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게임 캐릭터가 살아났다!-86화 (86/173)

〈 86화 〉 혼돈을 만들어라 ­ 1

* * *

위드 소프트웨어 사장실.

팝콘을 먹으며 플레이어들의 난항을 즐기고 있던 율은 어느 순간부터 TV에 시선을 주지 않고 있다.

그보다는 시계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어딘가가 불편한 듯 다리를 떠는 모습이 평소의 그 같지 않았다.

마치 시간에 쫓기는 사람 같았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다니?

율을 안 지 3년이나 된 오서연도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무슨 문제가 생기더라도 2, 3초 만에 전부 해결하고 아무 일도 없던 것마냥 구는 작자라서 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뭐 곤란한 일이라도 있어요?”

“응. 확실히 곤란하네.”

심지어 곤란하다는 걸 스스로 인정했다.

신의 권능처럼 놀라운 일을 현실에서도 거침없이 일으키던 그 율이 말이다!

오서연의 머릿속에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천하의 율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단 말인가?

그다음은 고민을 길게 이어갈 것도 없이 곧 율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대로 가다간 엄청 죽어나겠어.”

“……네?”

그리고 그 곤란의 이유는 역시 오서연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죽어 나가다니…… 누가요?”

“이놈들.”

율은 TV를 가리켰다.

거기엔 지금도 밀려오는 몬스터들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플레이어, 캐릭터들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캐릭터들의 목숨을 논외로 치더라도, 자기 몫의 티켓을 확보한 플레이어의 숫자가 절반밖에 안 돼. 캐릭터 숫자까지 더 하면 압도적으로 부족하지.”

“그거야 아직까진 순조롭게 싸워나가고 있으니까 몇 번의 웨이브만 견딘다면…….”

“그게 안 돼.”

율은 딱 잘라서 말하였다.

지금 그 전제 자체가 박살 나게 생겼다는 듯이.

“버틸 수 있는 건 기껏해야 다음 세 번째 웨이브까지야. 네 번째는 버틸 수 없어. 그 누구도.”

“…….”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저 율이 그렇게 말했을 뿐인데 그 말이 지금 상황의 절대적인 대전제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니 율이 네 번째 웨이브에 무언가 장치를 해둔 게 분명하다.

그리고 그건 사람 괴롭히기 좋아하는 율의 성격상 그건 분명 끔찍하게 악질적일 것이다.

정말 네 번째 웨이브에선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거라 단언할 만큼.

동시에 그런 율이 지금 자신이 사지로 밀어 넣은 플레이어들을 걱정하는 이 모순이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의외네요. 당신이 저 사람들의 목숨을 생각해 줄이야.”

“뭐야. 내가 남의 목숨 가지고 놀며 즐기는 사이코패스인 줄 알았어?”

그럼 아니었어요? 라는 대답이 턱 아래까지 올라왔다가 겨우 삼킨 오서연이었다.

“난 인간이 좋아. 그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도 추악함도 전부 좋아하지. 내가 인간이 죽는 걸 허용하는 건 인간이 스스로의 의지로 인간을 죽일 때야. 그 자체도 내가 좋아하는 인간의 추악함 중 하나니까. 그래서 욕망도, 살의도, 거기에 저항하는 올곧음이 맞부딪칠 수 있는 게임판을 만든 거지. 근데 이건 아니야.”

율은 김빠진 듯 고개를 푹 숙이며 한숨을 쉬었다.

“반항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힘으로 모든 걸 쓸어버리는 꼴 구경하는 게 뭐가 재미있겠냐고……. 그딴 건 평소 당하고만 살아서 다른 걸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은 녀석들이나 보고 싶은 광경이지, 난 아니야. 그럴 거면 차라리 내가 직접 쓸어버리는 게 낫지.”

“…….”

이것은 그가 좋아하는 비유일까.

아니면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까.

차라리 직접 쓸어버린다는, 누구나 허세로 내뱉을 수 있는 말이 도저히 허세처럼 전해지지 않았다.

이 부분을 건드렸다가 좋은 꼴을 볼 것 같지 않기에 오서연은 화제를 돌렸다.

마침 그렇게 율이 우려하는 네 번째 웨이브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네 번째 웨이브에서 뭐가 나오는 거예요?”

“서프라이즈로 강렬한 거.”

또 서프라이즈라는 소리가 나왔다.

이미 서프라이즈 명목으로 도시(가짜지만) 위에 몬스터들이 떨어져 파괴하는 충격적인 짓거리까지 저질렀는데, 여기서 뭐가 더 있기에 강렬하다는 표현까지 쓴단 말인가.

서프라이즈라고 밝힌 이상 율이 그 내용을 말할 것 같진 않았다.

그는 스포일러를 싫어하니까.

“네 번째 웨이브를 통과할 수 없게 만들었다면 그 전에 티켓을 다 얻을 수 있게 하면 됐지 않았나요? 왜 그러지 않았죠?”

“계산 미스야. 두 번째 웨이브 시점에선 절반 정도 티켓을 확보할 줄 알았거든. 적어도 세 번째에선 플레이어가 모두 살아서 탈출할 수량은 풀릴 줄 알았어. 그렇게 운 나쁜 몇몇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희생할 수밖에 없는 구도를 그렸었지.”

거봐라. 역시 악질적으로 꾸며 놨다.

플레이어의 생명을 우선시 할 경우 문제없지만, 캐릭터의 목숨까지 고려한다면 시간이 빠듯할 정도로 티켓의 확률을 조율해온 게 분명했다.

획득한 티켓으로 자신만이라도 탈출하는가, 아니면 캐릭터와 함께 살아서 돌아가기 위해 끝까지 티켓을 찾는가.

그건 분명 캐릭터를 도구가 아닌 인격체로 대우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끔찍한 양자일택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인간의 선택과 고뇌를 구경하고 싶었던 율이었지만, 일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예상 이상으로 풀린 티켓 수가 적어 캐릭터들뿐만이 아니라 플레이어까지 죽어 나가게 생긴 것이다.

“이런 미스가 생긴 이유는 간단해. 단순히 인간에 대한 내 이해도 부족이야. 남을 등쳐먹기 좋아하는 인간의 비율을 오산해버렸어. 열심히 몬스터를 사냥하며 티켓을 모으는 플레이어가 있는가 하면 몬스터는 사냥하지 않고 다른 플레이어의 티켓을 노리는 하이에나 같은 녀석들이 있거든.”

턱을 괸 율이 리모컨 버튼을 눌렀다.

TV의 화면이 바뀌면 다른 플레이어들의 모습을 비춘다.

몬스터와 싸우는 숫자가 처음에 비해 현저히 줄어 있었다.

이미 티켓을 다 모아서 적당히 경험치를 모으려 사냥하는 그룹이 있는가 하면, 싸울만한 여건이 되지 못해 무력하게 숨어 있는 그룹도 있었다.

지금도 그렇게 하수도를 숨어 다니던 플레이어 하나가 신요현 일행이랑 접촉하는 모습이 TV화면에 나왔다.

“그나마 강한 플레이어들이 약한 플레이어에게서 티켓을 빼앗았어. 죽이지 않은 건 최소한의 양심, 저항이 심해서 포기, 변덕 등 이유는 각자 다르지. 그렇게 자기 캐릭터 몫까지 티켓을 확보한 채 독점. 강한 플레이어는 더 이상 사냥에 나서지 않고 적당한 경험치 벌이에 매진하지. 약한 플레이어가 다시 티켓을 모으기엔 몬스터가 점점 강해져서 싸우기 꺼려지고. 덕분에 티켓의 절대량이 부족해졌어. 나참, 열심히 티켓을 얻으면 뭐해? 일하는 놈 따로, 등쳐먹는 놈들이 따로 있는데. 이러니 공산주의가 망한 거지.”

이 점을 생각 못했다며 율은 명백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듯 고개를 푹 숙였다.

“……지금 자신의 실수를 한탄하고 있는 거 맞죠?”

“한탄하는데 왜?”

음울한 한숨을 토해내는 율을 바라보던 오서연은 곧 떨리는 눈동자를 향한 채 입을 열었다.

“그럼 왜 웃고 있는 건데요?”

오서연은 소름 끼치는 감각을 지울 수 없었다.

무겁게 고개를 숙였던 율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다.

스스로의 실수를 한탄하는 주제에 율은 정말 진심으로 기쁘다는 듯 웃고 있었다.

그 부조화에 보고만 있어도 한기가 들 정도였다.

그 말에 율도 자신이 웃고 있었다는 걸 인지한 모양이다.

히죽 올라간 입꼬리를 매만지던 율.

그리고 어느 순간, 그의 얼굴은 바뀌었다.

“……?!”

그녀의 눈동자의 떨림이 커졌다.

얼굴 자체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눈, 코, 잎, 어느 것 하나 그녀가 알던 위치에 그대로 있었다.

그럼에도 오서연은 율의 얼굴이 그 순간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넌 내 기분 모를 거야.”

불쾌한 골짜기라는 게 있다.

인간과 흡사한 무언가를 바라볼 때, 그것이 인간과 닮으면 닮을수록 호감도 그래프가 올라간다.

그런데 그 그래프가 어느 순간 뚝하고 떨어지는 구간이 있다.

인간과 어설프게 닮은 존재는 오히려 호감이 생기기는커녕 불쾌감이 드는 것이다.

오서연은 지금 그것을 느끼고 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채 있는 율에게서 짙은 불쾌함이 전해졌다.

“불완전한 존재로 있기 위해서 난 100개 눈 중 98개를 뽑아냈고, 100개의 귀 중 98개를 쥐어뜯었으며, 역시나 100개의 입 중 단 하나를 남기고 모조리 뭉개버렸어. 그렇게 해서 난 이렇게 너희들과 마주하며 대화할 수 있는 거야.”

동네 백수 같은 율의 모습은 거기에 없었다.

어설프게 인간 흉내를 내고 있는 무언가가 있었을 뿐이다.

그 무언가는 오서연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즐겁다는 듯 웃고 있었다.

“내가 실수를 저지른 이 상황조차 너무 즐거워. 내가 불완전한 채로 있다는 증거잖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걸 이해하면 안 된다는 듯 솟구쳐 오르는 알 수 없는 혐오감이 그녀의 사고를 방해할 뿐이다.

마치 율의 살가죽 밑에서 수천 마리의 벌레가 꿈틀거리는 걸 목격하기라도 한 것 같은 감각이었다.

그런 혐오감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

율의 모습이 돌아온 것이다.

조금 전에 느낀 혐오감과 공포가 한낱 꿈과 같을 정도로 그의 모습은 평소와 같았다.

“하지만 내 감상이 그렇다고 게임 마스터로서 이 상황을 마냥 손 놓고 구경할 수는 없지. 벌써 10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골로 가면 이후 게임은 어떻게 즐겨? 이럴 줄 알았으면 57명 같은 애매한 숫자가 아니라 딱 100명에 맞추도록 플레이어를 뽑는 건데.”

그렇게 투덜거린 율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오서연은 무언가에게서 해방된 듯한 기분을 받을 수 있었다.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쓰러지려는 몸을 겨우 손을 써서 지탱한다. 그런데 그 손조차 미끄러질 뻔했다.

그제야 그녀는 자신이 식은땀에 흠뻑 젖어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미안. 놀라게 해줄 생각이 없었는데, 들뜬 나머지 그만 원래 얼굴이 새어 나왔네.”

원래 얼굴이라니 무슨 소릴까.

조금 전 경험한 그 혐오스러운 감각과 관계가 있는 것일까.

그러나 율은 그 이상으로 알려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오늘은 그만 집으로 돌아가도 돼.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율는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낡은 마이크를 쥐고 있었다.

선도 없고, 그렇다고 무선 마이크로도 보이지 않는 고철 덩어리를 그는 상태를 확인하듯 툭툭 두드렸다.

오서연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모습.

분명 율에게 그녀는 시간 때우기용 노가리 상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혹은 길가에 모래 한 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왜일까. 그 사실에 그녀 자신도 알 수 없는 오기가 생겼다.

“퇴근 시간…… 아직 남았어요.”

오서연은 기울어진 몸을 바로 한 채 말했다. 거기에 율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인간은 본능에 따르는 생물.

그녀의 본능은 온갖 혐오감으로 무장한 채 율을 향한 경고를 날리고 있을 터였다.

이 존재를 가까이해선 안 된다고.

불쾌한 골짜기란 그런 것이다.

인간을 어색하게 닮은 존재란 결국 인간이 아니면서도 인간에 맞먹는 혹은 그 이상의 기능을 가진 존재.

인간이라는 종에게 있어서 이것만큼의 천적이 어디 있을까.

그 본능에 저항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다.

“너, 겁은 많지만 의외로 강단 있다는 소리 자주 듣지?”

율은 그게 마음에 들었다.

그는 정말로 인간의 추악함도 아름다움도 전부 좋아했다.

오서연의 이런 모습도 그가 좋아하는 인간의 한 면모 중 하나였다.

“뭐, 됐어. 그럼 계속 지켜보고 있으라고. 이제부터 흥미진진해질 테니까.”

그렇게 말한 율은 마이크를 입으로 가져다 댔다.

그리고 아무 곳에도 연결된 듯 보이지 않는 그 마이크에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들리냐, 제군들?”

***

난감한 상황이었다.

처음 우리를 습격해왔던 우도혁을 이번만 놔주기로 한 건 좋은데, 뜬금없이 그쪽에서 우리에게 동행을 처해왔기 때문이다.

걸음을 멈춘 우리 일행을 향해 우도혁이 넙쭉 엎드리며 말했다.

“제발 부탁이야! 우리는 그렇게 특출 나게 강하지 않다고! 지금까지도 겨우 살아남은 거고! 이대로 있으면 여기서 나가지 못하고 죽고 말 거야! 우리도 같이 데리고 가 줘!”

“…….”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이미 레반, 레테라, 하티로 세 사람만으로 탱커, 딜러, 힐러의 구색을 갖출 수 있었기에 특별히 따로 필요한 직업군은 없었다.

게다가 이곳에서 동료가 늘어난다는 건 반드시 메리트만 있는 게 아니다.

찾아야 할 티켓의 숫자가 늘어나는 디메리트가 존재한다.

그런데 여기서 뭐가 아쉬워 우도혁과 동행한단 말인가. 심지어 처음엔 레테라의 뒤통수를 노렸다던 녀석을.

나는 그에게 난색을 표했다.

“딴 데 가서 알아봐. 우리 코가 지금 석 자라고.”

“네가 이대로 가버리면 나나 실비아는 죽을지 모른다고! 그래도 상관없다는 거야!?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저 돼지 새끼가…….”

“뚫린 입 꿰매 달라고 사정사정 비는 건가?”

나를 향한 우도혁의 막말에 레반과 레테라가 살기를 드러냈다.

“히익!” 하고 비명을 지른 우도혁을 지키듯 실비아가 그들과 대치하며 섰다.

이대로 있으면 피를 볼 것 같기에 두 사람을 말리고 앞으로 나섰다.

“야. 우도혁이라고 했던가?”

“……?”

실비아의 등 뒤에 숨은 녀석이 슬쩍 고개를 내밀었다.

“혹시 이런 질문 받아본 적 있어? 부모님과 친구가 물에 빠졌을 때, 단 한 명만 구할 수 있다면 둘 중 누구를 살릴 거냐는 식의 질문.”

내 말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일단 대답하기 위해 우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질문을 바꿔봐. 지금 함께 사는 가족 같은 녀석들이랑 오늘 처음 만난 생판 남, 둘 중 누구를 구할 건지.”

“…….”

“답은 뻔하지? 교육이나 종교에선 만인을 평등하게 사랑할 것을 강조하지만 사실 완전한 평등이란 없어. 누구를 더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지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단 말이야.”

터업.

나는 양 옆에 있는 레반과 레테라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내가 우선시 하는 건 이 녀석들이야. 만일의 사태가 생길 때 이 바보들은 설령 내가 티켓을 양보한다 해도 한사코 거절하며 나를 먼저 안전한 밖으로 내보내려 하겠지.”

“물론입니다.”

“당연한 거 아닌가요?”

고개를 주억거리는 두 사람을 바라보다 다시 우도혁에게 시선을 향했다.

“그러니 이 바보들 몫까지 구하느라 바빠. 남을 돕는 것도 우선 자기 가족의 여유부터 챙긴 뒤여야 하는 거 아니겠어? 가난한 집에서 가족이 배고파서 골골대는데 그들을 먹여 살릴 생활비를 뜬금없이 아프리카 난민들에게 기부해버리면, 남에겐 성인 소리 들을지 몰라도 가족 입장에선 개새끼가 되는 거라고.”

“…….”

“그러니까 남의 인간성 찾기 전에 너 자신의 염치 먼저 찾아. 너는 앞으로 티켓 하나만 더 얻으면 될지 모르겠지만 우린 두 개나 더 필요해.”

신랄한 말을 날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는 우도혁을 뒤로 했다.

그들을 떠나고 내 옆으로 따라붙은 레반과 레테라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말 한 번 잘하셨습니다, 형님!”

“저희를 그렇게 신경 써 주셔서 감동했어요!”

“응…….”

그들의 말에 대강 대답하며 나는 우도혁 일행과 멀어지도록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 내 모습에 두 사람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따라왔고, 함께 다가온 하티가 물었다.

“요현 씨는 그런 타입인가요? 길에서 거지가 간절하게 돈을 구걸해오면 겉으론 냉정하게 내치지만, 속으론 동정과 연민을 떨쳐내기 힘든 타입.”

“아니니까 조용히 해.”

뭔가를 이해했다는 듯 눈을 빛내는 하티를 제쳐두고 얼마간 더 걸어갔을 때였다.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들리냐, 제군들?

“응? 율?”

낯설지 않은 목소리가 하늘에서 울린 건 그때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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