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게임 캐릭터가 살아났다!-77화 (77/173)

〈 77화 〉 몬스터 웨이브 ­ 3

* * *

“잘들 즐기고 있구나.”

위드 소프트웨어 최상층.

사장실다운 점은 사장용 의자 하나밖엔 없는 공간이지만, 그래도 일단은 사장실이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는 방.

그곳에 의자를 최대한 뒤로 눕힌 율이 누워 있었다.

깍지 낀 손으로 머리를 베고, 한쪽 다리 위에 얹은 발을 까딱거리는 모습은 정말이지 느긋함을 즐기는 한량처럼 보였다.

확실히 그는 즐기는 중이다.

편안하게 감긴 그의 눈은 정확하게 이벤트에 참가한 자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말이다.

“참가 플레이어는 21명. 캐릭터는 33명인가. 그래도 많이 왔군.”

총 플레이어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지만 상관없었다.

설사 단 한 명 왔다고 하더라도 율은 즐거워했을 것이다.

오히려 단 한 명조차 오지 않은 상황이 율에겐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모두가 불참하진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 실제로도 그렇게 되었다.

호기심이라는 건 인간들에게 재앙의 상자마저 열게 만드는 유혹이자 마력이니까.

그 재앙 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지는 본인의 능력이겠지만.

“……이벤트 시작했으면 이제 저 좀 풀어주세요.”

율은 감겨 있던 눈을 뜨고 밧줄에 묶여 천장에 매달려 있는 여성을 바라보았다.

‘스포일러 금지’라는 종이를 몸에 붙이고 있는 그녀는 요현 일행에게 이벤트 내용을 전하려 하다가 율에게 포박한 당한 오서연이었다.

꼬박 하루 전에 묶였다가 지금까지 매달려 있던 것이다.

물론 계속 매달려 있던 건 아니었다.

도중에 화장실 다녀올 시간, 식사 시간, 오랫동안 몸을 움직이지 않아 굳어버린 몸을 스트레칭으로 풀 시간마저 제공했다.

그 외의 시간은 계속 묶여 있던 것이다.

오서연 본인도 이게 뭐하자는 짓인지 알 수 없었다.

신종 이상성욕 변태 플레이도 아닐 테고, 이렇게 대상의 편의를 보장하는 신변 구속은 듣도 보도 못했다.

구속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녀가 또 이벤트 내용을 타인에게 알리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틈만 나면 탈출을 시도해보았지만, 18번의 탈출 실패 끝에 현자타임이 와서 그냥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게 스포일러를 왜 하려고 해? 그건 제작자가 애써 준비해온 서프라이즈를 망치는 최악의 행위라고.”

“신월시의 모습을 따온 가짜 도시 안에 사람들과 함께 몬스터를 풀어놓는다는 게 뭔 놈의 서프라이즈에요!? 미친 짓이지!!”

율은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그 내용을 오서연에게 자랑하듯 늘어놓았다.

그는 깜짝 파티 정도의 가벼운 뉘앙스로 말했지만, 그 말을 들은 그녀는 전혀 깜짝 파티 정도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SoR의 몬스터와 플레이어들을 한 공간에 몰아넣겠다니!

한때 심심함을 이겨내기 위해 SoR를 즐겼던 그녀로서 그곳의 몬스터가 얼마나 자비가 없는지 알고 있었다.

특히 고인물 학살자라고 불리던 그 몬스터는 지금도 생각만 하면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런 끔찍한 몬스터가 게임도 아닌 현실에서 나타난다니, 참가자들을 다 죽이겠다는 소리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플레이어 중 유일하게 얼굴과 전화번호를 알고 있던 요현에게 연락을 시도한 거지만, 그 행위는 율에게 제지당해 버렸고 지금은 요 모양 요 꼴이다.

“넌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어.”

비참하다는 표정을 짓던 오서연에게 율은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오서연을 묶고 있던 밧줄이 저절로 스르륵 풀리며 그녀의 몸을 바닥 위로 떨구었다.

비명을 지르는 오서연이었지만 높이 별로 높지 않은 탓인지 특별히 다친 곳은 없었다.

“짐승도 굶주리면 사냥을 나선다. 그 사냥터에 도사리는 각종 위험을 감내하는 건 당연한 거잖아? 먹이를 먹지 못하고 도태되는 건 그 짐승이 약한 탓이지. 강한 자가 살고 약한 자가 죽는다. 이 별의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를 먹기 시작했을 때부터 변함없이 이어져 온 전통이잖아? 여기도 마찬가지야.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 그 강함이 힘이든, 지혜든, 운이든 간에 말이야.”

“또 알기 어려운 비유나 하고선……!”

“네가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거지.”

율은 다시 의자에 몸을 눕힌 채 눈을 감았다.

리듬을 타듯 까딱 거리는 발이 그의 즐거운 기분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모든 걸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때론 유치한 논리라고 흘러 넘기는 말 속에 진리가 담길 수도 있거든. 나는 그저 강자가 되고 싶어 하는 녀석들의 잠재된 욕구를 충족 시켜 주었을 뿐이야.”

그러고는 씨익 입꼬리를 올린다.

“그리고 그 녀석들도 바로 나오긴 싫을 걸? 조금만 눈을 돌리면 이 이벤트처럼 호화로운 만찬회는 없거든.”

***

호화로운 만찬회.

이 이벤트를 생각해보았다.

세상을 부수는 걸 즐기는 것도 아니고, 우리를 몰살시키는 데스게임을 즐기려는 것도 아니라면 몬스터를 이렇게 대량으로 끌고 온 이유가 뭘까 하고.

그렇게 내린 결론 중 하나가 만찬회였다.

먹으면 좋지만, 먹지 못하면 최악인 끔찍한 만찬회다.

그 이유는 눈앞에 있었다.

콰아아아앙!!!

일격 하나에 흉측한 면모를 하고 달려들던 트롤 하나가 도륙되었다. 재생력이 뛰어난 몬스터였기에 확실하게 재생력의 근원인 심장을 쪼갠다.

트롤 하나를 처치한 레반이었지만 안심하고 있을 여유 따윈 없었다.

몬스터는 하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좁은 골목으로부터 밀어닥치는 수많은 몬스터. 너무 많아서 일일이 구분이 어려울 정도였다.

그런 몬스터들을 레반이 가장 앞서 나가서 막았다.

“젠장! 난 원래 탱커가 아니라 근접 딜러라고!”

“불평하지 마, 근육돼지! 우리 중에서 그나마 탱킹이 가능한 놈은 너밖에 없잖아!”

“기다리세요! 금방 힐 걸어드릴게요!”

레반이 일차적으로 몬스터들의 진격을 막아 발을 묶는 탱커 역할.

그런 레반를 도와 몬스터를 압박하거나, 그를 지나쳐 골목 안쪽으로 들어오는 몬스터의 숨통을 끊는 레테라가 딜러 역할.

가장 뒤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힐과 버프를 걸어주는 하티는 힐러 역할이었다.

처음엔 하티의 합류를 꺼리는 듯 했던 레반과 레테라도 대량으로 밀어닥치는 몬스터를 앞에 두고 언제까지고 거리를 둘 순 없었다.

전원 생존이라는 공통된 목표 안에서 그들은 손을 잡았고, 이렇게 파티 플레이로서 그 효용을 드러내는 것이다.

플레이어에 대해 밝히지 않으니 하티에 대한 의구심은 아직 남아있었지만,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파티원으로서 수용한 건 올바른 판단이었던 것 같다.

원래 탱커로 키운 게 아니라서 레반의 모습이 조금 위태롭긴 했지만, 하티와 힐과 버프로 인해 파티의 방어벽은 그럭저럭 잘 유지되고 있었다.

파직!

하지만 레반의 몸이 건재한다 한들 그가 사용하는 무기는 아니었다.

아까부터 시간의 흐름을 알기 힘들 만큼 끊임없이 도끼를 휘두르고 있었다.

쇠심줄보다 더 질긴 몬스터와 몸을 부수었고, 강철도 뚫을 듯한 공격도 연달아 막아내었다. 그러다 보니 무기의 내구력이 점차 닳는 건 당연한 거였다.

“칫……!”

더 이상은 한계라는 듯 도끼날에 금이 가는 걸 본 레반이 작게 혀를 찼다.

그런 그를 향해 내가 손을 내밀었다.

“대상 지정, ‘흉신악살 거대 도끼’! 웨폰 체인지 ‘세계수의 부러진 가지’!”

“오오!”

부서지기 직전인 도끼가 빛이 나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나무 몽둥이로 바뀌었다.

그냥 나무 몽둥이가 아니었다. 그 어떤 광물보다 단단하여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물질이라고 불리던 그 세계수의 나뭇가지였다.

고대 전쟁에서 그 일부가 부러져 내렸다고 하는데, 그것이 바로 이 나무 몽둥이다.

그 위력은 평범한 무기와는 비교가 불가했다.

“감사합니다, 형님!”

새롭게 쥔 무기로 바로 몬스터의 머리를 날려버린 레반이 외쳤다.

레반이 탱커, 레테라가 딜러, 하티가 힐러의 역할이라면, 그들의 가장 뒤쪽에서 몸을 숨기고 있는 나는 서포터라고 할까.

원래 서포트도 힐러가 담당해야 하는 영역이지만, 비전투원인 내게 역할군이 있다면 이 정도밖에 없었다.

필요할 때 새로운 무기를 던져주는 것.

그리고 게이머로의 약간의 조언 정도?

대량의 몬스터의 접근을 다른 녀석들이 감지하자 나는 이 골목을 싸울 장소로 뽑았다.

몰려드는 대량의 적을 적은 인원으로 상대하기 위해선 좁은 장소만 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게임으로 친다면 디펜스 게임에 가까웠다.

일정 간격으로 몬스터들이 밀어닥치는 몬스터 웨이브. 그것으로부터 가장 안쪽에 있는 나를 지켜야 한다.

몬스터가 접근하면 난 손 하나 못 써보고 죽을 테니까.

내가 죽은 이후에 레반과 레테라가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본 적 없었다.

그들에게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이 가관이었다.

­으음……. 잘 모르겠습니다, 형님.

­잘 모르겠다고?

­오라버니가 죽는 게 상상이 안 돼요. 상상하려는 것만으로도…… 이성이 날아가 버릴 것 같거든요.

­일단은 날뛰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변 모든 걸 파괴할 때까지, 혹은 저희가 죽을 때까지요.

­…….

이건 뭐 죽으면 발동하는 타입의 저주도 아니고.

하티에게도 혹시 네 주인이 죽으면 그럴 거냐고 물어보았다.

당연한 소리를 왜 하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캐릭터의 특성이 전부 이렇다면 플레이어끼리의 상호확증파괴도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하지만 캐릭터가 날뛰는 것에도 한계가 있을 테고, 확증파괴가 성립하는 건 불가능하다.

즉, 그냥 내가 죽으면 다 죽고 끝이다. 다른 건 없다.

의도치 않게 레반과 레테라의 목숨을 짊어지고 있게 된 셈이다. 어쩌면 레아의 몫까지…….

그렇기 때문에 이 몬스터 웨이브에선 철저하게 살아남지 않으면 안 된다.

몰려드는 몬스터들은 기가 찰 정도로 많았다.

일부는 벽을 뚫고 공격해 왔기 때문에 더욱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며 지리적 이점을 살려야 했다.

그래도 몬스터들의 지능이 뛰어난 건 아닌지 골목을 멀리 돌아와 양쪽에서 포위하는 짓은 없었다.

그렇게 늪처럼 집어삼키듯 몬스터들을 이끌고 점차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며 숫자를 줄여갔다.

막다른 길에 도달해 더 이상 물러날 데가 없을 쯤이 돼서야 드디어 마지막 몬스터가 레테라의 낫에 숨통이 끊겼다.

“후우…….”

“하아…….”

“지친다…….”

이윽고 그들은 바닥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몬스터들의 살점과 흥건한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상관하지 않는다.

주저앉은 그들 너머로 우리가 지나온 골목길을 살펴본다.

몬스터들의 시체가 융단처럼 쫙 깔려 있었다.

잡몹이라면 상관없는데, 시체 사이엔 보스 급의 강력한 몬스터도 있었다.

무한한 체력을 가진 듯 했던 캐릭터들이 지쳐서 주저앉을 만 했다. 솔직히 싸움을 지켜보는 나도 조마조마하기도 했고.

“수고 했어.”

“아! 감사합니다.”

나는 가장 가까이에 있던 하티에게 노란색 액체가 담긴 병을 건네주었다. 그 뒤 레반과 레테레라에게도 같은 걸 건넸다.

포션은 아니고 자연회복력을 높이는 음료였다. 에너지 드링크 같은 거라고 할까.

피로를 풀고 체력을 회복시키려면 포션보단 이쪽이 좋겠지.

“기분은 어때?”

“엄청 힘들긴 하지만…… 상쾌합니다.”

“역시 강해지기 위한 전투라면 이런 거겠죠.”

내 물음에 답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지쳐 있는 한 편 어딘가 충족감이 가득해 보였다.

전력을 다한 싸움이라면 이전에도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러운 승리는 없었다.

간이 던전에서 싸운 징그러운 괴물을 쓰러뜨린 직후 율과의 마찰이 일어났었고, 율과의 두 번째 싸움에선 전력을 다했지만 이기지 못했다.

도전은 고통스럽고 막막한 것. 거기에서 달콤한 과실을 취할 수 있는 건 성취 하였을 때뿐이다.

그리고 이번 도전에서는 그 과실을 맛볼 수 있었다.

오랜 굶주림이 해소된 것처럼 그들은 만족스러워 했다.

그리고 아마 만족감을 느끼는 건 그런 이유 때문만이 아닐 것이다.

나는 그들의 현재 경험치를 확인했다.

레반: 50.9%

레테라: 10.1%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보다 그리 성장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그들이 레벨 업이 더럽게 어려운 고렙이었기 때문이다.

그 점을 생각해보면 이건 엄청난 경험치 벌이였다.

아마도 이게 이 이벤트의 목적일 것이다.

캐릭터의 성장.

현실이었다면 이만한 몬스터 대군과 싸울 일은 없었다.

설령 눈깔이 돌아서 인간이건 동물이건 가릴 것 없이 대량학살을 일으킨다고 해도 이 정도의 경험치 상승은 없을 것이다.

레벨 업이란 말 그대로 자신의 영역을 한층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는 것.

한 대 툭치는 것으로 죽일 수 있는 적들을 몰살시켜봤자 얻는 경험치는 극소량이었다.

빠르게 강해지기 위해선 자신을 한계까지는 몰아붙이는 적과 싸울 필요가 있었다.

이 가짜 신월시에는 그러한 몬스터가 가득했다.

그렇기에 이 이벤트는 만찬회인 것이다.

우리는 웨이브로 밀어닥치는 몬스터를 체하지 않고 모두 소화시킬 수 있었다.

세상에 자기 캐릭터가 강해지는 걸 싫어하는 게이머가 있을까.

그들이 강해지려는 모습을 보니 나도 만족스러운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순 없지.’

강해지는 건 좋지만 그건 그거고, 우리가 위험한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는 건 변함이 없다.

아무리 강하다 한들 영원히 싸울 수는 없는 법.

다음 웨이브가 이것보다 더 험난하지 않을 거란 보장도 없다.

그전에 어떻게든 이 이벤트를 탈출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철컹.

“응?”

고민을 이어가던 나는 갑작스런 금속음에 상념에서 벗어났다.

무기를 잠시 내려놓고 쉬고 있던 레반과 레테라가 다시 무기를 잡은 것이다.

그들의 시선은 내가 아닌 내 뒤를 향하고 있었다.

몬스터들의 시체가 붉은 융단처럼 깔려 있는 골목길을 향해서 말이다.

“형님…….”

“그대로 천천히…… 이쪽으로 오세요.”

레반과 레테라의 표정은 전에 없이 굳어 있었다.

바짝 긴장한 것이 무기를 꽉 쥔 손으로부터 전해진다.

“푸헉!?”

심지어 뒤편에서 드링크를 마시며 한숨 돌리고 있던 하티도 내 쪽을 바라보다 놀란 듯 입 안에 머금은 액체를 뿜어냈다.

몬스터 대군을 상대하고도 힘들어하긴 했지만 전혀 움츠림이 없던 세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셋은 대체 무엇을 보았기에 이러는 걸까.

고개를 돌려 등 뒤로 시선이 향하는 건 당연한 반응이었다.

우물우물우물.

가장 먼저 보이는 건 갈색 털뭉치였다.

한쪽 팔로 감쌀 수 있을 정도의 작은 털뭉치가 한 몬스터의 시체를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었다.

부드러워 보이는 사족보행의 다리, 까맣게 빛나는 눈동자, 쫑긋하게 세운 두 개의 귀.

“토끼……?”

그렇다. 그것은 누가 봐도 토끼였다.

하지만 이 도시에는 흔한 개나 들고양이조차 없었다.

즉, 이 토끼는 몬스터들과 함께 SoR에서 찾아온 또 다른 방문객이라는 얘기다.

그 사실을 깨달은 내가 다른 세 사람처럼 얼굴을 굳히며 중얼거렸다.

“……X됐다.”

보통 게임에서 토끼의 위용은 그저 초보자용으로 가장 먼저 만나는 적이었다.

전투에 익숙해지기 위해 싸우는 약한 적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SoR가 어디 평범한 게임이던가.

튜토리얼로 보스 몬스터 앞에 던져주는 게임답게 그곳의 토끼 또한 정상이 아니었다.

미노타우로스에게 뉴비 학살자라는 별명이 있듯 SoR의 토끼에게도 별명이 있었다.

일명 고인물 학살자.

별의별 난적과 싸워온 고인물 플레이어조차 싸우기 싫은 몬스터 부동의 1위로 뽑는다는 녀석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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