓴 글씨체를 어찌 모를까.

언젠가 미믹에게 죽을 뻔했을 때 받은 쪽지의 내용과 일치했다. 그리고 이번엔 정성스럽게 ‘ㅋ’자 하나를 더 넣는 센스까지 보였다.

그 종이를 마구 구긴 주먹에 이마를 가져다 대며, 나는 잔뜩 피곤에 절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넌 진짜 언젠가 내가 죽이고 말 거다, 율…….”

***

쪽팔려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아무도 없는 빈집에서 사람들을 구하겠다며 허둥대는 꼴이라니, 완전히 광대짓을 한 것 아닌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광대짓을!

율이 당장 여기에 없는 게 다행이었다.

만약 놈이 내 눈앞에 있었다면, 이번엔 심장에 칼이 박히든 창이 박히든 상관없이 계속 그놈을 쥐어 팼을 테니까.

이대로 영원히 고개를 숙이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 근처에 몬스터는 전부 쓰러뜨렸지만, 아직도 멀리서 몬스터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우리가 쓰러뜨린 몬스터는 도시 전에 내린 몬스터 중 10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이대로 여기서 죽치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이동하기로 하며 고개를 들었다.

“……응?”

고개를 든 나는 정중하게 무릎을 꿇고 내 앞에 대기 하고 있는 레반과 레테라를 볼 수 있었다.

“형님, 주제 넘는 짓인지 모르겠지만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저도요, 오라버니.”

그들의 표정과 목소리는 전에 없이 진지하여 나까지 긴장될 정도였다.

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니 두 사람은 차례대로 말했다.

“저희가 본 형님은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았던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이성을 잃고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했죠. 왜라고 생각하시나요?”

“…….”

대답이 궁하였다.

사람들을 구하는 것에만 눈이 돌아가 자신을 돌아볼 여유 따윈 없었으니까.

내가 그때 무슨 기분이었지? 왜 그렇게 흥분해야 했던 거지?

대답은 그들에서 나왔다.

“‘공포’ 때문입니다.”

“자신이 죽는다는 공포가 아니에요. 오라버니는 자신의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걸 두려워하고 있어요.”

그 말에 반박할 말이 없었다.

생물인 이상 죽음은 누구나 두려워하는 것.

그게 그렇게 쉽게 익숙해진다면 전쟁에서 돌아온 병사가 트라우마엔 왜 시달리겠는가.

“형님. 싸움은 공포에 자신을 잃는 자가 지는 겁니다. 누군가를 잃는 걸 두려워하다 자신을 잃는다면 누구를 구할 수 있겠습니까?”

“냉정함을 가져주세요, 오라버니. 그게 아무리 괴로운 일이더라고, 냉정함을 갖고 구할 수 있는 사람과 구할 수 없는 사람을 구분해주세요.”

“그게 저희가 부탁드리고 싶은 일입니다. 형님이 진정 원하시는 게 그거라면, 부디 흔들리지 말고 확실하게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 주십시오.”

“오라버니의 바람대로 되는 게 저희가 원하는 일이에요. 그렇기에 감히 이런 주제 넘는 발언까지 하고 말았어요. 기분이 나쁘셨다면 정말 죄송해요.”

그렇게 말하며 두 사람은 사과하듯 고개를 숙였다. 자신들의 말로 인한 결과가 무엇이든, 그것이 네 분노라 할지라도 받아들이겠다는 것처럼.

“…….”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들이 바라보았다.

내가 그들에게 품은 건 괜한 참견이라는 분노가 아닌 약간의 먹먹함이었다.

감동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좋을까.

“……난 완벽한 인간이 아니야. 언제나 결점이 있기 마련이고, 그걸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 전부지. 근데 결점이라는 게 남이 지적해주지 않으면 깨닫지 못하는 거거든.”

딴 건 몰라도, 내가 충신 복 하나는 타고난 거 같다.

나한테 미움 받는 걸 두려워하는 녀석들이 이렇게 용기내어 간언(??)까지 해주다니 말이다.

나는 두 사람에게 웃으며 말하였다.

“고개 들어. 너희들은 나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말을 한 거라고. 그런 것 가지고 화를 낸다면 내가 개새끼다.”

“형님…….”

“오라버니…….”

두 사람은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어째 싸구려 청춘 드라마 같은 장면이 연출되는 느낌이지만, 기분은 좋으니 넘어가자.

어차피 누가 보는 것도 아니고…….

짝! 짝! 짝!

“멋져요! 정말 한 편의 드라마 같은 멋진 장면……!”

갑자기 들려오는, 낯설면서도 밝은 여성의 목소리.

그것의 말이 끝맺기도 전에 레반과 레테라는 무기를 휘둘러 땅 위에 돌덩이를 후려쳤다.

그것만으로 석궁처럼 쏘아져 나간 돌덩이가 목소리의 주인을 노렸다.

“꺄아아악!!”

콰아아아아아앙!!!

새된 비명을 지른 여성은 건물 잔해 뒤로 몸을 숨겼고, 잔해는 날아온 돌덩이에 맞아 폭발하듯 부서져 나갔다.

그렇게 한쪽이 깎여나간 잔해물 뒤에서 가느다란 손 하나가 흰 손수건을 펄럭이며 외쳤다.

“항복! 항복! 전 싸우러 온 게 아니에요! 공격하지 말아주세요!”

“기척 죽이고 다가오던 녀석이 뭐라 지껄이는 거냐?”

“너 때문에 오라버니와의 훈훈한 분위기가 다 깨졌거든? 어떻게 책임질 거야?”

당장이라도 튀어 나가 잔해물 뒤편에 숨은 인물을 사냥하려 드는 두 사람의 어깨를 붙잡고 진정시켰다.

한 걸음 앞으로 나간 나는 아직도 흰 손수건을 흔들며 항복 의사를 보이는 손의 주인을 향해 물었다.

“넌 누구지?”

그 말에 잔해물 뒤에 숨어 있던 여성이 빼꼼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이 사람이 아닌 캐릭터라는 건 개성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외모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등까지 내려오는 분홍색 머리카락은 잔뜩 웨이브가 져서 복슬복슬해 보였고, 양쪽 머리에 단 장신구는 마치 동물의 뿔처럼 보였다.

순한 표정과 그것에 어울리는 하얀 사제복, 목에는 방울 같은 목걸이가 달린 게 꼭 양을 연상케 하는 여성이다.

복장으로 볼 때 성직자인 듯한 그녀는 우리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하티라고 해요. 혹시 쓸 만한 힐러 필요하지 않으세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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