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화 〉 혼돈을 만들어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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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군들! 이벤트 잘 즐기고 있어? 벌써 티켓 다 모으고 느긋해진 녀석이 있는가 하면, 부족한 양을 채우기 위해 발악하는 놈도 여럿 보이네. 하지만 숨어 있는 놈들은 슬슬 움직이는 게 좋을 거야. 현실도피 하며 웅크려 있는다고 이 이벤트에서 벗어날 순 없어. 오히려 제 명만 재촉할 뿐이지.
기묘한 광경이었다.
어디에서도 스피커 따위 보이지 않는데도 율의 목소리가 도시 가득히 퍼지며 들려왔기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같은 광경을 확인한 다른 세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끼, 끼잉……!!”
“끄, 끄으응……!!”
우리가 숨은 골목 모퉁이 너머.
살아남은 몬스터들이 바닥 위에 납작 엎드리며 애처로운 울음을 흘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 흉포하고 두려움을 모른 채 달려들던 몬스터들이 모조리 겁에 질려 바들바들 떨고 있던 것이다.
그들이 겁을 먹고 있는 대상은 다른 무엇도 아닌 지금도 허공에서 울려오는 율의 목소리였다.
마치 작은 초식 동물이 호랑이의 울음소리를 들은 것처럼 단단히 위축된 채 옴짝달싹 못하는 광경이었다.
“헬데트까지…… 겁을 먹고 있습니다.”
레반은 떨고 있는 한쪽 폐허의 밑에서 웅크리고 있는 작은 털뭉치를 발견했다.
아마 우리가 따돌렸던 헬데트 중 한 마리인 것 같았다.
지금은 전투태세가 아닌 보통 모습을 하고 있다.
귀를 바짝 접은 채 땅에 머리를 파묻듯 숙이고 있으니 정말로 그냥 토끼 같았다.
차마 녀석도 감출 수 없는 떨림이 내 눈에도 희미하게 보일 정도였다.
“저 독종이 저렇게 바들바들 떠는 간 난생 처음 보는데요. 칼로 자르고 내장을 뽑아 신체의 절반을 날려 먹어도 절대 공격을 늦추지 않는 녀석인데.”
레테라의 말에 내가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헬데트의 무서운 점은 전투능력도, 집단생활도 있지만, 가장 특출 난 건 바로 호전성이다.
적을 한 번 인식하면, 자신과 동족이 전멸하건 말건 대상에 대한 공격을 절대 늦추는 법이 없었다.
그렇기에 헬데트가 성가신 몬스터인 것이다.
그런 녀석이 겨우 목소리만 듣고 옴짝달싹 못하는 모습은 꽤나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금 전투 중인 플레이어도 들을 수 있게 율이 수를 쓴 건가. 아니면 몬스터들이 율 그 자체를 무서워하는 건가.’
어쨌든 모든 플레이어가 율의 말에 집중할 수 있는 상태가 만들어진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몬스터들의 동태를 살피며 이어지는 율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지금 너희는 두 번째 몬스터 웨이브까지 겪었다. 현재시간 11시 45분. 앞으로 15분 뒤면 세 번째 웨이브가 시작되겠지. 그런데 이 이벤트에 한 가지 중대한 문제가 있다.
중대한 문제라고?
안 그래도 웨이브를 감당하기 빠듯한데 여기서 뭐가 더 일어난단 말인가?
뉘앙스를 보아하니 우리에게 영 좋게 작용될 거 같진 않다.
우리들은 숨을 죽이며 율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곧 있으면 점심시간. 그러나 이 이벤트엔 점심식사가 포함되지 않는다.
“……뭐, 이 새꺄?”
그리고 그가 말한 문제라는 게 참으로 얼척이 없었다.
지금 우리가 목숨이 날아가네 마네 하는 순간인데 밥이 넘어가게 생겼는가? 어차피 기대도 안 했기에 배는 미리 채우고 왔다.
갑자기 안내방송처럼 목소리가 들려온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시답잖은 장난질이었냐?
하지만 이상하게도 율의 목소리에선 진지함이 느껴졌다.
금강산도 식후경. 게임을 즐기는 것도 일단 배부터 채우고 나서 해야 하지 않겠어?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 이벤트엔 먹을 만한 게 없거든. 몬스터 고기 맛이 궁금한 녀석은 한 번 도전해 봐도 되지만 추천하진 않는다. 드럽게 맛없어, 그거.
“저 말이 맞습니다.”
“혓바닥 위에서 오우거가 미쳐 날뛰는 것 같은 끔찍한 맛이에요.”
“심지어 영양가조차 없죠.”
그 소리를 듣고 있던 레반, 레테라, 하티 세 사람이 한 마디씩 내뱉었다.
그 정도로 끔찍한가?
잘은 몰라도 사냥한 몬스터의 고기를 잘못 먹으면 디버프가 걸릴 수 있다는 것 정도만 알뿐이다.
자칫하면 디버프가 거릴 정도의 고기라니, 내가 먹으면 죽을지도 모르겠군.
그러니 너희가 밖으로 나가서 점심을 먹을 수 있도록 특별 서비스를 준비했다. 이벤트의 룰을 조금 변경했지.
욱씬!!
그 순간, 나는 앞을 볼 수 없었다.
강렬한 통증이 눈을 관통한다.
“크윽?!”
“형님!?”
“오라버니!!”
나는 눈을 감싸 쥐며 주저앉았고, 레반과 레테라가 나를 부축하는 게 느껴졌다.
눈에서 전해지는 고통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마치 송곳이 깊게 파고든 듯한 고통이었다.
그 고통은 얼마 안 가 사라졌지만, 충격을 받은 난 쉽사리 눈을 뜰 수 없었다.
방금 내가 플레이어의 눈에 약간 장난을 쳐놨다. 일시적인 거니까 너무 걱정은 말라고.
이 개자식이, 이번엔 무슨 짓을 하는 거야?
한순간이었지만 진짜 실명되는 줄 알았다고.
조심스럽게 눈을 떠 보았다.
처음엔 흐릿했지만 점차 사물의 윤곽이 잡히더니 본래의 시야를 되찾을 수가 있었다.
눈을 뜨자마자 본 건 나를 걱정스레 바라보는 레반과 레테라의 모습. 그리고 바로 힐을 시전하려는 하티의 모습이었다.
나는 괜찮다며 손을 내저었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눈에 장난을 쳤다던 율의 말과는 다르게 특별히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고통만 감쪽같이 사라져 방금 내가 정말 아팠던 게 맞는지 의심될 정도다.
율의 목소리가 들려온 건 그때였다.
이제부터 특정 몬스터를 보면 황금빛 아우라 같은 게 대상을 감싸고 있는 걸 볼 수 있을 거야. 어떤 몬스터에게 아우라가 보이는지는 플레이어마다 달라. 하지만 그 아우라가 보이는 몬스터를 쓰러뜨리면 티켓 한 장을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
“……!”
티켓을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니, 파격적인 룰 수정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까지 본대로라면 플레이어에게 개입하려는 녀석이 아닌데, 왜 갑자기 룰 수정을 한 거지?
너희가 티켓 찾을 생각은 안 하고 게으름 피우니까 특별히 대출혈 서비스해주는 거라고? 아직 티켓을 얻지 못한 놈들, 특히 몬스터 무리와 싸울 수 없다며 벌벌 떨고 있는 놈은 하다못해 목표 몬스터에게라도 도전해봐. 그것조차 못할 거면 그냥 그대로 뒈지던가.
율의 마지막 말은 무심코 몸서리가 처질 정도로 차가웠다.
그는 인간이 좋다고 했다. 올바른 인간도, 추악한 인간도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웅크려 있는 인간은 싫은 모양이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재미없다’는 거겠지.
설명 여기까지. 그럼 죽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쳐 보라고.
그 말을 끝으로 율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율의 존재감이 사라지고 몬스터들이 슬슬 공포에서 벗어나는 기색을 느끼며, 나는 침묵이 자리 잡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수상한데.”
동감한다는 듯 레반과 레테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껏 전혀 사태에 개입을 하지 않으려던 녀석이 갑자기 개입해서 룰을 수정한 게 영 수상쩍습니다.”
“뭔가 있는 게 틀림없어요. 룰을 바꿔야 할 만한 요소가.”
율을 만나고 경험한 시간은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우리가 더 많았다.
그를 판단할 만한 요소가 많다 보니 지금 이것이 율답지 않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그에 대해선 아직 잘 모르는 하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했다.
“그런가요? 그저 그 남자 특유의 변덕인 줄 알았는데요?”
“뭐, 녀석이 변덕도 부리긴 하지만 한편으론 황소고집보다 더 한 녀석이야. 자기가 정한 룰은 웬만해선 안 바꾸려 하거든.”
율과 두 번째로 맞붙었을 때 확신한 일이다.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정보를 요구하면 살짝 흘려주는 정도의 융통성은 있지만, 그 녀석의 마음을 바꾸거나 게임 자체를 어떻게 해보려는 건 태산을 움직이는 것보다 어렵다.
그런 녀석이 스스로 룰을 수정하는 사태라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냥 넘겨선 안 될 이유일 수 있다.
그렇게 판단한 우리 셋은 고민에 빠졌고, 거기에 낄 수 없던 하티는 소외감을 달래듯 발끝으로 돌멩이를 찼다.
“아…….”
그러다 자신이 지금 뭐하고 있는지 자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 자각 속에서 망각의 저편에 날아갔던 중요한 사실 하나를 끄집어낸다.
“율에 대한 정보! 안 알려주셨잖아요!”
“응? 아…….”
그렇다.
이렇게 그녀가 혼자 외롭게 놀고 있는 건 우리와 함께 율에 대한 판단할 근거가 없기 때문.
우리가 약속했던 율의 정보를 넘기지 않아서였다.
하필 그 정보를 넘기려는 때의 두 번째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났고, 느닷없이 등장한 암글라드에 정신이 팔려서 까맣게 잊고 말았다.
“미안. 깜빡했어. 일단 그것부터 해결해야지.”
나는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끈 뒤 생각하도록 하자.
이유를 찾는 것보단 하티와의 약속을 지키는 게 먼저였다.
“일단 우리가 느낀 그놈의 성격을 말하자면 지극히 쾌락주의자로, 이 게임을 만든 이유도 순전히 본인의 재미를 위해…….”
거기까지 말한 나는 입을 다물었다.
재미……. 재미라고……?
그래. 그게 율이 이 게임을 만든 이유다.
갑자기 캐릭터를 얻게 된 플레이어들의 방황과 마찰을 보고 싶어 하는 녀석의 오락인 것이다.
그럼…… 그 오락이 재미가 없어질 만한 일로는 뭐가 있지?
“왜 말을 하다 마는 거예요? 전 이미 정보를 넘겼는데 여기서 얼버무리려는 거라면 저도 가만히 안 있을…… 웁!”
갑자기 입을 다물자 수상하게 여긴 하티가 말하였다.
나는 그런 그녀의 입을 손으로 막으며 침묵시켰다.
생각하는 데 방해가 됐다.
“얼버무리려는 거 아니니까 잠깐 생각할 시간을 줘.”
“……???”
심각해진 내 표정에 하티는 더 큰 의문을 드러내었다.
하티와의 약속을 지키는 게 급한 불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이쪽이 더 급한 불일 수 있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오락이란 곧 평소와는 다른 색다른 경험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뻔한 경험만큼 지루한 게임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게이머가 전에는 맛본 적 없는 새로운 게임을 찾는 것 아니겠는가.
율 또한 그럴 것이다.
그도 이 게임의 관전자로서, 운영자로서, 게임이 재미없어지는 사태만큼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놈이 아까 뭐라고 했지?’
율이 안내 방송으로 했던 말을 떠올려본다.
『벌써 티켓 다 모으고 느긋해진 녀석이 있는가 하면, 부족한 양을 채우기 위해 발악하는 놈도 여럿 보이네. 하지만 숨어 있는 놈들은 슬슬 움직이는 게 좋을 거야. 현실도피 하며 웅크려 있는다고 이 이벤트에서 벗어날 순 없어. 오히려 제 명만 재촉할 뿐이지.』
『너희가 티켓 찾을 생각은 안 하고 게으름 피우니까 특별히 대출혈 서비스해주는 거라고? 아직 티켓을 얻지 못한 놈들, 특히 몬스터 무리와 싸울 수 없다며 벌벌 떨고 있는 놈은 하다못해 목표 몬스터에게라도 도전해봐. 그것조차 못할 거면 그냥 그대로 뒈지던가.』
그는 빨리 티켓을 찾을 것을 종용하고 있었다.
찾지 않으면 큰일이 일어날 것처럼.
찾으려고 하지 않을 거면 그냥 뒈지라는 말까지 하면서.
설마…….
“……갑자기 사람이 확 줄어버린 게임은 재미가 있을까?”
“네?”
“갑자기 무슨…….”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게임 참가자가 빠르게 줄어들면 게임 자체의 긴장도는 올라갈지 몰라도 대신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지. 오히려 루즈해질 가능성도 있고. 율은 어느 쪽일까? 화끈하게 숫자를 줄이는 쪽? 아니면 느긋하게 진행하는 쪽? 우리가 만난 녀석의 인상으로는 후자 쪽이야.”
주위 녀석들이 의문을 표하는 소리에 나는 중얼거림으로 답했다.
말이 이어질수록 하나의 퍼즐이 맞춰져 가는 기분이었다.
퍼즐을 맞추는데 즐거움이라도 든 건지 내 뇌는 아드레날린을 뿜어대며 평소보다 빠르게 회전했다.
“율은 점심은 나가서 즐기라고 했어. 그건 일반적인 점심시간인 12시 정각부터 오후 1시 사이, 그러니까 세 번째 웨이브가 일어나는 시간 내에 탈출하라는 소리처럼 들리거든. 그럼 점심시간을 넘기면 어떻게 되는 거지?”
거기까지 중얼거린 난 곧 무언가가 번뜩였다.
그 번뜩임 안에 숨어 있는 무서운 진실의 편린을 본 나는 안색을 굳혔다.
“네 번째 웨이브에 뭔가 있어!”
“네 번째 웨이브요?”
아직 세 번째 웨이브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네 번째를 언급하는 나에게 세 명은 의아함을 드러냈다.
나는 그들에게 설명을 이어갔다.
“플레이어들이 율의 예상보다 티켓을 덜 모은 거야! 네 번째 웨이브에서 이곳에 있는 플레이어들을 몰살시킬 만한 무언가가 준비되어 있기에 탈출해야 하지만, 티켓이 부족하니 사망자가 많을 거라고 본 거고!”
……!
그러자 그들 사이에서 이해와 놀라움의 기색이 퍼졌다.
나와 같은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갑자기 플레이어의 숫자가 확 떨어져서 게임이 루즈 해지는 걸 율은 원하지 않은 거지. 그렇기 때문에 룰까지 변경한 거야. 빨리 티켓을 찾도록 종용하면서 말이야!”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티켓을 모을 기회는 이번 웨이브가 마지막이라는 건가요?”
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티켓 수는 두 장.
앞으로 두 개는 더 모아야 하건만 이번이 마지막 웨이브라니.
안 그래도 빠듯할 거라 생각했는데 마감이 코앞으로 다가온 기분이다.
나는 서둘러 휴대폰의 시계를 확인하며 말했다.
“시간이 없어! 앞으로 5분 뒤에 세 번째 웨이브가 시작돼!! 레반! 나를 데리고 저 위까지 데려다 줘! 레테라! 내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 하티에게 율의 정보를 전해줘!”
나는 아직까지 무너지지 않고 우뚝 서 있는 한 고층건물을 가리켰다.
원래는 그리 높은 건물이 아니었지만, 주변 빌딩에 소동으로 대부분 무너져 내린 통에 저곳이 그나마 가장 높은 지대였다.
내 의도를 파악한 레반이 나를 엎고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자잘한 몬스터가 따라붙는 건 무시한다.
지금은 녀석들에게 신경을 쓸 때가 아니었다.
타악!!
빠르게 움직이는 통해 강렬한 공기의 압박을 견디면서, 우리는 빠르게 건물 옥상에 도달할 수 있었다.
“키에에엑!!”
퍼어억!!
먹이인 줄 알고 우리를 쫓아오던 까마귀 몬스터의 머리를 레반이 후려쳐 날려버린다.
그사이에 난 옥상 위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율이 말한 게 사실이라면 분명 뭔가가 보일 것이다.
“있다!”
그리고 보였다.
녀석이 말한 황금빛 아우라가. 먼 거리에 있었지만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남은 티켓 수에 맞게 아우라의 숫자도 딱 두 개가 있었다.
저 두 몬스터가 우리의 목표다.
저들을 쓰러뜨려야 우리는 모두 탈출할 수 있다.
“……지금 장난하는 거지?”
눈매를 좁히며 두 몬스터를 확인한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도심에 넓게 뚫려 있는 사차선 도로를 성큼성큼 걸어 다니는 바위산 같은 몬스터가 있었다.
틀림없다. 암글라드였다.
무식하게 강한 녀석의 몸에는 분명한 황금빛 아우라가 둘려 있었다.
“…….”
식은땀이 얼굴을 너머 등줄기까지 적셔 가는 걸 느끼며 다른 쪽을 돌아보았다.
다른 아우라는 한 곳에 모여 있는 수많은 털뭉치 무리 사이에 끼어 있었다.
다름 아닌 헬데트였다.
녀석들의 무리 한 가운데에 떡하니 표적이 놓여 있던 것이다.
한쪽은 다섯 파티가 모여야 겨우 이길 수 있다는 강력한 레이드 몬스터.
다른 한쪽은 트라우마 제조기라고 불릴 만큼 더럽게 끔찍한 몬스터.
그들 외에 다른 곳에는 아우라가 보이지 않았다.
확률에 맡기지 않고 확실하게 탈출하기 위해선 저 두 표적을 잡아야 하는 것이다!
“썩을!! 게임 난이도 개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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